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 언니 말이 맞네에에! 너 정국이한테 미련 못버렸네에에! 좋아하네에!
솔직히.. 전정국 지금 엄청 잘생겼자나.. 우리 과탑이라고 소문 자자한뎅."
"과탑??"
"응. 몸 좋지!! 잘생겼지!! 성격 좋...다는데 나는 모르겠어 말 많이 안해봐서.
아무튼.. 어? 옷도 못입지는 않지!! 노래도 잘부른대. 석진오빠가 그랬어.
다른 여자애들이 채가기 전에 다시 잘해봐라 야...."
"……."
"나같으면.. 그렇게 어이없게 헤어졌으면 다시 만나본당.
어렸을 때잖아."
"…뭔."
"솔직히! 좋게 끝났던, 나쁘게 끝났던.. 전여친 전남친이라면 원래 소름돋게 싫어야 정상 아니야??
내 친구는 엄청 좋게 헤어진 전남친 엄청 싫어하더라? 이름만 들어도 죽을라 해."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전남친이라면 마냥 싫어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는 나쁘게..? 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전정국을 소름돋게 싫어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나쁜 추억들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야.
무조건 전정국이 나한테 맞춰줬으니까.. 오히려...
"오히려.. 전정국이 나를 싫어할텐데."
"웅?"
"근데 걔는 왜 날 다시 좋아한다는 걸까."
조금은 네가 이해가 안가는 밤이였어
"널 정말로 좋아하나보지. 어떻게 보면 너네 서로 헤어졌다고 생각을 안했던 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서로 자꾸 의식하고 너도 가끔 기분 이상하고 그런 거 보면 말이야."
지수가 비워진 내 소주잔을 채워주려고 했을까
옆테이블에 있던 남자들이 다가와 '합석 하실래요?'하니 지수가 콧방귀를 끼며 말한다.
"우리 다 남자친구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수 얘는 허언증인가.
"전정국 안녕!!"
"아 안녕."
"둘이 같이 가기로 했었어? 헤엥 난 또 모르게 눈치도 없ㅇ.."
지수가 내 눈치를 보더니 곧 바보같이 웃었어
나는 가운데에 있고
전정국이랑 지수는 내 양쪽에 서서 걷는 상황이었어
뭐가 이렇게 어색한지...
셋이 있으니까 더 어색한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지나가는 여자애들은 전정국을 힐끔 봤어
잘생겼다면서 뒤돌아 보는 여자애들을 보니까 괜히 기분이 이상해서
인상을 썼더니 지수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정국이한테 말했어
"도담이 어디가 좋았어??"
미친놈이.
왜 이래 ㅅㅂ.... 지수 딱 쳐다보니까 지수가 왜애! 하고 해맑게 웃는데
전정국은 아무말도 안하고선 작게 웃었어
전정국은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려서.. 아마 대답을 안해줄 거야....
"도담이 은근 성격 귀여워 그치 정국아?"
하지 마라.. 하지 말라고 ㅅㅂ
"정국이 얘가 은근 낯가려 그칭??"
지수가 또 바보처럼 웃으면서 내게 묻길래 나는 '뭐'하고서 정면만 봤어
그리고... 우리 옆을 지나는 여자들이 정국이를 보면서 얼굴이 빨개지면
기분이 더 더러워졌어.
도담이 '들릴 곳 있어서 먼저 가' 하고선 다른 건물로 들어가버렸고
지수가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안에서 도담이 주먹을 꽉 쥔채로 입모양으로 말한다
'따라오면 뒤져.'
지수는 그런 도담에 쩝.. 하고서 멀뚱히 서있었고
정국이 지수의 뒤에 서서는 지수를 내려다보았다.
지수가 곧 에헴! 하며 뒤 돌아 정국에게 말했다.
"뇽안! 우리 둘이서 가야겠넹."
"……"
지수가 대답이 없는 정국의 옆에 서서 뻘쭘히 걸어갔고
정국도 말없이 지수의 옆에 서서는 걸었다.
그러다 지수가 흐음.. 하고 고민하는듯 눈을 굴리다 정국에게 말했다.
"도담이 고딩때도 저랬어? 엄청 막.. 난폭하고 막.."
"뭐.."
"……."
"더 심했는데."
"헐 진짜???????????????? 와.. 저기서 더 심했다고? 말이 안되는데.......?"
지수가 머리를 부여잡고 말이 안된다고 하자
정국은 작게 웃고선 앞을 보았고
지수는 괜히 오바액션한 게 민망한지 중얼렸다.
"내가 어색하냐? 낯가리는 게 유독 언니랑 나한테 심하구 그러냐.."
정국은 말 없이 대충 고개만 끄덕였고
지수는 치.. 하고서 혹시라도 뒤에 도담이가 따라오나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어딜 간 거야.. 분명 전정국이 불편해서 그런 건가??
어제 얘기 하는 거 들어보면.. 도담이도 지수한테 관심 있는데... 진짜...
