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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 - 戀 [사모할 연] | 인스티즈 

  

 

[B.A.P/대영] - 戀 [사모할 연] | 인스티즈 

  

[B.A.P/대영] - 戀 [사모할 연] | 인스티즈 

  

 

 

  

  

  

  


[대영] - 戀 [사모할 연] 

  

  

W.깔로레 

  

  


새로 이사 온 곳은 전에 살던 곳보다 더 나무도 많고, 산도 많고, 공기도 맑은 곳이었다. 차도보다는 흙으로 된 인도가 더 많았고, 휘황찬란한 불빛을 내는 가게들 보다 평범한 주택과 투박한 구멍가게, 이따금씩은 논과 밭이 있었다. 그렇다고 시골이라고 그럴게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또 번화가다. 학교도 많고 대학도 있는 곳이었다. 부모님의 갑작스런 귀농이었지만 딱히 불만을 표하거나 반대는 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 살아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농사를 하는데 꾀 만족하고 즐거워 하셨다. 나는 이곳에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친구들도 금방 사귀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나른한 오후에 캐치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집 근처에 널찍한 잔디 평원이 있어 그곳에 자주가 바람을 쐬거나 이렇게 친구와 놀곤 했다. 턱, 턱 글러브로 얌전히 주고받다가 친구 녀석이 어,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을 엄한 데로 멀리 넘어가 버렸다. 몸을 돌려 공이 완전히 떨어지는 동안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미안 이라고 말하고 주우러 가려고 하는 친구를 잡고, 내가 간다고 했다. 글로브를 벗어 던지고 공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낮은 풀숲에 떨어 진 것 같은데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키 낮은 나무를 속도 뒤져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허연 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았을 땐 저가 너무 깊게 들어 온 것을 깨달았다. 여기가 어디지? 이제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락사락 풀 사이를 지나쳐 길을 찾아 나섰다. 괜히 내가 온다고 했나, 이사 온지 얼마 안되서 길도 잘 모르는데.. 나뭇가지를 손으로 치우다가 풀로 만들어진 키가 굉장히 큰 담장에 손이 닿았는데 풀담장 인줄 알았더니 딱딱하게 손에 닿았다. 뭐지? 하고 풀을 헤쳐 보았다. 돌? 기와? 풀 뒤로 감춰진 사극드라마 같은데서 보았던 돌담장이 보였다. 걸으면서 풀을 헤쳐 보다가 어느 곳에서 손이 숭 들어갔다. 두 팔로 풀 사이를 갈라 보자 돌담장이 끊기고 사람 한명이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사이를 두고 다시 돌담장이 시작되었다. 뭘까 여긴?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고민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으로 들어오자 들쑥날쑥했던 발치의 풀들이 잘깍여 정돈 되어 있었다. 설마 공이 여기 안까지 들어 온건 아니겠지..그런 생각에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신비한 느낌이 드는 곳인 것 같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이었다.  


-파스락 


갑작스런 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개를 훽훽 돌려 정체 확인하려 애썼다. 뭐였지? 그때 다시 풀소리가 났고 그것은 보다 낮은 곳을 봐야 확인 할 수 있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저에게 살갑게 다가오고 있는 작은 삽살개였다. 태어난 지 몇 개월이나 됐을까 굉장히 어린 티가 나는 강아지였다. 귀여워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자 그제야 강아지의 입에 물린 찾고 있던 공이 물려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를 향해 뻗었던 손은 공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강아지는 몸을 홱 돌려 쪼르르 달려가 버렸다. 어어, 잠깐만! 강아지를 뒤꽁무니를 따라 달려갔다. 그리 오래 못가서 강아지를 놓쳤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걸음을 멈추었다. 멈춰 선 곳에선 옛날집.. 기와집이 보였다. 대문이 아닌 마루가 보이는 걸 보니 여긴 뒤뜰? 뒷마당 정도 되는 것 같다. 아까 돌담장도 그렇고 여긴 한옥마을 인가? 풍채 좋고 분위기 느껴지는 가옥에 시선을 빼앗겨 두어 발자국 더 들어가다 나는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대청마루에 한 남자가 얌전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아.. 사람이 사는 집이구나.. 숨을 내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자는 것이 맞긴 한 걸까 미동조차도 없다. 사아-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남자의 새카만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과 같이 풍경이 흔들렸다. 맑은 소리가 고요하게 울리자 남자의 가지런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눈꺼풀이 들어 올려졌다. 머리를 내 쪽으로 하고 누운 상태에서 눈이 마주쳤다. 주춤 뒷걸음을 질을 쳤다. 남자는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어깨에 걸친 단아하게 빛나는 단 길이가 긴 흰색 비단 저고리가 한쪽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안에 입은 옷은 한복인가? 알 수 없었지만 조금 특이했다. 누구..? 남자의 도톰한 입술이 달싹 거렸다. 


"죄송해요, 공을 찾으러 왔다가.." 


"외부사람?" 


"사, 사람이 사는 집인 줄은 몰랐어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냐. 잠깐만. 쉿, 조용히.." 


"..네?" 


"괜찮아 이리와." 


