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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라이즈 온앤오프
Mr.J 전체글ll조회 1775l 2









안녕 얘들아?
이번에는 너무 늦게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주말이 지나버리면 정말로 이야기를 해줄 시간이 없어질것 같아서
볼 일을 보고 집에 귀가한 지금 부랴부랴 컴퓨터를 켰어. 
워낙에 내 이야기 자체가 지루한 편이라 다들 지쳐서 안 봐주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내 이야기를 흥미롭다는 듯이 봐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기분이 정말 묘했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동시에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사실 세훈이 그 녀석이나 내 연애사가 밖에서 당당하게 떠들고 다닐수 있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잖아.
일단 우리 둘은 남자고, 사고를 쳐서 그 대가로 처음 만나게 된거니까. 
오늘도 쓸데없는 이야기는 끊고 바로 이야기로 들어가보도록 할까?








무작정 집으로 온다는 녀석의 말에 넉살좋게 대답을 해주고 전화를 끊었는데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빨래들이 뒤늦게야 보이더라.
아직 밖에서 비는 주륵주륵 잘도 내리고 있고, 도저히 빨래를 널만한 상황이 아닌것 같아서
결국 창고로 쓰는 방으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빨래 건조대를 들고 나와 빨래를 널 수 밖에 없었어.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빗물에 제법 젖어서 퀴퀴한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됐는데
그래도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회사에 옷을 입고 가야해서 그냥 널수밖에 없었어.
냄새가 난다면 뭐... 탈취제를 뿌리는 방법도 있으니까.
사실 내가 무신경한 면이 조금 있는 편이라서 사소한 거에 신경을 그렇게 많이 쓰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비가 오니까 괜히 몸도 찌뿌둥하고 고민거리 하나가 좋게 풀리니까 괜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자꾸 사람이 나른해지더라. 빨래를 건조대에 너는 내내 너무 귀찮더라고. 
원래도 가사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하고 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다 귀찮아서 마냥 누워있고 싶더라.
그래도 회사에 발가벗고 갈수는 없으니까 겨우 기운을 내서 빨래를 다 널고 소파에 앉아 있었지.








그런데 멍하니 앉아있다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더라고. 참, 오세훈 놀러 온댔는데.
마침 드는 생각에 슬쩍 주변을 돌아보니까 집안 꼴이 말이 아니더라, 아주. 
말했잖아, 나름 깔끔하게 지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래도 가사일은 싫다고.
솔직히 말해서 세상에 어느 누가 힘들게 직장에서 굴림 당하고 와서 집에서 자발적으로 또 일을 하길 원하겠어, 안 그래?
아무튼, 뒤늦게서야 너희들에게만 알려주는 거지만, 그래. 나 청소 하는거 싫어해. 그리고 소질 없어.
그런데 나름 만나는 사람이 집에 놀러오는데 난장판이 된 꼴을 보일수는 없잖아?
지난번에는 그나마 청소를 조금 하고나서 부른거라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며칠동안 심란한 마음을 여가없이 드러내면서 지냈더니
여기저기 더러운 컵이나 담요, 먼지들이 굴러다니고 있는 상태였거든.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기 참 싫지만, 더러웠어.








그 상태로 앉아 있다보니까 정신이 확 들더라.
그래서 일어나서 정신없이 다시 청소를 시작했지. 아니, 그러려고 했어. 그런데 참, 타이밍은 왜 그렇게도 안 좋은건지.
마침 인터폰이 울리더라고. 설마 하는 마음에 슬쩍 보니까 역시나, 아래층 현관 자동문을 열어달라고 오세훈 그 녀석이 벨을 눌렀더라고.
우산도 안 쓰고 왔는지 앞머리는 축축하게 다 젖어서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그냥 청소 먼저 한 다음 문을 열어줄까 했는데
머리카락이 다 젖은거 보니까 그럴 맘이 안 생기더라. 날씨도 서늘한테 감기 걸릴게 뻔하거든.
안 그래도 며칠동안 아팠는데 감기로 또 고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어.








