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a - 벌써 보고싶어
그렇게 처음으로 훈이를 만난 날혼자서 5층까지 올라가는데 진짜 수도꼭지 튼 것처럼 눈물이 나더라고.
그렇게 계단을 오르다, 주저 앉아서 울다를 반복하다가 겨우겨우 집에 도착해서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어.
그러고 처음 3일은 정말 괜찮더라.
3년을 사겼는데 이렇게 괜찮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잠에서 깬 그 순간부터 우리가 정말 헤어졌구나를 피부로 느꼇는데도 괜찮았어
더이상 웬만해선 두 줄 이상 넘어가지도 않으면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문자 답장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대답이 없는 전화기를 붙들고 혼잣말하지 않아도 되고,
가끔씩 나는 시간에 맞춰서 내 모든 스케줄을 바꾸면서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게 정말 편하더라.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이제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 연애를 해야지 하는 결심도 했어.
그렇게 괜찮은게 딱 3일 가더라고.
3일이 지나고 나니까 두 줄 이상 보내지 않아도, 하루에 한번씩만 답장해줘도 괜찮으니까 주고받았던 문자가 그리웠고,
나 혼자 녹음기에 대고 떠드는 것 같아도 좋으니까 전화기가 뜨거워지도록 붙잡고 있던게 그리웠고,
내 스케줄을 몽땅 바꿔가면서까지 만났던 그 귀한 데이트가 그리워졌어.
지난 3일간 아무렇지도 않았던게 정말 아무렇지 않았던건지 아무렇지 않으려고 스스로 합리화했던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그리움이랑 감정은 순식간에 밀려오더라.
그런데 막상 먼저 연락을 하자니 그건 또 용기가 나질 않더라고.
그렇게 한 달이나 지났어.
나는 학교랑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이 계속됐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무슨 일이 있냐며 걱정스럽게 묻는 종대 앞에서 뜬금없이 한참이나 눈물을 쏟고도 기억을 또 끄집어 낼 자신이 없어서 제대로된 설명도 해주지 못하고 그렇게 한 달을 보냈어.
혹시라도 오빠들이 걱정할까봐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은척 하다가 내 방문만 닫으면 또다시 무기력해지고.
내 방에 가득 차있는 3년간의 우리 흔적을 치울 생각도하지 못하고 피부로 이별을 느끼면서 지냈어.
누가 보면 날 엄청 욕해줬겠지?
정작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난데 후회한다고.
나도 알아.
근데 내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걸 보면 나는 그때까지도 훈이랑 헤어졌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나봐.
오늘이 지나면 이만큼 화냈으면 됐다고, 잘못했다고 날 찾아오지 않을까.
또 몇일 더 지나면 3년이나 만났는데 니 말 한마디로 이렇게 헤어지는게 어딨냐고 화라도 내러 오지 않을까 하는 혹시나하는 기대때문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버텼었나봐.
그렇게 지내기를 정확히 한달 째 되던 날, 보다못한 종대 성화에 못이겨서 종대 여자친구랑 같이 저녁약속을 잡았어.
"너 오늘도 안나오면 진짜 나랑 끝이야! 수현이도 나온다고 했으니까 꼭 와. 알았어?"
하는 반 협박에 못이겨서.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종대한테는 말해야겠다고 결심했었거든
나도 기댈 사람 한 사람정도는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셋이 자주 가던 고깃집에서 만나기로 해서 약속 시간 맞춰서 나갔는데 종대는 없고 수현이 혼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종대는?"
"볼 일 있어서 따로 온데! 오랜만이야~"
워낙 종대 군대 가있는동안 학교 친구보다도 더 많이 만났던 사이라서 종대가 없어서 어색하거나 그런 건 없었어.
"살이 왜이렇게 많이 빠졌어?"
"아니야~ 목걸이 잘 어울리네? 내가 그거 골라주러 갔다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게 제법 익숙해져 있었어.
종대가 수현이 선물을 사줘야한다며 다짜고짜 끌고가서 같이 골라준 목걸이가 다행히 잘 어울리길래 살짝 웃어주기까지 하면서 말했어.
"어? 그러고보니까 너 반지는?"
"무슨 반지?"
"이거 말하면 안되는 건가..."
"무슨 소리야"
"종대한테는 아는 티 내지마? 나 이거 목걸이 받은 날 아무 날도 아니였거든? 우리 기념일도 아니였고, 내 생일도 아니였고.
그래서 종대가 목걸이 주길래 왜 주냐고 물어봤지 당연히!
근데 종대가 너 남자친구 부탁으로 니 반지 사이즈를 알아내야 하는데 별 방법이 없어서 내 선물 핑계로 가서 알아냈다고 했거든.
