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나중엔..
"주인! 일어.. 야!!!!!!!!!!!!!!!!!"
....?!!!!!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백현이는 세훈이를 끌고 내려가고 있었다.
"니가 뭔데 주인을 안고 자?!!!"
....난 또 뭐라고.
참을 수 없던 하품을 하고 아이들을 지나쳐 거실로 나왔다.
"주인님 밥드세용."
"....그만해. 부탁이야 준면아.."
"그럴수야 없죠. 저는 주인님의 이런 반응이 좋은걸요?ㅎㅎ"
뭔 변태같은 심보야..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가는데 뭔가에 쿵 부딪쳤다.
고개를 올리니 종인이가 웃으며 나를 보고 있다.
"아직 잠 들깼어?"
"아닝.. 다 깼어."
"그럼 앞 좀 보고 다녀. 엄한 곳에 부딪쳐서 다칠라."
길을 비켜준 종인이 덕에 편안하게 부엌에 갈 수 있었다.
"야!! 백현형아 좀 말려봐!! 자기도 같이 자놓고!!"
나를 방패삼아 뒤로 숨은 세훈이를 확인하고 앞을 보니,
험상궂은 표정을 짓다가 온화한 표정으로 바꾸는 백현이가 보였다.
"주인..ㅎ 세훈이 좀 넘겨줄래..?ㅎㅎ"
누가봐도 억지 웃음을 지은 백현이가 나름 젠틀하게 세훈이를 가리켜서
슬쩍 비켜주자 그 뒤로 또 숨는 세훈이 덕에 귀찮게 되었다.
"비켜. 밥하게."
"너는 니 애완동물이 지금 큰일을 맞이했는데, 뭐? 비켜? 밥?
밥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
"주인 그럼 새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주인!!! 잘 잤어??ㅎㅎ"
나와 백현이 사이에 들어차 나에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종대덕에
웃음이 나왔지만 곧 백현이에 의해서 치워졌다.
"흐잉.. 너무해에... 경수야아..ㅠㅠㅠㅠ"
경수에게로 총총총 걸어가는 종대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밥을 하러 갔다. 계속 따라오는 세훈이에 의해
백현이는 결투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중에 보자 새새끼.. 닐 죽일 수 있는 시간은 많아..
똑똑히 기억해둬.."
검지와 중지만 펴서 자기 눈을 한번, 세훈이를 한번, 찍더니
뒷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멀어져 갔다.
무섭다 야..
"쟤는 하루종일 저럴거라냐?"
"모르져.. 하여간 얘에 관련된 일이라면 죽이려들어여.
민석형아는 저러지마여."
"니 하는 거 봐서."
"...똑같은 형아들."
"쟤랑 비교하는 건 너무했다. 안 그래?"
"거기서 내 욕하지마!!!"
.....
다 꺼져. 내 주위에서 서로들 까지마.
귀찮게하고 있어..
"당분간 니 곁에 있어야겠다."
"그러등가. 귀찮게나 하지마."
"너무하네."
너무하다며 툴툴거리던 세훈이는 곧 나를 도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냈다.
"애들 밥 챙겨줘 세훈아."
"귀찮아."
"맞을래? 챙겨줄래?"
"지금 챙겨줄라 했었어."
주섬주섬 아이들 밥을 챙겨주는 세훈이를 보다보니 웃음이 나왔다.
참 츤데레얔ㅋㅋㅋㅋㅋ
"뭘 웃어? 그만 웃어라."
"응."
정색하고 밥이나 했다.
각자 밥을 먹으며 지들 할일을 하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이 모습이 당연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이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겠지.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나면 종인이만 남겠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겠다. 지금만 해도 집안 구석구석 너희가 없는 곳이 없는데.
"야 뭐하ㄴ..? 너 울어? 누가 그랬어? 어떤 새끼야?!"
민석이가 지나가다 장난치려 했는지
입가 가득 장난스러움을 묻힌채 다가왔다.
그러나 곧 나를 확인하곤 표정을 굳혔다.
"뭐가아, 안 울어."
"누가 그랬는데? 새새끼야?"
"아 뭐 툭하면 저에여, 진짜 누가 그랬어?"
울컥 올라온 울음에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나중엔 이렇게 대화도 못할 거 아니야.
너네들 싸우는 소리도 점점 줄어들테고..
"주인 왜 울고 그래에.."
나의 등을 다독이는 그 따뜻한 손길에 마음이 녹았다.
어쩌면 위로가 필요했나.. 종대에게 안겨 소리없이 눈물만 쏟았다.
"주인님 혹시 제가 주인님 아침밥으로 괴롭혀서 그래요?"
"아니야.."
"근데 왜 갑자기 울고 그래요.. 놀라잖아요."
나를 다독이는 손길이 늘어났다.
지금은 아이들의 위로를 즐길란다.
나라고 언제나 주인노릇만 할 수 없잖아.
