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 사람들이 넌 정말 글러먹었다고 할 만큼 자기만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애가 되어서, 더 이상 남 때문에, 나 때문에 배신 받은 감정으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한테 과분한 마음을 주고 저 자신은 챙겨주지 못해 외롭지 않았으면 해
태형: 누나한테 비슷한 말을 했어요, 오늘
좀 못된 사람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근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심 생각하는 게, 결국 누나가 좋은 사람이 아닐 수는 없다는 걸 믿어서 할 수 있는 소리구나.
태형: 형이 바라는 이기적인 누나는 절대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형도 알죠?
석진: 맞아 다 알면서도 하는 소리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형: 누나가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고 그냥 좋아한 사람은 형 말고 없어요
태형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이유도 분명하지 않아요. 그냥 형이라서 좋은 게 다른 사람 눈에도 다 보여요. 둘이 싸웠을 때에도, 그랬어요. 그러니까 누나가 아주 만일,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해도 형 앞에선 그렇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형한테선 그런 말을 듣기 싫으니까. 누나는,
태형: 아흔 아홉 개의 안 좋은 말이 있어도 하나의 좋은 말이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했어요
석진: ... ...
태형: 다들 아흔 아홉의 칭찬이 있어도 하나의 미운 말이 먼저 보인댔는데 누나는, 모두가 등을 돌려도 형이 있으면 괜찮다는 거랑 뭐가 달라요
그러니까 아까 전에 했던 말을 누나한텐 절대 닿지 않도록 해줘요. 형의 부탁 없이도 나는 누나 편이고, 나 말고도 누나 혼자 두지 못하는 사람 이미 많아요. 형 말고도 자기 편 들어줄 사람 있는 건 누나도 알고 있어요. 다만 형이 자기 편이길 바라는 거예요. 형 없어도 좋아해주는 사람 많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지만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은 형이라서. 형이니까. 자기가 바라고 원하는 사람이 제 사람이길 원할 뿐이에요.
그런 누나한테 이런 말은 꺼내지 마요. 듣는 순간 누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 거예요. 사람 하나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세상에 하나 뿐인 형에게 무너지는 거란 말이에요.
태형: 왜 몰라요 그걸, 누나가 말 안 했어요? 세상에겐 고작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존재가 누군가에겐 자체로 세상이라고
누나한테 형이 그런 걸 내가 알려줘야겠어요? 시작부터 형에겐 을이길 바란다는 사람에게 네가 갑으로 굴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그게 더 힘들어요. 내가 하는 방식이 틀렸나, 어긋났나. 맞지 않았던 걸까.
태형: 누나를 정말 위한다면 누나의 방식을 그대로 수용해줘요
석진: 넌 진짜... 예상을 뛰어넘는다
태형: 누나가 자기를 챙기지 못하고 형만 보는 게 불편하면 그만큼 형이 누나를 사랑해주면 되는 거잖아요
누나는 형이 아니면 아무도 바라볼 생각이 없대잖아요. 왜 자꾸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된다, 더 위로 받고 행복해도 된다. 형 없이도 기댈 곳 없는 애로 만들고 싶진 않다. 형이 진짜 누나를 위하는 거면, 형이 없으면 안될 사람에게 형의 부재를 가정하지 않게 해줘야죠. 그건 누구도 대체해줄 수가 없는 부분이에요. 나도, 심지어 지한이도.
태형: 그리고 자꾸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말아요 그건 형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덩달아,
석진: 알겠어,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그만해도 돼
복잡한 얼굴의 석진을 뒤로 하고 방으로 돌아온 태형.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한국 시간으로 지민의 생일이었죠.
태형: 아... 축하해줘야 하는데!
이 싱숭생숭함을 어찌 가라앉힐꼬. 머리를 헤집으며 트위터를 들어갑니다. ...뭐야? 당황스러워하는 태형의 휴대폰 속에 비친 건 뭐였을까요.
윤기: 뭐야 이건
정국: 일단 형은 아니란 거져?
윤기: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있어? 딱 봐도 누나 짓이네
정국: ? (전혀 몰랐음)
윤기: 돈으로 요란 떠는 건 누나 주특기잖아
정국: ...형은 어떻게 지민형 생일을 축하하는 누나의 정성을 그렇게 치부할 수가 있어요
윤기: 돈지랄이라고 하려다 말았다, 그래도 이건 생일축하래서
정국: 내가 봤을 때 제일 검소하게 사는 건 누난데! 그렇게 상스러운 말이라니!!
