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강한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했지!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악몽
여기는...?
내가 전에 살던 그 곳이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주인.."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민석이..?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민석이에 놀라서 다가가려는데
내 발에 뭐가 치인다.
민석이를 보던 눈을 내려 아래를 보았다.
민석아..?
고양이 였을 적 민석이가 다리에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사람이 된 민석이를 보았다.
없다..
누가.. 누가 우리 민석이를..!
가뜩이나 칼도 무서워 하는 아이인데!!!!
너무 화가나고 너무 무서웠다.
고통에 가득차 애처롭던 민석이의 울음소리가 멎었다.
"민석아..? 민석아..!!"
두려움에 눈물이 차올랐다. 누가 이런거야..?
그제야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마도 민석이를 이렇게 만들었을 것 같은 한 아이가
나에게 등진 채로 도망가고 있었다.
장소가 바뀌었다.
비오는 날. 옛날 우리집 마당.
준면이가 날 보고 있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
"준면아.. 거기서 뭐해? 비 맞잖아.."
준면이는 내 밑을 보았다.
나도 고개를 내려 밑을 보았다.
토끼.. 준면이잖아..? 귀.. 우리 준면이 귀..
귀가 잘린 채 그 곳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을 도저히 못 보겠어서 고개를 돌리니
한 아이의 뒷 모습이 보였다. 그 아이가 가위를 들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가려 발을 뗐지만 아무리 가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꿈일거야.. 꿈인거야.. 깨어나야 해..
눈을 감았다가 떴지만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난 꿈에서 모든 아이들과의 첫만남을 보았다.
괴롭고 괴로워서 끝에가서는 숨 쉬기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세훈이가 바닥에 떨어졌고, 숨을 거둘때.
나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이번엔 그 여자 애를 잡고 말겠다고.
잡아서 우리 애들이 아픈 만큼 똑같이 아프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아파트로 들어가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버튼을 수차례 눌렀다.
5.. 4.. 3.. 2.. 1.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주친 사람을 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꺄아아악..!!!"
내 비명에 종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왜그래?!!"
"종.. 종대야.. 애.. 애들 어딨어..? 어?!"
"거실이랑 2층에.. 종인이는 옥상에 있지. 왜? 악몽꾼거야..?"
"어..? 아.. 꿈. 하.."
참았던 숨과 함께 눈물도 쏟아져 내렸다.
"주인!!! 왜 울어?!! 붕어새끼가 놀렸어?!!"
종대를 밀치고 들어오는 백현이에 뭔지 모를 감정이 올라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종대가 아프잖아..!!"
"주인..?"
"미안.. 미안해..."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뒤를 돌아 종대를 한번 보더니
다시 나를 보는 백현이.
"악몽꿨어..? 또 우리 죽는 꿈 꾼거야?
에이, 주인 그거..."
"죽는 꿈이 아니야... 죽는 꿈이 아니라고.."
"그럼 무슨 꿈인데 그럴까.. 물에 빠졌어?
팔척 귀신이라도 나온거야? 아님 민석이 형이랑 단 둘이 남게 된 건가?"
"그게 왜 악몽이야 이 개새끼야."
문지방에 삐딱하게 서서 말하는 민석이와
어색하게 웃는 백현이.
죽는 꿈이 아니었어..
엘리베이터에서 본 그 사람..
나였단 말이야..
정신 없다
그 꿈을 꾸고 나서부터 아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물 먹을려고 냉장고 문을 열고나서 한참이나 멍하니 있어서
삐삐- 거리는 경고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문을 닫았고,
켜져 있는 TV에서 뭐라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또, 애들이 가까이라도 오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서
아이들은 나랑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었다.
"뭔일이야 이게.."
"안고싶다아아.."
종대의 말에 찬열이가 종대를 툭 쳤다.
종대는 곧 백현이를 보더니 이해한 듯
조금은 멍청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야 니가 죽이는 꿈이 뭐 어때서.
실제로 니가 죽였..!"
계속 망설이던 민석이가 말을 내뱉으니
준면이가 그 입을 막았다.
"그건 아닌데.. 그냥.. 몰라.."
"너가 죽이지 않았어. 아 좀 놔봐!!!
니가 죽이지도 않았는데 왜 니가 더 그러냐고!!"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다 종인이가 막으니
그것을 뿌리친 민석이는 곧 내 어깨를 잡으며 말을 마쳤다.
"맞아 주인아. 너가 한 거 아니야."
찬열이까지 민석이의 의견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렇지만 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내가 그런 것 같단 말이야.. 그 꿈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내 어깨에 올려진 민석이 손을 잡았다.
"아 왜 또 울려 그러는데!!!! 짜증나 진짜."
내 손을 뿌리친 민석이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준면이가 정색을 하곤 따라 올라갔다.
결국 흘러내리는 눈물에 고개를 숙였다.
쭈뼛이며 다가와 내 등을 토닥이는 아이들.
