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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ing Me Softly




01. Fly to the Moon




 “요번에 다들 봤어? 그녀는 매우 훌륭했어. 내가 직접 우리 집 지붕에서 날아가는걸 봤다니까.”
 “그러게. 요번에도 T가 아니였으면 아마 지금쯤 우리 마을은 전부 쑥대밭이 됐을 거라고.”

 마을 남자들이 주점에 모여서 모두들 T의 전장 얘기를 마치 자신들의 무용담인 마냥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 전투에서도 T의 공이 제일 컸다. 적군의 전투기 석 대를 모두 몰살 시키는가 하면, 몰래 거점하고 있던 물류창고 까지 찾아내서는 폭탄으로 퍼트려 파국에 이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마 조금 있으면 그 놈들도 못 견디고 백기를 들 거라고! 주정뱅이들의 얘기에 차마 기뻐하지 못하고 있었던 여인이 하나 있었다.

주점 『Killing Me Softly』의 마담 Jessica 였다. 제시카는 손님들에 비워진 술잔에 맥주를 채우다 말고 인상을 쓰고야 말았다. 그 속도 모르고 한 남자가 제시카의 손목을 부여잡고는 자기 옆자리에 앉혔다. 좀전까지 T의 대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그 사람 이였다. 남자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려고 하자 제시카는 그것을 뺏어 들고는 빈 병 안에 넣어 버렸다. 지루한 전쟁 얘기라면 몰라도 담배는 안 받아요. 마담의 당당한 태도의 오히려 남자들은 할 말이 없어져서는 잠시 불씨가 꺼지나 했던 그 전쟁 얘기를 이어 나갔다.

T를 나라의 영웅이라 떠받드는 그 얘기에 부글거리는 속을 참지 못하고, 제시카는 내뱉어 버렸다.

 “그러다 만약에 T가 죽게되면요? 그럼 그건 누가 책임지죠?”
 “이봐. 마담. T는 자기 죽음도 받아들일거야. 나라를 위해서 그깟 목숨 하나 못 바치겠어.”

 미친 전쟁광들 같으니라고. 제시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남정네들의 손을 뿌리치고는 주방 너머에 위치한 안식처로 또각 거리는 힐 소리를 내며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맥없이 소파 위에 주저 앉아 버렸다. 고개를 푹 숙인채 옷 안에 숨겨두었던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에 중앙에는 아기 손바닥만한 크기에 나침반이 장식되어 있었다.

 「웬 나침반에요?」
 「그냥 떠돌아 다니다가 마담이랑 잘 어울릴거 같아서.」
 「살다보니 T한테 뭘 받는 날도 오네요.」
 「시, 싫으면 도로 주던가.」
 「아니에요. 소중히 생각할게요. T처럼」

 그 이후로 한동안 T는 자취를 감추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서는 전쟁의 선봉에 섰다더라, 추락하는 전투기 안에서 T를 봤다더라. 혹시라도 안 좋은 소식이 마담에 귀에 들려올라 치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서는 밤새 잠을 한 숨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가 일 수 였다. 나쁜 사람! 어떻게 연락이 한 번도 없을 수가 없어! 제시카는 손에 쥐고 있던 나침반을 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나침반은 데굴데굴 굴러가서는 검은 군화에 부딪혔다.

 “소중히 간직하겠다더니. 결국 이렇게 던져 버릴 거 였어?“

 제시카의 시선이 꽂힌 문 틈의 끝에는 T가 한 쪽 벽을 문잡고 서있었다. T는 떨어진 나침반을 주워 들어서는 흔들어 보였다. 그보다도 제시카의 눈을 사로 잡은건 군데군데 붉게 얼룩진 제복 이었다.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서는 엉엉 울어버렸다. 당황한 T는 제시카에게로 다가가 감싸 안았다.

 “전화 한 통 쯤은 할 수 있었잖아요.”
 “미안해.”
 “나만 걱정했던 거에요. 나만! T는 사실 내 걱정 따위 하지 않았던 거잖아요.”
 “걱정 많이 했어.”
 “거짓말!”
 “옷 봐봐. 승전 축하 파티도 하기 전에 온거야.”

 “어디 다친데는 없어요?”
 “글쎄. 다쳤어도 마담한테는 얘기 안하는게 나을 거 같은데.”
 “진짜! 이제 그깟 전쟁 같은거 그만해요.”
 “그건 어쩔 수가 없어. 내 운명 같은 거거든.”

 T는 자기가 쓰고 있던 모자를 제시카에게 씌어주며 말했다. 너무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T 때문에 제시카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T는 자기 보다도, 아마 자기 자신 보다도 전쟁을 더 사랑하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섣불리 하나만 선택하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T의 마음을 확실히 가졌다는 확신이 없었다.

제시카가『Killing Me Softly』를 아슬아슬하게 절벽 끝에 만든 것도, 창공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를 고른 것도, 간이 이륙장을 만든 것도 다 T를 위함 이였다. 이런 처절한 구애의 끝에도 언제나 T는 자기와 마담을 친구라는 명목으로 묶을 뿐이었다.

그리고 T는 언제나 하늘 아래 존재 하는 건 모두 다 친구가 될 수 있어. 라는 말로 등 돌릴 뿐이었다.

