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내내 악몽에 시달리다 일어났다.
꿈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혼자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어.
계속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게 썩 좋지가 않았다.
꿈의 시작이 어디었을까,
내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일까.
가만 보면 나는 아무런 존재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불안에서 시작 된 걱정은 그새 머릿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멍하게 앉아있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그새 쪼르르 달려 온 지민이 보였다.
이불을 콱 움켜 쥐고 있는 손을 보곤 가만히 있더니만, 내 엄지 손가락을 작은 손으로 힘 있게 잡는다.
"악몽 꿨어요?"
지독한 악몽을, 꾼 것 같은데.
기억 나는 건 없으면서도 괜히 걱정만 밀려 와.
내가 과연 의미있는 사람일까.
"그대, 웃는 게 예뻐요."
누군가 나에게 예쁘단 말을 해주는 것도 네가 처음이다.
이제는 저런 말도 소용 없구나 싶어서 맥아리 없이 웃는 척 하는데, 지민이 잡고 있던 손가락을 찰싹 때린다.
"웃는 척은 나빠요, 진짜 웃는 게 좋은 거에요."
웃음이 안 나와. 내 힘 없는 말에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손을 툭툭 친다.
뒤집으라는 것 같아서 손바닥을 내보이니, 그 위로 올라 앉는 지민.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서는 저번처럼 양 손을 허리에 올려두고 얘기한다.
"그거 알아요?"
사람들은 다 마음 속에 문이 하나씩 있다는거요.
집도 그렇겠지만 그 문은 주인만 열 수가 있어요.
불평을 하려거든, 문을 열고 합시다.
닫힌 문 건너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제가 그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그대는 그저 문만 열어주면 돼요.
지금까지 잘 열어줬잖아요.
앞으로 몇 번 더 열어주세요.
웃는 게 좋아요, 나는 그걸 보기 위해 내려온 거란 말이에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내가 쳐다보자 답답하다는 듯 벌떡 일어나는 지민.
그러더니 나보고 두 손을 올려 눈을 가려보라고 한다.
"뭐가 보여요?"
캄캄해. 그냥 검은색.
내가 대답하자 이제 됐으니 손을 내리라고 한다.
근데 은근슬쩍 명령이네 이게.
"걱정도 똑같은 거에요."
걱정도 캄캄한 어둠과 다를 게 없어요.
그냥 아무 것도 안 보일 뿐이라구요. 그래서 막막하게 느껴지는 거에요.
내가 그대의 조명이 되어줄테니, 어둠은 걱정 말아요!
그러니까 조명 들어가게 문 좀 열어달라구!
이제 이해가 될려나 모르겠네요.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요."
나와서 햇빛도 좀 보고, 바람도 쐬고 그러면 얼마나 좋아.
사람은 누구나 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대도 나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대가 웃으면 좋고, 그대는 웃으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는 일은 나, 지민이의 책임이고!
돌고 도는 세상 화사하게 살면 얼마나 밝아지겠어요.
아직도 우울해요? 춤이라도 춰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