남자는 입 꼬리 살며시 올라가더니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황당한 말에 그것을 보고도 멍청하게 서있자 남자는 음성으로 직접 가까이오라고 말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남자가 계속 손짓하는 바람에 대청마루 까지 주춤주춤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남자 걸치고 있던 비단 저고리는 더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움직일 때 마다 흔들거리는 한쪽 귀에 걸고 있는 큰 장신구도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모습에 빠져 있던 나에게 마루에 앉으라는 듯 손바닥으로 마루를 두드렸다. 마루를 두드리는 손엔 고운 색을 띈 옥가락지가 검지에 끼워져 있었다. 나는 마루에 앉아 지붕을 쭉 훑어보았다. 기와의 곡선이 정교하고 날렵했다. 그때 무릎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내려 보았더니 아까 그 삽살개였다. 여전히 내 공을 입에 물고 있는 체였다. 남자의 손이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코앞에 손을 내밀자 강아지는 신기하게도 공을 남자의 손 안에 놓아주었다. 이게 찾던 공이니? 남자는 내게 공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공을 받아 들었다. 아마도 남자는 이 강아지의 주인인 모양이다. 강아지는 또 신나서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녔다. 미안, 얘가 아직 어려서.. 말끝을 흘리며 강아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나는 남자가 보지 않았지만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남자는 강아지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름이 뭐야?, 나이는? 어디서 왔어? 연달아 질문을 내뱉는 통에 잠깐 버벅거리다가 차근차근 하나씩 말해주었다.  


"영재.. 나보다 어리네? 그럼 여기 온지는 별로 안됐구나." 


"네, 그래서 친구랑 캐치볼 하다가 공이 넘어가버려서 찾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캐치볼?" 


"아, 공을 그냥 주고받는 건데, 야구 하기전 준비운동이라고 해야 하나?" 


"야구가 뭐야?" 


남자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히며 내가 혹시 몇 백 년 과거여행을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스웠지만 난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년도와 날짜를 물어보았다. 남자 입에서 올바른 년도와 날짜가 나오자, 나는 작게 안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미안. 이라고 저에게 사과는 하는 남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렸을 때부터 여기 안에서만 지내서 바깥일은 잘 몰라.. 꼭 필요치 않으면 주변에서 알려주지 않거든." 


"여기서 나간 적이 없다구요?" 


"응. 바깥사람을 본건 너가 처음인데?" 


말을 하면서 살짝 표정이 어두워 졌던 남자는 다시 표정을 피며 내게 좀 더 말해 달라고 했다. 야구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야구라는 단어가 좀 어색하게 들렸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애처럼 눈을 밝히며 제게 다가오는 남자에 나는 거절할 세도 없었다. 야구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해주자 남자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하다가 그냥 제 어릴 적 때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말하면서 중간 중간에 남자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기도 하고, 궁금해 하는 것들에 모자란 말 주변을 총 동원해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 못 알아듣는 거 없이 잘 알아들어 주었다. 내 애기를 하다 남자의 대해서도 살짝 들었다. 정말 여기서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으며 유일한 말 동부는 저 삽살강아지라고 말했다.  


"왜 나가지 못해요?" 


"당주가 되기 위한 학문을 배우고 있거든" 


"당..주? 그 집안에 주인, 막 그런? 그럼 왕실 같은 거예요?" 


"음.. 종갓집이라는 개념이 가까울 거야. 당주는 아주 어릴 때 정해지고 그때부터 교육을 받아. 외부와의 접촉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못나갈 뿐더러 집안사람 외엔 말도 나누면 안 돼. 아마 너랑 이렇게 있는 걸 보면 나인이 매우 화 내걸" 


혼 날거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게 남자의 표정은 밝았다. 나인라고 칭하는 사람은 시중을 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듯했다. 이런 호칭이라던가 배경을 들었을 때 평범한 집안은 아닌 게 지레 짐작은 갔지만 아무리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곤 하지만 사람을 가둬 두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나.. 제아무리 여기가 넓다고 해도 얼마나 답답할까? 마음 편히 이야기 할 상대가 강아지 밖에 없고.. 남자가 저를 보고 반가워 하던 게 이제는 이해가 갔다.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들은 남자에겐너무나 생경한 일로 다가가 내 한마디 한마디에 작게 열광했다. 사락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잘 깎여진 잔디가 발끝을 간질였다. 풍경소리가 또 한 번 청아하게 울렸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남자가 흔들리는 풍경을 보다가 저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리곤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비단 저고리를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나 양쪽으로 창호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 곳이 남자의 방인 걸까? 살짝 열어진 문 틈 사이로 살펴보자 옛 가구인 장(欌)과 궤(櫃) 같은 가구도 보였고 보료라고 했던 교과서에서 보았던 침구도 살짝 보였다. 살짝 열어진 문이 다시 열리고 남자가 작은 나무상자를 들고 나왔다. 제 앞에 앉아 그것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알색달색한 한과들이 한가득 있었다. 상자를 닫고 내 허벅지위에 올려주었다. 깜짝 놀라 나에게 주는 거냐고 묻자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뭐라도 주고 싶어서 급하게 가져왔는데 괜찮아?" 


"받아도 될지 싶을 정도인데요.." 


"다행이다" 


그리고 방문 너머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남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마루에서 내려와 마루위에 선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내일 또 봤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흘리고 방으로 홀연히 들어갔다. 짧았다고 한다면 짧은, 길었다고 한다면 길었던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품안에 안은 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상자에게서 제사때 피우는 향(香)같은 냄새와 나무향이 은은하게 났다. 어쩐지 남자에게서도 이런 향이 났던 것 같다. 어느새 제 아래서 꼬리를 흔들며 서있는 삽살이에게 손을 흔들고 나는 그곳에서 나왔다. 

  

  

다음날 책상에 앉아 한과가 들어 있는 상자를 보며 책상에 손가락을 달그락달그락 굴리면서 고민하였다. 마지막에 또 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계속 생각나면서 책상에 엎드려 이리저리 굴렀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웬 진상이냐며 등짝을 맞고 일어났다. 어휴, 그래 이렇게 찝찝해 할 거 그냥 가는 게 낫지. 나는 고민하다가 결심에 차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 그 잔디평원으로 갔다. 숲으로 들어가기 전도 망설이긴 했지만 이내 발을 들였다. 어쩌다가 들어가게 된 곳이라 그런지 길을 찾는데 만 30분이상이 걸렸다. 풀 담장이 보이자 손으로 더듬거려 비어있는 곳을 찾아 가르고 들어갔다. 벌어진 풀을 다시 잘 여미고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갔다. 혹여 다른 사람에게 보일까 기둥 뒤에 숨어 기웃거렸다. 별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마루쪽 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어제와 같이 남자는 마루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아, 깨우면 안되겠지? 입을 꾹 다물고 다시 돌아가려 돌아서는데 삽살이가 기둥 뒤에서 불쑥 튀어 나와 왕왕 짖어뎄다. 나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그 자리에서 총총 뛰었다. 제발 삽살아 쉿! 조용히! 내 바람에도 삽살이는 계속 짖어 댔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잠에서 깨 일어나고 있었다. 남자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왔네?" 


