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화원아... 화원... 화원아...."
"하... 하아... 내 곁에... 내 곁에 머물러있거라... 내 곁에..."
'... 제 흐릿한 기억 속엔... 궐 안에 아주 큰 화원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며 웃고있었습니다.'
'....... 지금, ... 큰 화원이라 하였느냐.'
'... 예, 그러하옵니다. 밤엔 등불이 곳곳에 켜지는..'
'.... 누구와.. 있었는지는 기억하느냐.'
'.......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사내만은 분명하였습니다.'
"........."
지금, 내가 떠올리고, 걱정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아니겠지요. 한낱, 한낱... 제 상상에 불과한 것이지요.
".... 그런 것이라.. 말해주시면 안되는 것이옵니까.. 어서.... 어서 눈을 뜨고...."
... 제 이름을 불러주시면 안되는 것입니까.
'마마, 조상궁이옵니다.'
"... 들게."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내 눈 앞에 괴로워하고 있는 한빈을 보는데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저, 그저. ... 머릿속이 하얘지고, 가슴 속은 구멍이 난 듯 공허했다.
"... 빈궁마마, 중전마마께서 이리로 오고계신다 합니다."
"...... 어마마마께서?"
조상궁의 말에 애써 정신을 차리곤 어마마마를 맞을 준비를 했다. 무슨 이유때문에 한빈이 중전을 싫어하는진 알 수 없지만, 짐작하건대 아마 돌아가신 전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싶다.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한빈을 한번 보다 괜히 마음이 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물을 적신 손수건을 들어 이마의 땀방울들을 닦아내곤 또 다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림에 조상궁이 내게 와 일렀다.
"마마, 지금 도착하셨다하옵니다."
".... 그, 그래."
얼마 안있어 문이 열리고 중전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에게 풍기는 진한 백단향의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오셨냐는 말도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맞이하자 내 손을 잡고는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백단향: 황진이가 목욕할 때 물에 풀어사용했다는 설의 은은한 향을 가진 꽃
"빈궁,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놀라지는 않으셨습니까. 어미인 나도 이런데 빈궁은 오죽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어마마마. 마마께서 더 놀라셨을까 염려되었사옵니다."
"이런이런... 이렇게 착한 빈궁이 있어 내 항상 마음이 편합니다."
내 어깨를 토닥이던 그녀는 누워있는 한빈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곧내 그녀는 흐느꼈다.
"세자, 세자.. 일어나보세요.. 어미가 왔지않습니까."
그 흐느낌이 마냥 기분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녀의 흐느낌은, 거짓으로 보였다. 애써 표정을 감추며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역시,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말로만,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곧 흐느낌을 멈추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붉은 입술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세자가 일어나거든 다시 오겠습니다. 빈궁도 마음이 편치않았을 터인데 얼른 처소로 가 쉬도록 하세요."
"... 아닙니다, ... 일어나실 때까지 밤새 곁을 지킬 것 입니다."
"...그래요. 너무 무리하진 마시구요."
"..예, 어마마마."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나가려는 발걸음을 갑자기 멈추곤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것에 고개를 다시 숙이자 입꼬리를 올려보이던 그녀는 말문을 열었다.
"... 세자빈 처소에 새로 나인이 들었다지요."
"..... 예, 그렇습니다."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내 옆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사내는 매우 단순하여, 짐승과도 같다 하지요."
"눈 앞에 미끼가 보이면, ... 다른 것이 보일 리가 있을까요."
"빈궁은, 그 미끼를.. 그의 눈 앞에 두게 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 붉은 입술을 다시 여는 중전이다. 독하고 독한, 백단향을 풍기며.
"... 미끼를 잡는 순간, 그 짐승은 곧 사냥꾼의 먹이가 될테니까요."
그 말을 끝내며 다시 입꼬리를 올리는 중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지금, 그녀의 말은 매우 위협적이게 느껴졌다.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던 그녀는 내 어깨를 토닥이다 다시 방을 나섰다. 중전, 그녀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 김내관."
"예, 마마."
"..... 오늘 저자엔 왜 갔던 것이냐."
"...... 그것이.."
"......"
그의 뜸들임에 그를 보자마자 곧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 빈궁마마의 탄일선물을 사러가기위함이였습니다"
"..... 선물이라했는가."
