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5년 전
"화원아, 내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순진한 얼굴로 무엇이냐 묻는 화원에 한빈은 사랑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손을 내밀며, 같이 가지 않을테냐. 는 말에 화원은 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화원의 손을 잡고 한빈은 언젠가 화원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큰 화원으로 걸었다. 화원에 다다랐을 때 쯤, 한빈은 화원의 뒤로 가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가리었다.
"왜, 왜그러십니까?"
화원의 말에 아랑곳하지않곤 정원 한 가운데로 화원을 데려가던 한빈은 작은 목소리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 셋!"
한빈이 손을 떼자마자 조심스레 눈을 뜨던 화원은 꽃들이 활짝 만개한 풍경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저, 저하..!"
"마음에... 드느냐..?"
대답대신 화원은 한빈에게로 폴싹 안겼다. 갑자기 안긴 화원에 잠시 당황하던 한빈은 이내 미소를 짓곤 자신 또한 화원을 꼭 안았다. 잠시동안 그러고 있다 품에서 나온 화원은 양볼이 복숭아 마냥 발그레해져선 한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잠시 그런 화원을 바라보던 한빈은 화원의 양 손을 잡곤 다시 말을 이었다.
"화원아,"
"... 예, 저하."
"... 후에 내가 이 나라의 군주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다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 까지. ...내 곁에 머물러주겠느냐."
"..... 저하"
"내 곁에... 그저 내 곁에서 숨만 쉬어도 좋으니, 머물러주겠느냐."
한빈의 말에 눈물이 글썽이던 화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의 상징이라던 장미꽃도 화원의 뒤에 있으니 흐릿하게만 보여졌다. 지금 한빈의 눈 앞에 있는 화원은 이 세상 모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해도 화원에 버금가진 못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한빈은, 화원을 좋아하고 있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
한빈이 방에서 나간지는 이미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난 한빈의 처소에서 한 발자국 이상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곁에 있어달라 할 때는 언제고, 얼마 안있어 내게 미혹되지 않을거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혹시 한빈은, 원을 이미 들켜버린 이상 내 입막음을 위해서 날 이용하고 있는건 아닐까. 괜히 생각이 그곳까지 미치고야 말았다. 아무리 한빈이 차갑더라도 그렇게까지 날... 아니다. 아닐거야.
'... 마마, 조상궁이옵니다. 들어도 되겠습니까.'
"....."
'... 마마, 곧 저하께서 오실 때가...!'
"... 남편의 처소에 아내가 있는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인가!!!"
"왜, 왜 나를... 다들 눈 앞에서 없애고 싶어 안달이냔 말이다."
내 말에 급히 들어온 조상궁이 내 손을 붙잡곤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마마,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어찌 그런 말을 하신단 말입니까. 누가, 어떤 누가 마마를 해친단 말입니까"
"..... 내가... 그리 짐이 되는 것이냐."
"... 마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곤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한참 울면서도 아까 한빈이 했던 말이 생각이나 더 서러워졌다. 원, 이원. 그 자가 보고싶어졌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내게 따뜻했던, 날 보며 웃어주었던 원이 보고싶어졌다.
"마마, 일단 고정하시고 빈궁전으로 자리하심이..."
"... 본가로 갈 것이다."
본가로 가겠다는 내 말에 조상궁 또한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이 말이 막무가내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였다. 조상궁의 그 당황스런 얼굴을 보면서도 눈물을 매단채로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채비를 하거라. 본가로 갈 것이니."
"..마, 마마."
울먹이지 않으려해도 자꾸만 울컥하는 것이 내 맘처럼 되지가 않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본가로 잠시 가있으면 한빈은 나 때문에 언제 다시 원이 나올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한빈은 내가 없으니 미혹된다, 조심하겠다 그런 말 할 필요도 없고. 나 또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가슴아파할 일도 없고. 그냥 내가 잠시 떠나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벙쪄있는 조상궁에 아랑곳하지않고 한빈 자리에 있는 붓을 가져다 거침없이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다 쓰고선 먼저 자리에 일어나 방을 나섰다. 조상궁 또한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뒤따랐다. 그냥 가려다, 잠시 멈춰서고선 문 앞을 지키는 나인에게 말했다.
"저하께서 오시면 가장 먼저 상 위에 편지를 보시라고 전하거라. 꼭. 꼭 말이다."
