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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님 아가야님 아잉뿌잉님♡ |
딩동-.
"네."
-룸서비스 시키셨죠?
너를 의자에 편히 앉히고 방문을 열었다.
남자는 인사를 한 후 능숙하게 음식을 세팅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직 모든 음식의 뚜껑이 열리진 않았지만, 분명 주문과 달리 온 것 같았다.
"저, 음식 한가지가 더 나온것 같은데요?"
"아, 이건 이번에 주방장님이 새로 개시할 디저트입니다. 드셔보시고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요."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는 그였다.
"아가,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 체하겠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말도 안하며 먹는 너였다.
푸른 양상추와 형형색색의 야채들을 새콤한 드레싱으로 감싼 샐러드를 포크로 쿡 찍었다.
싱싱한 야채들을 아삭아삭 씹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주황빛 파스타를 돌돌 말던 너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왜그래? 맛이 이상해?"
".. 아저씨."
"응?"
"아까 그 사람, 낯이 익어요. 분명 어디서 봤던 사람인데.."
들고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머리를 감싸 한참을 생각하던 너는 기억이 났는지 무릎을 탁 치며 눈을 크게 떠 나를 바라보았다.
"보스 동생이에요."
"뭐?"
"제가 그 조직 들어가고 얼마 안되었을 때 둘이 얘기하는 걸 본적이 있어요. 들어보니 친형제 같던데.."
나는 불안한 느낌에 그릇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수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람이 왜 우리를.."
"전에 조직원들이 저한테 그 사람 조심하라고 했었어요. 이성 잃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부모님 없이 형이랑 자라서 그런지, 형을 엄청 따른대요.
형을 죽였으니, 우리를 찾아서 해치려 하는 걸지도 몰라요."
"근데 그렇게 가까이 와놓고 왜 아무짓도 안한거지.."
딩동-
"네."
-혹시 아직 식사중이신가요?
룸서비스를 시키고 난 후 꽤 지난 시간에도 그릇을 내놓지 않아 직접 가지러 온 것 같았다.
"아, 지금 드릴게요. 잠시만요."
아까왔던 남자와는 목소리가 확연히 달랐다.
방문을 여는 순간 호텔리어는 깔끔하게 다려진 유니폼을 붉은 피로 물들인 후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뒤에는 아까 왔던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가 칼을 들고 표정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흰 손수건으로 칼날에 묻은 끈적이는 피를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어제 잘 달리더라? 레이싱 하는 줄 알았어."
나는 허리춤에 있는 리볼버에 손가락을 끼웠다.
"계집애 어디있어."
"그 아이는 상관없어. 나랑 끝내."
"이걸 어쩌나? 너랑은 볼일이 없는데?"
칼을 든 채 문을 닫고 방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남자였다.
나는 한발짝 한발짝 뒤로 가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계집애 어딨냐고!"
타앙-.
"으윽-."
칼을 높이 들어 공격하려는 남자의 손목을 저격했다.
"말 해. 아까 그 남자 어디있어."
"으.. 내가 알려줄 거 같아?"
"말하기 싫어? 그럼 니들이 그토록 따르던 형님 보여줄까?"
타앙-.
가슴을 쥐며 옆으로 쓰러지는 남자였다.
주르륵 흘러나오는 피에 그의 얼굴이 젖어갔다.
욕실에 주저앉아 두 귀를 막고 있는 너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아가, 놀랬지? 잠깐 여기 있어. 아무데도 가지 말고. 꼭."
"아저씨.."
"아가 곁에 늘 내가 있을거야. 겁먹지 말고."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보는 너를 품에 꼭 안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