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닉 ~
ㄱㄴㄷ 순이에요!ㅎ
ㄱ ◁
끵끵 , 거북이 , 고구마 , 거지같은 영어문법 , 고기만두 , 낄낄
ㄴ ◁
노노 , 뉴늉
ㄷ ◁
돌하르방 , 도시락 , 됼됼 , 둠둠
ㄹ ◁
레이이리오레이 , 럽드
ㅁ ◁
만두 , 마카롱
ㅂ ◁
비타민 , 뿌요정 , 봉골레 , 버블 , 바이미 , 빵야빵야 , 블루레몬
ㅅ ◁
심장이큥큥 , 섹시백 , 쇼리 , 새벽반 , 시엔 , 삼겹살성애자
ㅇ ◁
여우달 , 유부초밥 , 엑수호 , 음란면 , 웅야웅야 , 예승이콩먹어콩 , 유플러스 , 이랴 , 우끼끼 , 오리곡이
ㅈ ◁
조화 , 준짱맨
ㅋ ◁
캔디 , 킨더 , 쿨핑구
ㅌ ◁
태기
ㅍ ◁
포코팡 , 팔랑팔랑 , 팬더눈 , 피치 , 판다
ㅎ ◁
홍홍 , 허허허 , 허니 , 해바라기
영어 ◁
abc
숫자 ◁
10
특수 기호 ◁
(하트하트)
예쁜 미성에 폭풍 가창력이지만, 매번 형들에게 밀려서 파트는 별로 없고
프로필에는 175로 나와있지만 실제 키는 16X에
여장 한번 시켜보고 싶을 정도로 선이 곱고, 하얗고, 예쁘게 생긴 너징은
사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어쩌다 보니, 남장을 하고 SM의 신이 보이 그룹 엑소의 13번째 멤버이자 막내가 되었지.
물론 너징이 여자라는 사실은 SM의 고위 간부급 사람들과 너징 담당 스타일리스트 말고는 아무도 몰라.
심지어 엑소 멤버들도.
이런 너징의 썰을 풀어볼게.
정말 오랜만에 멤버들 전체가 스케줄 없는 날이 되었어.
응? 너징은 왜 맨날 스케줄이 없냐고? 아니야, 아니야. 너징도 엄청 바쁜 이 시대의 대세 아이돌 엑소의 막내인데, 스케줄이 없을 리가 없잖아.
요즘 너징이 숙소에 자주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너징 스케줄이 없는 건 아니야.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마침 너징이 스케줄 없는 것 뿐이었지, 너징도 바쁜 아이라고!
아무튼 13명 전부가 숙소에 모여서 퀴퀴한 사내 냄세 폴폴 풍기고 있는데, 너징은 거실에서 뒹굴며 게임이나 하고 앉아있는 멤버들을 보다가 잠이나 더 잘까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
너징이 막내 라인 방에 들어갔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해서 문을 꼭꼭 닫고 너징 침대 위에 누웠지.
침대에 누워서 조금 뒹굴거리다가 인터넷이나 하자는 생각에 너징이 핸드폰을 집으면, 이때다 하고 너징 핸드폰으로 카톡이 와.
(옛날에 구상하면서 쓴 거라, 날짜는 무시해주세요^ㅅ^)
ㅇㅇ... 그러했음.
카톡 내용을 보다시피, 너징과 승호는 내일 만나기로 했어.
너징은 내일 오전까지만 스케줄이 있어서 오후는 좀 한가해.
신기하게도 승호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 다음에 바로 오후 2시에 너징 집 앞으로 데리러 가겠다는 거야.
너징네 집이랑 승호네 집이랑 별로 안 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동만 다른 정도거든?
근데 너징은 지금 집이 아니라 숙소잖아.
너징 집이 다른 지역에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너징 데리러 올 거 그냥 숙소 근처에서 만나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너징은 잠깐 했었는데 왠지 너무 너징 위주로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
그리고 미리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내일 오후에 잠깐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지.
응? 왜 승호를 만난다고 하지 않았냐고? ...ㅎ.. 너징은 어차피 여장(사실 생물학적으로 따졌을 때는 여장은 아니지만)을 하고 돌아다닐 텐데, 매니저는 너징이 여자란 걸 모르잖아. 괜히 친구 만난다고 했다가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둘러댔어.
길거리에서 만나도 매니저는 설마 너징이 여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테니까.
아, 맞다. 너징은 멤버들에게도 집에 간다고 말했어. 너징이 여자란 걸 아는 멤버들한테도 말이야.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너징은 백현, 경수, 민석이 굳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거든.
*
시간이 흘러서 승호와 만날 시간이 가까워졌어.
