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수간호사님이 아닌, 키가 크고 마른 남자아이였다. 나보다 한 두살 많은 것 같기도 했고, 피부는 까무잡잡했다. 나는 당황스러웠고, 그 아이는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가디언 그룹에서는 본 적이 없는 얼굴이니 센티넬이 확실했고,왼쪽 팔의 소매를 겅어올리고 한 손으로 왼팔을 꾹 잡고 있는 게 상처가 난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소매 끝이 피로 살짝 젖어있었다.
그러나 우리 둘은 결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맹수와 사냥감이 서로의 동태를 살피듯, 하지만 사냥감은 결국 사냥당할 운명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먼저, 순순히, 말을 건내기로 결심했다.
"..다쳤어?"
"누구야."
여리지만 칼칼한 목소리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가디언이야. 상처가 났으면 이리 와. 간단한 치료는 해줄 수 있어."
'싫어."
그 아이는, 음, 첫 느낌 그대로 자존심이 세고 고집스러웠다. 아마도 자신이 다친 사실이 소문이 날까 두려운 것 같았다. 하긴, 가디언들도 병동 오기를 꺼리는데 센티넬은 더할 것이었다.
"그거 치료 안하면."
"...."
"내일되면 덧날걸. 그럼 상처가 더 심해질거고 소문은 더 금방 퍼질거야."
나는 야비하지만, 그 애를 가장 쉽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 애는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더니 몇 마디 말을 입에서 부리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얼른 해."
나는 손목에서 링거바늘을 빼고, 약품이 놓인 탁자로 가서 연고와 소독약, 솜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아이의 손을 팔에서 떼어냈다. 생각보다 상처가 심했다. 손바닥이 피로 축축했다. 나는 그 피 묻은 손을 붙잡고 개수대로 끌고 가 상처를 씻게 했다. 그 아이는 무턱대고 수도꼭지 아래에 팔을 갖다대었다. 콸콸 쏟아지는 물에 상처가 닿자마자 그 아이는 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팔을 빼냈다.
"그렇게 무턱대고 물에 갖다대면 아파."
나는 조근히 말하며 그 아이의 팔을 부드럽게 쥐고, 물줄기를 향해 사선으로 갖다대었다. 분명 처음보단 덜 아플 테지만, 그래도 쓰라릴 텐데, 그 아이는 아까같은 소리는 지르지 않고,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있다.
"소리내면 좀 덜 아파."
"....."
그 아이의 고집도 대단했다. 나는 상처 주변에 묻은 핏자국까지 다 닦아 내고선 그의 피 묻은 오른손을 씻겼다. 그는 묵묵히 팔을 빼주고, 손을 건냈다. 비죽 튀어나온 입술에는 또 피가 고여있었다.
"이것봐, 입술에도 피 나잖아."
나는 한 손을 들어 그의 입술에 갖다대려고 했다. 순간, 그는 내 팔목을 낚아챘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이 나를 휘둘렀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의 힘에 크게 휘청였다. 그의 눈빛은 처음 병동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마주친 그것과 같았고, 나는 다시 맹수의 사냥감처럼 모든 신경을 움츠렸다.
"너도, 피."
그리고 그는 말했다. 그의 손목이 굳게 쥐고 있는 내 손목 위로, 그에게서 묻은 핏방울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는 내 손을 물줄기에 갖대대고 슥슥 문질렀다. 나는 그 동안 가만히, 정말 가만히 있었다. 두려움때문이었는지, 아무튼,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나질 않았다.
아까와는 반대로, 이번엔 그가 나를 끌고 내 침대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내 침대에 걸터앉더니, 팔을 슥 내밀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 멍한 정신이 맑아지지 않아, 멀뚱히 처다보았다.
"뭐해, 치료 해준다며."
"아, 아...아아."
나는 멍청하게 말을, 그것도 말이라고 할 수 있다면, 더듬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소독약을 솜에 묻히고 톡톡, 상처를 두드렸다.
그 아이는 이번에도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상처를 보며 중얼거렸다.
" 소리 내면 덜 아프대."
"...."
그는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신들린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처음에, 손목에 바늘 꽂을 때 진짜 아팠거든. 근데 소리도 안내고 입술을 깨물었어. 눈물이 찔끔 나더라. 그거 보고 수간호사님이 소리 내면 덜 아프다, 하셨어. 그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눈물이랬어."
"....."
"연고 바른다."
손에 연고를 묻히고 상처에 살살 펴발랐다. 빨간 소독약과 불투명한 연고가 어우러진 상처의 모습은 가히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아."
순간, 토막처럼 튀어나온 그 투박한 말이, 내 심장을 흔들었다. 깜짝 놀랐는지, 심장이 덜컹,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나는 태연한 척 연고를 꼼꼼하게 바르고 붕대를 가져왔다. 두 번 감고, 매듭을 지어주었다.
"다 됐다."
나는 뿌듯하게 붕대의 매듭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그 애는 소매를 다시 끌러내렸다. 그리고는 쭈뼛쭈뼛, 작게 뒷걸음질쳤다.
"..고마워."
"근데 어쩌다 다친 거야? 기초 훈련은 무기를 쓰지도 않고..뭐에 깊게 베인 것 같던데.."
'...그냥."
"조심해, 상처가 깊어서 다 나을 때까지는 좀 오래 걸릴거야. 씻을 때도 조심하고."
"..그래."
"잘 가."
나는 다시 이불을 끌어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 아이는 마주 손 흔들어 주지는 않았다. 나는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병동에 놀러온 손님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 애의 얼굴을 오래 쳐다보았다.
"몇 살이야?"
살짝 높이 올라간 톤의 목소리가 사납게 물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아홉 살, 대답해주었다. 그는 안녕, 다급하게 인사하며 병동을 벗어났다.
너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이죵ㅠㅠㅎ휴ㅠ제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ㅅ
생각보다 경수 과거가 길어져서 두편으로 쪼갰어요ㅋ큐ㅠ아마 내일 한 편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급하게 올리느라 여기에 막 휘갈겨 썼네요 한번도 확인 안해보고 의식의 흐름대류ㅠ오타있으면 오늘안에 수정할게용 아마 앞에 편에 오타 좀 많을..것..같..
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