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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ing Me Softly




04. You Call It Love

 

 


 “포케볼프에요!”
* 포케볼프 : 독일의 피스톤 엔진 전투기

 잔잔하게 비행을 하고 있던 그들 앞에 먹구름이 등장하듯, 검은 전투기가 윙 소리를 내며 저 멀리서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스테파니의 말에 당황한 T는 날개를 올리고서는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곧이어 오른쪽 날개를 접으며 왼쪽 방향으로 급선회를 시도했다. 하얀 구름들이 헤치고서는 전투기와 거리를 좀 두고 나서야 T는 고글을 벗고정체를 확인했다.

 “아돌프!”
 “누구에요? 아는 사람이에요?”
 “파일럿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놈이에요. 남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데 희열을 느끼는 비열한 놈이에요.”

 검은색 전투기는 굉음을 내며 Tiffany를 향해 가깝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T는 더욱 더 가속에 열을 냈지만 오래된 부품에 한계는 존재했다. 전투기와 Tiffany가 동등선 아래 나란히 서게 되자 안에 타고 있던 아돌프가 T를 향해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게 누구야. T가 아닌가. 난 자네가 죽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아돌프. 당신이 바라는 바겠지.”
 “그새 여자를 끼고 놀고 있었던 건가. 하여간 자네 밤자리 실력을 알아줘야 한다니까.”

 으윽. 아돌프가 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냈다. T가 Tiffany를 바짝 붙이고는 아돌프의 전투기를 밀어 붙였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전투기 안에서 아돌프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핸들을 부여 잡고는 만만찮게 서로의 비행기를 부닥트리며 T를 궁지로 내몰았다. 프로펠러의 파편이 튀는 소리가 휙휙 나기 시작하자 겁을 먹은 스테파니는 귀를 막았다. 품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프린스를 더 세게 끌어 안고서는 괜찮을거야, 괜찮아, 하며 자기 위로 식의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근데 자네 그거 아나? 자네가 그렇게 끔찍히 아끼던 여자가 자네의 절친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말이야.”
 “헛소리 집어 치워!”
 “자네는 믿고 싶지 않겠지. 근데 어떡하나. 둘이 밤에 엉키고 설켜붙은 것을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말이야.”

 설마 그럴리가 없어. T는 멍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20년 지기 친구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럴리가. 분명 유리에게 떠나기 전에 잘 부탁한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좀전의 아돌프 녀석의 표정으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사실일까. 만약에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T는 마른 세수를 하며 복잡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돌프의 전투기가 Tiffany를 깔아 뭉갠 채로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잘 가게나. 친구.”

 프로펠러가 위 아래로 맞붙어서는 부딪히기 시작했다. 시뻘건 불꽃이 점점 튀더니 아돌프의 비행기가 Tiffany를 세게 누르고는 옆으로 선회하며 사라져 버렸다. 이미 Tiffany의 앞에서는 검은색 연기가 스믈스믈 피어 오르기 시작했고 T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 때 였을까.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스테파니가 T의 어깨 사이로 팔을 내밀고는 주인 없는 핸들을 잡았다.

 “진짜 정신 안 차릴 거에요! 이러다 다 죽게 생겼다구요.”
 “…….”
 “일단 살고 나서 그 여자랑 따지던지, 싸우던지 하라구요!”

 스테파니의 외침에 잠자코 있던 T는 핸들 위에 있던 스테파니의 손 위로 겹쳐서는 세게 잡아 당겼다. 그러자 뒷 날개의 숨겨져 있던 보조 날개가 크게 양쪽으로 펼쳐졌다. 바다와의 높이 차이는 겨우 30cm 안팎이었다. 하마터면 바닷물 속으로 풍덩 빠질뻔 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나게 된 것이다. 휴, 다행이다. 스테파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보조 날개라서 얼마 버티지 못할 거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카고마 섬은 바로 저기니까.”

 스테파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의 끝에는 구름 사이로 비쳐지는 푸른 산 하나가 존재했다. 저기가 카고마 섬이구나. T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비행장에 착륙하기 시작했다. 비행장에 착륙하기가 무섭게 한 소녀가 밀집 모자를 고쳐쓰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스테파니는 자리에서 폴짝 일어나서는 소녀에게로 달려가 안기었다. T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쳐다보자 그제서야 스테파니는 자신의 언니라며 소개해왔다.

스테파니의 언니가 안내해주는 곳으로 따라가자 나무 판자로 이루어진 집이 한 채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스테파니는 T의 팔을 잡아 당겨서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스테파니와 함께 기도를 한 뒤 오랜만에 제대로 먹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자, 여기 프린스.”

