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DY BEAR
Episode 03
무척이나 더운 여름 날이었다.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빛에 너도 나도 땀에 찌들어 그늘을 찾기 급급한, 그런 날이었다. 불쾌지수가 치솟는 날씨지만 첫 과외비를 받은 경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 과외비도 받았으니 그동안 고생한 제게 상을 주자는 의미로 저녁 메뉴는 삼계탕으로 결정됐다. 집으로 향하는 경수의 양 손엔 아이스크림, 과자, 삼계탕 재료로 가득 찬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오늘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에 당황하기도 잠시, 경수가 장바구니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언덕 길을 달렸다. 하지만 불행히도 단순한 소나기가 아니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 끝내 경수가 한참동안 비를 맞으며 방황하다 작은 가게에 들어섰다.
여기에 이런 가게가 있었나, 낯선 내부에 경수가 잔뜩 긴장했다. 자주 오는 동네는 아니지만 어디쯤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낯선 느낌에 긴장을 풀지 않던 경수는 진열되어 있는 여러가지 기념품들을 보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열쇠고리, 장식품, 액자, 인형…. 단순한 선물 가게였다. 그렇다고 평범해 보이진 않았지만.
"저기 아무도 안계세요?"
실례합니다-, 어정쩡한 자세로 가게를 둘러보던 경수가 몇 번이고 주인을 찾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메아리 치는 제 목소리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려던 경수는 제 맞은편 벽 쪽에 떡하니 걸린 '양심가게'라는 문구를 보고 민망함에 헛기침을 했다. 양심은 얼어죽을, 이렇게 사람도 없는데 퍽이나 양심적으로 행동하겠네. 애시당초에 가게 안엔 값어치 있는 물건은 커녕,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매점에나 있을 법한 시시껄렁한 물건들 뿐이었다. 흥미 없는 눈으로 가게를 돌아다니다 점차 빗소리가 잦아듬을 느끼고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아까와는 달리 우산을 들고서 경수가 돌아왔다.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만원권 지폐를 서너장 꺼내 현금 통에 넣고 급하게 무언가를 품에 안아들고 가게를 떠났다.
*
D.O.DDY BEAR
"이 나이 먹고 갑자기 웬 곰인형이야, 도경수 뭐하는 거냐…."
충동적이라고 표현해야 맞는걸까, 아니면…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온 경수는 허기진 배를 달랠 생각도 하기 전에 곧장 욕실로 들어가 수건을 챙겨들고 나왔다. 거실 바닥에 곱게 앉혀둔 세 개의 곰인형을 내려다보며 경수가 작게 한숨을 지었다. 다 큰 성인남자가 곰인형을-그것도 세 개나-품에 안고 있는 모습은 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묘한 느낌이어서 한 번도 멈춰 서지 않고 20분 가량을 달려 집에 도착했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다리에 힘도 풀려 바닥에 풀썩 앉은 경수가 인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요즘 나오는 인형은 말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던데. 너희는 좀 나이 먹었나보다. 그냥 솜인형이라서 가만히 앉아만 있겠네."
인형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마치 로빈슨 크루소 같다는 생각이 들자 경수가 작게 웃었다. 어차피 혼자 사는 건 무인도나 우리집이나 똑같은데 뭘. 갈색 곰인형과 검정 곰인형을 선풍기 앞에 옮겨주고 약풍 버튼을 눌렀다. 홀로 남은 하얀 인형의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주던 경수가 인형 팔에 묻은 흙탕물 자국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빨아야겠다."
하얀 곰인형을 들고 세탁실로 향하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며 갈색 곰인형과 검은 곰인형이 소리 없이 몸부림쳤다. 폴짝폴짝 뛰다가 서로 끌어안고 버둥대다가 이내 경수의 뒤를 조심스레 쫓아갔다. 백현이형 어떻게 해? 뭘 어째! 구해야지! 물에 빠져 죽게 할거야? 낯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경수는 콧노래가지 흥얼거리며 세탁기에 세제와 섬유유연제까지 넣은 상태다. 경수는 하얀 곰인형을 안아 들고 이리저리 쳐다보다 씩 웃었다. 목욕하고 나오자, 깨끗하게. 세탁기 문을 열기 무섭게 날카로운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뭐하는 거야, 미친놈아!!!"
순식간에 곰인형이 경수의 얼굴로 튀어올랐다. 곰인형이 말을 해, 심지어 움직여.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경수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에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거실 쪽에서 달려오는 갈색, 그리고 까만 곰인형의 모습이었다. 이게 제발 꿈이기를…경수는 그렇게 기절해버렸다.
*
D.O.DDY BEAR
눈을 뜨니 제 방이었다. 낯 익은 천장, 벽지, 그리고 이불까지 틀림 없는 경수의 방이다. 고개만 겨우 들어 둘러본 그 곳은 자신의 방이 확실했다. 에휴…개꿈이었네. 다시금 침대에 드러누우며 경수가 눈을 감았다. 더럽게 실감나네. 대체 뭔 꿈이래. 이불을 목까지 꼼꼼하게 덮은 후 잠에 들려는 찰나, 제 이마에 닿는 무척이나 낯 익은 감촉에 경수가 눈을 떴다.