문을 열어주고 나니까 뒤늦게서야 걱정이 밀려오더라. 
아, 집이 너무 더러운데. 어떡하지. 얼굴 보면 뭐라고 말 해야하지.
아까 전화 하면서 질질 짰던게 생각나서 얼굴로 열이 계속해서 올라왔어.
아, 남 앞에서 우는거 정말 싫은데. 근데 그 상황에서 웃겼던게, 그 와중에도 그리운 마음이 더 커서
당시 내가 느꼈던 마이너스적인 감정들이 너무나도 희미하게 느껴지더라. 
분명 좋은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만, 나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도 순수하게 상대편을 그리워 하는 마음 있잖아?
사실 너희들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지 모르겠다. 
너희들에게 당시의 감정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나 조차도 지금 내가 맞게 설명을 하고 있는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정도니까 말이야.








인터폰 앞에서 잠깐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현관벨이 울리더라.
사실 화장실로 들어가서 머리라도 정돈해야 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됐는데
어차피 한 번 몸도 섞은 사이에 두려울게 뭐 있냐 싶은 대담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문을 슬그머니 열어버리고 말았어.
이렇게 단 둘이서만 보는게 오랜만인 만큼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데 작게 있는 문틈 새로 손가락이 들어오더니 대뜸 문을 확 열어재끼더라.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행동에 나는 놀라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어. 
처음에는 도둑이라도 든 줄 알고 나도 모르게 신발장에 놓여있던 구두주걱을 집어들기까지 했지, 뭐야?








사실 오세훈 그 녀석이 내게 거친 행동을 보인적은 전무했거든.
워낙에 내가 경계심이 강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화를 담아두거나 분출하는 타입의 성격도 아니다 보니까
이것저것 꾹꾹 담아두다가 한꺼번에 확 터뜨리는 나와는 다르게 유들유들하게 상황을 잘 넘어가는 편에 가까운 녀석이거든.
그런 녀석이 다른 사람도 아닌, 만나고 있는 사람 앞에서 거친 언행을 보였을리 있겠어?
당연히 틀을 벗어난 행동이었지. 사실 의외인게 그 녀석이 보이는건 사람 좋고 가벼운 타입 같아도 은근히 절제심이 좋은 편이야.
은근히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통제하는것도 제 딴에서는 상당히 즐기는것 같고.








어떻게 보면 나와는 정 반대지. 나는 생긴것만 봐서는 꽉 막힌것 처럼 생겼는데 의외로 사람이 빈틈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그래도 적잖게 듣거든.
그래서 오세훈 그 녀석을 보면 뭐랄까, 내 콤플렉스가 다시금 드러나는 기분이 든달까. 자격지심이 생기는거지.
그래서 그 녀석에게 유독 더 까칠게 대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사실 같은 말을 내뱉더라도 다른 사람이 내뱉은 말에는 허허 웃고 넘어가도, 그 녀석이 한 말에는 진지하게 반응을 하곤 했거든.
그럴때면 그 녀석은 어김없이 서운하다며 징징대기 일쑤였고.








어쩌다가 이야기가 다시 옆으로 샌것 같은데, 아무튼 갑작스럽게 문을 확 열어젖히는 행동에 놀라서 나는 뒷걸음질을 쳤어.
반면에 녀석은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얼굴로 성큼성큼 문을 닫고 현관으로 들어오더라고.
어찌나 발걸음이나 행동하는게 당당하던지, 마치 내가 객식구라도 된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어.
그러고 서 있자니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세훈이 녀석이 대뜸 그러더라.








"선배 갈아입을 옷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한참동안 머리를 굴렸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녀석을 바라보는데 축축하게 젖은 머리랑 옷들이 보이더라고.
분명히 오른쪽 손에는 우산도 들려있는데, 어쩌다가 비는 쫄딱 맞은건지. 혹시 내 옷을 빌려입으려고 그러는건가 싶어서 사실 조금 망설였어.
아무리 둘다 남자라고 하더라도... 이런말 하기 좀 그렇지만, 내 키가 큰 편은 아니거든.
반면에 오세훈 그 녀석은 키가 상당히 큰 편이고. 그러다 보니 내 옷이 녀석의 몸에 맞을리가 없잖아.
그래서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어. 나도 남자라서 그런지 자존심이 조금 상하더라.








"...있긴 있는데..."








