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지말고 집에 곧장 들어가"
"걱정안하셔도되요"
"누가 걱정한데?"
"눈엔 걱정이 한가득인데요 뭘"
태일은 실실웃는 지훈이 밉지않았다
"잔망떨지말고 빨리 들어가"
"네 들어가세요"
차문이 닫히고 지훈의 뒷모습이 보이지않자
그때서야 태일의 차가 출발했다
미쳤나보다
라고 지훈은 생각했다
배부르고 등따순 5교시의 수업에서
잠을택하지않고 태일생각을 하다니.
자신이 보아도 단단히 빠진듯싶어 착찹한 마음에 입안이 씁쓸해졌다
고개를 저었다
너무 현실감없는 사랑이네
고등학생과 의사. 그것도 둘다 남자
"표지훈 집중안해?"
"보고있어요"
다들 쳐 자니까 깨있는 나한테 성질이야
중요과목도 아닌게 겁나 떽떽거리네
태일생각을 접고 엎드려 자려는데 옆에서 경이 팔꿈치를 툭툭쳤다
"왜"
"지우개 좀 주워줘"
"니가 주워 왜? 팔이 안닿냐?"
"붕어대가리 주제에 존나 말많네"
"닥쳐 마오리족아 넌 부탁하는 태도부터 글러먹었어"
한번울면 엄청나게 붓는 눈때문에 저런 별명을 얻게되었다
물론 우지호가 지은 별명이였다 찐빵새끼
"옛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지우개를 주워주는 지훈이였다
"너 죽을병걸렸냐?"
"뭐?"
간단한 감사의 말이 나올것같던 경의 입에서 전혀 뜻밖의 말이 나왔다
"요새 왜 이렇게 병원에 자주다녀?"
"뭐 별거아니야 그냥 잔병치례가 많잖냐 나"
"답지않게 몸이 허약하지 너"
"뭐? 걱정된다고?"
"아니. 미리 국화꽃 사다놓게"
"존나 살벌하네"
말은 저렇게해도 경이 자신을 걱정하는것을 알수있었다
"경아"
"왜"
"걱정안해도 돼"
"꺼져 징그럽게"
진심 싫은듯한 표정을 짓는 박경에 지훈의 얼굴에 웃음꽃이폈다
너가 싫은표정짓는게 그렇게 좋더라 난
-어디에요?
-병원이지
-어디 아파요?
-말 장난하자고? 나 바쁜사람이야
센스가없어 사람이
고민고민하다 태일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게 전부다
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자신의
마음은 왜 점점 더 깊어져가는지 모를일이였다
"아 좀 비켜 TV안보여"
자꾸 알짱알짱대는 지훈에 짜증이 난 우휘가 말했다
아까부터 어리버리하고 멍청한 표정을짓는 지훈이 여간 신경이쓰이는게아니였다
왜 저래 또.
우휘의 짜증에 지훈이 고개를 숙이는듯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하..또라이 진짜
"바쁜가 많이 바쁜가 그렇게 바쁜가 문자할 시간도없나.."
쉴새없이 중얼거리는 지훈에 우휘가 귀를 틀어막았다
지훈은 풀리지않는 일이 있으면 그일을 쉴새없이 중얼거리는 버릇이있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상당히 곤욕스러운 일이였다
안그래도 지훈을 소개시켜달라는 친구들의 닦달에 진절머리가나는데
저소리까지 듣고있자니 정말 죽을맛이였다
말끔한 외모를 가지고있었지만 멘탈이 함정인 동생을보며 우휘가 쓴웃음을 지었다
절대. 절대로 지훈을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지않으리라 다짐하는 우휘였다
"누나"
"어..어?"
"누나가 남자라면 나같은 남자 어떨것같아?"
"너같은 남자..뭐? 내가 남자면?"
질문이 이상한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우휘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잘못들은건가
"응 누나가 남자면"
아니구나
"글쎄..잘모르겠는데"
대답을 기대하던 지훈의 얼굴에 실망한기색이 역력했다
한가지 분명한건 여자로서 봤을때 지훈은 좋은남자가 아니란것이다
나쁜남자 아니 못된남자였다 그것이 친구들한테 지훈을 소개시키지않는 첫번째이자 마지막인 이유였다
천성이 못되거나 나쁜짓을 한다던가의 뜻은 아니였다 그냥 늘 상처받는쪽은 여자인것같이 보였다
지훈은 여자친구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않는것같았고 그래서 그런건지도 몰랐다
그래도 왠지 솜털처럼 가벼운 사랑을하는 동생에 걱정스러운 마음보다는 부러운마음이 앞섰다
모순일진 몰라도 자유로운 지훈의 모습이 내심 부러운 우휘였다
그런 지훈에게 문자 한번하기도 조심스러운, 생각만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생겼다는건 아직 지훈만의 비밀이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
태일은 오전내내 못펴고있었던 기지개를폈다
"이래서 내가 키가 안큰걸꺼야.."
혼자서도 종알종알 잘말하는 태일의 모습에 비교되게
태일의 눈아래에는 짙은 다크써클이 자리잡고있었다
"이제 들어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가물가물 감기는 눈을 겨우 뜬채로 간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병원을나왔다
졸려..
자신같은 사람은 술에 취하는것보다 잠에 취하는것이 더 위험하다는걸 태일은 잘알고있었다
차안에서 잠시 눈 좀 붙여야겠다
그리고 깨어나면 아침이겠지
혼자 헛웃음을 짓던 태일의 발에 무엇인가 걸렸다
태일의 차앞이였다
"뭐야"
쪼그려 앉아있던 남자가 일어섰다
"뭐야 너 왜 여기있어?!"
잠이 확 가신 기분이였다
아직 추운 날씨탓에 지훈의 볼이 땡땡언게 보였다
"기다렸어요"
".....날?"
"응"
왜? 라고 물어볼틈도없이 지훈이 태일의 품으로 들어왔다
결국은 태일이 안긴꼴이됬지만.
"나도 몰라요 여기에 왜 왔는지"
"언제부터 여기있었는데?"
"한..두시간 전부터"
"미쳤어!!"
태일은 지훈의 등짝을 소리나게 후려쳤다
"아!! 나 맞으려고 온거 아니에요!!"
금새 지훈의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그럼 왜왔는데? 왜?"
"모른다니까요"
연간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훈에 태일이 기막히다는 표정을지었다
"봤으니까됬어요"
"....나 보러 온거야?"
금새 마음을 들켜버린 지훈이였다
아니라는 말은 나오지않고 그말이 맞다는듯 얼굴만 빨개졌다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짓고있는 태일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그런거 아니에요 저는 약속이있어서 먼저 갈께요"
새벽한시에 무슨 약속이란말인가
"지훈아 표지훈!!"
자신을부르는 태일의 목소리에 더 괴로워졌다
젠장. 젠장!! 이젠 더 이상 그 병원 못가겠네
지훈의 걸음이 더 빨라지고
태일은 멍하게 지훈의 뒷모습만 바라볼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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