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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선 종인이 웃으면서 백 머리를 쓰다듬어. 볼에 짧게 입맞춤을 하고는 비릿한 웃음 지으면서. 

 

"잘 자, 씨발년아." 

 

 

 

 

종인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포스트잇에 뭘 끄적이고는 욕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해.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 한 번 보고는 머리를 정리하고 대충 토스트기에서 갓 나온 식빵을 입에 물고서 신발을 신고 나가버려. 어제 한 바탕 해서 그런지 몸이 존나 뻐근한 거야. 뒷목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외제차에 타 부드럽게 출발. 

 

벡이는 종인이가 집을 나선지 1시간쯤 후에야 일어나. 몸이 말을 안 듣는 거야. 어제 몸살감기에 걸린 채 종인이와 한 판도 아니고 두 세판을 뛰었으니 말을 안 듣는 게 당연하지. 진짜 도저히 안 되겠어서 거실에 종인이가 있는 줄 알고 종인이를 불러. 그런데 대답도 없고 인기척도 없는 거지. 그래서 결국 종인이랑 백현이 정액이 잔뜩 묻은 이불로 몸을 감싸서 기어가듯이 거실로 나가. 바닥이 사람이 없어 따뜻하던 게 점점 식어 미지근해 지는 걸 느껴. 종인이가 어디 갔지, 하고 다시 침실로 가는데 협탁 위에 놓인 포스트잇을 발견해. 

 

[백현아,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런데 먼저 나가볼게. 미안해. 욕실에 새 칫솔 있어. 식빵 많으니까 일단은 먹고 있어. 사랑해, 백현아.] 

 

자기를 엄청 챙겨주고 아껴주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아 백현이는 마냥 기분이 좋아. 가식인 줄도 모르고. 창백한 얼굴로 옅게 웃고는 포스트잇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외투 주머니에 넣고 침대에 다시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제 집에 있는 찬이 생각이 나. 상체를 벌떡 일으키다가 허리가 아파 노인처럼 끙끙 앓아. 

 

급하게 핸드폰을 들고 찬에게 전화를 거는데 받질 않아. 아직도 아픈가? 하고 옷을 챙겨입어. 서랍을 열어 펜이랑 아까 종인이가 썼던 똑같은 포스트잇 한 장을 뜯어 날라가는 글씨체로 급하게 쓰고는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 

 

[괜찮아. 나도 지금 막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돼. 신세 많이 졌어. 고맙고 나도 사랑해, 종인아. ♥] 

 

 

 

 

찬이는 백만큼 심한 감기에 일어나질 못 하고 끙끙대기만 해. 백도 당연히 아픈데 일단은 가는 거야. 식은땀 질질 흘리는 채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들고 집으로 향해. 문을 열고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침실로 가. 역시나. 

 

어제 나가기 전에 올려두었던 물수건이 그대로 있고 죽은 먹지도 않아 차갑게 식어있기만 해. 약도 덩그러니 그대로고. 설마 찬이 죽은 건가, 싶은 마음에 찬을 흔들어 깨우는데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낑낑대는 찬에 한시름 놓아. 

 

"찬열아, 많이 아파?" 

"……" 

 

찬은 지금 잠결에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아. 옆에서 손 꼭 붙들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면서 많이 아프냐고 묻는 백도 들어오지 않아. 얼굴에는 색이 없다 못 해 창백해. 식은땀은 백보다 더 많이 흘리고. 물수건을 다시 적셔 땀을 닦아주고 또 적셔 이마에 얹어줘. 

 

"찬열," 

"선생님…?" 

"어, 그래. 찬열아. 정신이 좀 들어?" 

"선생님이 어떻게…" 

 

백이 부산스럽게 움직일 동안 찬은 정신을 차려 눈을 슬며시 떠.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부르니까 백은 기다렸다는 듯이 막 말하는데 그게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는데 감기 옮을까 봐 백 손등에 입을 맞춰. 백도 몸살감기 걸린 줄도 모르고. 