"죄송해요 깨울 생각은 없었는데.." 


"어제도 그렇고 나만 보면 사과네. 괜찮아 오히려 안 깨우고 갔다면 섭섭했을 거야.. 이리와." 


이리와 라는 소리에 삽살이는 저에게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쏜살같이 달려가 두발을 마루 끝에 데고 두발로 일어섰다. 남자는 푸스스 웃으며 삽살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내게 오라 다시 손짓했다. 나는 곧잘 알아먹고 마루에 얌전히 앉았다. 남자는 오늘은 고동색을 바탕으로 옷고름과 소매 끝 부분이 살구색의 비단 저고리를 어제처럼 어깨에 걸치고 있었고, 귀에 달랑거리는 금장식구도 바뀌었다. 남자가 구석에 놓여진 매끈한 고무공을 손끝으로 흘려 떨어트려 주자 삽살이는 그것을 물고 또 앙증맞은 발로 땅을 내딛으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 또 와줘서." 


"아, 그게.. 한과도 주시고 그래서.. 마지막에 또 오라고도 하셔서.." 


"한과는 맛있었어?" 


"네! 무척. 근데 한과보다는 상자가 더 맘에 들었어요." 


"그래?" 


"네, 약간 옛 느낌이 나는 물건을 좋아해서" 


"으흠.." 


여기로 이사 온 뒤로 옛 물건이라던가 가구 같은 것에 매력을 느껴서 꾀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따뜻한 나무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이집도 무척 좋았다. 그럼 이런 것도 가질래? 남자의 말에 네? 하고 되묻자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장(欌) 에서 뒤적거리니 또 무언가 손에 한 아름 들고 나왔다. 문을 닫고 가지고 나온 하얀 천에 싸진 것을 펼쳐 마루에 놓자, 나는 입을 살짝 벌리며 감탄했다. 알록달록한 천으로 곱게 꿰어진 노리개들과 오묘한 색을 띄고 있는 저가 초등학교 때 갖고 놀던 구슬과는 차원이 다른 구슬들이 마루 위를 굴렀다. 예쁘다.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남자는 어렸을 때 자주 갖고 놀던 구슬이라며 햇빛에 비추면 색이 더 예쁘다고 했다. 구슬을 하나 햇빛위로 들어올리니 정말로 처음에 띄었던 색과 다른 색을 내는과 동시에 색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구슬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노리개를 손위에서 굴렸다. 


"노리개는 여자들이 하는거 아니에요?" 


"아녀자들의 장신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의미를 담고 선물을 하기도 하지. 이것들은 내게 현명하고 바른 당주가 되라는 의미에서 집안 어르신들이 주신거야." 


"그렇구나. 근데 이런 거를 받아도.. 아니, 주셔서도 괜찮으세요?" 


"난 필요 없어. 가지고 있어도 무의미한 것들이고, 어차피 가지고 있을 거라면 좋아할 사람 곁에 있는 게 얘네들 한테도 좋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고 노란 노리개를 내 손위에 올려주었다. 정말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에 남자를 향해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런데 역시 자는 도중에 깨웠던 게 화근이었는지 남자가 입을 가리고 살짝 하품을 했다. 두 눈을 느리게 꿈뻑이는 모습에 졸립냐고 묻자 나른한 표정으로 원래 잠이 좀 많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나 때문인지 잠을 깨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잠이 한 가득 담긴 눈이 안쓰러워 자도 상관없다고 했다. 남자는 샐쭉 웃더니 그냥 누워만 있겠다고 하고 몸을 뉘였다. 그런데 머리가 예상치 못하게 내 허벅지위로 올라왔다. 남자의 검은 머리사이로 귀에 걸렸던 장신구가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간질였지만 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제 몸이 느껴졌는지 불편해? 라고 묻자는 나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푸스스 웃더니 몸을 덮은 길게 늘어진 비단 저고리 사이로 팔을 잔디 위로 뻗었다. 나는 어색한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구슬에 다시 눈이 가 하나를 집어 들어 햇빛에 비추었다. 다시 영롱한 색이 눈동자 가득 찼다.  


"참 널 닮았지." 


"..네?" 


"작고" 


"..." 


"동그랗고" 


"..." 


"빛나고" 


"..." 

"예뻐."
      

구슬에게서 시선을 내려 남자를 보았다. 돌려 누운 상태에서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햇빛을 보고 있어서 그런 걸까 내 얼굴은 평소보다 좀 더 더웠다. 손부채질을 하는 저가 가여웠는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남자의 고운 머리카락이 바람 때문에 살짝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그새 잠이 들었는지 남자의 규칙적이 숨이 허벅지에 닿았다.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윤이 나는 결 좋은 머리카락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한 번 만져 볼까 손이 머리 위를 배회했다. 닿을 듯 말듯 거리던 손이 살짝 머리카락이 닿았다. 살살 결 데로 쓸자 예상대로 너무나 보드라웠다. 혹시 깰까 얼른 손을 거두었지만 잠이 많은 게 아니라 전날 밤에 잠을 못 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게 잠들었다. 착착, 풀 밟히는 소리와 함께 삽살이가 고무공을 물고 다가왔다. 이번엔 큰소리 내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며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삽살이는 알아들었는지 공을 내려놓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자리를 잡고 엎드려 누웠다. 이제는 정말 작디작은 자연의 소리만이 정적을 매꾸었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자 어쩐지 나까지 나른해져 나무 기둥에 머리를 기대었다. 슬슬 눈을 감으며 나는..아니, 우리 셋은 그렇게 달큰한 낮잠에 빠졌다.             


