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데레 구오즈
Written by. 채성아
1. 조심 좀 하라고
“아니, 그래서 걔가 나한테 막 좋아한다고 그러는 거야.”
“……”
태형이 심드렁하게 핸드폰만 매만졌다. 지민은 그런 태형의 반응은 깡그리 무시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내가 그래서, 왜 나같은 애가 좋냐고 막 물어봤더니.”
“……”
“걔가 막 나같이 얼굴은 귀여운데 몸이 남자다운 게 좋다는 거야.”
“……”
“그래서 내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지민을 바라보던 태형이 지민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인도 안 쪽으로 잡아 당겼다.
“아, 뭐해!”
큰 소리가 들리고 오토바이가 지민이 있던 자리를 쌩하니 지나갔다. 지민이 태형과 오토바이를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태형이 인상을 쓰고는 지민에게 말했다.
“씨발아. 좀 바깥 쪽으로 걷지 마.”
2. 먹던가 말던가
“야. 애들이 그러던데 김태형이 너 좋아한대.”
“무슨 소리야.”
지민이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귀를 후벼팠다. 누가 내 욕하나. 귀가 존나 간질거리네. 지민의 앞에 앉은 성재가 호들갑을 떨며 얘기했다.
“아니, 진짜로! 막 그냥 듣고 넘기지 말고! 진짜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누가 그런 근거도 없는 개소리를 씨부려?”
“아니, 진짜 김태형 낯 엄청 가리는데 너한테만 막 말걸고 그러잖아.”
“야.”
“어?”
“너 김태형이랑 나랑 대화하는 거 봤지.”
“어..”
“대화의 절반이 씨발인데 좋아하긴 개뿔.”
그리고 걔가 게이냐? 같은거 달린 나 좋아하게? 지민이 뒤를 돌았다. 그 순간 뒷문에 서있던 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아, 깜짝이야. 지민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태형이 지민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왜 놀라. 씨발.”
“왔으면 인기척이라도 보이던가.”
“누가 들으면 심장마비라도 온 줄 알겠네. 이거. 먹던가.”
태형이 지민에게 노란 과자 봉투를 건넸다. 건넨 것도 아니고, 던졌다. 허니버터칩? 헐. 대박. 지민이 그걸 받아들고는 태형에게 물었다.
“야.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몰라. 주웠어.”
“이걸 어디서 주워. 진짜 어디서 샀어? 가서 살래. 알려 줘.”
“내가 준거나 쳐 먹어. 씨발. 뭘 어딜 또 기어다닌다고.”
“아. 존나 쪼잔한 놈아. 너만 사지 말고 나도 알려줘.”
“나 그딴 거 안좋아해서 안 사. 너나 쳐 먹어.”
태형이 말을 마치고 그대로 지민의 교실을 빠져나갔다. 와, 존나 좋아. 그걸 바라보던 성재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저거 안좋아한다면서 사온 건 또 뭐람. 누가 봐도 자기 사주려고 사온 건데, 박지민은 그걸 모르나? 성재가 지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3. 티내지 말라고
태형이 성재를 불러냈다. 둘 사이에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먼저 깬 것은 태형이었다.
“너 죽을래?”
“어?”
첫 마디가 죽을래? 다. 성재가 당황해서 태형을 바라봤다. 뭐, 뭐라고? 인상을 쓴 태형의 분위기가 무서워서 성재가 찍소리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아오. 진짜 죽고 싶어?”
태형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성재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내.. 내가 뭘..”
“너, 아까. 박지민한테 무슨 얘기 했냐?”
“아무 얘기도 안했는데..”
“했잖아. 내가 박지민 좋아한다고.”
성재가 그 말에 그제야 아까 상황을 떠올렸다. 아! 그거 때문이구나! 태형이 자신을 불러 낸 이유를 알아차렸다. 아, 이상한 소문 퍼트리고 다녀서 부른 거구나! 그래 내가 잘못했지. 그럼 그럼. 성재가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서 태형에게 사과했다.
“아, 진짜 미안해.”
“……”
“나는, 니가…”
“존나. 어? 씨발. 티내지 말라고.”
“…어?”
태형의 말에 성재가 고개를 들어 태형을 바라봤다. 쟤 지금 뭐라는 거야?
“아, 씨발. 내가 얼마나 숨겼었는데, 니가 뭔데 박지민한테 그걸 그대로 갖다가 불어. 어?”
“……”
“아. 존나 짜증나. 하여간.”
“……”
“야. 육성재.”
“어..?”
“티내지 마. 진짜.”
태형이 말을 남기고 그대로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헐. 진짜 좋아하는 거였어? 헐.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