네가 입지는 못할텐데, 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 끊기고 말았어.
그 녀석이 대뜸 날 끌어안았거든. 어찌나 몸이 세게 부딪혔던지 컥 소리가 절로 나왔어.
내가 기침을 막 뱉어내니까 녀석도 놀라서 잠깐 몸을 떼고 묻더라. 괜찮느냐고. 
그런데 코 앞에 보이는 얼굴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난 그냥 고개를 몇번 끄덕였어. 바보같이 말도 더듬으면서.
어,어. 괜찮지. 그러다가 노골적으로 와닿는 시선이 민망해서 그냥 내가 먼저 등을 다독여주는척 하면서 몸을 붙이니까 녀석이 웃더라.
혹시 자기 어깨에 닿는 내 턱때문에 그런건가 싶어서 기분이 살짝 언짢아지려고 하는데 녀석이 그러더라.








"우산쓰고 왔는데 옷이 다 젖어버렸어요."








녀석에 말에 고개를 내리니까 내 옷이 똑같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더라.
아마도 녀석과 몸을 맞대고 있어서 그랬던 거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녀석이 한 말에 다시 얼굴을 풀고 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어.








"뛰어오면서 안 젖는건 불가능에 가깝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녀석의 등을 몇번이나 다독였어.
사실 내가 그럴때면 어린애 취급하는것 같아서 마음에 안든다고 한적이 몇번 있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별 말이 없더라. 그렇게 몇분동안 현관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던것 같아.
뭐랄까, 굉장히 기묘한 경험이었어.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것은 부끄러운데, 차라리 서로의 목덜미에 기댄 채 이야기를 하니까 오히려 부끄러운 기분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었달까.
물론 여전히 창피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대화를 하는것과는 애초에 차원이 다른거니까. 
그러고 한참을 비비적대고 있는데 오세훈 녀석이 갑자기 품에서 벗어나더니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더라.
갑작스런 행동에 벙찐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나도 녀석을 따라서 거실로 들어갔어.
물론 들어감과 동시에 부끄러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지. 거실이 난장판이었거든. 그런데 녀석은 아랑곳 않고 소파로 가서 앉더라고.
풀어진 모습으로 앉아서 나를 삐딱하게 올려다 보더니 대뜸 그러더라.








"선배, 근데 아까 내가 한 말 다 들었죠."








갑자기 아까 한 말을 다 들었냐는 말에 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어.
집에 온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문도 열어준건데 뭐 새삼스레 이런걸 물어보나 싶어서 가만히 있는데 오세훈 그 녀석이 그러더라.
그럼 내가 아까 마지막으로 한 말도 다 들었을텐데.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뭐였나 싶어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러더라고.
또 그런다고.








"또 그런다, 사람 맥 빠지게.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그러고 서 있으면 나 진짜 죄 짓는 기분 들어요."








그러면서 소파 구석으로 가더니 자기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더라.
평소 같았으면 내가 개냐면서 버럭 뭐라 한마디를 해줬겠지만 반가운 마음이 더 커서 군말없이 그 옆으로 가서 앉았어.
그랬더니 내 쪽으로 돌아 앉으면서 말하더라.








"아까 내가 그랬잖아요. 나 엄청 불순한 의도 가지고 찾아간다고."








그제서야 녀석이 전화로 나한테 했던 한마디가 생각났어.
불순한 의도. 불순한 의도라고 함은 여러 갈래로 나뉠수도 있겠지만, 결국 내 쪽에서는 껄끄럽게 받아들일수 밖에 없지 않겠어?
아무래도 보수적인 면이 많다보니까 겁이 조금 나더라고. 
아주 가벼운 의미의 불순함이라면 단순히 뽀뽀나 포옹 정도를 이야기하는 걸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이미 동정딱지는 떼여버린 상태지만, 그래도. 술을 들이부은 상태에서 그랬던 거랑 맨 정신에서 하는거랑은 차원이 다를거 아냐, 안 그래?
그래서 굳어서 눈을 깜빡이고 있었더니 녀석이 한숨을 푹 내쉬더라.








"못들었나보네."








녀석이 한 말에 못들었다며 그냥 상황을 모면할까 하는 못된 마음도 들었지만, 말했잖아.
난 거짓말도 잘 못할뿐더러, 이미 스킨십과 관련한 일로 녀석에게 상처를 준 역사가 있으니까.
더 이상은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어. 마음이 한가닥씩 엮이다 보면, 웃기는게 결국에는 그 모든것들이 꼬여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버려.
그것을 끊어내려 한다면 억지로 끊어낼수야 있겠지만, 그렇다면 쌍방이 다치게 되는거지.
나도 아프고, 상대방도 아프고. 잘려나간 쪽이 어느쪽이든, 얽혀있으니까 양쪽이 다 상처를 입게 되는거지.