    
    
        
조금 익숙한 향이 무의식중에 느껴졌다. 뭐라고 했지? 이 향을.. 살짝 쓴 냄새 같기도 하고. 음.. 마른 풀 냄새? 나무? 아아, 맞다 향(香)내가 베인 나무 향이였지. 그 남자한테서 나는.. 순간 남자의 잔상이 스치면서 눈이 번쩍 띄어졌다. 필시 제 방에서 보았던 천장과 벽지와 주변 가구는 아니었다. 낯선듯하면서 낯익은 풍경의 방이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그림자가 지는 옆쪽으로 살짝 돌아보았다. 서안(書案)에 앉아 작은 호롱 빛에만 의존한 체 한지 책을 팔랑팔랑 넘기며 집중해 읽어내려 가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천장을 한번 보았는데 여느 현대 집과 같이 형광등이 달려 있었다. 저러면 눈 나빠 질 텐데.. 남자가 책장을 한 장 더 넘기려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주친 눈에 거의 동시에 웃었던 것 같다. 일어났어? 나긋한 음성과 함께 자리에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어내었다. 바닥에 손을 데며 저에게 춥진 않았는지 물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해가 완전히 졌는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어?"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근데 저 이렇게 안에 들어 와있어도 괜찮아요?" 


"무슨 일인지 거의 다 큰집으로 올라가고 없어" 


"그럼 아무도 없어요?" 


"소일거리를 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아마?" 


나는 눈을 데구루루 굴리다가 그럼 몰래 나가도 모르지 않나? 라고 중얼거렸다. 내 작은 중얼거림에 남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에 살짝 주눅이 들어 안 되나..? 개미 기어가는 소리를 냈다. 눈치를 슬금슬금 보는 저가 웃겼는지 곧 웃어보였다. 그리고 내 코를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가 놓았다. 


"앙큼하긴" 


"안돼요?" 


"내 아무리 여기가 답답해도 그건 안 돼." 


"죄송해요.." 


"꾸짖으려고 했던 아닌데?" 


작게 소리 내어 웃더니 앞까진 데려다 준다며 옷을 걸치려는지 농쪽으로 돌아섰다. 나는 그사이 서안을 향해 무릎으로 기어가 눈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방금 전 읽다만 한지 책이 그대로 펼쳐진 체 놓여 있었고 그 옆엔 두어 권에 한지책이 쌓여져 있었다. 먹도 있고 벼루도 보였다. 반대 쪽 에는 붓통에 크고 작은 붓들이 꽂혀져 있었는데 그중에 얇고 작은 붓에 한자로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 한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뭔지 알 것 같은데 뭐였지? 알 듯 말 듯 한 한자 모양에 입을 뻐금거렸다. 


"저? 정..정?" 


"정대현" 


어느새 제 옆에 와 허리를 숙여 붓을 집어 들었다. 호롱 빛에 반사되어 귀 장신구가 크게 반짝였다. 나에게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이라고 알려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나. 정대현. 그와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붓을 다시 붓통에 꽂고 내게 구슬과 노리개가 싸진 흰 천을 챙겨 주었다. 호롱불을 입김으로 훅 끄고 창호지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달빛으로 짧은 그림자가 영하게 방안에 드리워졌다. 남자를 따라 방을 나왔다. 댓돌 위에 옛신과 내 운동화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남자가 곱게 자수가 놓아진 신을 신고 먼저 내려갔다. 운동화를 신으려 높은 마루에서 발을 내리는데 익숙지가 않아 몸이 휘청 휘청거렸다. 남자가 허공을 붕붕 휘젓는 산만한 손을 살며시 잡아 중심을 잡아 주었다. 그러자 겨우 중심을 잡고 운동화를 발에 우겨 신고 내려왔다. 남자가 저가 온 쪽에서 반대로 가려고 하자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실어 잡아 당겼다. 남자의 몸이 반동하더니 내게 몸이 틀어 졌다. 그쪽이 아닌데. 남자를 비밀담장(?) 쪽으로 데리고 갔다. 남자는 그 출구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걸까? 담장 쪽으로 가는 내내 어리둥절 하는 얼굴이었고, 출구를 보여 주었을 땐 꾀 놀라는 눈치였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너가 어디서 들어왔는지가 궁금했는데 오호라.." 


"모르고 있었어요?" 


"전혀. 신기하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아마도 나처럼 여기가 지루해, 선조분들 중 한 분께서 꾀를 부리신 게 아닌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분께 감사드려야 겠어." 


"왜요?" 


"이것이 없었다면 너가 내게 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고개를 살며시 틀어 그를 바라보자 그도 나를 향해 얼굴을 느릿하게 돌려 시선을 맞춰 왔다. 감사드려야겠어. 남자는 다시 한 번 나지막이 읊조렸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묘한 감정이 밧줄이 되어 온 몸을 꽁꽁 묶어 버린 것 같았다. 주변
이 너무나 조용해 제 심장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맞잡은 손을 통해 제 두근거림이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 대신 저를 등지고 남자를 비추는 달빛에 나는 안도했다.  