 

"선생님, 내가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키스, 한 거요." 

"……"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도 찬열이 좋아." 

 

찬은 백의 말을 듣고 아무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려. 그렇게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데. 백은 못 알아듣고 그저 옅게 웃으며 찬의 머리를 쓸어 넘겨줘. 다시 죽을 데워서 찬 몸 일으켜 죽을 일일히 다 먹여주고 약도 먹여주고 재워줘. 아까보다는 편안한 표정으로 잠든 찬이를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어서 자기도 자야겠다, 싶어 거실로 나가 소파에 누워 작고 얇은 담요만 덮고 자. 

 

 

 

 

종인이는 일은 개뿔. 또 유흥가 가서 놀기 시작해. 대낮부터 여자를 양 쪽에 끼고 길거리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여자 가슴 만지고 빨고 그래. 씨발놈. 그러다가 친구 만나러 가는 백의 친한 친구 종대가 종인이를 발견해. 처음부터 종인이가 백에게 접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종인이에 대해 안 좋은 소문도 돌았었거든. 여자든 남자든 아다만 찾아 다닌다, 유흥가에 가면 김종인을 만날 수 있다, 섹스만 할 수 있다면 살인도 할 새끼다, 등등. 그런 종인이 백에게 접근을 하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종대는 존나 불안한 거야. 근데 백 얘기를 들어보니 벌써 관계도 맺었더라고. 백은 첫경험이 종인이여서 너무 좋다고 얼굴 붉히면서 종대에게 말을 해. 

 

그걸 들은 종대가 충격을 받아 백에게 절교를 선언해. 물론 백의 잘못은 아니지. 백도 피해자인데 정신 좀 차리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였어, 종대는. 근데 말만 절교지 카톡도 하고 놀기도 해. 그냥 어쩔 때 백 입에서 종인이 얘기가 나오면 종대는 욕을 하면서 듣지도 않아서 백은 종대 앞에서 종인이 얘기를 절대 안 해. 

 

그렇게 종대는 백이랑 종인이랑 그래도 잘 사귀고 있구나, 싶었는데 종인이가 다른 여자한테 질낮은 스킨십을 하면서 지나가자 피가 거꾸로 솟아. 급하게 핸드폰을 들고 종인이를 몰래 따라가며 사진을 찍어. 그리고 핸드폰을 꽉 잡으며 다짐을 해. 백이를 돌려놓겠어. 하고. 

 

 

종인이는 양 옆에 여자를 끼고 거리를 거느리고 다니는데 멀리서 세훈이 걸어 와. 세훈이 종인이를 보더니 바로 백 얘기를 꺼내. 백 얘기를 꺼내자 종인이 할 말이 많은 듯 여자를 귀찮다는 듯이 떼어내고 자주 가는 바로 들어가 익숙하게 칵테일 두 잔을 시키고 얘기를 나눠. 

 

"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 고딩새끼가 나한테 와서 협박 했다고 했지." 

"와, 김종인 이거 아주 계집년이네." 

"뭐, 씨발아?" 

"변백현은 믿냐?" 

"어, 믿던데. 오히려 나한테 사과하더라." 

"미친, 왜?" 

"몰라. 뭐 오해해서 미안하다, 그 의미겠지." 

"변백현도 존나 대단하다." 

 

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대단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어. 종인이는 그런 센을 보고 웃으며 백을 생각해. 근데 괜히 이런 말 하니까 기분이 안 좋아. 백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보통 예전에 백처럼 같은 수법 사용해서 다가가서 아다를 땄던 여자를 생각하면 섹스할 때가 떠올라 좆이 스곤 했는데 백현이는 이상하게 그냥 환하게 웃는 얼굴만이 떠올라. 

 

"근데, 그러다가 변백현 그 년 걸레 되는 거 아니냐?" 

"몰라, 나도." 

"내가 애들 시켜서 돌림빵이라도 해볼까?" 

"몰라." 

