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대답은 듣지 않겠습니다."
"......."
".... 후에, 후에. ... 듣겠습니다."
".... 원군, 저는.."
"시간이, ... 늦었습니다."
그 말을 마친 원군은 다시 내 손을 꼭 잡으며 화원에서 날 데리고 나왔다. 불안한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꼭 잡는 것 처럼,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원 또한 그랬다. 걸으며 그를 올려다보니 덤덤하게 앞만 보는 그다. 그 눈빛이 오늘따라 왜이리 슬퍼보이는건지, 보는 내가 더 마음이 미어진다. 말없이 그를 따르니 곧 자선당 앞에 도착했다. 내 처소 앞까지 내 손을 꼭 잡던 그는 곧 그 손을 놓으며 언제나 내게 그랬듯이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 좋은 꿈, ... 꾸세요."
"..... 원군..도요."
나도 그에 따라 미소를 지어보이자 먼저 들어가라며 손짓하는 그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소 문 앞에 다다랐을 쯤, 그가 돌아갔을까 싶어 고개를 돌리니 내가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있으려는듯 아직 마당에서 날 바라보는 그다. 그 모습에 한번 미소를 보이다 다시 처소로 발을 들였다.
".... 저하, 이만 가시지요."
"....... 진환아."
".. 예, 저하."
".....규장각으로 가자꾸나."
"규장각이요...?"
원군의 말에 잠시 흠칫 놀라는 진환이다. 워낙에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한빈은 하루에 한 번 꼭 가던 곳이지만 원은 지금껏 한번도 규장각에 가질 않았었다. 진환의 되물음에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가 답했다.
"... 훗날, 가장 기억에 남을 선물을 우리 빈궁에게 해주고 싶구나."
"...... 어떤..."
"그건 나중에. ... 시간이 없다, 얼른가자."
떨떠름한 진환은 그의 말에 알겠다며 원군과 규장각으로 향했다. 규장각에 들자마자 그는 먼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진환이 원에게 물었다.
"... 빈궁마마께 쓰시는겁니까?"
"..아니, 한빈에게 쓰는 중이다. 한빈이 오늘 일을 다른 이에게 듣는 것보다 내게 듣는 것이 훨 낫지 않겠느냐."
"....."
원은 얼마안있어 편지를 끝맺더니 그것을 진환에게 주었다.
"... 이것을 한빈의 상 위에 놓도록 하거라. 아침에 일어날 때 쯤이면 한빈이 이것을 볼 수 있도록."
"... 예, 저하."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던 원은 다시 붓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옆에 놓인 수많은 종이를 가져다 하나하나,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엇을 쓰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책 한 권을 쓸 작정으로 원은 거침없이 써내려가고있었다.
"...저하, 송구하오나.."
"말하거라,"
"무엇을... 쓰고 계시는겁니까? 서책 같은데..."
"이것이, 내가 빈궁에게 줄 선물이다."
"... 선물이요?"
"..... 이것을 언제 전할지는 잘 모르겠구나."
"내일 모레가 빈궁마마의 탄일이니 그 때 전해드리면 좋지않겠습니까?"
"....... 글쎄다."
'제가 처음으로 저잣거리에 나가 샀던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사실 이 후속편 또한 있다는 소문에 기대하였으나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붓을 들어 써내려가던 원은, 이전에 빈궁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며 처음에는 미소를,
'어릴 적 서책방에 놀러가면 꼭 읽었던 책이였습니다. 이 책 제목이 뭐였는지...'
빈궁이 궐에 들어오기 전, 그녀의 추억 속에 그 서책이 존재한다는 것에 웃음을,
'오늘 하루도 빈궁과 같은 하루 보내시길.'
그가 빈궁에게 남겼던 편지에 썼던 내용을 기억하며 원군은,
"..... 저하."
"........"
".... 지금... 우시는 것입니까."
"........."
곧 눈물을 보였다.
"..... 진환이 너는 모를테지."
"......"
"사랑하는 이가 있다하여도, 자유로이 사랑할 수 없다는 고통을."
"........"
"... 내가 한빈의 허상이라는 것에 불만스러웠던 적은 없었네. 어느 날은 내가 아예 나오지 않더라도 상관없었어."
그 말을 하며 천천히 고개를 젓던 원은 곧 말을 이었다.
"... 근데 이제는 아니네. ... 나...난.."
"..... 그저 빈궁의 곁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
"그저.. 자유로이.. 그녀를 사랑하고싶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으윽......."
한빈은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다가도 급히 원래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원 이 녀석이 또 무슨 짓을 하고 갔을까, 걱정부터 앞선 한빈이였다.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놓인 상에 올려져있는 편지를 보곤 급히 펼치기 시작했다. 원이 쓴 듯한 편지는 한빈의 미간을 좁혀왔다.