"잘가" 


남자의 차분한 음색이 주문이라고 되는 냥 빳빳이 굳었던 몸이 풀렸다. 잡은 손을 살며시 놓아주자 서로는 뭔가 아쉬운 듯 손끝을 맞부딪히며 허공에서 아른대며 완전히 떨어졌다. 내일도 올 거야? 남자의 물음에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체 짧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푸스스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이제 정말 가는 거다? 그 소리에 또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눈을 들어 올려 살짝 웃고 있는 그와 잠시 마주 웃은 뒤 담장 사이를 빠져 나왔다. 평범한 작은 숨 안에 다시 들어왔다. 벽 하나를 두고 사이와 사이의 세상이 너무나 달랐다. 등을 돌린 남자의 모습을 보고 풀을 정리해 덮었다. 달이 크고 밝아 길은 그리 어둡지 않아 돌부리 같은데 걸려 넘어질 걱정은 하지 않고 저벅저벅 마른 풀을 밟으며 담장을 따라 길을 걸었다. 선선해진 밤공기에 바람이 불어 숲속 나뭇잎들이 서로 얽히는 소리와 함께 맑은 풍경소리도 작게 들려왔다. 맑은 공기에 아직 긴장이 섞인 숨을 크게 내쉬며 들뜬 심장을 달랬다. 달랑거리는 소리가 잠잠해 질 때 즘 다시 고요해져 갔다.  


"영재야" 


그때 담장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걸음 멈추었다. 분명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를 따라 건너편에서 걸어 온 것일까. 천천히 담장 가까이 다가가 벽 너머로 보일 남자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조심히 가." 


"..." 


"대답" 


"..네" 


옅은 웃음소리가 들린 뒤 이젠 정말 온연한 침묵이 찾아 왔고 난, 담에 이마를 덴체 한 동안 숨을 고르고 있었던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만나러 갔다. 하루에 일과 중 그를 보러 가는 것은 하나의 의무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현대문화에 대해 궁금해 했고, 들려주면 무척 즐거워했고, 나 역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 항상 그에게 받기만 해서 뭐가 좋을까 하다가 나에게 주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었지만  집에서 재배한 싱싱한 과일을 곱게 보자기에 싸서 갖다 주었더니 남자는 무척 좋아했다. 과일을 받은 날은 정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보여 뿌듯해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하루는 집안사람에게 들킬 뻔해 가슴을 졸였던 적도 있었다. 급한 데로 마루 밑에 숨어 삽살이와 함께 기어 나오는 저를 보고 항상 잔잔하게 웃던 남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크게 웃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는 책을 자주 읽었는데 읽는 책에는 한글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자로 된 오래된 한지 책을 많이 골라 읽었다. 읽지도 못하면서 옆에서 궁금해 훔쳐보노라 하면 남자는 가만히 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그러다가 내가 졸아 버리는 게 다반사 였지만.. 그렇게 그와 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특별히 하릴없이 마루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자는 어쩐지 아까부터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도 잘 하지 않았다. 심심해 삽살이를 데려다 내 아빠다리 안에 앉혔다. 금방 애교를 부리길레 작고 따끈한 배를 쓸어주었다. 그러자 더 내게 몸을 부벼 왔다. 삽살이도 처음봤을때와 비교해 어느새 많이 커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귀여웠다. 남자는 내옆에서 나와 삽살이의 모습을 보며 삽살이가 이제는 자신보다 나를 더 따른다고 말했다. 폭신한 삽살이의 발바닥을 꾹꾹 눌렀다.  


"그 아이 너가 데리고 갈레?" 


"네? 농담도." 


"아니.. 데리고 가줘" 


오늘 만나 인사 말고는 말이 없었던 남자가 평소랑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말을 했다. 삽살이 때문에 내렸던 고개를 완전히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책을 저만치 치워 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삽살이를 안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무슨 일 있어요?"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곧 본가로 올라가" 


"본가요?" 


"여기보다 더 넓고.. 답답한 곳으로" 


삽살이가 낑낑 데더니 제 안에서 몸부림을 치며 품안에서 빠져 나가려 애를 썼다. 그 작은 몸뚱이를 놓지 않으려 더 안으로 끌어안았지만 이내 삽살이는 자리를 박차고 마루 아래로 내려갔다. 오늘따라 남자의 검은 머리가 더 칠흑같이 어두워 보였다. 


"그곳을 가면 그땐 정말 이렇게 나오는 것도 어려울 테지. 저 아이는 더 자유로운 곳이 필요해" 


"...언제 가는데요?" 


"이틀 후" 


몸이 무의식적 반사같이 마루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틀. 너무나 터무니없이 짧고, 갑작스러운 시간이 이었다. 왜, 왜.. 자꾸 같은 말이 입에서 맴돌아 내뱉어 졌다. 남자는 마루에 앉은 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엔 미안함이 역력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복숭아씨앗처럼 걸려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어차피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고 이것은 남자의 집안에 어쩔 수 없는 규율이기 때문에 나는 남자에게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한다거나 그 어떠한 감정도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곳에 가면 영영 보지 못하게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갑자기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뭔가에 홀리듯 무거운 발을 끌며 몸을 틀었다. 하지만 제 손목을 잡고 끄는 남자에 손에 당겨지듯 다시 몸이 돌아왔다. 이거 놓으라며 손목을 비틀었지만 남자는 꾹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표정도 단단히 결심이라도 한 듯 흔들리지 않았다. 손을 내 쪽으로 잡아당기고 흔들어도 악력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내 말도 듣지 않게다는 듯 저를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어린애 같은 그의 행동에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반 포기상태로 살짝 틀어진 남자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놔줘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때 인기척이 들리고 남자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곳을 빠르게 눈으로 흘겼고, 다시 한 번 손목을 비틀었다. 이대로 있다가 분명 들킬 거고 남자에게 있어서 큰일 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저를 향해 고개를 돌릴 뿐 손을 놓지 않았다. 


"놔요! 누구 오잖아요!" 


"싫어" 


"이러다 정말 큰일 나요!" 