"예, 빈궁마마"
할 말을 마치고선 다시 발걸음을 빈궁전으로 옮겼다.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뒤돌고 싶지도, 이 곳에서 한빈을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 원."
볼 수만 있다면, 이원. 그를 보고싶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지금 속히 궁 안에 '화원' 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궁녀가 있는지 알아보거라."
"화원... 이면,"
"..... 속히... 속히 찾아야할 것이다."
"..... 예, 저하."
처소에서 나오자마자 한빈은 아까 중전의 말이 떠올라 진환에게 그 아이를 찾도록 명했다. 자꾸 입술이 말라오는 것이 한빈의 초조함을 고조시켰다. 자꾸 떠오르는 5년 전의 끔찍했던 일들이 다시 한빈의 머릿속을 에워쌌다. 순간 어지러움에 이마를 짚던 한빈은 곧내 다시 정신을 차리곤 걸음하려는데, 나인에게 무언가를 전해듣던 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빈에게 다가갔다.
"저, 저하.."
"또 왜그러느.."
"빈궁마마께서..."
"......"
"..... 지금 본가로 향하시겠다고 하셨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고개를 뒤로 제치던 한빈은 깊게 한숨을 후 하고 내뱉었다. 이 막무가내 아내를 어찌해야할까. 하며 고개를 젓다가도 아까 빈궁에게 했던 말들이 빈궁에겐 혼란스럽기만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미안해졌다. '이미 채비를 마치셨다 하옵니다.' 진환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는 한빈이다. 5년 전, 그날 밤. 그 일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저하! 어디를 가시는 것입니까!!"
뒤에서 애타게 부르는 진환이를 두고 빈궁전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단 붙잡아야했다. 내 곁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저 간단한 일입니다. 워낙 세자께서 명필로 소문이 자자하시니...'
'... 못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 저하께 정인이 있다는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싶으신 겁니까.'
'화원... 그 아이의 이름이 화원이, 맞지요?'
'.......지금 무슨..!!!'
'... 그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대필만 해주시면 되는 것입니다.'
5년 전 그 때 처럼,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화원아, 화원아!!!'
'..저..저하.....'
'일어나보거라, 일어나보거라 얼른. 누가 이런 것이냐 누가 널...!!!'
'..... 송구하옵니다... 머물러있지 못해... 그러지 못해서....'
'화원아.. 화.. 화원아...'
'... 화원아!!!!!'
5년 전 그 때처럼, 내 곁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금방 빈궁전으로 도착한 한빈은 가마에 올라타려던 빈궁의 팔목을 붙잡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빈궁의 눈에선 눈물이 고여있었다. 흐른 자국도 있는걸 보니 방금까지도 빈궁은 울고있었다.
"... 이렇게 울고 있으면,"
"..... 내가 그댈 보낼 것이라 생각했습니까."
한빈을 원망스러운듯 바라보면서도 가득고인 눈물은 이미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던 한빈은 씁쓸하게 실소를 터뜨렸다.
"이렇게 되면 제가 뭐가 됩니까."
"....."
"..... 미혹되지 않겠다고."
"......"
"...... 조심하겠다고 한 내 다짐이 무엇이 되냔 말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한빈은 그만의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대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 항상... 내 곁에 있었다고."
"... 항상.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고."
꽉 잡고 있던 빈궁의 손목을 슬며시 풀던 한빈은 빈궁의 어깨에 손을 얹곤 키를 맞추려 허리를 숙였다. 그리곤 둘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세자빈에게 말했다.
"..... 내 곁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면 안됩니다. ..... 설령 움직이게 하는 상대가 내 안의 원일지라도."
"..... 내 곁에 머물러주시는겁니다."
어두운 저녁. 빈궁을 바라보는 한빈의 동공이 넘실거리는 파도마냥 검게 일렁이고 있었다.
'
더보기 |
안녕하세요! 252입니다 매일매일 내다가 어제 딱 하루 결근 해봤어요ㅠㅠ 사실 이번 8화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ㅠㅠ) 어떻게 과거소개를 들어가야하나 하고 말이죱. 아,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을 위해 따로 공지를 올릴까하다가! 아직 전체적인 사건이나 관계들이 다 소개되지 않았기에 잠시 보류했어요 혹시 지금까지의 내용이나 관계에 대해서 이해가 안가시는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전 맨날 더보기가 긴 것 같아요... (말이 많네요 제가) 오늘도 조별내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한빈이 좋네요.) 암호닉! (암호닉은 계속 받고있어요!)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별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