강의실에 왔더니 애들이 다 웅성거리는 거야
뭔 또 쓸데없는 얘기로 시끄러운가 싶어서 맨뒷자리에 앉았더니
은비언니가 아침부터 빵 먹으면서 날 보고 말했어
"너 소문 났다?"
"뭔 소문?"
"너 전정국이랑 사귀었다는 소문?"
"???????????????????????????????????"
진짜 앞에 앉아있는 여자애들이 나를 힐끔 보는 거야
"내가 말안했어. 남자애들도 분명 아닐 거야. 걔네는 지들끼리 놀지
우리과 다른 애들이랑 어울려 노는 걸 본적이 없거든."
"그럼?"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실수로 말한 거 아니야?? 아니면 말하다가 누가 들었다던가..
나도 강의실 오니까 애들이 너랑 전정국 사귀었다는데 알고 있어요?? 라고 물어보던데 쟤네가."
"……"
"누가 그러냐고 물어봐도 모른다고만 하지.."
언니가 한입? 하고 빵을 내 입 앞으로 들이밀길래 나는 자연스레 그 빵을 베어물고선 심각한 표정을 지었어
진짜.. 어떻게 소문이 난 거야...? 왜???????????????????
저 멀리 앉아있는 전정국은 석진오빠랑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하고 있었어....
누가 말한 거냐고 ㅠㅠ 누가.............
"어떡하냐?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애들 다~~ 알았네."
"누가 말했는지 진짜 개패고싶다."
"왜? 그래도 사귀었던 건 맞잖아?"
"오빤 니 전여친이랑 같은 과인데 사귀었던 거 아무도 몰랐는데
갑자기 소문나면 좋냐?? 맘이 편해?"
"나쁘게 헤어진 거면 기분 더럽지. 근데 니들은 딱 봐도 막 분위기가 안좋진 않은데?"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늬가 오똫게 알아~~ 아아 맞아. 정국이 자꾸 유교과 애들이 소개시켜달라고 막 그런대."
"어쩌라고오오오."
"소개 받고 막 여친 사겨도 아무렇지도 않아?"
"어쩌라는 거야.."
"애가 은근 심술이 많아."
"닥쳐라?"
오빠랑 매점에서 음료수 사먹고 올라가는데
옆에 지나가던 유교과 애들이 날 지나쳐 뒤돌아 힐끔 나를 보는데
정국이 얘기를 하더라?? 뭐. 내가 전정국이랑 사귄 게 뭐.
"너 그러다 정국이 뺏긴다~"
아니 지수도 그렇고.. 다들 왜 저 소릴 하는 거야.
전정국이 누구랑 연애를 하던.. 말던...
"…소개 받는대? 걘?"
신경이 안쓰일 것 같지는 않아.
"걘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다고 싫다던데?"
지랄하네 걔도 참.
마침 전정국이 어딜 갔다왔는지
우리 뒤에서 오더니 우릴 지나치면서 내 머리를 헝클고 가는 거야
진짜 인상 개쓰고 전정국 봤더니
전정국은.. 진짜.... 이걸 몇 번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너무 심각하게.. 달라진 기분이었어.
"야 전정국! 끝나고 족구 콜?"
"좋아여. 국방과 애들도 같이 하자던데."
네가 원래 이렇게 잘생겼었나
네가 너무 낯설어
다른 사람 같아.
강의실에서 교수님 기다리는데 괜히 막 호석이오빠랑 남준이오빠가 뒤늦게 알아서는 정국이랑 나를 힐끔 보는 거야
아 특유에 그 장난치는 거 있잖아 ㅡㅡ
"오오오 너 유교과 소개 안받는다고?? 하긴~~ 그때 찬 애도 있고..
너는 배 씨를 좋아하잖아? 하하하하!"
"잠깐 잠깐~~!!! 왜 그 누구의 소개도 안받는가 했더니 전정구이 너어어~~"
"아 하지 말라구요."
"으아아아 나같으면 진짜 싫을 것 같아.. 아아아아아아 상상만 해도 싫어. 이 상황."
앞에 앉은 여자애들은 계속 정국이랑 날 힐끔 보면서 지들끼리 얘기를 하고 있지..
밖에 나갈 때마다 애들은 다 나랑 정국이 얘기를 하느라 바빴어
전정국은 인기가 왜 이렇게 또 많은지...
여자들이 다 알고있더라고... 모든 사실들을?
그래 전정국 쟤..
"……"
손 핏줄도 그렇고.. 키도 그렇고.. 생긴 것도.. 덩치도.. 다.. 여자들이 좋아할만 해..
"아주 소문이 대단해? 누가 냈는지 말이야. 어우 속시원해! 표정 풀어! 도담이!! 동생 !! 표정 풀어라 마!! 임마!!!"
"김석진 너는 좀 낄끼빠빠 좀 하는 방법을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
"뭐 임마??"
"눈치가 없냐? 당사자는 괴롭다는데 낄낄."
"야 언제 내가 낄낄 거렸냐??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남 일 그만 신경쓰고 니 자리로 가세요."
"간다! 가! 나쁜놈아!"