"지금 놓아주면 너 가서 안 돌아올 거잖아" 


"그건.." 


[당주님] 


"아, 저..빨리 놓으세요!" 


"안 간다고 말해" 


[당주님, 계신지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결국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자는 손목을 그대로 잡고 끌어 담장으로 가는 모퉁이에 들어가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남자는 벽에 등을 기댄 체 얼굴을 벽 밖으로 살짝씩 빼며 동태를 살폈다. 남자에게 나가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자 싫어. 라고 말하며 이제는 아릿한 느낌까지 나게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잠시 후 남자를 찾는 목소리도 잦아지자 그제야 내게 얼굴을 돌렸다. 여전히 뭔가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자, 알았어요. 안가요. 확실히 약속을 되짚어주자 표정이 살짝 유하게 풀어 졌다. 손목을 아프게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느슨해지면서 스르륵 타고 내려와 내 손을 감쌌다.  


"큰집에 사람들이 올라갔었을 때 정해진 일인가 봐" 


"그럼 왜.." 


"차마 너에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일부러 말을 안 한게 아니야" 


"..." 


"어린애처럼 고집 부렸던 것도 미안해. 근데 지금 붙잡지 않으면 넌 가버릴 테고, 난 뒤따라가지도 못하는데 시간도 없잖아"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어 말하는 그는 정말 심통해 보였다. 어쩌면 내일도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손끝이 파르르 떨려오는 것을 숨기기 위해 남자의 손을 세게 그러쥐었다. 어떻게 반응 해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 할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나 급작스러운 이별이 왔다.  

  

  

  


전날 제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에 꾀 늦게 까지 같이 있었다. 오늘, 평소보다 일찍 그의 집에 찾아가 보았다. 벽 뒤에 숨어 살짝 마루 쪽으로 내다보자 집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한복을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아 그 자리에 두 무릎을 모아 쭈그려 앉아 기다렸다. 이러다가 오늘 정말 못 보는 거 아닌가 하는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가는 모습도 못 볼 텐데.. 어제 그냥 밤새 같이 있을 걸 그랬나. 그땐 그랬으면 더 좋았을걸.. 지금 와서야 온갖 뒤늦은 후회들이 밀려왔다. 심란한 마음에 괜히 단단한 잔디를 손으로 뚝뚝 뽑아댔다. 다시 마루 쪽을 보자 여전히 두 사람은 아직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끼익하고 창호지 문이 활짝 열리더니 남자가 나왔다. 남자의 모습에 더 목을 빼고 보았다. 어깨에 걸친 흐린 하늘빛이 도는 비단 저고리가 햇빛에 반짝였다. 남자가 나오자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사람은 허리를 숙여 양 갈래로 길을 텄다.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니 몇 번 입을 뻐금거렸다. 두 여인은 허리를 더 숙이곤 자리에서 물러갔다. 그는 조금 피곤한 얼굴을 하고 마루에 두 다리를 내려 걸쳐 앉고 기둥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 두 눈을 살며시 감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조심히 그에게 다가갔다. 살짝 떨어져 바라보고 있자 어떠한 인기척에도 없이 그가 눈을 떴다. 이리저리 굴러가던 눈동자가 나를 찾아내자 눈에 초승달을 그려냈다.  이리와. 그가 처음처럼 언제나처럼 곁에 오라며 손짓했다. 정말 가지 말라고 매달려 버릴 것 같아 쉬이 움직이지 못한 몸이 남자의 재촉에 어렵게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손 하나를 무언가 올리라는 듯 나에게 내밀었다. 그가 눈짓하자 난 살포시 그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부드럽게 감싸 손을 뒤집어 손안에 얇은 옥가락지를 올려 손가락을 접어 덮어주었다. 남자의 고운 비단이 바뀔 때도 화려한 귀 장신구가 바뀔 때도 항상 바뀌지 않고 손가락에 끼어져 있었던 옥가락지였다.  


"단 하나의 연정(戀情)한테 주라면서.. 할머니께서 내게 주셨지." 


"..." 


"아무리 생각 봐도 너 밖에 없는 것 같아. 지금도 앞으로도 내 연정은." 


 
울컥하는 마음을 움켜쥐듯 손안에 옥가락지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결국 남자를 와락 껴안으며 응어리를 터뜨려버렸다.  

  

"안가면 안돼요?.. 그냥 저랑 같이 숨어버리면 안돼요?" 

  

"..." 

  

"가지 마요.." 

  

"..서운할 뻔 했어. 왜 그 말을 안 해주나 하고" 

  

"삽살이도 제가 데려가면요? 저한테 이렇게 다 주고 거기서 혼자 어떻게 지낼 건데요" 

  

"나 잊지 말라고 일부러 다 주는 거야. 절대 잊지 말라고. 그리고 난 거기서 너랑 같이했던 기억을 꽃잎처럼 하나씩 떼어가면서 하루하루 보낼 거야. 그러다 그 꽃잎이 다 지면.." 

  

남자가 숨을 고르고 저를 더 끌어안았다. 포근한 향내가 풍겨왔다.  

  

"그 꽃잎이 다 져서 정말 보고 싶어 질 때, 그땐 내가 널 보러갈게." 


"..." 


"넌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려줘." 


 
품에서 떨어져 그와 마주 앉았다. 절대로 작별의 의미가 아니야.. 재회를 약조하는 의미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제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 입술을 살짝 맞대었다. 맞닿은 입술에 홧홧이 열이 올랐다. 잔잔한 물결 같은 입맞춤이 계속되다 촉, 하고 떨어졌다. 