 스테파니의 언니는 밥 그릇에 사료를 듬뿍 담아서는 프린스 앞에 내려놓았다.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는 프린스를 내려다 보며 털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혼자 외로이 있는 스테파니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당신이 나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쯤하도록 해요. 난 T를 실망시킬 생각도, T를 시험에 들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마담은 T보다 나를 먼저 만났었죠. 내가 이곳에 T를 끌고 오는게 아니였어요. 난 진심으로 그 때의 나를 후회하고 있다구요.”

 유리와 제시카는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유리는 제시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제시카는 유리를 향해 어떠한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았다. 그래요, 내가 당신을 속였어요! T는 사실 살아 있다구요. 정말 눈물 겨운 사랑이군요. 유리가 참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 섰을 때 황급히 여종이 마담을 부르며 찾았다. 전화가 왔다는 얘기에 제시카는 황급히 뛰어 나갔고 유리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수화기를 건네 받자 마자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제시카는 왈칵 눈물이 터질뻔 했다.

 「잘 지냈나.」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그래도 마담 목소리를 들으니까 좀 낫군 그래.」
 “다치진 않은 거에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에요?”
 「걱정마. 난 늘 당신이랑 함께 하고 있잖아. 목에 걸고 있는 그게, 당신을 지켜줄거야.」
 “나한테 지금 필요한 건 나침반이 아니라 당신이라구요!”
 「못 본 사이에 어리광이 늘었네.」
 “자업자득이죠.”

 「제시카. 파일럿에게 나침반은 말이야.」
 “…….”
 「목숨과도 같아.」
 “…….”
 「제시카. 당신은 내 목숨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내 목숨을 잘 지켜줘. T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제시카는 대답 없는 수화기를 마냥 붙들은 채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제시카는 분명 알고 있었다. T는 쑥스러움과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 감정 표현을 굳이 내색하지 않는다는 것. 이쯤 하면 사랑 고백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느꼈다. 제시카는 가슴팍에 숨기고 있었던 나침반을 더 세게 부여 잡았다. 그리고는 하루 빨리 T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다.


 “본 적이 있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을 거에요. 오래 되서 기억은 안 나지만 검은 비행기 몇 대가 따라 붙었던 거 같아요.”
 “검은 비행기라면…….”
 “아돌프! 그 놈과 무리들이 분명해요.”

 스테파니와 그녀의 언니, 그리고 T는 안에서 아버지의 행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테파니의 언니가 어렸을 적 보았던 아버지의 상황을 전해 듣는 내내 T는 손가락이 저릿저릿하니 절로 인상을 쓰며 이마의 주름을 냈다. T는 아돌프의 악행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지금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심해, T가 스스로 읊조린 말에 스테파니는 화들짝 놀라서 T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왈왈 하며 밖에 있던 프린스가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안에 있던 무리들이 바깥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검은 밤하늘 사이로 붉은 색의 불빛들이 무수하게 비쳐져 왔다. 곧이어 거대한 굉음들은 섬의 해변가에 도착하자 잦아들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T. 자네는 주변 사람들을 너무 신봉하는 스타일이야. 때로는 그게 독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르지. 자네의 20년 지기 친구가 정보를 듣고는 내게 비싼 값에 팔았다지.”
 “거짓말 하지마!”
 “아마 마담의 기둥서방 노릇이 하고 싶은가봐. 그렇다면 제일 없어져야 할 게 누구겠나. 어차피 서로 목적이 같으니 이렇게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일 지도 모르지.”
 “아버지 까지도 모자라 이젠 내 친구, 그리고 나까지 노리는 건가?”
 “아아 자네 아버지. 그 분은 참 아까운 인재였어. 근데 어떡하나. 난 인재, 천재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파일럿은 여러가지로 긴 말 하지 않지. 위에서 제대로 붙어 보자고!”

 T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소리쳤다. 그러자 스테파니가 T를 잡아 세웠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요. 당신은 비행기도 없잖아요!”
 “아 참”

 비행기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내껄 빌려줄테니까.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스테파니의 언니가 입을 열었다. 언니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스테파니는 큰소리를 내지르며 다그쳤다.

 “언니!”
 “뭐 어때. 나는 T가 멋있기만 하구만. 너는 그렇게 생각 안해?”
 “물론! 나도 T가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근데, 그래도…….”
 “걱정 시킬 일은 절대로 만들지 않을게요.”