"예, 마마..."
또 마음이 미어터진다. 그깟 선물이 뭐라고, 그곳까지 나가서 이렇게 쓰러져서 돌아오기나 하고. ...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일이 내 탄일이 아니더라면. ... 내가 한빈의 입에서 그 이름을 들었을 리도 없었을텐데.
"..... 그건 그렇다치고, 왜 이리 쓰러지신것이냐."
"원군이 빈궁마마께 드렸다는 선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했더니, ... 곧 어지러움을 느끼시다 쓰러지셨습니다."
"..... 뭔가 짐작가는것이 없느냐."
"...... 없사옵니다."
그 선물을 듣고 쓰러졌다는건데. 그럼, 반지와 노리개에 무슨 사연이라도 얽혀있다는걸까. 오시부터 누워있던 한빈은 해시가 되도록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않았다. 중간중간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다, 누구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그를 옆에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며 원에게 받았던 서책을 넘겨보는데,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 유난히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구절이 보였다.
*오시: 오전 11시~ 오후 1시
*해시: 오후 9시 ~ 오후 11시
저 달이 마치 그대같습니다.
손으로 가려보아도 새어나오는 빛이, 마치 그대같습니다.
저 별이 마치 그대같습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우나 너무나도 먼 것이, 마치 그대같습니다.
저 밤하늘이 마치 그대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빠져들어가버린 것이, 마치 그대같습니다.
"......."
손길은 그곳에서 멈추었다. 다시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고, 또 읽었다. 얼마 안있어, 그 서책 위로 한 방울씩 눈물이 떨어졌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쯤, 그토록 듣고싶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렇게 울어도, 보내지않겠다하지 않았습니까."
"........저, 저하..!!"
눈물을 매단채로 잠에서 깨어난 그를 부르자, 날 보며 피식 웃는다. 갈라진 목소리로 그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
"계속... 있었던 것입니까."
"........ 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은 그를 보며 자꾸만 아까 그녀를 부르던 것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엔 못참고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저하."
"예, 빈궁."
"...... 뭐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 말하세요."
침을 한번 삼키곤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어차피 과거의 여인일텐데. 그래, 괜찮아 그냥 묻는거잖아. 그녀의 이름만 언급하지 않으면 되는거잖아.
"... 제가 모르는 저하의 과거 속에... 다른 여인이 있었습니까?"
"......... 빈궁."
"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본분이고, 또.. 과거의 여인이지 않습니까. 그냥, 그냥 궁금한 것입니다."
"..........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듣고 이러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것이 아니라..."
"..... 돌아가세요, 이만. ... 빈궁도 이만 침소에 드셔야 할 때 아니옵니까."
"저하."
"제게 무슨 대답을 바라시는 것입니까!!!"
".........."
그의 소리침에 아무 말 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주먹을 꼭 쥔 채 그에 답했다.
"..... 그럼... 저하가 부르는 그 화원인....... 누구인 것입니까."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쿵, 쿵. 감은 눈 사이로 다시 또 눈물이 새어나왔다. 정말, 정말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그녀의 이름까지 말하며 말하고 싶진 않았는데.
".......... 지금.. 뭐라 했습니까."
"....... 화원이라는 아이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조심스레 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자 그의 동공이 심히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엔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 그대가 알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 당장.... 처소로 돌아가세요."
"... 참 무정하십니다."
"......"
"저하 곁에서 몇 시간을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돌아가란 말을 어찌 그리 쉽게 하신단 말입니까."
내 말에 한숨을 내뱉던 그는 화난듯 목소리를 낮게 깔고 내게 답했다.
"과거의 내 연인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 아직도.... 그 여인을 그리워하는 연유가 무엇인지."
"..... 이 대답을 바라는 것 아닙니까, 빈궁은."
"....... 내가, ... 내 부인에게 그런 얘기까지 해야되는 것입니까."
부인, 내 부인. 나도 모르게 씁쓸하게 피식 웃고 말았다. 부인이라.
"...... 화원아... 화원... 화원아...."
"하... 하아... 내 곁에... 내 곁에 머물러있거라... 내 곁에..."
결국엔 나 또한 폭발하고야 말았다. 역시 나는, .... 나는 안되는 것 같다. 내가 그것을 기억하는 이상, 그의 입에서 날 다정하게 부인, 빈 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가 없다.