너징은 생각보다 늦게 끝난 스케줄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화장도 못 지우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는 모자만 눌러쓰고 숙소를 나섰지.
죽치고 숙소 근처에 모여있던 사생팬들이 너징 나오자마자 달려들었지만, 너징은 사생팬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바로 달려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어.
지금까지 너징이나 멤버들이 달려서 도망간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생들은 잠깐 멈칫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너징이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숙소 앞으로 돌아가.
그냥 사생질까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무튼 너징이 그렇게 달려서 지하철을 타고 너징 집 쪽으로 갔어.
아무리 가려도 연예인 포스라는 게 있고, 또 너징이 화장도 못 지워서 주위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긴가민가 하면서 너징 흘끗 보는 것도 일부러 무시한 너징은 다행히 아무런 사고도 없이 너징 집에 도착했지.
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너징에, 빨래 개고 있던 너징 엄마가 놀라서 너징 맞아주셨어.
너징은 오랜만에 집에 와서 좀 죄송하지만, 화장 지우고 옷만 갈아입은 다음에 또 나가야 한다고 했어.
너징 엄마는 아쉬워하시면서 그럼 코코아라도 한잔 마시고 가라셔.
너징은 그 정도 여유는 있을 것 같아서 알았다고 했지.
*
너징이 화장 먼저 지운 다음에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거실로 나오니까, 너징 엄마가 코코아를 머그컵에 따뜻하게 타서 건네셨어.
너징은 고맙다고 말하고는 옷 갈아입은 다음에 먹겠다고 했지.
너징이 방으로 들어가니까, 너징 엄마가 뒤에서 그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하셔.
알았다고 답한 너징은,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너징 장롱을 열어서 가장 여자처럼 보이는 옷을 골랐어.
다른 사람들이 한 눈에 보아도 그냥 단순하게 ' 엑소 막내 징어를 닮은 여자 '처럼 보이게 말이야.
그런 너징의 시야에 너징 엄마가 저번에 너징 선물이라고 사준 검은색 치마레깅스가 보였어.
치마레깅스를 받았을 땐 이거 입을 일도 없을텐데 괜히 돈 쓴 거 아니냐며 너징 엄마한테 말했던 너징이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치마레깅스도 입게 됐네.
너징은 잠깐 그 때 일을 회상하며 웃다가 치마레깅스를 입고, 위에 후드티도 입고는 밖으로 나왔어.
너징이 거실로 나오니까, 언제 왔는지 승호도 거실 소파에 앉아서 너징 엄마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언제 왔냐고 너징이 물으니까, 승호가 너징 옷 갈아입으러 들어갔을 때 왔다고 했어.
너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식은 코코아를 마시며 승호 옆에 앉았지.
너징이 코코아 먹는 모습을 보던 승호가 조금 부담스러워서 어디 가서 놀 거냐고 물어봤는데, 승호가 가면 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
마침 코코아를 다 마신 너징도 빈 머그컵을 부엌에다 두고 졸졸졸 승호를 따라서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지.
*
" 너 머리카락 묶어라. "
" 읭? 뭔 소리야. 내 머리카락이 어떻게 묶여? "
" 목 덮을 정도니까 끝에라도 묶어. 이왕이면 양갈래로. "
" 양갈래같은 소리 한다. 유치하게 이 나이 먹고 양갈래는 무슨. 난 니 취향에 맞춰줄 생각 없다, 유승승. "
" 아, 싫어. 그냥 양갈래로 묶어. 그게 훨씬 여자애같단 말이야. 말 들어, 오징징. "
" 넌 왜 자꾸 날 여자애로 만드는데!! "
" 너 말이 좀 이상하다? 니가 여자라서 여자애처럼 하고 다니라는데, 뭐. "
" 아, 어색하다고! 머리도 몇년만에 묶는 건데. 아니면 차라리 가발을 사주던가! "
너징의 말에 승호가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생각을 못했다는 말을 하고는 너징을 끌고 마침 보이는 가발과 양발, 스타킹 같은 거 파는 곳으로 갔어.
대충 머리 긴 가발들을 훑어보던 승호에게 너징이 긴 머리는 불편해서 싫다고 하니까, 주저없이 귀엽게 웨이브가 들어간 긴 갈색 머리카락을 골라서 자기 돈으로 계산하는 승호야.
너징이 긴 머리 싫다고 하니까 일부러 그랬는지는 몰라도 승호는 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너징에게 가발을 건넸어.
좀 뾰루퉁한 표정으로 가발을 받아든 너징이 대충 가발을 쓰고 승호를 올려다보자, 승호가 자연스럽게 너징이 쓴 가발의 앞머리를 정리해줬지.