어느덧 나와 녀석의 관계도 그정도의 선까지 다다라있었어.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는것이 아닌, 한명이 내뱉은 말로 인해서 양쪽이 다 아픔을 겪을수도 있는 단계.
분명 진전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에는 딱 성장한 만큼의 책임감이 따르기 마련이야.
그래서 나는 신중을 가하고 싶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난감한 얼굴로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씁쓸한듯이 웃고 있더라고. 
그걸 보고 난 다시 깨달았어. 재고 따지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줄 수 있구나. 
신중함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그냥 말해버렸어.
그랬더니 녀석이 이번에는 조금 환해진 얼굴로 웃더라.








"기억나. 불순한 의도 품고 오겠다고 한 거."








"진짜요?"








"응."








"그 의미는 제대로 알고 있고?"








"...너 내가 몇 살인 것 같냐."








"미운 세 살. 말도 안 듣고 미운 짓만 골라하는데 예뻐서 용서되는 미운 세 살."








웃으면서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을 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그런데 또 마냥 틀린말은 아닌것 같아서 우울했어. 나도 곧 삼십대가 되겠구나. 내 인생의 이십대도 벌써 끝무렵이구나.








"...뒤에 숫자 하나만 붙이면 정확하지는 않아도 현실성은 생기겠네."








나도 모르게 뚱한 반응을 보이고 후회하고 있는데 녀석이 웃으면서 그러더라.
걱정 말아요, 미운 세 살 특징 있잖아요.








"예뻐서 용서 된다는 거."








나 애기들한테 약해요, 라는 말에 갑자기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흐르더라.
아, 나랑 만나는 이상 녀석은 결혼을 할 일도, 저와 꼭 닮은 아이를 볼 일도 없겠구나.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겠구나.








"그렇게 애기를 좋아하는데 애 못 낳아서 어쩌냐."








문득 드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더니 녀석이 웃으면서 그러더라.
대신에 미운 세 살 있잖아요. 사실 걱정되는 사람은 선배가 아니라 난데.
녀석이 한 말이 이해가 안돼서 눈만 꿈뻑이고 앉아있었더니 그러더라.








"어느날 애기가 너무 예쁘다면서 만들어오고 그러면 안돼요."








"뭐?"








"나 돌아요."








들은 말이 못 견디게 느끼하기는 한데 또 마냥 정색하기는 싫어서 그냥 앉아있었더니
녀석이 계속해서 내 귀를 주물럭거리며 만졌어.
어찌나 매만지던지 나중에는 손끝만 닿아도 귀가 화끈거리면서 아리더라고.








"그만 만져."








귀바퀴를 누르는 손길이 거슬려서 그만하라고 말하면서 손을 쳐냈더니 녀석이 베실베실 웃더라.
무슨 꿍꿍이가 있을때만 나오는 기분나쁜 웃음. 자기딴에는 애교를 부리는거라던데, 글쎄.
나는 아직도 그 웃음을 볼때면 영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어. 분명 훗날 내게 불리한 일이 생길것을 의미하는, 일명 암시용 웃음이거든.
한참을 뺀질거리는 얼굴로 웃던 녀석이 대뜸 다리를 끌어 거리를 좁혀왔어.
순식간에 가까워진 얼굴과 노골적으로 파고드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더라.
민망한 기분에 눈을 돌려 티비 스크린을 바라보니까 녀석이 내 손에서 리모콘을 빼앗아들더니 티비를 꺼버리더라.
그리고는 리모콘을 소파 저 건너편에 위치한 카펫 위로 던져버리면서 그러더라.








"나 이제 쌓아놨던 불순함 좀 드러내려고 하는데, 도망쳐도 돼요."








"...어? 버,벌써?"