 T의 호언장담에 스테파니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럼! 나도 같이 타는 걸로 해요.”
 “안되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 여기 올때도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잖아요.”
 “만약에 내가 그 안에 없었으면 당신이 죽었을 지도 몰라요. 나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알겠어요. 대신 얌전히만 있어야 돼요.”

 그렇게 스테파니는 뒷좌석에 태우고도 T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떨쳐내지 못했다. 혹여 저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나. T는 자신이 쓰고 있던 헬멧을 스테파니의 머리 위로 꾹꾹 누르며 씌어주었다. 차라리 내가 다치고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T의 다정한 눈빛에 스테파니는 좀전의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스테파니. T랑은 무슨 사이인거야? 혹시 서로…….’
 ‘미안하지만 T는 따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그랬어.’
 ‘난 또 뭐라고. T가 유독 너한테 살갑게 대하길래 혹시나 했거든. 보통 그렇게 다정한 사람은 드물거든.’

 시동 켤게요. 엔진 소리가 크네요. T는 다정하게 스테파니를 향해 일일히 설명을 해주었다. 검은 비행기에서 사인을 보내자 동시에 나란히 두 대의 비행기가 해안가를 가르며 절벽을 오르다 날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크게 위아래로 덜컹 거렸지만 그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바다 곳곳에 절벽들과 바위들이 꼭꼭 숨겨져 있어 이리저리 피하기 바빴다. 그럼에도 T의 비행기가 검은 비행기를 바짝 붙기 시작하자 더 멀리 달아났다.

 “아돌프는 순 겁쟁이군요. 치사하게 도망가기나 하고.”
 “도망 가는게 아닌거 같아요.”
 “그럼요?”
 “아마 유인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T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절벽 사이사이에서 숨겨져 있던 비행기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삽시간의 T의 비행기는 검은 비행기들의 무리에 휩싸여 오갈 곳을 잃어 버리고야 말았다.

 “아돌프, 비겁한 자식!”

 T의 비행기를 위 아래로 틀어 막고는 절벽으로 밀어 붙였다. 날개에서 일어나는 파편들과 불꽃이 T의 손 위로 튀기 시작했다. T의 목덜미와 팔뚝은 이미 시뻘겋게 달아 오른지 오래였고, 절벽에 부딪힐 때마다 닿은 살갗이 이곳 저곳 찢겨져 피가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스테파니가 괜찮냐고 묻는 말에도 애써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서는 보였다. 손톱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안되겠어요. 우리 그만 포기해요.”

 스테파니의 말에도 T는 잡고 있던 핸들을 놓지 못했다. 그 순간 T의 비행기 뒤로 뜨거운 기운이 감지 되었다. T가 뒤를 돌자 화염 속에서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그 안에 타고 있던 파일럿이 바다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누군가의 소행이 분명했다. 검은 재로 변한 비행기가 두 동강으로 찢어져서는 공중에 흩날려 날아갔다. 그 뒤로는 초록색의 비행기가 있었고, 그 안에는 손에 소형 권총을 든 제시카가 타고 있었다.

 

 

 

05. Love Is You

 

 

 

 “T 봤어요? 아돌프 녀석이 어찌나 빠르게 꽁무늬를 내빼던지.”
 “…….“
 “T 듣고 있어요?”

 T는 손목에 말고 있던 손수건을 풀어서는 간단하게 피가 흘러 내린 얼굴과 팔목을 닦아 내렸다. 스테파니는 잠자코 T의 옆을 따라 붙을 뿐 이었다. T는 좀전부터 심기가 불편한듯 보였다. 씩씩 대는 콧김 소리가 스테파니의 귀에도 적나라하게 들릴 정도였다. 갑자기 T가 자리 멈춰서서는 뒤를 훽 돌아보았다. 뒤에는 제시카가 걸어오고 있었다.

 “애초에 마담 도움 같은건 필요 없었어.”
 “내가 가지 않았으면 T가 죽었을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해요.”
 “하마터면 마담이 죽을 뻔 했었어.”
 “차라리 그게 낫겠군요. T가 죽는 것 보다는.”
 “제시카!”

 “다시 한 번 내 일에 참견한다면 나도 그 땐 가만있지 않겠어.”
 “아니요. 나는 T가 위험해지는 일이라면 참견 해야겠어요.”
 “정말 구제불능이군.”

