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찬우야. 계속 밀린다."
"네, 형."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7명.
몇 달전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앤매치'를 끝내고 7명의 멤버로 뭉쳐져 한 팀을 이뤘다.
처음엔 3명 또 6명, 9명 그리고 7명까지.
Team B에서 iKON까지.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 모두를 이끌고 가야한다는 책임감.
항상 그들은 저것들을 다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좀만 쉬자."
"몇 시야?"
"1시네."
"벌써?"
언제나 업 텐션인 지원도 반복되는 연습에 입을 닫고 있었다.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상상도 못할 주목을 받게 된 후, 지원은 기쁨도 잠시 부담감을 갖게 됐다.
갑자기 불어닥친 인기. 감사하고도 고독했다.
하지만 티 내지 않고 팀을 위해서 항상 열심이었다.
연습이 끝나고 쉬는시간입니다
애들 다 지쳐서 쓰러져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짜식들ㅜㅜ
맨날 저희 몸이 부러져러 뛰고 있습니다
저러다가 죽는건아닌가 싶을정도로
..농담이에요
아무튼 어 이제 잘시간이 됐는데 여러분은 푹주무세요
그대신 저희는 오늘도 좋은 앨범으로 뵙기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ㅎㅎ
항상 응원댓글 감사해요 안녕
B.
익인34 ㅠㅠㅠ오빠또왔네여 항상 열심히하는모습 좋아요*ㅂ*!!
익인35 아 진짜 누굴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ㅇ연습생남자ㅠㅠㅜㅜㅠㅠ아얼른데뷔해요
익인36 데뷔만해요 진짜 데뷔하면 꼭티내야돼요!ㅜㅜ
글쓴이 얼ㄹ른 자기나하세요 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지원, 뭐해?"
열심히 타이핑하는 지원의 뒤로 윤형이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깜짝아. 노크좀 해.
지원이 급하게 창을 닫았다. 했거든. 윤형은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지원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뭐야?"
지원이 들킬 뻔했다는 어색한 마음에 스냅백을 벗었다가 다시 고쳐썼다.
"한빈이가 쐈다. 너 연습실에 없길래."
"오- 김한빈."
지원이 큭큭 웃으며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웬일이래. 윤형도 지원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반대편 손에 있던 음료수를 탁, 하고 따서 마셨다.
지원도 목마르던 참인데 잘됐다, 하며 시원하게 마셨다. 윤형이 꿀꺽 삼키더니 물었다.
"숙소 안 가?"
"응. 어차피 3시간 남아서, 촬영까지. 그냥 여기있다가 가려고."
"수고해라. 갈게."
"조심히 가세요, 송윤형!"
윤형이 지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지원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윤형이 작업실 문 틈 사이로 손을 흔들거리며 사라질 때까지 지원은 계속 닫혀진 문을 바라봤다.
다시 혼자가 됐다.
항상 누군가 왔다 가면 처음부터 혼자 있던 것보다 더 고요해진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지원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으.. 피곤하다. 새벽 2시. 3시간 뒤 지원과 일리네어 팀의 화보촬영이 있다.
그 때까지 다른 멤버들은 숙소, 연습실에 있겠지. 앞으로 닥칠 일정에 헛웃음이 나왔다. 데뷔 빼고 다했네, 정말.
익명게시판과 더불어 은근히 인터넷을 자주 하는 지원은 문득 팬의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데뷔 빼고 다 한 연습생.
처음 봤을 때는 우리 멤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세상에 이런 연습생이 어딨어? 혼자서 큭큭 웃다가, 다른 멤버들에게도 보여줬다.
준회는 이런 표현은 세상에서 처음본다며 웃었고, 한빈이도 슬쩍 웃다가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도 연습생이네.'
한빈의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뭘 해도.. 아직 연습생이다.
인터뷰를 몇 번 하든, 화보를 몇 장 찍든, 팬에게서 선물을 몇 개씩 받든.
우린 아직 가수가 아니다.
하지만 우울해지지 않기로 했다. 우린 최고가 될 거니까. 다 부숴버릴 수 있다. 데뷔만 시켜 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