그런데 승호가 의외로 안목이 엄청 좋은가봐.
승호가 고른 웨이브 진 갈색의 긴 머리카락 가발이 너징에게 엄청 잘 어울렸거든.
천상 여자같은 느낌에, 너징을 처음 보는 다른 사람들은 너징을 봤을 때 엑소 징어를 닮은 여자같다는 생각은 조금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
와, 쟤 예쁘네. 같은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말이야.
너징이 화장은 안 했지만, 워낙 피부도 좋고 입술색도 예쁘고 선명한 편이었거든.
그래서 길거리를 지나가는 화장한 다른 여자들에게 안 꿀렸달까.
그래도 위와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너징은 여전히 툴툴거리며 승호에게 끌려갔어. 그렇게 도착한 곳은 영화관이었지.
아직까지 인기가 좋은 겨울왕국 표를 예약해뒀다며 말하는 승호에 너징은 콜라와 팝콘은 너징이 산다고 말했지만, 승호는 너징의 말을 무시하고는 자기 돈으로 사서 너징에게 건네줬어.
너징이야, 잘 나가서 돈도 많이 버는 아이돌이지만 승호는 돈 없는 대학생이잖아.
너징은 좀 미안했지만, 치렁치렁하게 너징 어깨 너머로 내려오는 가발이 느껴지자마자 미안함이 싹 가셨어.
물론 이 가발도 승호가 사준 거긴 하지만, 이 어색함과 치렁치렁함이 짜증까지 불러일으켰거든.
아직 영화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상영관 안에 들어온 너징과 승호는 의미없는 광고만 쳐다보다가 서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그 동안 어떻게 지냈냐부터 시작해서 학창 시절 친구들의 행방까지, 물어볼게 많은 너징의 질문공세에도 승호는 웃으며 다 대답해줬어.
너징이 궁금한게 끝나고, 승호가 너징한테 질문을 시작했어.
" 니가 여자인 거 아는 멤버들 있어? "
" ...와. 첫 질문부터 센데? "
"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오징징. "
" 있...어. 음, 3명. "
" ...누구? "
" 어, 그러니까... 백현이 형, 경수 형, 그리고 민석이 형. 이렇게 셋. "
너징이 흰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대답하자, 그걸 듣고 있던 승호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어.
백현, 경수라 하면 팬 사인회 하고 마지막에 남아서 얘기하고 있을 때 승호 자신을 견제하듯 바라봤던 멤버들이었잖아.
왜인지 그 때 좀 찝찝했던 승호였는데, 너징에게서 얘기를 듣고나니까 왠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은지 승호의 표정이 좀 굳었어.
너징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다음 질문을 재촉해.
승호는 잠깐 제 콜라를 마시다가 다음 질문을 했어.
" 언제까지 남장하면서 팬들 속일 거냐? "
" ...야.. "
" 난 니가 너희 멤버 얘기 할 때 형이라고 부르는 거 어색하고 이상하거든? "
" 아, 그럼 어떡해. 버릇이 됐는데. 그리고 난 내 성별 빼고는 한 번도 팬들을 속인 적 없어. 그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
" 오징, "
" 야, 영화 시작한다. 괜히 말 꺼내서 분위기 휑하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해라, 유승승. "
" ............ "
*
" 헐!! 와, 짱 재밌어!!! 나도 초능력 있는데!! 아, 맞당! 민석이 형이 빙결이니까 렛잇고 불러달라고 할까?ㅋㅋㅋㅋㅋ 렛잇고! 렛잇고! 캔트 홀드 잇 애니 모어! 하면서 얼음 만들어내고ㅋㅋㅋㅋㅋㅋㅋ "
" 오징징. "
" 어?ㅋㅋㅋㅋ 왜? 재밌을 것 같지 않아?ㅋㅋㅋㅋㅋㅋㅋ "
" 초딩이냐? "
" ...뭐!!! 씨, 난 말도 못하냐?! "
" 씨? 너 방금 욕했냐? 내가 너 욕하면 입 때려버린댔지. "
" 씨가 욕이냐! 그럼 수박 씨도 욕이겠네! 복숭아 씨! 참외 씨! 사과 씨! 바나나 씨! 비타민 씨! "
" 바나나는 씨 없거든, 모질아. "
" 있써!!!! 왜 없어, 과일에 씨가! "
" 없다니까. 자꾸 너 띨띨한 거 티 내지 말고, 걍 오빠나 따라와라. "
" 니가 뭔 오빠야, 오빠는. 지나가던 산소가 웃겠다. "
" 미친ㅋㅋㅋㅋㅋㅋ산소는 또 뭐야ㅋㅋㅋ "
승호가 자꾸 너징한테 오징징, 모질아, 띨띨아, 라고 불러도 악의가 없다는 걸 아는 너징이니까 다 그냥 좋게 넘기면서 승호랑 장난 치며 거리를 걸었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봤을 때는 한창 풋풋한 커플같을 거야.