"울지마.."
"아니야. 차라리 울어. 시원하게 울고 풀어."
그 소리에도 시원하게 울지 못했다.
그러면 민석이가 나 진짜 싫어할지도 몰라.
내 두려움에 아이들이 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해..
"...오늘은 주인 마음대로 해. 밥 먹으라 강요 안할게."
"그래. 찬열이가 강요하면 내가 패버릴게!"
"종대가 못 패면 내가 진짜 패줄게!!"
나를 달래며 내가 웃을 수 있게
장난을 쳐주는 아이들이 고맙지만
웃을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도 애써 웃음을 지었다.
"아.. 이럴 기분 아니구나? 그냥.. 주인 마음대로 해.."
그것을 알아챈 백현이가 마음대로 하라며
계속 다독이기만 했다.
밥먹을 시간은 이미 지났다.
나는 쇼파에 앉아서 아이들만 보았다.
짜증내며 올라갔던 민석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 좋은 곳에
앉아 있었고 백현이는 내 눈치를 보며 내 주위를 불안하게 돌아다녔다.
"백현아.."
"어..?! 어, 왜 주인??"
"이리와봐."
쭈뼛쭈뼛 다가온 백현이의 손목을 잡아 내 옆에 앉혔다.
그런 백현이 어깨에 기댔다.
아무래도 기댈 곳이 필요했나보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편안하게 기대어 있었다.
"야."
"어?"
"백현이 형아 어깨보다 내가 백만배는 넓어."
"닌 딱딱하잖아 새새끼.. 아니 세훈아."
나름 말도 가려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그러나 기분은 금방 가라앉았다.
잊혀질만 하면 아주 지독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나를 너무 괴롭게 만들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큰 벌을 주시는 걸까..?
명함
"주인."
소파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절대 말걸지 말아달라 당부도 했었다.
그럼에도 말을 걸어온 종인이는 정말 긴히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왜?"
"일단 지금 이런 상황에 이런 말 꺼내게 되어서 미안해."
"무슨 말인데..?"
종인이는 말을 망설였다.
그 모습에 괜히 불안해졌다.
괜히가 아니야.. 나 오늘 하루종일 경수 본 적이 없단 말이야..
그게 떠오름과 동시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간신히 종인이에게로 걸어갔다.
다리에 자꾸 힘이 풀려서 종인이 팔을 잡고 의지했다.
"경수..? 경수 관련된 말이지..? 그렇지..?!"
붉어진 눈을 한 종인이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눈이 붉어져 있었다.
나에게 한번도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준면이 마저도.
"뭐야..? 너네들 분위기가 왜이래..?"
"주인.. 이제 세상과 연결될 때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경수랑 무슨 상관인데..?"
종인이가 갑자기 TV를 가리켰다.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요즘 애완동물들이 버려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생을 둔 부모의 말에 따르면
-햄스터는 귀엽지만 수명이 2년~3년 뿐이 안되서,
키울 동안 죽으면 아이에게 정신적 피해가 너무..
...2년, 3년?? 우리 경수는 4살인데..?
그럼.. 그 말은 지금.. 그러니까...
"경수가.. 수명이 다 되었다고..?"
"응.."
종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눈물도 안 나온다고..
끝은 생각해봤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맨날 내 병만 생각했지.. 아이들의 수명을 찾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경수는..?"
아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종인이를 붙잡고 있던 손 마저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경수가.. 죽었다..
갈 곳을 잃어 방황하던 눈동자가 어느 한 곳에 멈췄다.
소파 밑에 웬 종이가 끼여있었다.
경수가 남긴 무엇인가 해서 손을 뻗어 그것을 빼내었다.
애써 떨리는 손을 무시하고 그것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명함...?
성명란에 '레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레이 선생님 명함인가..?
자세히 살펴보던 나는 한 곳에 눈을 멈추고 내가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20번은 더 읽어 보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니..
이게 무슨...?
? |
한편 남았네요!!!!!!!! 아.. 아쉽당...ㅠㅠㅠㅠㅠㅠ 다음편엔 조금 많은 이야기가 담길 것 같네요!ㅎㅎ 그나저나 오늘 분량 겁나 짧네요.. 양심적으로 오늘 하루동안 포인트 0 해야지..ㅎㅎ
23편 궁금증 중에 '아이들의 수명은?' 이라고 나와있는데요.. 혹시라도 찾아보셨으면 경수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거에요! 그런 독자님이 계시다면.. 정말.. 소오름..ㄷㄷㄷㄷㄷㄷ
암호닉입니다♥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 나호/죽지마/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 메리미/니니랑/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 부농/luci/알콩/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 쪙만보/완치병/잇치/레몬빵떡/멍뭉이/세젤빛/백사장/#므ㅏ/워더/거뉴경 밍/퐆퐆/엑소깹송사랑/퓨어/이엘/메추리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