석진오빠가 간다면서 발걸음을 옮겼다가 다시 오더니 은비언니 머리를 막 헝클고선 갔어
정리 된 머리가 흐트러지자 언니가 짜증나는지 아오씨!! 하고서 일어나
석진오빠한테 가서 헤드락을 걸었어
근데 남자들도 참 신기해..
정말 괴롭고 짜증나면 저렇게 당하지만은 않을텐데
저건 다 져주는 거겠지.
카톡이 와서 확인했더니.. 그때 내 액정을 깬 남자애인 거야
[오늘 밥 사줄까?]
[밥은 됐고. 커피.]
[그랭 ㅎㅎ.]
[그리고 수리비는 괜찮아.]
[왜??????]
[어차피 조금 금갔었거든. 이거 보험도 안들어놔서 리퍼 받아야 돼. 돈 많이 나와.]
[헐.. ㅠㅠㅠㅠㅠㅠ]
[어차피 핸드폰 바꿀 때 됐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라.]
[감사합니다 형님.. 제가 비싼 커피 쏘겠습니다]
[오냐.]
점심시간이 되어서 밥을 먹고 올라왔는데
남자들은 우리 건물 뒤에서 족구를 하고 있는 거야
언니랑 지수랑 서서 구경하는데...
"야 저기 김석진? 과대 잘생겼지.."
"응 근데 저 오빠 성격 완전 깬대. 입 열면 노홍철이라던데."
"야 잘생기면 됐지 뭘 바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난 전정국 쟤 잘생겨서 좋던데.. 여자친구 있나?"
"쟤 아침에 누가 그랬는데?? 전여친이 같은 과에 있다 그랬어.
여자애 이름이 기억이 안나.."
그게 나다.
나다 이 xx끼야!!!!!!!!!!!!!!!!!!
"……."
"정국이 애가 잘생기긴 했어? 도담이가 눈이 높넹."
"??"
"왜애.."
"영쌩?"
"미안....."
족구를 같이 하던 다른 과 남자애가 곧 정국이한테 다가가더니
'우리 과 여자애 소개 받을래?'이러는데 그 뒷말을 굳이 다 듣고 싶지는 않아서 먼저 뒤돌아 걸었어
캐드실엔 a반만 강의를 듣고, b반은 다른 강의를 들어..
하품을 하면서 아무 자리에 앉았어
마침 은비언니랑 지수를 b반이라 나 혼자거든....
아아... 남자들중에는 남준오빠 호석오빠가 있어.. 그리고...
내 옆에 앉는... 전정국이 있지.
"왜 많.."
"응?"
고 많은 자리를 두고 내 옆에 앉는 거야......
참자.. 참자.. 하고서 교재를 폈어.. 아아아아 나 컴맹인데 웬 캐드란 말인가...
"이거 마셔."
내 앞으로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사온 녹차라떼가 있는 거야
그래서 대충 '땡큐'하고서 빨대로 쪽 빨았어 아 드릅게 뜨겁네 시불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쪼개?"
"뜨거워 하는 거 같아서."
"전혀?"
"아님 말고~"
"빡치네 ㅡㅡ."
"끝나고 같이 갈래?"
"누구 맘대로?"
"맘대로가 아니라 물어보는 건데."
"싫은데?"
"집 방향 같은데 굳이?"
"굳이."
"그래 그럼 뭐.. 아침에 같이 가지 뭐."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할말없게 만드네 이게.....?
교수님이 왔고.. 강의가 시작됐어.. 엑셀을 배우는데 너무너무 어려운 거야
나는 컴맹이라 모든지 다 어렵단 말이야... 그리고
마우스를 잡고 움직이는 전정국 손이 또 예쁘고 멋져보여서 그걸 숨죽이고 본 것 같아
또 전정국의 옆모습을 보는데
"……."
새삼 또 잘생겨보여서 안그래도 못쉬었던 숨을 더 못쉬게 됐어
전정국이 날 딱- 봤고
그제서야 숨이 쉬어졌어
"뭐."
"기다려."
"뭘."
"너 컴퓨터 잘 못다루잖아. 기다리라고. 내 거 하고 해줄게."
정말로 전정국 넌.. 날 잘 기억하는구나.
생각해보면.. 너는 항상 아무거나 잘하고, 탈이 없어서 네가 뭘 싫어하는지 생각도 안나.
아니?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거일 수도 있어.
항상 네가 나한테만 맞춰줬으니까.
"잠깐만."
"……."
전정국이 몸을 기울어 내 거를 해주는데
전정국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전정국 냄새가 나는 거야
특유의 전정국 냄새 말이야
치.. 머리는 또 언제 갈색으로 염색했대. 이게 훨 잘생겼네.
괜히 뒤에 앉은 남준오빠랑 호석오빠가 호오오오! 하길래 째려보니까
둘이 쥐죽은듯 조용히 했어
막 이게 이거고 저게 이거고 설명을 해주길래 전정국을 빤히 봤어
"알았지?"
"어."
"모르는 거 있으면 말해."
"응."
전정국 넌 충분히 너랑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텐데
왜 나를 만났던 거야?
왜 나를 다시 좋아하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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