 “친구 섭섭한데? 오자마자 마담한테 들른건가?”

 T의 오래된 친구인 유리가 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을 붙여왔다. T는 환하게 웃으며 유리와 다정하게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20년 지기인 나보다도 마담이 더 보고 싶었던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T는 유리씨보다 제가 더 좋은가 본데요?”
 “하핫, 아 근데 마담 손에 든 게…?”
 “나침반이요. T가 직접 준 거에요.”
 “뭐? T가 나침반을 줬다고, 파일럿 한테 나침!…….”

 “자, 자 됐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T는 황급히 유리의 입을 막으며 길을 재촉했다. 제시카는 뭔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T가 앞장서 나가는 바람에 물을 틈도 없었다. T와 유리는 술병을 테이블에 가득 쌓아 놓고서는 한 병씩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러다 큰일 나겠어요! 제시카가 T가 들고 있던 술병을 급히 가로채갔다.

 “술도 잘 못하잖아요.”
 “이런 날은 실컷 마셔도 돼. 유리도 있는걸.”
 “야아, 그러니까 둘이 무슨 부부같네.”

 유리의 말에 T는 순간 깜짝 놀라서는 헛기침을 했고, 제시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손님들을 보고 오겠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빠져 나갔다. 유리는 그 모습을 보며 깔깔대며 웃기에 바빴다.

 “그렇게 재밌나?”
 “안 재밌고 배기겠나. 파일럿들 사이에서도 제일 쌀쌀 맞기로 소문난 마담이 T 앞에만 서면 저렇게 어쩔 줄 몰라하는데. 그쯤하면 받아주지 그래. 나침반도 줬다면서.”
 “나침반은…….”
 “파일럿한테 나침반이 어떤 의미인지 마담이 알면 참 좋아할텐데 말이야.”

 T는 자연스레 손님을 대접하고 있는 제시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남자 손님들에게도 너 나 할 것 없이 다정하게 웃어보이고 살갑게 대하는 거 같았다. 뭐가 특별하다는 건지 나참. T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유리는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의자를 바짝 당겨서 앉았다. T는 그 모습을 보고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될 것임을 느꼈다.

 ”저번에 부탁한 거 있잖아.”
 “그래. 어떻게 알아봤어?”
 “일단 아는 파일럿들한테 수소문을 했는데 자네 아버지에 대해서 이름만 들어봤지. 사고사 했다는 거에 대해서는 다들 정확히 모르더군.”
 “그렇구만. 하긴 20년이 지난 일인데.”
 “대신에 자네 아버지 전투기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사람을 찾아냈어.”
 “그래?! 거기가 어딘가! 오늘 당장이라도 가야겠어.”

 T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시끌벅적 하던 주점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물론 그 안에는 마담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담은 이내 흘기는 눈빛으로 T를 쳐다보고는 말았다. 유리는 종이 쪽지를 조심스레 건네 주었고 T가 황급하게 펴 본 쪽지 안에는 이름 모를 주소가 적혀져 있었다.

 “카고마 섬이라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이라고 하더만. 거기에서 유일하게 살고 있는 여자가 하나 있는데 아마 그 여자가 봤다나봐. 비행기로 가려면 거의 5시간은 잡고……! 이봐, T! 지금은 밖이 깜깜해서 위험하다니까.”

 T는 한시도 지체 할 것도 없이 모자를 고쳐 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비행장으로 가려던 찰나, 제시카가 T의 팔을 붙잡았다.

 “어딜 또 간다는 거죠?”
 “급히 갈 데가 있어.“
 “전쟁이 끝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어요.”
 “그런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결국! 끝까지 당신은 당신 생각만 하는군요. 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런게 아니야.”
 “선택해요. 당신이 꼴도 보기 싫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날엔 정말 다 끝이에요!”
 “제시카……. 약속할게. 꼭 돌아오겠다고, 돌아와서 해야 할 말도 있고.”
 “약속해요. 다치지,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제시카는 차마 T의 비행기 시동소리를 듣지 못하고는 등을 돌려 버렸다. 흘러 내리는 눈물을 막을새도 없이 그렇게 T는 요란한 굉음과 함게 밤하늘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비행기가 점점 작아져서 희미해질 때까지 제시카는 T가 떠난 자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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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소재괘발린다 진짜금손이나타낫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ㄴ너무좋네요 파일럿한테 나침판이 무슨의미인지찾아ㅜ보고올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태연아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헐 대박ㅠㅠㅠㅠㅠㅠ 겁나 좋네여ㅠㅠㅠㅠㅠㅠ 빨리 중도 봐야겟아요ㅠㅠ
9년 전
독자4
어ㅜㅜㅜㅜㅜㅜ좋다ㅠㅠㅠㅠㅠㅠ중편보이길래 상편도 있나하고 관심가진 나를 칭찬하고 작가님을 찬양한다ㅠㅠㅠ
9년 전
독자5
신알신이요!
9년 전
독자6
헐대박....신알신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소재봐ㅜㅜㅜㅜㅜ너무좋아요 얼른중편봐야지안되겟네 ㅠㅠㅠㅠㅠㅜ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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