놀라서 베란다를 봤는데 밖은 여전히 밝았어.
물론 비가 내리고 있어서 마냥 밝지만은 않았지만, 사물의 모습정도는 분간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까.
도대체 그 불순함이 뜻하는 수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을 할 수 없으니까 돌아버릴것 같더라고.
어느정도까지 맞춰줘야 하나, 어느정도까지 내가 감수할 준비를 해야 하는걸까.
동시에 두려움도 조금 더 커지더라. 맨정신에는 누구랑 키스도 제대로 해본적이 없으니까. 뽀뽀는 세훈이 녀석과 한두 번 해봤지만...








"근데 도망가면 잡을거예요."








"...그럼 도망가나 마나잖아."








내가 뚱한 얼굴로 중얼거리니까 녀석이 비식 웃으면서 점점 다가오더라.
선명하게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계속 가슴이 요동쳐서 나는 결국 코 앞까지 다가온 녀석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버리고 말았어.
놀랍게도 녀석은 이런 내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씩 웃어보이더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처럼 물러서주지 않고 팔목을 붙잡더니 다시 다가오더라.
아, 이거 진짜 일났구나 싶은 마음에 눈만 굴리고 있다가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심했지.
결과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스스로의 멘탈은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오세훈, 잠깐만!"








"도망쳐도 소용없어요."








이번에는 나도 녀석의 의도를 알고있다는 사실에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인지 꿈쩍도 하지 않더라고.
그래서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어.
안 도망갈게...! 부탁이 있어-!
소리를 빽 지르고 눈을 슬그머니 뜨니까 녀석이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더라.
그러더니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해버렸어.








"별 건 아니고... 나 술 좀 마시면 안 될까?"








내 말에 녀석은 황당하다는 듯이 웃음만 터뜨리더라.
그러더니 나한테 묻는거야. 술은 왜 마시려고 하냐고. 그래서 나도 솔직히 말했지.
더 이상 숨길것도 없잖아, 내 상황에서는. 안 그래?








"긴장 돼서... 술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아."








무작정 말을 내뱉어놓고 보니 내가 봐도 내 스스로가 천치같아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녀석이 손목을 놔주면서 다시 웃더라. 이번에는 상반신이 다 흔들릴 정도로.








"미운 세 살은 진짜 못 이기겠어요. 무기가 너무 막강해."








그러면서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더라고.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대뜸 현관으로 걸어나가길래 어딜 가냐고 했더니 녀석이 술을 사러 나간다고 대답을 하더라고.
...술은 냉장고에 있는데. 그대로 그냥 돌려보낸 다음 문을 열어주지 말까 하는 꾀가 떠올맀는데 양심에 찔려서 결국 녀석에게 사실을 실토하고 말았어.
술 냉장고에 있는데?








"술 마시는거 좋아해요? 못 마시게 생겼는데."








"소주는 좀 마셔. 맥주는 맛 없어서 안 먹고."








와, 의외다- 하면서 도로 소파에 주저앉는데 갑자기 또 걱정거리가 머리를 스치더라.
그런데, 상황을 보니까 오늘 작정하고 끝까지 갈 속셈인것 같은데.
...나 해본적이 없어서, 아니- 제정신인 상태에서 해본적이 없어서 할 줄 모르는데...
아무리 내가 정신적으로는 동정이나 다름이 없다지만, 그래도 나보다 몇살은 어린 녀석, 그것도 회사 후임한테
서툰 모습, 그것도 잠자리에서 서툰걸로 꼬투리가 잡히면 너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어?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편이야. 그래서 초기에 녀석과의 관계가 순탄치 못했던것도 사실이고.
우물쭈물하면서 앉아있는데 녀석이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묻더라고.








"이번에는 왜요?"







질문을 들었는데도 선뜻 대답할 용기가 안나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더니 오세훈 그 녀석이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더라.
순간 어린 녀석이 또 날 우습게 보나 싶어서 울컥 했는데 녀석이 한 말에 나는 다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어.








"선배. 날 인내심이 많은 사람으로 봐주는 건 너무 고마운데요."








"......"








"계속 애태우면 나 난폭해질지도 모르는데."








"......"








"그럼 선배가 힘들어질지도 모르는데."








"......"








"...많이 힘들어질지도 모르는데."








마지막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단단하게 다물고 있던 입을 결국에는 열어버렸어.
아, 창피해.








"애태우는게 아니라...!"








"아니라?"








"...나...할 줄 몰...라."