남자친구가 반지 아직 안줬어? 그럼 나 진짜 말실수한거네..."
수현이 말소리가 귀 주변에서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리고 나는 그 상태로 벙 쩌 있었어.
그러고 생각해보니까 항상 물어보고 나한테 필요한 걸 사줬던 사람인데, 이번에는 물어보지도 않았었더라고.
"아니야 괜찮아. 말 실수 아니야."
"받았구나?"
"아니 나 헤어졌거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려고 노력했어.
내가 힘들다고 내 슬픔을 다른 사람한테까지 전염시키고싶지는 않았거든
"무슨 말이야? 언제? 왜?"
"그냥 어쩌다 보니까! 나 이제 드디어 자유야 수현아~"
"김종대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
"왜?"
"우리가 비록 김종대때문에 만나게 됐지만 이런 일은 여자끼리 하는게 더 나아"
그렇게 수현이가 잔뜩 시켜놓은 술이 한 병씩 비워져 가면서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던 얘기를 처음으로 꺼냈어.
"수현아"
"응~"
"나 사실 엄청 후회하고 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상태가 되니까, 누구한테라도 말해야 속이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그럼 잡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나 혼자 화나서 오빠 얘기는 듣지도 못하고 홧김에 헤어지자고 해버렸어."
"..."
"아무 일 없이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닌데, 어쩌면 정말 큰 일이 있어서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화난다고 더 큰 짐을 지게했어."
"..."
"그냥 투정같은거였어. 나를 달래달라고, 나 지금 화났으니까 풀어달라구."
"그래 알지"
"근데 내가헤어지자고 하니까, 기다렸다는듯이 알겠다고 하는데, 혼자 걱정하고 기다렸던게 허탈해지더라"
"그래"
"무뚝뚝한것도, 주기만하는 사랑이여도, 그저 표현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는 정말 오빠가 날 사랑하는게 맞나 생각이 들었어."
"아니야, 그건 아니였을거야."
오빠가 그런게 아니였을거라는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으니까 또 울컥했었어
"맞아. 아니였을거야. 근데 내가 이미 헤어지자고 해버렸잖아. 그래서 나는 이제 잡지도 못해"
"ㅇㅇ아"
"내가 그랬잖아. 3년동안 쌓아왔던 우리 관계를 먼저 끊은거, 나잖아."
"..."
"난 절대 못잡아."
"이해해."
"그래서 더 보고싶은가봐."
저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죽어도 참았던 눈물이 드디어 났었어.
내가 우는데 실컷 울만큼 울도록 달래주지 않는 수현이가 정말 고맙더라.
"나도 김종대랑 헤어진 적 있다?"
"..."
"흔히 권태기라고 하지? 어느 시점에, 특별한 계기도 없이 갑자기 그 사람이 확 질리고,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때."
"..."
"내가 그랬었어. 종대는 여전히 나한테 다정하고, 한결같은데, 그 한결같은 모습이 어느 순간 엄청 보기가 싫은거야. 그래서 뻥~ 차버렸어."
"..."
"잠깐은 정말 후련하더라. 심지어 행복했어. 신경 쓸 것도 없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평생 연애를 안하고 살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우느라 대답을 못하는 나인데도 수현이는 담담하게 계속 얘기했어.
"누군가한테 묶여있다는 느낌을 주는 연애가 아니라, 그냥 가볍게 다른 사람도 몇번 만났는데 그 때 깨달았어 나는."
"..."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더라. 모든게 다 비교됐어. 종대였으면 이랬을텐데, 종대였으면 여기서 이렇게 말했을텐데."
"..."
"그리고 그리운 감정이 순식간에 밀려왔어. 나는 생각보다 나쁜 애였나봐. 내가 질렸다는 이유로 상처 줘 놓고, 그게 부메랑이 되어서 나에게 되돌아오니까 그걸 치료해 달라고 양심도 없이 찾아갔어. 미안하다고, 다시 만나자고."
"..."
"종대가 어떻게했게?"
"어떻게했는데?"
눈물을 가득 머금은 목소리를 하고 빨게진 눈으로 쳐다보면서 물어봤어.
"울더라."
"..."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자기의 존재가 날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용기가 없어서, 붙잡지도 못했는데 먼저 돌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저 말을 듣고 더 크게 울었어.
"내가 볼 때 니 남자친구는 종대보다 훨씬 속도 깊고 좋은 사람일 것 같아. 분명 그 날 약속 지키지 못한것도, 널 잡지 못한것도, 사정이 있었을거야. 그리고 아마 니가 다시 돌아간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다시 받아줄거야."
"..."
"한 번만 용기 내봐."
그 말 듣자마자 술기운을 빌려서 용기라도 생겼던건지 급하게 택시타고 찾아갔어.
