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너가 생각 나는 날
일년전에.
장마 때문인지 오늘도 창문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비가 창문에 스치면서 맺은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비슷한 날씨의 그 때, 난 오늘도 너가 생각난다.
*
*
*
똑똑똑
평온한 주말.
하루종일 잠이나 자 보겠다는 생각에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썼다. 물론
선풍기는 켜둔채로
똑똑똑
하지만 오늘도 왔다
띠리릭
내가 문을 열지 않으니 알아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오세훈.
"야 오징어."
"야! 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래. 세수도 안 하고 양치도 안 했단 말이야"
"너랑 나 사이에 뭘. 더한 것도 봤는데."
하며 웃는 오세훈
"여기 치킨."
"헐"
재빠르게 테이블을 폈다.
"눈꼽."
"아씨"
"징어야, 인간적으로 개기름은 제거하고.."
"..."
"치킨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
"어서 다녀와"
"너 나가"
"싫어"
오세훈새끼.
오세훈은 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친했던 친구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세훈이 사오는 치킨은 항상 같은 것이다
yes yes chicken
"... 오늘따라 왜이리 말이 없어 말좀해 오세훈"
"티비나 틀까?"
진짜 이상하게 오늘따라 말이 없다.
앞집에서 시끄럽다고 할 정도로 시끄러웠는데
"야 우리집 티비 고장났어."
"뭐하고 사냐 그럼... 그럼 라디오라도.."
"그거 고물이야."
"아..."
"너 이상해 뭐 약먹었어?"
"아니 뭐... 먹어."
"징어야 내가 생각해봤는데"
"뭐"
"나 여자친구 있으면 어떨거 같아?"
"있는거지. 아, 말려야겠다 사귀지말라고"
"왜?"
"너 여자친구가 훨씬 아까울거잖아"
"... 그럼 내가 만약 너랑 연락끊기면 어떨 거 같아
볼 수도 없고 뭐... 그냥 아예 못보는거야 평생."
"그건 좀 슬프겠다. 내 제일 친한 친군데."
"오~ 그래?"
"갑자기 그런걸 왜 물어"
"그냥"
"야 내꺼야"
"뭐가"
"남은 다리"
"야.. 내가 사왔는데 너무하다"
"너 아까 먹었잖아"
"그래그래 너 먹어"
"징어야 너 나랑 여행갈래?"
"언제"
"진짜?"
"언제"
"내일도 좋고 모레도 좋고 한달 후도 좋고 그냥 아무때나"
"너랑?"
"응"
"왜?"
"내가 가장 친한 친구라며 한 번도 간 적 없는 거 같아서"
"안 가는게 정상이지"
"일박이일로 다녀오자"
"어디로"
"나 너랑 바다 가고싶어"
"언제"
"겨울 어때, 겨울바다 보고싶은데"
"이새끼 수작부리지마 일박이일이라니."
"뭔생각하는거야 징어~?
방 따로 잡을게"
"그래 가자"
"진짜?"
"어 진짜"
"꼭 가자"
"꼭"
*
*
*
그러고 왜 죽었니 세훈아
아마, 세훈이는 날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남녀사이에 친구는 한 쪽의 지독한 짝사랑이라고
내가 세훈이를 지독하게 짝사랑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