말을 하고 민망한 기분에 애먼 눈썹산만 긁적이는데 녀석이 멍한 표정으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더라.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 안 공기가 어색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국 내가 다시 먼저 입을 열고 말았어.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내 말에 석상처럼 굳어서 앉아있던 녀석이 숨을 푹 몰아쉬더니 대뜸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라.
나름 솔직함을 담아 한 고백에 웃음을 터뜨리니까 민망함이 더해져서 까매진 티비스크린만 보고 있는데 녀석이 말했어.








"선배 나랑 잤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해줬잖아요. 그새 잊었어요?"








"아니, 그건 아는데..."








"그새 능숙해진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그럼 아마 나 열 받을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누누히 말했잖아요. 너무 좋았다고."








직설적인 말들 때문인지 더 민망해져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데 나와 다르게 그 녀석은 잘도 말을 이어가더라.
원래 그렇게 개방적인 성격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나를 놀려먹을 생각에 신이 난건지. 나쁜 녀석.








"미운 세 살 특기인 미친 비쥬얼이 침대에서도 여가없이 발휘되던데요? 근데 감각적인 면에선, 더 끝내줘요."








노골적인 음담패설에 애꿎은 이마만 손등으로 문지르다가 고개를 숙이려는데 녀석이 난데없이 내 턱을 잡더니 입술을 부딫혀왔어.
갑작스런 기습에 너무 놀라서 그런지 숨도 못쉬고 있는데 녀석이 숨을 쉬라는 듯이 등을 살살 쓸어주더라.
그제서야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뻐끔뻐끔 간신히 숨을 내쉬는데 말캉한 살덩이가 입술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점막을 간지럽히더라고.
그 감각이 너무 낯설어서 눈만 굴리고 있는데 녀석이 눈을 접으면서 참 예쁘게도 웃더라.
상황은 빨간 딱지 수십개를 당장 때려박아야 할 정도로 민망하기 그지없는데, 앞에서 웃는 녀석은 또 제법 어린티가 나서 귀엽고. 
결국 난감한 얼굴로 입에 가득 고인 침만 간신히 삼키고 있는데 녀석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더니 중얼거렸어.