  

  

담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몇 분을 그 자리에서 서있었다. 남자는 그런 나를 재촉하지도 않고 달레지도 않고 그저 그냥 가만히 곁에 있어주었다. 좀 더 같이 있으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남자도 안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같이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삽살이를 품에 안고 이젠 정말 가려 담장 너머 거친 풀을 밟았다. 몸이 완전히 빠져나가고 나서 그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갈게요. 잘 있어요. 이 작은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가 가지 않으면 계속 서있을 걸 알기에 나는 두 눈 질끈 감고 돌아섰다. 저벅저벅 걷다가 담장 입구가 멀어질 때 즘 걸음을 멈추었다. 앞으로 길게 뻗은 담을 눈으로 쓸었다. 가쁜 숨을 고르고 담에 가까이 붙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듣고 있어요? ..저 갈게요 잘 있어야 돼요" 

  

"삽살이, 저한테 잠깐 맡겼다고 생각할게요. 제가 아프지 않게 잘 돌보다가 돌려줄 거예요." 

  

"다시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기다릴게요.." 

  

"좋아해요 많이."      

  

"응.." 

  

"..." 

  

담 너머로 들리는 작은 음성에 걸음을 멈추다 삽살이를 꽉 껴안고 내달렸다. 숲을 빠져나와 잔디평원을 지날 때까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때 서야 두 다리를 멈추었다. 그렇게 집까지 걷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 질뻔 한게 수십 번이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작은 밭에서 일을 하다 온 엄마가 보였다. 저를 발견하고 다가오다 품에 안긴 작은 삽살이를 보고 꾀 놀란 얼굴이었다.  


"어디 갔다 와? 그 강아진 뭐니?" 

  

"엄마, 이 강아지 키울래."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이 강아지 키울래. 키워야 돼." 

  

"어디서 주워 온 거야 빨리 도로 가져.." 

  

"키우자. 우리 이 얘 키우자..흐..키워..제발.." 

  

"너, 울어? 왜 그래? 아들..?" 


삽살이가 낑낑거리며 내 품에 더 파고들어 왔다. 그날 떨어지는 눈물로 삽살이의 보송한 털이 젖을 만큼 울며 나는 애원하다 시피 엄마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 했었다.    

  

  

  

그 해 가장 아픈 사랑니가 났다. 

 
            

  

  

  

  


** 

  


파릇파릇한 나뭇잎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쏟아져 내렸다. 전공책부터 시작해 잡다한 것이 들어 무거운 백팩을 한번 고쳐 매고 캠퍼스를 걸어 나갔다. 작은 캠퍼스에는 강의실을 향해 달리는 사람도 있고 그에 비해 벤치앉아 늘어져 있는 선배들도 보이고 마치 제가 갓 입학할 때처럼 강의실이 어딘지 갈팡질팡하는 새내기도 보였다. 작지만 외진 곳에 있는 대학 치고는 꾀 사람도 많고 활기 넘치는 대학이었다. 내리막길을 팔랑팔랑 거리며 내려가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팔로 목을 감쌌다. 덕분에 몸이 앞으로 쏠리며 휘청거렸다. 누군가 하니 같은 과 친구 종업이었다. 좋은 얘 이긴 한데 흥이 많아 옆에 있으면 가끔 이렇게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어디가? 집?" 


"응, 너는?" 


"잠깐 친구들 좀 보려고" 


"아, 그 무리에 과대 있지? 자 이거 전해줘 맨날 나한테 프린트 해 달래." 


"큭큭, 고생이 많다. 근데 너 그 옥반지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했는데, 할머니 유품 같은 거야? 맨날 끼고 다니네?" 


프린터를 전해주다 보인 내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옥가락지를 보고 종업이가 물었다. 아직도 맑은 옥색을 띄고 있는 가락지를 가만히 내려 보다 입 꼬리를 씨익 올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준거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할머니야? 응?"  


"몰라. 나, 간다~" 


제 목에 두른 팔을 풀어버리고 빠르게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갔다. 빨리 가서 삽살이 산책 시켜줘야지. 버스시간에 맞춰 정류장까지 달려갔다. 시간 맞춰 오는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다. 내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계절이 보였다. 남자와 만났던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헤어지고 나서 그 계절을 이듬해 4번 맞는다. 난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우리 집은 작은 밭에서 이제는 꾀 큰 농장을 꾸려 나갔다. 삽살이도 내 품에 안기던 애기가 아니라 무럭무럭 자라 늠름한 삽살개가 되었다. 해가 바뀌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의 대한 기억과 마음은 그대로였다. 매일매일 옥가락지를 보며 그를 생각했고, 그가 준 물건을 보며 추억했다. 그리고 가끔 그의 집에도 가보기도 했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가 볼 때는 그가 다시 있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상상으로 긴장했다. 하지만 그 곳은 사람의 온기라곤 느낄 수 없는 황량한 한옥이 되었다. 달랑거리며 맑은 소리는 내는 풍경도 사라지고 마루엔 먼지가 소복했다. 버스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삽살이가 이제는 제법 굵은 소리로 짖어 대며 반겼다. 엄마가 너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며 삽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엔 반대를 하던 엄마는 이제는 나보다 더 삽살이를 좋아한다. 가방을 현관 앞에 내려두고 목줄을 채워 삽살이를 데리고 나갔다. 항상 산책은 잔디평원으로 갔다. 사람도 차도 없어서 삽살이가 뛰어 놀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잔디평원에 도착해 목줄을 풀어주자 신나게 땅을 차고 돌아다녔다. 멀리가면 안 돼. 삽살이에게 일러두고 그늘이 진 나무 밑으로 가 앉았다. 곱게 끼워진 옥가락지를 손으로 쓸었다.  


"잘 지내나 몰라, 나랑 삽살이는 잘 있는데.. 아직도 그 꽃잎 다 안 졌어요? 이제 질 때도 된 것 같은데.." 


