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ㅇㅇㅇ 밥 먹으러 가자"
오랜만에 꿀잠을 자고 있던 중 날 깨우는 귀찮은 이 놈은 민윤기라는 내 부랄이다. 흔히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한 번도 그 말에 공감을 한 적이 없다.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빌어벅을 놈 때문에; 민윤기랑 알고 지낸지는 19년.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니 그 전부터 얜 내 친구였다. 사람 몇 없는 작은 섬에 살았던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도시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에서 자랐다. 그런 엄마가 방학 때 시골에 놀러 갈 때 마다 놀아 줬던 게 윤기네 이모다. 흡... 착한 우리 이모 어쩌다 저런 아들 놈을 낳아서... 튼 결혼 후 이모는 엄마가 사는 곳 근처로 이사 오게 되고 나와 민윤기는 자연스럽게 태어 날 때 부터, 아니 뱃속에서 부터 친구가 되었다.
"아 좀, 사람 자는데 깨워 왜;"
"그럼 니 두고 나 혼자 밥 먹으러 갈까;?"
"나 없으면 먹을 사람도 없으면서"
"주디 다물어라"
"예 형."
그렇게 같이 지낸지 19년 (아마) 한 번도 설렛던 적 없고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그렇지만 서로 죽고 못사는 우린 항상 대화를 하다 보면 나오는 주제인 '남녀 사이엔 친구가 없다.'에 항상 반기를 들고 갖가지 이유와 일화를 내 뱉으며 토론의 주제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 아니냐고? 하... 전혀... 19년을 같이 지낸 남자애가 남.자.로 보일 거 같냐고... 사춘기? 사춘기 지나면 성에 대해 알면서 서로한테 숨기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냐고? 전혀. 우린 오히려 서로의 성 지식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공유하는 사이다. 예전에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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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삑삑-
"민윤기 누나 왔다~"
"...? 민윤기~ 놀~자~"
"...뭐야 얘 왜 말이 없어, 야!!! 민윤기!!! 자냐!!!!?"
중1 겨울방학 심심하고 할 일 없어서 민윤기네 집에 놀러갔다. 뭐 부모님도 친하고 19년 아는 사이면 비밀번호 아는 건 당연하고, 그나저나. 평소 같았음 누나 왔다는 말에 지,랄이라는 말로 답을 해줄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나 싶어서 방에 들어가자 보이는 건 상기 된 민윤기의 얼굴과 급하게 멈춘 영상 그리고 가라앉지 않은 민윤기의... 이 이상은 상상에 맡기겠다. 보통 여자애들 같았으면 당황해 나갔겠지만 뭐, 난 천성이 털털하고 성에 개방적인 여자라 그런 민윤기를 보고 씩 웃곤
"어머 우리 윤기 남자 다 됬네~ 누나가 방해해서 미안~ 즐감~"
하곤 조용히 문을 닫고 신나게 집으로 달려왔다지? 물론 아직도 내가 문을 닫은 뒤 들리던 민윤기의 쌍욕과 절규가 섞인 소리가 생생히 기억나지만.
튼 우린 그만큼 개방적이고 남매? 아니 남매보단 형제에 가까운 수준의 친구다.
"야, ㅇㅇㅇ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내가 몇 번을 불렀는데"
"야동"
"미,친 자나 깨나 야동생각? 클린한 너의 두뇌 활동에 새삼 감탄한다."
"아니 너 야동 보다 나한테 들킨 날"
"이미,친 주디 안 다무나, 그 생각은 왜 하는데"
"그냥 추억 회상^^?"
"시끄럽다. 식판이나 받아라."
"네-"
민윤기에게 대답을 하곤 자리에 앉아 급식을 먹기 시작하며 물었다.
"ㅇㅇㅇ 너 오늘 짝 생긴 거 알나"
"응? 웬 짝?"
"학교 오자마자 퍼질러 자서 한 번도 안 깼으니 알리가 있나"
"왜, 뭔데? 혹시... 너 수업시간에도 내가 옆에 있었으면 해서 자리 바꿔달라 했니...? 미안 윤기야 여태까지 누나가 너무 윤기 맘을 몰라줬지..."
"지,랄하지 말고, 오늘 전학생 왔다"
"????!!!!???!?!?!? 전학생????!!!!!!!!!!!!"
"닥치라 좀."
"남자야 여자야? 몇 살? 아 우리랑 동갑이겠구나, 어때, 와 나도 짝이 생겼어... 세상에..."
"저어기, 저기 점마 보이지? 임현식 옆에서 밥 먹는 애"
"헐, 대박"
"뭐가"
"야... 진짜 잘생겼다... 쟤가 내 짝이라고...? 새삼 담임한테 고맙다... 할렐루야... 감사해요 쌤..."
아, 참고로 우리 담임은 짝을 1년 내내 안 바꾼다. 그 덕에 난 1년 내내 짝 없이 지낼뻔 했지만. 그래도 맨 뒷자리라 만족하고 살았다. 근데 저런 훈남이 내 짝이라니... 나 오늘 추하게 잔 건 아니겠지... 으 제발 아니길 이따 이름이라도 물어봐야지, 드디어 내 학교 생활에도 꽃이 피는구나. 우중중한 민윤기와 19년을 지내니 옆자리에 꽃돌이를 앉혀주시네... 신은 불공평한게 아니였어.
"야 저게 뭐가 잘생겼어"
"잘생겼지, 너보다 백만배는 더 잘생겼는데."
"밥이나 처 무라."
아, 이렇게 맨날 티격태격 하는 민윤기가 학교에선 나름 인기가 많다. 왜인지 난 1도 모르겠는데 알겠는 사람? 주변에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얼굴도 나름 반반하게 생겼고 키는... 작지만 얘가 농구도 하고 뭐 장기자랑 같은 거 있으면 랩도 좀 해서 그런지 학교 같이 다니면서 얘한테 고백하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민윤기는 한 번도 그 고백을 받아 준 적이 없다. 자기는 장난 같은 연애 싫다나 뭐라나. 아, 그런 민윤기가 딱 한 번 고백을 받아 준 사람이 있었다. 물론 알고보니 어마어마한 썅,년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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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쓰는 장편이라 내용도 허술하고 곧 부모님이 깨셔서 급하게 마무리 짓는라 글도 짧은 거 같네요ㅠㅠ
비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받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암호닉 신알신 댓글은 언제나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