어제는 무리하지 않았거늘, 아직도 몸이 시원치않은가.
그대의 몸을 위해 어젯밤엔 빈궁과 큰화원에 다녀왔네.
... 빈궁이 왜 화원을 좋아하냐며 내게 묻는 말에 차마 아무 말 조차 꺼낼 수 없었다네.
나는 알지 않은가. 그 이유를.
그대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오랜만인듯 한데,
그대가 들으면 언짢을만한 이야기를 하려하네.
세자빈에게 고백을 했네, 연모한다는 말과 함께.
너무 당황스러워하지는 말게. 어차피 나는 그대가 아니지 않은가. 그대 또한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처음으로 꺼내는 말이지만, 나도 이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긴 듯 하네.
세자빈, 그녀 곁에 머물고 싶어졌어.
아직 더 남은 내용을 읽지도 않고 바로 구겨버리던 한빈은 바닥에 편지를 내동댕이쳤다. 상을 세게 주먹으로 내리치며 두 손으로 이마를 쓸던 한빈은 차오르는 분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쿵, 하는 소리에 진환이 놀라 들어오니 곧바로 큰소리를 내었다.
"자네는 도대체 무얼 한거야!!!!!"
"...저, 저하..."
"상황이..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김내관은 무얼 한 것이냔 말이다!!!!!"
"왜, 왜 그러십니까"
"....... 이원.. 이원!!!!!"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던 한빈이 곧 자리에 일어나 방을 나섰다.
"저하..! 어디를 가시려..!!"
"빈궁 처소로 갈 것이다."
"허나 이 차림으로...!"
침소차림 그대로 나서는 것을 말리는 진환에 아랑곳하지않고 한빈의 발걸음은 곧장 빈궁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요즘들어 세자저하와 사이가 좋아보이시어 다행입니다. 제가 그동안 어찌나 맘을 졸였는지..."
"....."
옆에서 옷을 걸쳐주는 조상궁의 말에도 자꾸만 어젯일에 멍해지기만 했다.
'..... 연모합니다, 빈궁.'
'...... 내가 그대를, ... 연모합니다.'
어젯밤에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이 말이 머릿속을 빙빙 둘러싸더니, 이 아침부터 또 다시 그 말이 머릿속에 가득찼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잊어보려해도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 미칠 지경이였다. 양 볼을 찹찹 하고 때리니 놀란 조상궁이 내 손을 붙잡으며 말렸다.
"마마 왜그러십니까!"
"...어어, 생각을... 좀 없애느라.."
"그래도 얼굴을 때려서야 쓰겠습니까. 저하께서 보시면 기겁하시겠습니다."
"하..하하..."
그 말에 어색하게 웃어보임에 조상궁은 그저 좋은듯 웃어보였다. 아차, 하며 깜빡했던 말이 있었는지 다시 조상궁이 말문을 열었다.
"오늘 새로 들어올 나인이 있습니다. 곧 마마를 뵐 것입니다."
"... 그래?"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바로 내게 지금 보겠냐고 묻는다. 대답대신 미소를 지어보이니, 방 안에 있는 나인에게 조상궁이 손짓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보였다. 조심스레 방 안에 발을 들이던 나인은 곧 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곧 입을 열었다.
"... 소녀, 오늘부로 마마를 모시게 된 화원, 이라 합니다."
화원, 그 이름을 말하는 그녀가 참으로 고왔다. 이름과 어울리게 꽃 한가운데 서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듯했다.
"그래, 올해로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나와 비슷해보이는데."
"올해로 열아홉입니다."
"나와 같구나. 앞으로 잘부탁하마."
다시 인사를 하며 물러가는것을 보는 때에, 밖에서 내게 아뢰었다.
'빈궁마마, 세자저하 드셨습니다.'
"... 이 아침에..? ...드, 드시라 하여라."
그에 놀라 급히 일어서니, 조상궁이 그 나인을 데리고 문 옆으로 물러섰다. 내 말과 함께 문이 열렸고 침소차림의 한빈이 보였다. 아마도 그는 잠에서 깨자마자 이 곳으로 온 듯 했다. 한빈이 방에 들어섬에 조상궁이 화원을 데리고 나가자 지나가는 그 나인을 흘깃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문이 닫히곤 여전히 이상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것에 먼저 말을 걸었다.
"... 저하, 왜그러십니까?"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내 물음에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다짜고짜 내 어깨를 잡으며 날 이리저리 살폈다.
"..저, 저하."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불편한 곳은 없고요."
"... 예.. 저 건강합니다 저하."
"원이, ...그럼 어제 그대에게 무슨 짓을 했습니까."
