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걱정이 한 두번씩 찾아오기 마련이다.
차라리 한 두번이면 괜찮겠는데, 수도 없이 많이 찾아와서 가끔은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아프기도 하고.
그 고민들은 기어코 내 머릿속에서 답이 나질 않는다.
내리 마음 고생 머리 고생만 하고 있으면, 새로운 걱정거리가 사이를 파고 든다.
그럼 또 심신이 지쳐버리고, 모든 게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나의 슬픔이든, 주위의 불행이든, 남의 비참함이든.
목격을 하거나 직접 겪거나 상관 없이 나에게 슬픔이 찾아오면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우울하다.
축축하게 물 먹은 솜 마냥 무거운 기분이 내내 지속 되는.
다운 된 내 기분을 귀신같이 알아 채고 내 곁으로 조용히 날아오는 지민.
볼 때마다 새삼 느끼는거지만 날개도 없으면서 잘도 날아다닌다.
작은 몸이라 가벼워서 그런가. 나풀나풀.
"또 무슨 걱정 있어요?"
걱정이라 하기에도 부끄럽다. 자주, 사실은 매일 하고 있는 게 걱정이니까.
너는 어떻게 매일 그렇게 방긋 웃을 수가 있는지.
내심 부럽기도 했다, 너가. 나도 매일 저렇게 웃고 있으면 걱정도 근심도 없으려나.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도 드는 게 걱정이다.
물처럼 밀려드는 것이 바로 그거다. 너무 빠르게 다가와서 막을 정신조차 없는 것.
너무 마음 주지 말아요.
걱정이 있냐는 질문에 대답도 안 하는데 또 환하게 웃으면서 저런 말을 한다.
"작년에 무슨 걱정 했는 지 기억 나요?"
일주일 전 일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작년 일이 기억이 날리가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날 보면서 지민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저번 달엔 무슨 걱정 했는 지, 기억 나요?"
저번 달 조차 기억이 없다. 사실 내가 걱정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너무 인생을 재미없게 살았구나, 또 다른 회의감이 물 밀 듯 밀려왔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는 커녕, 더 활짝 웃는 지민.
"다 그런거에요, 무슨 걱정을 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거."
그러니까 지금도 그리 마음 쓰지 않아도 좋아요.
이 걱정 또한 지나갈테니까요!
다음 달에 내가 또 물어보면, 그대는 기억 못 할 거에요.
기억도 못 할 사소한 걱정에 너무 감정을 낭비하는 건 나빠요.
두려워 마요, 그대.
밤이 깊으면 아침이 가까운 거고,
겨울이 혹독하면 봄이 성큼 온거니.
우리 조금만 힘을 내요.
"자신이 만든 벽장 안에 스스로 갇히지 말아요."
그대는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내 손바닥만한 주제에 말은 잘한다. 또 혼자 뿌듯했는지 어깨를 으쓱으쓱.
내가 금방 웃으니 춤은 안 춘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사실 너는 행복 요정보다는 힐링 요정에 더 가까운 듯 하다.
항상 옆에 두면 마음이 안정 되는 기분.
아니면 이제 너가 말을 한 뒤 모든 게 화사해진다는 걸 내 감정이 받아 들이는 걸까.
"그대, 많이 웃어요!"
웃는 게 누구보다도 예쁜 그대!
당신은 내게 떠나보내도 되지 않는 영원한 사람이면 참 좋겠다.
더 활짝 웃으라고 방방 뛰는 모습이 성가실 법한데,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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