"...그래도 가능하면 키스 정도는 맨정신으로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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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ㅠㅠㅠ완전 사랑ㅠㅠㅠㅠ저 시험이라 나를위한선택 하러갈건데 시험끝나고 왔는때 작가님 다시 볼수있었으면 좋겠네요
9년 전
독자2
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세훈이 저렇게 섹시해도 되는 겁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들어온 인티에 이 글이 올라와서 행복했어요!ㅠㅠㅠㅠㅠ다음편 불맠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 자까님 문체 너무 좋아요....덤덤하게 말하면서 모든 감정들을 다 표현해주시니까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잘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9년 전
독자3
저번편부터 드디어 점점 관계의 진전이 보이는것같아 행복해요ㅠㅠㅠㅠㅠ 세훈이도 준면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끄아 ㅜㅠㅜㅠ 잘풀리고 있어!!!!!! ㅠㅠㅠ 진짜 이 귀여운 세준이들 어쩌면 좋죠 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아아ㅠㅠㅠㅠㅠㅠ 훈이랑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다음 편은 불맠...! 인 걸까요'v'
9년 전
독자6
으어어ㅓ어어아아아ㅏ아아아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에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세준행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ㅠㅠㅠㅠㅠㅠㅠㅠ 자까님 감사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아 너무 좋아여ㅠㅠㅠ준면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계속 이렇게 갔으면ㅠㅠㅠ
9년 전
독자8
으아아앜ㅠㅠㅠㅠㅠㅠㅠ이번편진짜짱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ㅜ헐미친야한장면나오는데야하기보다는진짜잘되는게너무좋아서흐뭇한웃음이나오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박이다대박 미운세살준면이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9
자까님ㅠㅠㅠㅜ자까님은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가자 세훈아ㅠㅜㅜㅜㅠ
9년 전
독자10
와ㅜㅜㅜㅜ우ㅜㅜㅜㅜㅜ네그래여ㅜㅜㅜ키스정도느누ㅜㅜㅜ맨정신으로합시다우리ㅜㅜㅜ네?ㅜㅜㅠㅜ저다음기대해도되는거져ㅜㅜㅜ?후ㅜㅜㅜㅜㅜ세흔쓰ㅜㅜㅜ섹시해ㅜㅜ
9년 전
독자11
아 얘들 귀여워ㅠㅠㅠㅠㅠ준면이 너무 귀여워요 연애처음하는 고등학생같은 느낌적인느낌 ㅠㅠㅠㅠ세훈아 ㅠㅠㅜㅜ어디서 이런 귀여운애를 만났니ㅠㅠㅠㅠ
9년 전
독자12
아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세준이들이 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무지 기대되요 ㅠㅠㅠㅠ 기다리고 있을게요 언제나 ㅠㅠㅋㅋㅋ
9년 전
독자13
아 세훈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세상에 이렇게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운세살이래 아 준면이 완젛ㄴ 짱짱 귀여워요!!!!!!!! 흐어ㅓ러걱 너무 좋다
9년 전
독자14
하아...ㅠㅠㅠㅠㅠ 준면이 마음이 많이 풀려 가는 모습을 보는게 좋네요ㅜㅠㅠ 언제나 이 이야기를 반기고 있습니다. 꼭 다음 편도 보고 싶네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둘이 좋은 하루하루들을 보내기를...
9년 전
독자15
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번편 너무 달달한거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연하가 이렇게 섹시해도 되는거냐며 연상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거냐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6
와아 슬슬 세훈이와 준면이의 관계에 진전이 보이면서 서로가 행복한 사이가 되가고있는 것같아요!!ㅠㅠ 준면이 감정이나 생각이 자세하고 담담하게 표현돼서 더 읽기 좋고 이해하기 좋네여~
9년 전
독자17
저번에 빨리 써달라고 한 사람이에요:) 개인 사정이 있어서 올라오자 봤는데.. 댓글을 이제 달게 되네요..ㅠㅠ 죄송해여..ㅎㅎ 이렇게 끊으시면 어떡하시옵니까.. 애타요..ㅋㅋ 세훈이가 준면이에게 느낀 애탐(?)이라고 하면 제 마음을 알아주실려나..?ㅋ 그래도 둘이 마음을 열은거 같아서 좋아요. 준면이도 솔직해 진것 같기도 하고..(진것 같기도 한게 아니라 정말 솔직해 졌어요..ㅎㅎ) 둘이 점점 친해지는 모습을 보니까 제 기분이 다 좋아요..ㅎㅎ 제가 원래 불맠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작가님 글은 술술 잘 읽혀서 좋은거같아요, 읽기만 해도 힐링되는 느낌이랄까..?
저 원래 댓글 잘 안쓰는데..하하 너무 길게 썼나요..? 작가님 빨리 와달라고 찡찡 될거에요..(찡찡) 브금도 너무 좋아요.. ! 노래 찾아서 바로 다운 받암ㅅ어여..ㅎㅎ

9년 전
독자18
글 너무 좋고 하나도 안 지루해요..
단 한번도 지루하다고 느낀적은 없었어요. 다만 준면이가 너무 밀당을 하는 구나 그런 느낌?ㅋㅋㅋㅋㅋ (뭐 제 맘대로 밀당이라 합니다..) 지루하다는 사람 있으면 저한테 데리고 오세요 제가 혼내줄께요

9년 전
독자19
작가님 파이팅:)!! 오타는 귀엽게 봐주세요!
9년 전
독자20
하...세훈이...미친섹시함....사랑합니다 ㅋㅋ
9년 전
독자21
와 헐 이번편 대박이에요 ㅜㅜㅜㅜㅜㅜ 분위기부터 달달해... 넘 늦게 온 절 탓해요 ㅜㅜ 아 역시 작가님... 짱짱이에요 넘 좋아요 ㅜㅜㅜ 다음편 얼른 보고시퍼요..
9년 전
독자22
하 오세훈 심장폭행...
진짜 행소네요 서로 좋아하고 마음도 통하고
진짜 이번편이 뭔가 전에 힘들어했던것들의 성과물인거같아 제가다 뿌듯해요

9년 전
독자23
헐ㅠㅠㅜ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마지막 말 너무 좋아요ㅠㅠㅜㅜㅜㅠㅜㅜㅠㅜㅜㅜㅜ내 심장을 저격했어ㅠㅠㅜㅠㅠㅜㅜㅜ
9년 전
독자24
아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 이제 둘이진짜 좋아해서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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