그 말에 애써 잊으려했던 게 또 생각이 나고야 말았다. 그 생각에 아찔해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자, 더 심각한 표정으로 날 보는 한빈이다. 그에 표정을 풀며 어색하게 웃어보이니 이제는 더 이상하다는듯 미간을 좁히곤 날 흘겨본다.
"솔직히 말하세요, 빈궁. 어제, 원이 그대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 후회, ... 안하실겁니까?"
"무엇을요."
"그 물음에 대한 답에 대해서 말입니다."
"...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러시는겁니까."
차마 그를 보고 말하기엔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심산으로 두 눈 꼭 감고 말해버렸다.
"... 입맞추셨습니다."
"..... 예?"
"... 입맞추셨다구요, 저에게."
한빈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내 입술을 또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 원이, 그대에게 말입니까."
"..... 예. 원군이.. 저에게요."
말도 안돼... 말도 안돼.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그는 고개를 이리저리 젓다가, 마구 웃다가, 나를 보며 다시 또 멍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를 반복했다. 저런 모습은 또 처음이라 나 또한 더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못보던 모습일세. 그러다가도 괜히 나와 입맞춘것이 싫어 그러는건가 하는 생각에 나도모르게 입을 삐죽였다.
".. 그리 싫으십니까?"
"... 예?"
"저와 입맞춘 것이, 그리 싫으시냔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 나와 입맞춘게 아니라 원과...!!"
... 응?
그 말을 하던 한빈도, 그 말을 들은 나 또한 순간 멈추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 저하가 아닌, 원군과 입을 맞춰서... 라는 것입니까?"
"..........."
말없이 눈을 깜빡이던 그는 재빨리 문 앞으로 다가갔다. 나가려는 그의 소매를 붙잡고는 어딜 가시냐 물으니 귀는 빨개져서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질 못한다.
"... 옷, 옷을 ... 좀 갈아입어야겠습니다."
".....아.. 예.. 그럼 갈아입고 다시 오실 것입니까?"
"......... 나, 나는 일국의 세자입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 이만 가볼테니, 쉬세요."
이만 가보겠다며 성급히 방을 나서버린 한빈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의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그게 아니라 나와 입맞춘게 아니라 원과...!!'
특히 아까 그 말은, 자꾸만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한빈이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조상궁이 들어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 저하와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저하께서 방을 나서시는데 귀가 새빨갛게 되셔선 성큼성큼 다시 처소로 돌아가시는걸 보았습니다."
"양쪽 귀 모두 새빨갛더냐?"
"예, 완전 새빨갰습니다."
그 말에 결국엔 웃음을 참지못하고 크게 웃어버렸다. 웃음을 짓게 만드는건 원이였는데. 이제는 한빈이 날 웃게 만드는구나.
"무슨 일이 있으셨던겁니까?"
"그런 것이 있다. 저하와 나만 아는, 그런 일."
또 까르르.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이 기분이 좋다. 한빈, 그가 자꾸만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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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빈이의 아련함과 원의 밝음이 조금 바뀐 것 같죠? 오늘 마지막은 2편에 나왔던 빈궁과 조상궁의 모습을 똑같이 다시 표현했어요. 물론 빈궁을 웃게 만드는 상대는 원이 아닌 한빈으로 바꾸어서 말이죠. (한빈이 점점 귀여워지는 것 같지 않나요. 아아...) (그나저나 다른 날보다 분량이 짧은것같네요ㅠㅠ 손들고 벌서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아, 그리고! 글을 올리려 하는데 알림이 와서 확인했더니만...! 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쩜 이렇게 감동만 주세요ㅠㅠ 원이랑 빈궁이랑 한빈이랑 몽땅 독자님들께 절시키고 싶네요 (흐흐) 제가 많이 애정해요 우리 독자님들♡ㅠㅠ 아, 또 하나. 설연휴가 찾아왔죠! 저도 오늘 저녁에 시골로 붕붕타고 내려갑니다. 여러분도 조심히 가세요! 안전운행!! 조심조심!!!♡ (그곳에서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볼게요 (불끈)) 오늘도 조별내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세뱃돈 겟겟!!) 오늘 더보기는 심각하게 기네요. (이마짚)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고있어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별 님 ♡ 초코 님 ♡ 김밥빈 님 ♡ 부릉부릉 님 ♡ 설렘 님 ♡ 022 님 ♡ 0618 님 ♡ 설렁 님 ♡ 자몽에이드 님 ♡ 구사이다 님 ♡ beeeye 님 ♡ 올라프 님 ♡ 마그마 님 ♡ 한빈이이겨라 님 ♡ 괴물 님 ♡ 꾸주네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