 T가 큰소리로 저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테파니와는 달리 제시카는 자주 겪는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T의 말 끝마다 의견을 덧붙였다. 옆에서 덩달아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테파니는 그제서야 T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T가 제시카를 향해 소리치는 말에 애정이 묻어 있음을 말이다. 스테파니는 아직도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둘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스테파니는 돌아가지 않는 건가요?”
 “당분간은 언니랑 있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아직은 그 섬에 가는 게 떨리고 겁나서.”

 T와 스테파니는 마지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T가 먼저 스테파니를 와락 끌어 안고는 어께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리 인사할까요? 스테파니의 말에 T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잠시 지나지 않아 T의 양볼에 촉촉한 무언가가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T는 손등으로 볼을 쓸어 내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는 서로 말없이 멀찍히 하늘만 쳐다보았다. 뒤에서 얌전히 지켜보던 제시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비행기의 시동을 걸었다. 달달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T가 황급히 스테파니와 그녀의 언니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좋았겠어요. 어린 여자 아이한테 뽀뽀도 받고.”
 “그럼 당연히 좋지.”

 제시카는 T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핸들을 왼쪽으로 확 꺾어버렸다. 그러자 T의 몸이 심하게 쏠려서는 어어 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도대체 누가 이딴 식으로 운전을 가르쳐 준거지?”
 “술집 마담이 술 먹으러 오는 손님한테 배우지. 누구한테 배우겠어요.”
 “뭐 누구한테 배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말없이 숨어버릴 꺼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직접 찾아다니기로.”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파일럿 같은 거 그만하면 되잖아요.”
 “가끔 이렇게 마담이 운전해준다면.”

 T가 동네로 돌아오자 T의 생사를 걱정하던 사람들이 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T는 곧장 총사령부로 올라가서는 자신이 받았던 표창과 제복을 내놓았다. 확고한 T의 반응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사령관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까운 인재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 이었다. 그리고 다시 T가 『Killing Me Softly』로 들어 갔을 때 제시카는 어깨를 바들바들 떨며 울고 있었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받아 들었다.

유리의 글씨체 였다. 떠나겠다고, 돌아오지 않겠다고,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 T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 때문이에요. 내가 떠나라고 했어요.“
 “…….”
 “어쩔 수 없었어요. 당신을 잃을 바엔 당신 친구를 잃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제시카.”
 “이런 나를 원망해도 좋고, 미워해도 좋아요. 그러니까 제발…….”
 “당신을 떠날 일은 이제 죽어도 없을거야.”

 유리도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될거야. T에게 파묻혀 울고 있는 제시카의 등을 토닥거렸다. 얼마나 웃었을까 눈 주위가 화장으로 번진 제시카의 얼굴을 부여 잡고는 T가 푸스스 웃었다. 그리고는 진득하게 입술이 맞붙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옷 속을 파고 들며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여나 제시카의 머리가 다칠까 T는 손을 뒤로 감싸서는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눕혔다.

『Killing Me Softly』에 달라진 점이 몇가지 생겼다. 주점 안에서 마담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종종 카운터나 단골 손님에게라도 모습을 비추던 마담은 이제 모든 일은 여종업원에게 떠맡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아쉬워 하는 손님들로 인해서 매출이 떨어졌지만 사실 제시카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가끔 마담을 하늘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지만 누구 하나 그것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다정하게 앉아있던 사람이 T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들 쉬쉬하기만 할뿐 T와 마담의 염문설을 애써 부정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점을 떠돌아 다니던 한 사내가 주점 뒷편 마담의 탕비실에서 들려왔다던 소리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 소문을 사실 암암리에는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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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오오오오?! 결국 탱싴이네여!!ㅠㅠㅠㅠㅠㅠ 작가니뮤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 마담 왜케 멋잇죠? T도 멋잇고 그냥 다 멋잇네여ㅠㅠ
9년 전
독자2
우와ㅜㅜㅜ잘봤습니다 작가님! T가 살아와서 제시카랑 잘되서 좋습니다ㅜㅜㅜ
9년 전
독자3
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다행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T도멋있고 마담도 멋있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스테파니도멋있고ㅠㅠㅠㅠ캐릭터가 전부다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우와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태니탱싴이랫으니 ㅠㅠㅠㅠㅠㅠㅠㅠt가 태연이엿던거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27.70
우와ㅠㅠㅠㅜ진짜작가님필력대박이에요ㅠㅠ이런문학작품이 널리 퍼져야될텐데ㅠㅠ
9년 전
독자5
진짜잘읽었습니다 재밋엇어요ㅠㅠㅠㅠ앞으로도마니마니써주세요 ㅜㅜ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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