"뭘 자꾸 모른대, 새끼야. 재밌을 거 같잖냐. 그 년 동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팔아 넘기자. 그 년 정도면 돈도 두둑히 받을 것 같은데." 

"……" 

"아니면 빡촌 같은 데에 팔아도 존나 많이 받을 텐데. 그 년은 천성이 창년이였을 거야. 장래희망은 av배우도 좋고. 후장은 얼마나 맛있을까." 

 

옆에서 종알종알대는 센. 팔아 넘긴다는 말에 종인이는 미간이 확 찌푸려져. 마시던 칵테일 잔도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눈치를 주는데 병신처럼 못 알아채고 계속 신나서 얘기하는 훈. 이유는 모르겠는데 결국 열이 뻗쳐서 훈이를 날카롭게 쳐다 봐. 

 

"너, 돈 필요하냐?" 

"존나 필요하다니까. 그래서 변백현 동영상 팔아넘긴다고." 

"그럴 필요 없다. 변백현한테 쓸 정력 다른 년한테나 써라." 

 

종인이는 코트를 들고 지갑에서 수표 여러 장을 꺼내 훈이 손에 꼬깃꼬깃 쥐어주고는 훈의 어깨를 조금 세게 잡고 지나가 바를 나가버려. 훈이랑 바텐더 레이는 저 미친놈이 왜 저래? 하면서 눈치를 줘. 

 

 

찬이 자고 일어나 보니까 옆에는 백이 없어. 역시 꿈이였나? 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보니 이 방은 백의 방이었던 거야. 백이 간호를 해줘서 몸도 가볍고 다 나은 것 같아. 기지개를 크게 피고는 거실로 나가는데 백이 소파에 누워서 덜덜 떨면서 자고 있자 놀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려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눕혀줘. 제가 한참이나 누워있고 전기장판도 틀어져 있어서 침대 속이 따뜻해. 백은 그제야 안정을 취하고 편히 잠들어. 그런 백을 내려다보고는 이번엔 제가 간호를 해줘야겠다, 하고 주방으로 가 난생 처음으로 죽을 끓여. 

 

백이 일어날 때 딱 먹을 수 있게 덜 익게 끓여. 일어나면 데워야 하는데 그 때 밥알이 풀어질 것을 대비해서. 의자를 갖고 와 옆에 앉아 백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켜보는데 현관문에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놀라 현관으로 나가며 찬이 누구세요? 하고 문을 열어. 종인이가 씩씩대며 서있어. 

 

"변백현 나와." 

"지금 선생님 주무시고 계세요." 

"나오라고, 씨발!" 

"…잠 든지 얼마 안 되셨으니까 언성 좀 낮추세요." 

"네 새끼가 뭔데 변백현 집에 있어." 

"이보세요." 

"네 새끼가 뭔데!" 

"아니, 씨발. 사람이 좋게 좋게 말을 하면 알아 들으셔야죠." 

"네가 변백현 홀렸냐, 어?" 

"아닙니다. 아니니까 진정 좀 하세요." 

"그럼 뭔데, 씨발!" 

"…종인, 아…?" 

 

욕을 하며 멱살을 잡는 종인에도 찬이는 참을 인을 새기며 꿋꿋하게 참아. 침착하게 존댓말까지 쓰면서 욕도 안 하고 말하는데 종인이는 끝까지 소리 지르면서 욕을 하니까 찬이도 화가 나서 욕을 하면서 말을 하다가 다시 침착하게 말을 해. 그러는 와중에 소란스러워서 백은 결국 잠에서 깨.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들고 현관으로 나오는데 실랑이를 벌이는 종인이와 찬을 보고 놀라. 

 

찬 뒤에서 들려오는 백의 목소리를 들고 찬 멱살을 내려놓고 보는데 백이 엄청 아픈 게 보이는 얼굴로 자신을 부르고 있자 자기도 모르게 백에게 달려가 품에 꽉 안아.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해. 

 

"조, 종인아…" 

"보고 싶었어, 백현아. 너무 보고 싶었어." 

