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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탄소! 이거는 어디 놔둘까?"
"그게 뭔데!"
"전공 책 같은데!"
"그럼 책상 주위에 두면 되잖아 병신아!"
"아.. 맞네"
어휴 저 새끼를 부른 내가 바보지.
"김탄소! 이거는 어디 놔둘까?"
"그게 뭔데!"
"어.. 옷 같은데!"
"그럼 옷장 주위에 두면 되잖아 전정국 새끼야!"
"아.. 맞네!"
상자를 들고 후다닥 뛰어가는 전정국의 뒷모습을 보니 안쓰럽기 짝이없다.
아니 저 머리로 도대체 어떻게 대학교에 입학했을까.
내 인생 최대의 의문이다.
겨우겨우 이삿짐을 다 나르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자! 그럼 즐거운 얼굴로 개강 후에 봅시다!"
"뭐야 집 주인은 김탄소인데 왜 전정국 네가 나대"
"김탄소도 똑같은 생각일 걸"
"야, 아무리 김탄소가 답이 없다지만 너만큼 답 없진 않다."
"물어봐 그럼."
전정국과 친구는 으르렁 거리며 투닥거렸다.
"야, 전정국 말에 어떻게 생각해.
네가 생각해도 기분 나쁘지 않냐."
"미안한데 오늘 네 맘마 사준다고 돈 탕진했다 이것아.
나한테 저녁 얻어 먹을 생각하지 말고 각자 집에서 드세요."
내 말에 친구는 울상을 지으며 아우성쳤다.
"아 왜애!! 부려 먹을만큼 다 부려먹었으면서!!"
"점심 얻어 먹었잖아 양심 없는 새끼야.
남자라는 게 쪼잔하기는."
다행히 친구는 전정국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건 나와 정국이 뿐이었다.
"뭐 먹을래? 밥 먹고 가."
"지랄. 요리도 못하면서. 시켜먹자. 내가 살게."
"됐어, 내가 너한테 빚진 돈이 얼만데."
"나중에 다 갚아라 나중에. 뭐 먹을까. 보쌈? 족발? 치킨?"
"보쌈"
나는 냉큼 미끼를 물었고 전정국은 헛웃음을 치며 음식을 시켰다.
"자, 그럼 이제 못한 얘기를 다 해볼까?"
"무슨 얘기."
"네가 나중에 해준다고 했던 얘기."
"아..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지독하네."
민윤기가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민윤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이 슬퍼했다.
그래서 겨우 생각 해 낸 방법은 그냥 민윤기를 잊고 사는 것.
민윤기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고 하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말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냥 내 머릿속에서 민윤기를 지워버리기로 했다.
당연히 그것은 불가능했다.
항상 꿈 속에 나타나는 건 민윤기이거나 민윤기가 죽는 꿈이었고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민윤기였다.
어떻게하면 민윤기를 잊을 수 있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심지어는 머리에 충격을 줘서 기억을 상실해버릴까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은 집을 옮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이사를 택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차라리 잘 선택했다며 오히려 날 위로해줬다.
난 웃으면서 아주머니에게 대답했다.
이제 귀신 같은 건 안 나오니까 걱정마시라고.
처음부터 이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전정국에게 털어 놓았다.
"못 믿겠지"
전정국은 그저 날 쳐다보기만했다.
"안 믿어도 돼. 날 병신으로 봐도 좋고."
내가 겪었던 일을 말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무슨 소설을 쓰는 것 같았다.
되돌아오는 전정국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 그럼 그 소문이 진짜였구나."
"무슨 소문?"
"김태형이 팔 다 나으면 자진 입대 한다고 했다는 거야.
김태형이 그럴 인간이 아니니까 당연히 존나 무시했는데.
자진 입대 할만하네. 나 같으면 쪽팔려서 학교 못 나오겠다.
그 새끼 그거 지금 휴학도 했잖아."
오랜만에 태형 선배, 아니 김태형의 이름을 들으니 역겨웠다.
다행히 전정국은 더이상 김태형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민윤기라는 사람 잘생겼어?"
전정국의 뜬금없는 질문은 아주 정말 많이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왜..?"
"아니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않냐.
존나 인정하기 싫지만 솔직히 김태형이 좀 생기긴 했잖아.
그리고 민윤기라는 사람보다 더 오래 봐 왔는데
넌 그 사람을 더 좋아했잖아.
들어보니까 성격이 그렇게 다정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는 대답에 난 소리를 내서 웃었다.
"왜 웃어 나 존나 진지한데."
"아.. 미안 미안.
민윤기가 잘생겼냐고?
아니 전혀. 존나 못생겼어."
내 말을 들으면 민윤기는 또 발끈하며 화내겠지?
야, 거울 보고 말해. 너도 못생겼어.
민윤기가 어떻게 행동할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씩씩댈 모습을 생각하니 그 모습이 귀여워 또 피식하고 웃었다.
"아, 민윤기 보고싶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에 내가 당황을 했다.
전정국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잊기는 무슨. 잊으려면 1년은 족히 걸리겠다."
난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을 했고 전정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워낙 친하게 지내서 그런지 위로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홀가분했다.