윤기: 야 지나가던 개가 비웃는 소리 좀 하지마
정국: 뭐래여!!
윤기: 누나가 한때 아디X스만 입었다고 검소하다 생각하나본데 그런 사람이 오천원 주고 산 에코백 마냥 아무데나 던지고 다녔던 가방이 얼마짜린 줄은 알아?
정국: 누나가 던지고 다니는 가방이 한 두개도 아니고 뭘...
윤기: 그중에 억소리 나는 게 있다니까!
정국: 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여 쫌!
어김없이 김탄소 음모론자라며 막내에게 된통 지적 받는 윤기입니다. 그래서 정국이 휴대폰까지 들고 윤기를 찾아온 바로 그 정체가 뭘까요.
지한: 내가 오늘 되게 이상한 걸 봤단 말이지
지민: 인간적으로 시차는 생각하면서 전화하라고
지한: 인터넷 돌아다니다 진짜 황당해서, 아니! 폐공장을 사다가 그 바깥에 네 얼굴 그리는 누나를 둔 내가 잘못인걸까?
지민: 뭔, ...뭐?
지한: 그 팀에서 이딴 일을 벌일 사람은 누나밖에 없잖아
네, 그 정체는 탄소가 지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 중 하나인 지민 박물관인데요. SNS 이곳저곳에서 화제로 떠들썩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태형도 놀라고 정국도 놀라고 윤기도 어이 탈출한 까닭은 방탄소년단의 모 멤버가 같은 그룹의 생일인 멤버를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거라고 기사까지 올라와서요.
탄소: zZZ
탄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잡니다만, 하도 비밀리에 성대한 준비를 한답시고 사람들 입막음 단속하는 걸 깜박했던 모양이에요.
어느 멤버가 지방에 있는 폐공장단지를 한꺼번에 사들이며 특별히 그중 하나를 단장시키고 다가오는 지민의 생일을 맞이해 공개했다는 기사에는 참 많은 내용이 들어있었죠. 건물 외벽에는 지민의 얼굴이 그려져있다더라. 내부에는 그 멤버가 찍어온 지민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넓은 공간의 일부분은 카페로 운영된다네요. 수익을 내지 않는 구조라고 합니다. 모든 음료와 베이커리가 무료~!
음료 컵홀더는 역시나 지민의 공개된 적 없는 사진으로 만들어졌으며 카페 자체는 앞으로 한달만 진행한다고요. 일주일을 간격으로 새로운 컵홀더가 들어온답니다. 컵홀더와 함께 제공되는 포토카드 두 장이 추가 구성이고, 전시된 사진들과는 다른 사진으로 만들어진 포토카드라고 해요. 복층 형식으로 꾸며진 덕에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고 하는 걸 보니 재밌어보이네요.
173번째, 613번째, 1013번째, 1995번째 방문자에게는 지민이 사용하는 향수를 선물하는 이벤트까지!
윤기: 오, 버스도 운행해줘?
정국: 진짜 누나가 한 거예요?
윤기: 그럼 누가 하는데
서울을 비롯한 각 광역시에서 해당 장소까지 하루에 10회씩 전용 버스의 왕복 운행을 합니다. 기깔나네요. 그 버스의 겉에는 당연히 지민의 생일 광고가 걸려있습니다. 아 너무 재밌네.
윤기: 뭔 사진을 얼마나 넣고 어떻게 꾸몄는지 궁금한데
정국: ...내일 아침에 누나한테 직접 물어봐야겠어
윤기: 아니 정국아 방탄 멤버 중에 하나가 했대잖아
정국: 무조건 누나라는 법은,
윤기: 돈도 써본 사람이 안다고 이렇게 큰 돈 쓸 줄 아는 건 누나 말고 없어요 이 친구야
정국: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일리있다
탄소에게 오늘 밤이 동짓달 기나긴 밤처럼 느껴지길 바랄 뿐입니다.
석진: (와장창)
석진의 센치한 기분 또한 모조리 부쉈거든요. 역시 대단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