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요괴 20
요괴문은 소용돌이처럼 나를 휘감았고
나는 요괴세계에 떨어졌습니다.
나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왔다라....
나는 그 생각에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곳 요괴세계가 나의 집인가요, 아니면,
집주인이 있는 그곳이, 나의 집인가요?
나는 집주인의 마지막 말을 몇번이고 곱씹었습니다.
사랑한다고, 제게 분명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너무나도 꿈 같은 말이라서 그저 제 착각 같기도 합니다.
"야, 왔냐?"
"......."
"요괴대부님이 너 불러. 가 봐."
주네였습니다.
주네의 담담한 얼굴을 보니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그리 필사적으로 쫓아내놓고, 결국 서로 도착점이 같으니 말입니다.
주네가 내게 저 말을 전한 의도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주네는 요괴대부와 요괴할매에게 저와의 일들을 보고했을 것이고,
저는 그것의 여부를 확인받기 위해 불려가는 것이겠지요.
저는 요괴대부님의 뒤에 섰습니다.
요괴대부님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내게 말했습니다.
"(킁)...먼저 왔던 주네의 보고를....쩝...들었는데 말야....(킁)
왠지...네가 갖꼬있는 쟁각(생각)을 알 것 같꺼든, 내가....쩝."
"저, 그게, 깨끗이 안녕하고 헤어진 거에요...."
"정말?"
"정말로...."
아마도 언행불일치의 대부는 저인 것 같습니다.
정말이라 말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다니요.
제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아이였던가요.
요즘은 툭하면 눈물이 나오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나는 흐느끼는 소리를 애써 참는다고 참았으나,
요괴대부님은 돌아보지 않고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적어도 너한테는...(킁)...깔끔하지 못한 거 같은데....(쩝)"
".........."
"(쩝)...미련이 남아있구나."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나는 펑펑 우는 고개를 들 수가 없어 푹 숙였습니다.
흑갈색의 나무 바닥에 내 눈물 자국이 늘어갑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헤어지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사람한테서요."
"......."
"그 사람도 저랑 같은 마음일까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제 어쩌면 좋아요."
물론,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친구를 사랑하는 것일 수도, 윗사람 또는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
나에겐 없지만 부모를 사랑하는 것도 있고,
그리고 연인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집주인은 내게 어떤 의미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걸까요?
만약 집주인이 저와 똑같은 마음이라면, 저는 어찌해야 하나요?
나는 혼자서 그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 답답했습니다.
"동동아, 그럼...(킁)...너에게 기회를 한번 줘보고 짚다(싶다).
사질(사실) 네 성격장(성격상)...쩝...인간을 죽이는 임무와 잘 안 맞긴 하지?
그래서 겸자겸자(겸사겸사) 다른 일로 전향시키겠다."
"다른 일이라면...?"
"(킁)...구역 감시자는 영혼을 수거하지 않아도 되지."
"저한테 구역 감시자 일을 맡기신다고요?
능력이 보장되어야만 할 수 있는....구역 감시자를요?"
아마 제 눈 크기는 왕방울만해 졌을 것입니다.
저는 가슴에 손을 대고 계속 저를 가리켜 확인받으려 했습니다.
너무나도 환청같은 말이었습니다.
첫 임무도 실패한 제가 구역 감시자가 된다니요.
요괴대부님은 이제야 비로소 저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저는 금방이라도 무릎 꿇을 기세로 두 손 가지런히 모아
그 조건이란 게 무언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주위를 지나다니는 다른 요괴들의 소란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치 요괴 대부님과 저만 있는 것처럼, 온 신경이 집중되었습니다.
"쩝...이번에 구역 감시자를 뽑는 과정은...서바이벌로 이루어진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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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서바이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