"지난 일이니까 이 얘기는 그만하자."
난 급히 화제를 바꿨고 고맙게도 전정국은 내 흐름에 따라줬다.
"너 여자친구랑은 어떻게 됐는데"
"헤어진지가 언젠데.."
"헤어졌어?"
"어."
"언제?"
"기억 안 나."
"왜 헤어졌는데?"
"기억 안 나."
"병신이야?"
"기억하기 싫은 걸 왜 기억하냐."
전정국의 장점이자 단점이 이것이다.
기억하기 싫은 건 기억하지 않고 듣기 싫은 건 듣지 않는다.
"기억하기 싫다고 기억이 안 나?"
"어."
"어떻게?"
"다른 일에 몰두하면 기억 안 나던데."
"무슨 일했는데."
"우와, 친구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나한테 관심이 없다..
나 최근에 바빠보이지 않든?"
"아니.. 완전 바빴잖아. 톡 답장도 완전 느리고."
"내가 그 때 뭐했게."
"내가 어떻게 아는데."
"음악했어."
민윤기 잊는다고 잠수를 타는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었구나.
전정국이 음악을 한다니.
오디션을 본다니.
그것도 슈스케를.
"일찌감치 포기하지..?"
"와, 겁나 망언이다. 이걸 친구라고 뒀네 내가."
전정국이 음악을 한다는 사실은 아주 충격적이었다.
나중에 들은 건데 사실 정국이가 그렇게 노래를 잘한단다.
우린 꽤 오랫동안 집에서 수다를 떨었다.
덕분에 잔뜩 쌓인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들었고
오랜만에 고민 없이 웃을 수 있었다.
"오늘 이삿짐 나른다고 수고했어."
"다음에 밥이나 한 끼 사."
"그래... 누나가 돈 열심히 벌게..."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어디서 개가 짖네."
"여자가 말이 너무 험하네.
얼른 들어가라. 시간도 늦었는데."
"내가 할 소린데. 빨리 집 가."
"어. 갈게."
전정국은 손을 작게 흔들고 뒤를 돌아 집으로 갔다.
"전정국!!!"
"왜!!!"
"넌 최고의 음악소년이 될 거야!! 힘내!!"
전정국은 내 말이 부끄러운지 대답도 하지 않고 긴 걸음으로 가버렸다.
내가 참 친구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린 각자 다음 학년으로 올라갔고 후배도 생겼다.
"탄소누나! 오늘 뭐하세요?"
"오늘? 알바 가야지"
"알바 끝나고는요?"
"별다른 약속 없는데, 왜?"
"저랑 저녁 먹어요!"
날 아주 좋아해주는 후배가있다.
귀여운 외모와는 상반되게 큰 키를 가지고 있어 여자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지만 자신이 인기있다는 걸 모르고 산다.
약간 전정국과 같은 과라고 해야하나.
"오늘..? 음..."
"왜요! 왜 고민해요! 약속 없으시다면서요!"
왜 고민하냐고? 저 선배들의 눈빛이 안 보이는 걸까..
선배들은 '쟤랑 같이 밥 먹기만 해 봐'라는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미안해, 해야 할 과제가 많아서"
"어머! 그럼 나랑 같이 밥 먹을래? 누나 오늘 시간 많은데!"
내가 거절을 하는 순간 수많은 여자들이 나타났다.
흐메.. 무서워라...
난 미안하다고 살짝 웃곤 후배 앞을 얼른 떠났다.
내 신세야.. 밥도 사람 가려가면서 먹어야 한다니.
이 억울한 감정을 어디에다 호소해야 할까..
전정국은 군대를 갔고.
또 다른 내 친구가.. 없네.
어떻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전정국 이 한명뿐일까..
인생 헛 산 거야 진짜...
신세타령을 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저 멀리 집이 보였다.
집 가서 좀 자다가 알바가야지
피곤해서 살 수가 있나.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과 기분을 이끌고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올랐다.
"1년 사이에 할머니가 됐네."
응? 누구지? 여기서 친한 이웃이라곤 집 주인 아주머니 밖에 없는데..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 목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안녕 김탄소. 오랜만이다.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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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크루셜 스타 - pretty girl
드디어! 어두운 분위기를! 던져버리고!
즐거운! 분위기로! 찾아왔습니다!
윤기를! 데리고요!
잘했죠!!!!
칭찬해주세요!!!
(뿌듯)(뿌듯)
평일에 글 올리는 건 처음이네요!
항상 피곤하던 제 몸이 오늘은 좀 가볍고
잠도 안 오길래 또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많은 독자님들이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당황하셨을 거예요.
이게 제 글의 매력입니다만.
ㅋㅋㅋㅋ 농담이구요
이렇게 해서라도 어두운 분위기를 탈출하고 싶었어여..
현재 스토리상 독자님들 많은 의문을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문 차차 풀어질테니 그냥 재밌게 읽어만주세요ㅎㅎㅎ
아, 그리고 에피소드 의견 계속 받고있으니
보고 싶은 에피소드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그럼 전 20000 하기 전에
독자님들!
암호닉 확인 꼭꼭 해주세요...(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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