한숨을 포옥 쉬고 몸이 뒤로 넘어갈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나무기둥에 정수리를 콩 박고 나서야 젖혔던 고개를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집 큰 덩치가 보이질 않았다. 어딜 간 거지? 엉덩이를 털고 그늘에서 나와 잔디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탁 트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금 여기에 없다는 것이다. 설마 숲으로 갔나? 작은 숲이 여도 숲은 숲이었기 때문에 잘 못하면 못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빠르게 숲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여기저기 뒤져 보았지만 삽살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도 없으면 남은 곳은 하나다. 남자의 집. 생각을 끝내는 순간 걸음은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사이 더 무성한 풀로 가려진 담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삽살이가 가르고 들어간 흔적이 보였다. 한동안 안 왔었는데.. 풀을 가르고 들어가자 텅 빈 마루가 보였다. 더 안으로 들어갔나? 잔디가 이제는 너무 자라 걷기 힘들 정도였다. 마루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데로 가보았다. 하지만 내 앞은 허리께 까지 자란 풀들만 무성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얘가 대체.. 걱정이 불안이 될 때 쯤 뭉툭한 무언가가 뒷 허벅지에 닿았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삽살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쭈그려 앉아 삽살이와 눈높이를 마주 쳤다. 어디 갔다 왔어? 걱정했잖아. 아프지 않게 코를 톡, 치자 월! 하고 짖고는 몸을 돌려 마루 쪽으로 가버렸다. 어어, 삐졌어? 또 놓칠세라 따라 뛰어갔다. 다행이 마루 앞에 곧 엎드려 누워있는 삽살이가 보였다. 삽살이가 풀밭에 내렸던 얼굴을 들어 올려 정면을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누가 있나? 기둥 뒤에서 슬쩍 마루 쪽을 보았다. 삽살이의 앞에는 말끔한 흰 반팔티셔츠에 짙은 색의 진, 운동화, 그리고 옅은 갈색의 머리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완전히 기둥 뒤에서 나오자 남자가 저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꽃이 다 져버렸거든" 


"..." 


"약속했지?" 


꿈인가.. 휘청휘청 걷다가 이내 숨을 깊게 들어 마시고 단숨에 달려 그에게 안겼다. 얼굴에 닿은 품에서 옅은 향내가 베인 나무향이 났다.  

  

"다녀왔어. 내 연정(戀情)아." 

  

 

 

 

 

안녕하세요^^ 깔로레 입니다.

오랜만에 글잡에 찾아왔어요ㅎ 많이 늦었죠? 글잡에 오랫동안 오지 않았는데 적지만, 꾸준히 독자여러분들이

글을 봐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셔서 너무너무 기뻤어요^^

오지 않는 동안 글은 쉬지 않고 이것저것 계속 쓰고있답니다ㅎㅎ

그중에서도 사모할 연은 가장 나중에 쓴건데 제일 먼저 마무리가 되었네요ㅎ 어떻게 재미는 있으신지요 ㅠㅠ

밥돌이들 컴백했죠? 노래 너무 좋더라구요 1004!ㅎㅎ

아, 글 중에 당주(堂主) 라는 말은 일본어적인 표현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종갓집증손 즘 된다고하네요^^

마땅히 찾을 말이 없어 공교롭게도 당주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점 이해바랄게요..ㅠ

주절주절..그만 떠들고 가보겠습니다 ㅎㅎ

여러분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B.A.P도 새해복 많이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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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봤어요ㅠㅠㅠㅠㅜ기다렸어요!
10년 전
깔로레
감사해여!!!저도 보고싶었요!!!ㅠㅋㅋㅋㄱㅋ
10년 전
독자2
헐분위기봐......헐.........................와.......
10년 전
깔로레
분위기먹고사는 깔로레식 글..막이레ㅋㅋㅋㄱ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ㅎㅎ
10년 전
독자3
와..넘좋아요..귀한집도련님대현이인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뭔가현대적이면서도옛스러워서넘좋네요ㅠㅠㅠㅠㅠ작가님글은항상너무잘보고갑니다ㅠㅠㅠㅠㅠㅠ
10년 전
깔로레
항상봐주신다니 감사할따름입니다ㅜㅜ 정확히 집어 내셨네요 현대적이면서옛스러움! 이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져ㅜㅜㅎㅎ
10년 전
독자4
깔로레님ㅠㅠㅠㅠ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글 분위기 너무 좋아요 잘보고가요!
10년 전
깔로레
ㅜㅜㅜㅜㅜㅜㅜ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5
아ㅠㅜㅠㅜㅠㅜ작가님ㅠㅜㅠㅜㅠㅜ 이런글너무좋아요ㅠㅜㅠ대영이들막아련아련하구ㅜㅠㅜ 저 삽살이 제가할께요ㅠㅜㅠㅜ느낌아니까ㅠㅜㅠㅜㅠㅜ
10년 전
깔로레
저는 마루라도 할까요..느낌아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ㄱㅋ감사합니다ㅎㅎ
10년 전
독자6
ㅠㅠㅠ작가님 ㅠㅠㅠ아나 ㅠㅠㅠ 이거 ㅠㅠ아 ㅠㅠㅠ 재미쌍여 ㅠㅠㅠㅠㅠㅠ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작가님 개좋이여 ㅠㅠㅠ ㅠㅠ
10년 전
깔로레
ㅜㅜㅜㅜㅠㅜ저도 사.랑.해.요♥ㅋㄱㅋㅋㅋㅋㅋㅋㄲㅋㅋㄱㅋ 재밌다니 저도 좋네요ㅠㅎㅎㅎ
10년 전
독자7
헐..대박..설레요 ㅠㅠㅜㅜㅠㅠ 둘이 어쩜..ㅠㅠㅠㅠㅠ
10년 전
깔로레
ㅠㅠㅠ아련설렘ㅜㅜㅜㅜㅜㅜㅎㅎ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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