막상 오피스텔 앞까지는 갔는데, 또 다시 망설여지더라.
이미 이런 내 모습에 실망했으면 어쩌나, 한 달이나 지났는데 이미 나한테서 마음이 떠났으면 어쩌나.
나만 그리워 하는건 아닌가.
그렇게 오피스텔 입구해서 한참을 망설이고있었는데 익숙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보이더라.
피할 겨를도 없이 어느새 훈이는 내 앞에 와있었고.
"오빠"
"술 마셨으면 집에 가. 택시 잡아줄테니까"
'데려다 줄게'가 아닌 '택시 잡아줄게'라는 말이 너무 아팠어.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갈까, 또 고민을했는데 술기운이라는건 생각보다 강하더라
"정말 끝까지 잘못한게 하나도 없어?"
"지금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우리 3년이 이렇게 끝나도 정말 괜찮아?"
"이미 끝났어"
진짜 냉정하기만 하더라.
"이번에도 나 혼자 그리웠어? 나 혼자 후회했고, 나 혼자, 보고싶었어?"
그제서야 내 눈을 봐줬어.
한 달만에 보는 오세훈은 여전히 온몸으로 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해주고있더라.
나한테만 보이게, 나만 알 수 있게.
"나는 잘못했어. 오빠 얘기는 듣지도 않고 괜히 투정 한 번 부려봤어. 3년동안 나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서운했었나봐."
"..."
"오빠가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거 누구보다 잘 아니까 정말 괜찮았는데, 어린 애기가 관심 받고 싶어서 괜히 컵을 깨듯이 그렇게 미운 말 한 번 해봤어."
"..."
"당연히 잡아줄 줄 알았는데, 정말 우리가 헤어질거라고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는데, 오빠가 바로 알겠다고하니까 무서웠어."
"내가 널 어떻게 잡아"
"뭐?"
"3년동안 그 날처럼 혼자 힘들었던 날이 얼마나 있었을지 가늠도 안되는데"
"오빠"
"내가 옆에 있으면 앞으로도 그럴텐데"
"..."
"내가 내 욕심 챙기자고 어떻게 계속 붙잡아 두냐고"
"훈아"
"그러니까 그냥 나 만난 적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세훈이 얘기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냥 끌어 안아 버렸어.
미안하고, 고마워서.
"진심 아니였어. 정말 아니야. 한 번도 혼자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 해본적도 없어. 그냥 어리광 한 번 부려본거야. 다신 그런 말 안할게. 내가 잘못했어"
"..."
"그러니까 오빠도 그냥 이대로 잊고 살으라는 말 하지마. 그 말은 진짜 너무 미워"
"미안"
"뭐가 미안한데?"
"그냥,"
"그냥?"
"다."
"난 미안해 말고,"
"뭐"
"사랑해!"
한 달만에 진짜 웃음을 지으면서 말할 수 있었어.
진짜 내 웃음을 줄 수 있는건 오세훈밖에 없나봐
"가자. 데려다줄게"
"택시타고 가라며?"
"야 그건,"
"진짜 택시 태워서 보내려고했어?"
"어"
"너무하네. 아무리 전여친 이여도!"
"그리고 따라갔겠지."
"뭘?"
"니가 탄 택시"
오세훈식 애정표현 오랜만에 보니까 진짜 다시 만난 것 같더라고.
오늘은 여기까지!
이 일에 관련된 여러가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그건 다음편에서 말해줄게
다들 다음편 너무 궁금해 했는데 늦게와서 미안ㅠ.ㅠ
목요일날올게
기댕교~♡
더보기 |
이번에도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루요 이렇게 많이 사랑을 받으니까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제가 해드릴껀 더 예쁜 글을 쓰는 것 뿐!! 항상 응원해주시고, 제 이야기를 궁금해 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진짜 제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요ㅠㅠ
이번 에피소드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아직 한 편 더 남았어용~ 궁금해 해주셔요 히히 목욜날 만나요!! + 여러분 빨강색 하트 쓰시는 독자님들 계시는데 그거 오또케 해요???? 너 놑3쓰는데 전 못해요?ㅠ.ㅠ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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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암호닉 정리를 못한 못난 작가.... 근데 언제까지 안받을수가 없어가지구!!! 그냥 암호닉 받으면서 추가하도록 할게용 ㅠㅠㅠㅠㅠ무능한 저를 매우 치세여!!!! 암호닉은 [벽같은그자] 요러케 괄호 안에 넣어서! 댓글로 써주쎼욤♡ 다음화는 가나다 순으로 꼭 정리해서 올 수 있길 바라며...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 진짜 너무 예쁘게 댓글들 달아주셔서 진짜 저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