얘네들도 애완동물 노릇만 하는게 아니니까.
가족회의
"아 뭐 귀찮게 이런 걸 해."
"그럼 닌 자든가 고양아. 경수도 일어나서 참여하는데 형이란 놈이 참.."
"그래서 주제가 뭔데에?"
"붕어새끼를 효과적으로 괴롭히는 방법?"
"그만 좀 괴롭혀라. 이제 슬슬 불쌍하다."
"내가 낮에 효과적으로 잠을 자는 방법."
"잘 자잖아요. 백현이형만 없으면."
"이렇게 귀찮은 거 꼭 해야하냐?"
"응. 해야지. 오늘은 제 1회 가족회의가 있는 역사적인 날이야."
종대와 백현이, 찬열이가 박수를 쳤고 다른 아이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쳤다.
"오늘의 주제는 나의 병이야."
"주인 병??"
생각지도 못한 주제인 듯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럴 땐 참 귀여운데.. 왜 평소엔 그렇게...
"응. 병."
"뭐가 문제야? 니는 안 아픈데."
"솔직해져여. 안 아픈 건 아니야."
"맞아. 최근에도 큰일있었잖아."
"그거 왜 주치의들한테 안 말했어?"
"솔직하게 말하면 그날 정신이 없어서 까먹었어."
"못산다 진짜.."
혀를 차는 찬열이는 가볍게 무시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회의를 이끌어 나갔다.
"주인 병 나을려면 온실도 좀 다녀오고 운동도 좀 해."
"조금이라도 좋아질려면 주치의 말도 잘 듣고."
"애초에 밥 좀 제때 챙겨먹어."
"영양사는 좀 꺼져.
주인.. 딴 건 몰라도 아프면 우리한테 먼저 말해야돼."
백현이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항상.. 말해야하는데.. 그냥 니들 걱정시키기 싫어서..
그래서 잘 안 말하게 되는 것 같아.
"노력해볼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니 불치병이나 난치병
이런 건 아닌 것 같아."
"형은 그런 모습을 6년동안이나 봐 왔으면서
도대체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나는 그냥 주치의가 이상하다니까.
6년동안 봤으면서 제대로 된 처방하나 없이
한달에 한번씩 링거나 놔주러 오고.
나중에 한 판 뜰거야."
"뭘 또 그렇게 가.."
한판 뜨는 게 갑자기 왜 나와 이 똥고양이야..
어휴..
"그럼 형 말은 주인이 아픈게 아니라는 거야??"
"아니. 아픈 건 맞아. 근데 심각한 병은 아니라는 거지.
너네 그런 생각 해봤냐?"
"어떤 생각??"
"주인이 혼자사는데 집이 2층집이야. 마당도 있고.
뭐겠어? 주인네 부모님이 좀 사나보지.
그럼 그 주치의가 계속 난치병이네 뭐네 하면서
돈 받아 처먹는 중 아니냔 말이야."
아이들은 민석이의 추리가 흥미롭다는 듯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봤고 그런 민석이의 말이 끝나자
답을 바라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미안하지만,
엄마아빠는 지금도 해외에 나가서 열심히 돈 벌고 계신단다.
여기는 숲속이라서 땅이 무지무지 싸고."
"에이.."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들도 나쁘지 않은게,
우리 사정 잘 알고 계셔서 돈도 적게 받으셔.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 일거야."
"이거봐. 일거야잖아. 분명 뭔가 있어."
"민석이 형아 말 들어보니까 진짜
뭐 있는 것 같아. 오오, 형아. 대박인데?"
하이파이브를 한 세훈이와 민석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니들 마음대로 생각해라. 난 모르겠다아.
"결과가 나왔어요 주인님."
"뭔데?"
여기서 결과가 나왔어?
준면이는 곧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주치의든 뭐든 우리는 주인님의 건강만 좋아지면 되니까
주인님은 운동도 하시구요. 밥 꼬박꼬박 챙겨먹으세요."
"왜 결과가 이래..."
"맞네맞네. 토끼형 말이 맞네.
우리 주인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먹자.ㅎㅎ"
....백현이 너마저...?
"그런 의미에서 주인 점심 먹어!!"
종대까지...ㅠ
9시 뉴스
"참 주인 너도 힘들게 산다."
경수의 다독임은 저녁까지 챙겨먹은 나에게 향해졌다.
그러게나 말이야.. 나 되게 힘들고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이건 뭐 삼시 세끼도 아니고."
그치 종인아?
나 지금 혼자서 삼시 세끼 찍는 것 같다니까..?
"그래도 주인 몸 튼튼해지라고 그러는 거니까
너무 그러진 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래."
그럼 우리 백현이가 잡고 있는 세훈이 머리 좀 놓을까?
쪼그만게 뭔 헤드락을 야무지게 걸고 있냐..
"너 죽이면 주인이 슬퍼할 거니까 이쯤 할거야.