"...... 그 입으로..."
"............ 부인이라는 말. .... 꺼내지 마세요."
가쁘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 더 있다간 분명 숨이 막혀 죽을 것이 분명했다. 앉아있는 그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다 먼저 그의 처소에서 발걸음을 떼었다. 그를, ... 볼 수가 없다.
"... 마마, 무슨 일이신..."
"......... 본가로 갈 것이네."
"...마마, 또 왜그러시는...."
"지금 내 말이 들리지않는가!!!"
"..예, 마마.. 채, 채비하겠사옵니다."
그의 처소를 나서자마자 어두워진 밤하늘을 보자마자 분통이 터졌다. 그가 밉다. 너무나 밉다. 지금은 그 누구도 보고싶지가 않다.
"........ 도대체... 그 화원이 누구란 말입니까."
.... 정말, 정말 그 화원인 것입니까.
"........"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 하, .. 참나.."
빈궁이 처소를 나가고서 한빈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듯 주먹을 쥐며 떨고 있었다. 화원. 그 아이는 또 어떻게 알고... 한숨만이 내쉬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알기 위해 김내관을 부르려는데, 아까 빈궁이 앉았던 자리에 그녀가 놓고간 서책이 보였다. ... 원이 주었다는.
"...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라..."
다시 한숨을 내쉰 한빈은 그 서책을 들고는 도대체 이게 뭔 내용인가 싶어 책장을 넘겼다.
"......."
한참 책장을 넘기던 한빈은 어느 한 쪽에서 손짓을 멈추었다.
그리움은 곧 날카로이 변해 너를 앗아가겠지.
그 날카로움에 너는 곧 정신을 잃을 것이고,
그 날카로움에 네 곁에 있는 그 사람조차 잃게 될 것이다.
그리움을 경계해야한다.
그것이, 그 사람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테니.
"......... 그리움."
곧 책을 덮은 한빈은 다시 눈을 감았다. 온갖 모든 것들이 한빈의 머릿속을 괴롭히고 있었다.
"...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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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빈과 빈궁이 결국 싸우고야 말았네요 (ㅠㅠ) 저도 막 감정이 격해져서 억누르느라 애좀 먹었습니다ㅠㅠ 사실 더 애먹었던건 말이죠... 이 똥. 노. 트. 북 때문인데요ㅠㅠ 이것과 관련해 사실 슬픈소식하나를 알려드리게 됐어요ㅠㅠ 사실 제 노트북 상태가 좋지않아요 혼자 자주 꺼질 때가 많은 아주 똥놑북이랍니다. 그래도 글쓸 땐 멀쩡해서 괜찮다 했는데... 오늘 13편 쓰면서 일이 터진거죠. (13편 못올릴뻔했어요ㅠㅠ 늦은 이유도 이 때문이랍니다) 이거 하나 쓰는데 진짜 몇십번이 껐다켜진건지... (머리짚) 그래서 수리를 맡기기로 했습니다ㅠㅠ 이 상태로는 14편을 내기 어려울거라 판단, 결국 우리는 다음주 월, 화에 만나야한답니다ㅠㅠㅠ 이 똥컴 꼭 고쳐서 다시 돌아올게요. 대신! 돌아올 땐 14편&15편 업뎃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 (으으아으ㅏ강가ㅑㅓㅑㅏ러갸ㅓㄷ) 오늘도 조별내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우리는 다음주에 만나요 (오열)♡ (답글은 폰으로 열심히 달게요!) 추가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록글 또한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제가 이 똥컴 어케든 고쳐올게요ㅠㅠㅠㅠㅠㅠㅠ (대통곡) (찡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ㅇ이이익 (하 또 열받네)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고있어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별 님 ♡ 초코 님 ♡ 김밥빈 님 ♡ 부릉부릉 님 ♡ 설렘 님 ♡ 022 님 ♡ 0618 님 ♡ 설렁 님 ♡ 자몽에이드 님 ♡ 구사이다 님 ♡ beeeye 님 ♡ 올라프 님 ♡ 마그마 님 ♡ 한빈이이겨라 님 ♡ 괴물 님 ♡ 꾸주네 님 ♡ 뿌요를 개로피자 님♡ 핫초코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