"갑자기 왜 이래…"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종인이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백 집에서 찬이 나온 것도 화가 나 죽겠고 백을 보고 있는데도 너무 보고 싶어 죽겠는 거야. 그래서 백을 세게 꽉 안으며 아이처럼 웅얼거려.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는 종인의 처음 보는 모습에 백은 푸스스, 웃고는 등을 토닥여. 

 

그 모습을 보는 찬은 어이가 없어. 이것도 종인의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행복해 보이는 백의 모습을 보니 한 쪽 가슴이 너무 아린 거야. 찬이 인상을 작게 쓰며 가슴을 부여잡아. 그래도 아픈 게 나아지질 않아. 거칠게 심호흡을 하고는 겨우 진정하고 여전히 벽에 기대서 행복해 보이는 백의 얼굴을 봐. 서로 부등켜서 말하는 종인과 백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거야. 아무리 종인이 연기를 했다지만. 드라마 장면 같은 거지. 자기가 티비를 보는 듯한 느낌에 허탈하게 웃어버려. 

 

"존나 웃기네, 씨발." 

 

 

종대는 그 시각 최대한 종인의 얼굴이 많이 나온 걸 백에게 카톡을 통해 보내. 그리고 종인에 대한 소문을 다 말해. 백이 종인의 칭찬을 종대에게 막 말할 때 종인에 대한 소문을 말해줘야 하나 싶었다가 이렇게 좋아하는다 별 수 있나... 하고 멀을 안 했었어. 종인이가 혹시 진심으로 백을 만나는 걸 수도 있고 해서. 진심으로 만나는데 백에게 괜히 제가 말해서 둘이 헤어지게 될 수도 있어서. 종인이가 백에 대한 행동과 마음이 가짜란 걸 확실히 알았을 때 백에게 말을 해주기로 했었어, 종대는. 근데 지금 확실하게 알아버렸고 그래서 백에게 다 말해 주는 거야. 

 

 

 

 

 

오늘은 카톡이 없네요. 세훈이랑도 만나서 얘기해서. 첫 종대 출연. 종대 의리 짱짱맨. 종인이가 지금 조금 혼란스러워 하는데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을 못 하겠어서 죽겠어요... 찬열이는 여전히 불쌍하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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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푸들년
댓글 감사합니다. :) 찬열이는 아마... 백현이랑 이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짠내가 날 거예요.
9년 전
독자2
종대야!어서ㅠㅠㅠ종인이 마음이 어떻든 어서 백현이가 알기 바랄뿐이예요ㅠㅠ백현이 생각해주는 종대마음에 감동..ㅠㅠ찬열이 마음이 너무 고생중이네요ㅠ
9년 전
푸들년
댓글 감사합니다. :) 이제 우리는 종대만 믿어야 됩니다.
9년 전
독자3
헐ㅠㅠㅠㅠㅠㅠㅠ김종인 못됐다ㅠㅠ찬열이는 힘내!
9년 전
푸들년
댓글 감사합니다. :) 종인이가 후회하기 시작할 거예요.
9년 전
독자4
종인이가 혼란스러워하는게보이네여ㅕ 허ㅓ허ㅓ재밌따 잘보고가요!!
9년 전
푸들년
댓글 감사합니다. :) 보인다니 다행이에요.
9년 전
독자5
와....종대..너는 LOVE...♡?기특도 해라ㅠㅠㅜㅜㅜ그걸 또 어찌 사진 찍을 생각을 다해ㅠㅠㅠㅠㅠㅠㅜㅜ진짜ㅠㅠㅠ상줘야해 이건 ㅠㅠㅠㅜㅜㅜㅠ종인이 ...? 갑자기백현이 좋아하는 거야 뭐야찬열이 안쓰럽....☆
9년 전
푸들년
댓글 감사합니다. :) 종대는 더럽... the love...♡
9년 전
독자6
종인이 넌 많이 혼나야돼!!!!!!!! 찬열이 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푸들년
댓글 감사합니다. :) 찬열이 부쨩...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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