그런데, 그 ' 지나가던 사람들 '이 그냥 지나가던 행인1이나 행인2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겠지만.
너징과 승호가 길거리에서 파는 닭꼬치도 먹고, 붕어빵도 먹고, 아무튼 먹으면서 나름 화기애애하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저기 있는 편의점에서 방금 나온 남자 둘이 눈에 익은 너징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에 집중하니까 더 잘 보이는 그 남자 둘은 너징이 아주 잘 알고 있는 남자들이었어.
민석과 루한이었지.
맏이라인 중에 가장 고령자인 둘은 왠만해선 숙소에서 뭐 사오기로 하면 잘 움직이지 않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둘이서 편의점에 뭘 사러 나왔나봐.
그렇게 생각하던 너징은 뭔가 이상함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숙소에서 가까운 편의점을 놔두고 왜 굳이 멀리까지 나왔지? 하면서 말이야.
말이 없는 너징이 이상했는지, 승호가 너징의 팔을 툭 쳤어. 그제야 너징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허허 웃었지.
너징은 뭔가 기분이 이상했지만, 기분탓이려니 하고 있었어.
*
" 쟤가 징어라고? 어? 민석, 저 여자가 징어라고? "
" 응, 응. 그렇다니까. "
" 근데 왜 여자 모습을 하고 있어? 징어 남자잖아.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
" ...어.. 친구 만났는데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겠지. "
너징의 감은 틀리지 않았어.
사실 너징과 똑같이 오후에 스케줄이 없던 민석과 루한은 너징이랑 셋이서 영화나 보러갈까, 했는데 너징이 집에 간다고 해서 둘만 가기로 했었어.
너징이 나가고 좀 있다가 둘이서 최대한 일반인처럼 입고 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가장 가까이 있는 영화관에 갔는데, 뭔가 익숙한 목소리가 민석의 귀에 꽂혀서 봤더니 너징이 어떤 남자랑 같이 있는 거였어.
물론 민석도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그 몸집하며 목소리하며, 얼굴도 묘하게 똑같고, 말투도 완전히 같은 거야. 민석이 너징이라고 딱 단정을 지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 남자애가 너징을 부를 때 ' 오징징 '이라고 부른 거였지.
너징이 엑소들끼리만 있을 때 학창 시절 별명에 대해 나왔었거든? 그 때 준면이 넌지시 " 우리 막내는 별명이 뭐였어? "라고 묻는 말에 너징이 " 듣고 웃지 마, 형들. "하며 " 오징징. "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던 거야.
우연인지 보는 영화도 같은 영화여서 루한과 같이 둘을 따라다니기로 했지.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루한은 첩보 영화 찍는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지만.
나중에 민석이 루한에게 저 여자애가 너징이라고 알려주니까, 그제야 루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너징을 주시했어.
예전에 여장한 너징이랑 뮤비도 찍었던 루한이지만, 잘 안 믿기고 신기한지 연신 " 와... "하며 감탄사만 연발하며 너징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지.
민석도 가만히 너징을 주시하며 졸졸 잘도 쫓아다녔는데, 너징과 승호가 어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까 따라 들어갈까 하다가 그냥 맞은편 건물에서 지켜보기로 했거든? 근데 카페 맞은편에는 옷 가게며, 신발 가게며, 죄다 가게밖에 없는 거야.
결국 민석과 루한은 좀 더 떨어진 편의점에 들어가서 삼각김밥 사먹으며 카페를 봤는데, 마침 편의점에서 나올 때 너징의 시야에 포착된 거였지.
그래도 기분탓으로 돌리는 너징 덕분에 끝까지 따라다닐 수 있었어.
*
" 오징징, 너 곧 생일이지? "
" 어? 아... 그러고 보니.. "
" 생일 선물로 유승호 이용권 하나 줄 테니까 언제든 불러. "
" ...하나? 유승호 이용권이라는 것도 지금 화가 나고 어이가 없는데 하나만 준다고? "
" 난 소중하니까. "
" ...나 지금 진심으로 니 명치 때리고 싶어졌어. 때려도 돼? "
" ...아니. 미안. 장난 안 할게. "
진지하게 묻는 너징에 승호가 장난기 가신 얼굴로 사과했어.