다음에도 그래봐. 그땐 끝장 볼 줄 알아."
"예..."
고분고분해진 세훈이 덕분에 그나마 집안이 좀 조용해졌다.
소파에 앉아있던 내게 기대는 백현이. 그런 백현이가 편하도록 허리를 세워
어깨를 올려주니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불편한데 주인?"
"...꺼져."
"아니야. 편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일까 그냥..
얄미운 백현이를 밀어버리고 근처에 있던 찬열이를 앉혔다.
"뭐야, 추파야?"
"맞고 싶어?"
"뉴스볼래?"
말 돌리기는. 찬열이를 째려보다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렸다. 마침 하는 9시 뉴스.
별별 뉴스가 다 나왔다.
▷알고도 속을 뻔한 '택배 스미싱'
▷여의도 벚꽃축제 시작...주말 벚꽃 절정
▷‘노래하며 빨리 걷기’ 운동효과 33% 더 높아져
▷00그룹 막내딸 행방 묘연
9시 뉴스가 끝날때쯤 마지막 뉴스가 나왔다.
-xx강의 오염이 심각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ㅁㅁㅁ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앵커의 말이 끝나자 화면은 곧바로 강을 비췄다.
붕어나 잉어 종류들이 강에 둥둥 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종대가 득음을 했다.
"으아아아앍!!!! 저게뭐야?!!!!!"
다 제쳐 두고 2층으로 올라갔던 종대는 무서운지 다시 내려와
백현이 뒤에 숨었다. 이윽고 종대의 큰 울음소리가 들렸다.
"흐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게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원인은 근처 제약공장에 폐수가 흘러든 것으로 추정...
하필이면.. 제약공장이냐.. 우리 종대 약에 트라우마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TV를 끄고 큰 소리로 우는 종대에게 다가갔다.
나를 확인한 종대는 곧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끌어안으며
다시 대성통곡을 했다.
어이구 우리 종대ㅠㅠ 많이 무서웠지ㅠㅠㅠ
"야아, 울지마 임마. 사내놈이 울고 있어."
백현이가 서툴게 토닥였고 종인이가 말없이 와서 토닥였다.
각자 아픔이 있는 만큼 적당히 건들되 이렇게 아파하면
다같이 아파 해준다. 착하면서 기특한 아이들.
"괜찮아 우리 종대. 괜찮아."
천천히 토닥여 주니 조금더 크게 울던 종대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저런걸 왜 9시 뉴스에 내보내ㅠㅠㅠㅠ너무해ㅠㅠㅠㅠㅠ"
귀여운 종대의 투정에 웃음이 나왔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러게 너무하네."
"저거 빨리 신고해ㅠㅠㅠㅠㅠ 나 마음에 상처 얻었어ㅠㅠㅠㅠ"
아오.. 웃으면 안되는데..
쓸데없이 귀엽고 그러냐 얘는.
"대신 우리 종대 나랑 같이 잘까?"
"....응."
"그래. 그거면 되겠어?"
"응."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종대의 눈물을 닦아주려 바라보니 슬쩍 웃는다.
...과연 종대는 진짜 무서웠을까..?
("내 인생 4년간 겁이라곤 느껴본적이 없다구.")
괜스레 저번에 잔인한 영화 봤을 때 종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우리 아이들 각자 트라우마 있는 아이들이니까..
믿어도 되겠지..? 그치 종대야..?
"그럼 주인, 나 먼저 씻을게.."
무서움에 두려움이 뚝뚝 떨어질 종대의 발걸음은 왠지 밝아보였다.
"저 붕어새끼 일부러 관종짓 하는 거 아니지?"
그리고 난 백현이 말에 조용히 공감하기를 누르고 싶었다.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3월 16일 월요일
날씨 : 맑음?
몸은 건강하다. 정신이 피폐한가?
요즘 자꾸 끝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만 생각하자. 그렇게 다짐해야지.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
안녕하세요오.. 너무 늦게 왔죠.. 그동안 저 잊으신건 아니겠죠..? 아니야.. 그러실 수 있어요... 음.. 아실분은 아실테지만 제가 유아교육과입니다. 과제교육과라고도 불리지요. 주변에 혹시 유아교육과 친구가 있다면 말없이 어깨를 다독여주세요.. 정말 울지도 몰라요.....☆ 비겁한 변명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아 후속작을 생각중인데 연예인 괜찮으세요? 그렇게 밝을 것 같지는 않은데... 대충 말씀드리면 여러분은 배우이고 각각의 엑소들은 경호원에 매니저에 홈마에 동료 연예인에.. 뭐 그렇습니다.ㅎ 솔직히 쓸지는 모르겠네요.. 방학이면 모를까..ㅠ
암호닉입당!♥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쪙만보/완치병/ 잇치/레몬빵떡/멍뭉이/세젤빛/백사장/#므ㅏ/워더/거뉴경/밍/퐆퐆/엑소깹송사랑/ 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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