"일어났어?"
"헐…."
아까, 아니 꿈에서, 꿈이 아닌가…? 분명 저건 내가 산 까만 곰인형인데 이 놈이 왜 내 이마를….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봐도 눈 앞에 있는 이 검정색 곰인형은 제 기억 속의 그 곰인형이 확실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경수는 다시금 기절해버렸고, 곰인형의 목소리가 방 안에 낮게 울려퍼졌다.
"…죽은 척 안해도 되는데. 곰이 아니라 곰인형이니까."
안잡아먹어. 사람으로 변한 그가 피식 웃으며 경수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조심스레 정리해주며 방을 나갔다.
*
D.O.DDY BEAR
곰인형을 보고 두 번이나 기절한 경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거실로 달려나왔다. 솜덩이 새키들 나와!!! 경수는 어릴 적부터 무서울 때면 욕을 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공포에 덜덜 떠는 음성으로 내뱉는 경수의 욕설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집 안을 구경이라도 한 듯 구석구석에서 걸어나오는 곰인형을 보고 숨을 흡, 들이쉬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수가 그들을 나란히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패기 넘치게-경수 본인만-그들을 노려보며 물었다.
"정체가 뭐야…요."
"니가 사온 인형."
"인형은 말 못하거든, 요?"
"당연히 그냥 인형은 아니지."
이렇게 잘생긴 인형 봤어? 찬열의 말에 경수가 짜증을 내며 머리를 헝클였다. 헛소리 좀 하지마, 나 진지하다고! 경수의 표정을 보고 어깨를 으쓱인 찬열이 잠시 생각하곤 입을 열었다. 인형 맞아, 사람도 맞고. 그게 뭐냐며 따지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존재 또한 지니고 있는 걸, 심장을 가졌다고 말해."
"심장을 가졌다고?"
"응. 지금은 사람 맞아, 사람이라니까?"
그리고 인형일 때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다만 표현이 가능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지. 무거운 분위기의 대화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아직 경수는 그들에 대한 모든 걸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존재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 없어도 백문이불여일견. 세탁기에 넣으려하자 제게 욕을 하며 달려드는 백현의 모습, 기절한 제 이마를 쓰다듬어주던 종인의 손길, 미친 곰인형이라고 속으로 욕했지만 자신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던 찬열을 이제 와서 부정하리란 불가능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응?"
"너희…귀신은 아니지?"
경수가 내뱉은 단 한 마디의 말에 세 곰인형이 배를 붙잡고 웃으며 뒤로 넘어갔다. 귀신 아니야, 착한 곰인형들이야! 묻고 싶은 게, 궁금한 게 산더미지만 지금 들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게 뻔한 처사에 경수가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한 듯 따라 웃었다. 말도 안되게 셋 다 귀엽긴 진짜 귀엽다.
오늘은 첫만남 편이에요!!ㅋㅋㅋ첫만남이 3편에서야 나오는 불편한 진실.. 흐 너무 피곤해서...딴청 피우다가 늦어버렸네요 배가 아파요 엉엉엉ㅠㅠ...독자님들 몸조심하세요ㅠ_ㅠ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그리고 연재텀에 대해..☞♥☜ 정확하게 며칠에 한 편, 하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요즘엔 별로 바쁘지 않아서 이렇게 매일매일 올리지만 글쎄요..ㅠㅠ가능한 한 빨리빨리 글 써서 찾아뵐게요 중간에 사정이 생기면 추후에 공지도 쓸테니 너무 걱정하시진마세요 독자님들! 댓글 항상 다 읽어봅니다 정말정말 힘이 되요ㅠㅠ 암호닉 받아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하트.늦었네요ㅠ_ㅠ
테디, 수녀, 짜요짜요, 퓨어, 계란빵, 됴르르, 레몬사탕, 리무버, 연우, 농구공, 부끄미, 네임펜, 이쁜이, 꿍푸, 이삐, 징어, 경수네, 카디행쇼, 쵸코칩, 식탁, 나나뽀, 슈엔, 미친개구리, 타니, 사백삼호, 낭랑, 찡찡백현, 삐약이, 한무, 낑낑이, 점심시간, 여세훈, 미치게써, 구리, 비회원, 이어폰, 햇님, 도날드, 차렌디, 소금, 현다, 인형, 스윗, 맹구, 양배츄, 선녀, 본젤라또, 백뭉이, 김종찾, 행됴, 정수정, 도블리, 초코푸딩, 별사탕, 뽀뽀틴, 베이비메이비, 가란, 곰도리, 볼매, 됴, 롤롤, 치즈, 하이헬로, 꾸닝꾸니, 낭랑찬혤, 수염, 오리, 도도하디오, 이불익이니, 딸기밀크, 애플, 떡덕후, 파이브, 됴됴됴암호닉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