승호의 사과가 맘에 든 너징이 만족한 표정으로 웃자, 승호도 따라 웃으며 주머니에 넣어뒀던 접혀진 종이를 꺼내 너징에게 줘.
성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종이 쪼가리에 너징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니까, 승호가 한 쪽 눈썹을 올리며 " 받기 싫냐? 이 유승호님 이용권인데? "라며 종이를 건네던 손을 다시 뒤로 뺐어.
그래도 너징은 선물을 아예 안 받는 것보단 이용권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금방 베시시 웃으며 달라고 했지.
그제야 승호가 조금 부드럽게 표정을 풀며 너징 손에 종이를 쥐어줬어.
" 그게 얼마나 유용한지 모르지? 심심할 때 불러도 돼고, 고기 먹고 싶어서 사달라고 불러도 돼고, 뭐. 필요하다면 남친 역할도 해줄 수 있어. "
" 참 나. 남친 역할은 필요 없거든요? 여친 역할은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친 할래? "
" ...상식적으로 내가 니 여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냐? 니가 내 여친이라면 몰라도. "
" 흥. 요즘 키 큰 여자랑 키 작은 남자랑 맺어진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
" 그래도 그건 아니야. "
" ...왜 갑자기 진지해지냐. "
너징은 승호에게서 받은 이용권을 너징 지갑에 넣고는 씩 웃으며 " 암튼 고맙다. "하고 인사했어.
승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대화를 하며 어느정도 걸으니까, 벌써 너징 아파트 앞이야.
곧 다시 숙소에 가야 하는 너징 때문에 일찍 돌아온 거거든.
너징은 집에 돌아가서 아까 그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해서 이 쯤에서 승호와 헤어지려고 했어.
너징이 승호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승호가 갑자기 너징 가까이로 다가오더니 얼굴을 바로 앞에 대고 말했어.
" 잘 가라, 오징징. 밥 잘 챙겨먹고. 너 살 빠졌어. 그리고 띨띨하게 혼자 돌아다니지 마. 미아된다. "
" ...끝까지 이럴래, 유승승. 나랑 싸우자고? "
" 마지막으로 모질아, 너 여자인 거 아는 멤버들이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라. "
" 그건 또 왜. "
"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모르니까 니가 모질이라는 거야, 멍청한 오징징아. 제발 오징징에서 인간으로 진화 좀 해라. "
끝으로 씩 웃으며 너징 얼굴에서 떨어지는 승호의 얼굴이야.
이해가 안 된 너징이 인상을 찌푸리니까, " 또 인상 찌푸린다. 그 버릇 안 고쳤냐? "라며 승호가 좁혀진 너징 미간을 툭 때려.
맞은 미간이 아파서 너징이 승호를 째려보자, 승호는 또 장난스레 웃으며 먼저 작별 인사를 한 후에 뒤돌아서 자기 집으로 걸어갔어.
뭔가 된통 당한 느낌에 너징은 맞은 미간을 문지르며 너징 집으로 걸어갔지.
*
" ...민석, 저 둘이 키스한 거야? "
" ............ "
" 키스한 거야? 응? 민석, "
" 몰라. "
" 징어 아닌 거 아니야? 징어는 남자고 저 남자도 남자잖아. "
승호가 너징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얘기를 하는 모습은, 사실 뒤에서 보면 오랫동안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어.
당연히 멀리서 보고 있던 민석과 루한은 둘이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지.
호들갑스러운 루한과는 달리, 너징이 여자란 걸 아는 민석은 담담하지만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느낌에 눈썹을 찡그렸어.
아... 이런 느낌 싫은데. 뭐지?, 민석이 조용히 중얼거리며 마른 세수를 하는 동안에도 루한은 아직 그 장면이 믿어지지 않은 지 멍한 것 같았어.
=============
예헷☆ 어때요? 오늘 좀 긴가요? 우후훗*=_=*
아... 아니라구요? 네... (쭈굴)
아! 그나저나 어제(라기보다는 12시가 넘었으니 오늘 새벽인가...) 예고한 대로 독자님들이 기대까지는 아니어도 관심을 가질만한 대목이 나왔어요!
제가 얼마나 이 편을 쓰고 싶었는지ㅠㅠ (우럭)
모두들 우리 유승승을 잊었을 것 같아서 요로코롬 상콤하니 데려왔습니다!
유승승은 다음에 또 나올 예정이니까 잊지 말아주세여♥
그리고 내일이 월요일인데, 모두들 일찍 주무시구요!
행복한 엓나잇 하세여(@'ㅅ'@)/
독자님들 꿈에 엑소가 나오길!ㅎ
저번 썰에 댓글 달아주신 24분 정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