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잡힌 고등학교 동창회.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15명중에 4명이나 와있어서 벌써부터 가게 안이 꽉 찬 느낌이었어.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니까 웃기기도 하고, 넌 그 때 그랬네 누가.누구한테 고백했다 차였네 막 이런 얘기들도 하면서. " 어? 야 너 그거 커플링이야? " " 응? 아아, 이거? " 보라고 보라고 그렇게 손가락을 쫙쫙 피고 있었건만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한 명 알아본 홍빈이와의 반지에 드디어 내차례인가 싶어 헛기침을 두어번 하는 너야. " 프러포즈 받았어. 나. " 물론 개같긴 했지만. 뒷말은 강냉이와 함께 아그작 아그작 씹어 삼켜버린 후 벌써부터 손을 모으고 얘기를 해달라는 듯하는 친구들때문에 넌 입을 열었어. " 뭐, 취업준비생정도? 근데 누나들이 다 엄청 잘나가. 집에 돈도 많고. "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벌써 상견례까지 한 사이야? " " 이홍빈. " " 뭐? " 초롱초롱하던 눈빛들을 다 썩어빠진 동태눈깔로 바꿔 장착하고선 김빠진 표정으로 강냉이만 씹어대는 친구년들 때문에 넌 의아한 표정만 짓고 있었어. " 일단 소주 한 잔 해. " " 아니, 왜? 나랑 이홍빈 사랑한다는게 고작 소주 한 잔 값밖에 안되는 가치야? 800원? " " 너 진짜 어떡하냐. " 그 후로 쏟아진 얘기들은 온통 홍빈이의 험담. 음악선생님이랑 사겼다는 얘기부터, 남자 선배한테 고백했다는 얘기까지. 정말 참으려해도 참을 수가 없는 얘기들뿐이었지. " 왜, 우리 홍빈이가 잘생겨서 탐나? 우리 홍빈이가 니네 양파냐? " " 전혀? 걔 고딩때 다른학교 선배랑 잤다며. 하연선배였나. " " 뭐? " " 우리 순둥이 앞길이 험하네. " 이젠 하다하다 잤다는 얘기까지 나오는구나. 차라리 말을 꺼내질말껄. 사실 자꾸만 들리는 험담에 약간 마음이 주춤했어. 홍빈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 진심같은데, 그정도로 사랑에 가벼운 사람이었나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게다가 잤다는 이야기는 소문이라고해도 이홍빈에게는 절대 들려주고 싶지 않은 소문이었어.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도 모르고 벌컥벌컥 들이킨 후 탁 하고 테이블이 깨져라 잔을 내려놓았어. " 너네 이홍빈한테 차였냐? 뭐? 내 앞길 걱정? 니네 앞가림이나 잘해 어?! " 대학교 친구들, 특히 동아리 친구들이나 김원식같았으면 그자리에서 펑펑 울었겠지만 지금 얘네 앞에서 울었다간 정말 개쪽일 것 같아서 눈물을 꾹꾹 참았어. " 존나 나쁜 것들아.. 니네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뭐 니네 남친은 재벌이야? " " 야. 야야. " " 아 뭐어! " " 저기. 이홍빈아니야? " " 에에? " 진짜네. 통유리창 건너편에서 손으로 망원경 모양을 바라보더니 널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이홍빈때문에 떳떳하게 나갈 거리가 생겼어. " 야, 너네 그거 알아? 내 남친 테ㅋ " 언제 뛰어들어온건지 너의 입을 틀어막으며 계속 자기 험담만 하던 것들에게 활짝 웃어주며 미안하다고 하는 홍빈이 때문에 속이 상해. 지가 뭐가 미안해. 이것들이 사과해야지 " 어 홍빈이네. 더 잘생겨졌다 너. " " 고맙다. 넌 그닥 …. 갈게. 나중에 또 보자. " 어색하고 인위적인 미소를 양볼 가득히 띄우며 홍빈이를 향해 손짓하는 친구년들을 뒤로하고 널 질질 끌고 나오는 이홍빈이야. " 아, 아아, 더워어, 덥다고오 " " 얼마나 마셨길래. 내가 미쳐 너때문에. " " 너 진짜야..? " " 뭐가. 또 뭐가. " " 너 진짜 고딩 때부터 다른 여자랑 잤어? " " 그런걸 믿냐. " " 아니지? 아니지이? " " 아니야. 절대로. " " 넌 내꺼야아. 내꺼라고. " " 주정도 귀엽네. " " 홍빈아. 너가, 날 많이 사랑하는걸까? " " 그럼 누가 널 나보다 더 사랑해. " " 나는 널 이만큼 사랑하는데, 너는.. " 무릎을 굽혀서 눈을 맞추고는 입을 맞춰 짧지않은 키스를 해주는 이홍빈때문에 살짝 뿌듯해졌어. 그래, 과거가 뭐가 중요하겠어. 이미 이홍빈을 다 가진건 넌데. " 후회해? " " 아니. 가자 더워. " 차에 타니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그대로 닿아 차다는 느낌까지 들정도로 시원했어. 날개를 살짝 밑으로 내리고 고개를 푸욱 떨구니 그제서야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듯해 안심이 되는 너야. 바람이 불어오는게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평생을 약속한 사이면서, 자꾸만 불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담사담--
저 진짜궁금해요...이분 고백 하셨어요?!?!?!?!?궁금해 죽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근황 공개 좀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쓰랴 공모전에 글 올리랴 흩날리다 번외쓰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늦어서 죄송해유ㅠㅠㅠㅠㅠㅠ사랑함니다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