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은 현재가 아닌 지나간 시간에 대해 고발할거야.
아, 이건 진짜 우리 형제 역사상 가장 신박하고 가장 비싼 과거야..ㅎ
때는 내가 고1.. 종대도 고1이고 종인이가 중3이었을 때 였지.
준면형빠는 21살로 군대 갔었을 때였어. 근데 그 사건이 생긴 날엔 휴가였지.
그 사건은 전적으로 무식한 우리 셋 덕분에 났던 사건이었어.
우리 막내 종인이가 군고구마가 먹고 싶던 겨울이었지..
집엔 무식한 셋 밖에 없었어.
"군고구마.."
"이 겨울에 어디가서 구해."
"겨울이니까 구할 수 있을 거 아니야."
"할머니가 보내주신 밤고구마는 있는데:]"
"그걸 구우면 군고구마잖아. 형누나야.."
우리는 당연한 소리를 하고 지랄이야 라는 눈으로 종인이를 보았어.
곧 종대가 말했지.
"굽자. 찜통에 구우면 되는 거 아니야??"
"바부야 찜통은 찌는 거고. 찐건 찐고구마지.
이 새끼가 먹고 싶은건 군고구마라잖아."
"아아! 그게 다른 거야??"
"내가 먹고 싶은 건 겉에 살짝 타가지고 호호 불어먹는 군고구마."
"찜통에서 태워:]"
"어휴, 말을 말자."
머리에 든게 뭐야 이 새낀.. 존나한심.
잠시 우리들은 고민에 빠졌어. 군대 나온 준면형빠는 친구들이랑 술 퍼마시러 갔고,
일형빠는 귀찮다고 안 해줄게 뻔했거든. 그래서 우리 무식이들끼리 결론을 내린게,
아무도 없는 빈 공터에서 구워먹자. 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었지. 16, 17살들끼리 구워먹을 생각을 하다니..
그러나 우리는 철뿐만 아니라 생각도 없던 애들이었어.. 바로 실행에 옮겼지.
마침 얼마전에 김종인이 생일이어서 집에 라이터도 있었거든.
우리 가족 형제들이 담배를 안해서.. 이럴 때 아니면 불 붙이는 도구가 없어..
가스레인지말고.. 그렇다고 공터에 가스레인지를 들고 갈 수 없잖아..?ㅎ
그렇게 나름 생각도 하며 밤고구마를 챙겨든 우리는 근처 공터로 갔어.
공터.. 라기보단 비닐하우스 단지..? 그거 뭐라 그래.. 무튼 비닐하우스 많은곳..
거기에 식물 마른 것들도 많아서 불 지피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
"해봐해봐!"
"원래 고구마는 불길이 사라질 때 쯤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님?"
"그래?"
"고구마 박사인가봐:]"
종대의 칭찬아닌 칭찬에 머리를 긁적인 종인이가 한참만에 라이터를 키고
마른 식물들에 불을 붙였어. 눈오고 한참 지나서인지 잘 타더라고.
한참 타던 식물들이 사그라들 때 우리는 고구마를 투입했어. 멀리서 던진게 맞는듯..
근데 여기서 부터 뭔가 불안했어. 고구마가 우리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상당히 불안했지.
우리의 손을 떠난 고구마가 불에 안착하는 순간 식물들의 재가 퐣!! 하고 퍼지더라.
나름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을 때 꽤 큰 불씨하나가 살랑이며 비닐하우스에 갔어.
와.. 우린 이때 처음 알았어. 비닐이 불에 닿으면 엄청 쪼그라드는 구나.
꽤 컸던 불씨가 순신간에 지보다 더 큰 구멍 하나를 만들었어.
근데 이게 고구마를 여러개 던졌으니 재도 여러번 퍼지고 불씨도 여러번 퍼졌지.
하필이면 다들 비슷한 위치로 퍼져서 코끼리가 대문으로 쓸만한 구멍이 생겼어..
"오우 지져스."
"씨발.. 엿됐다.."
"형누나야 그거 알아?"
"뭐??"
"여기 비닐하우스 얼마게?"
종인이가 심히 텅빈 눈으로 말하기에 우리는 또 아무생각 없이 이 비닐하우스의
가격에만 정신을 쏟았어.
"50만원?"
"세상 물정 좀 알아라 넌. 200만원."
"둘다 틀려. 업이야."
"업?!!! 비닐하우스가 그렇게 비싸..?:["
"헐.. 이거 보다 비싸단 말야..? 300만원. 더이상은 안봐줌."
"그걸 왜 누나가 정해. 그래서 누나는 삼백?"
"나나나! 난 450만원!:]"
"여기 비닐하우스는 천단위래."
"....천원?"
"그렇게 싸?? 쩌네.."
멍청이 처럼 이딴 말 짓걸이고 있을 때 종인이는 우리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곧 종인이는 지 얼굴을 감싸며 말했어.
"몇천만원이라고 이 호구들아..."
장난 아니라 한 30초는 이해하기 위해 애쓴것 같아.
아니 무슨 비닐하우스 주제에 차값이랑 맞먹으려 들어?????????
얼었다 깨진듯 나랑 종대가 동시에 물었어.
"왜?!!!'
"여기 그린벨트라 그린벨트 풀리면 황금같은 땅이라서.. 시발 몇천이라고..."
종인이는 이제 아예 주저 앉았어.
나랑 종대는 또 30초간 멍하다가 종인이 처럼 주저 앉아서 말했지.
"우리 엿된거?"
"엿된거야 종인아??"
"그럼 잘된 거겠냐??"
"....우리.. 당장 돈을 벌어보자.."
"몇천을 벌려면, 누나가 지금 수중에 있는 돈으로 로또를 사야겠지?
근데 우린 미성년자네? 뭘로 몇천을 벌려고?"
우리는 큰 고뇌에 빠졌어. 이보다 우울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며 그곳에 주저 앉았지.
한참만에 종대의 입에서 해결책 비스무리한 것이 나왔어.
"....큰형한테 전화할까..?"
"아아 큰형이 좋아하겠다. 우리 동생새끼들 장하네? 라고 아주 좋아하겠어."
"...이형빠..?"
"지금 친구들이랑 한참 분위기 좋을텐데 우리 소식 들으면 더 기쁜 일이라고 달려오겠다..?"
"나.. 울어도 돼..?"
"아니. 안돼. 해결하고 울어."
"일단.. 우리 이거 먹으면서 생각해볼래..?"
어느새 불씨가 꺼진 잿더미 속엔 군구구마가 들어있었어.
뜨거운 그것을 꺼내서 반으로 쪼개니까 매우 잘 익어있더라.
순간 두려워졌어. 이 뜨거운 군고구마가 몇천만원짜리라니..
"몇천만원 짜리야.. 아껴먹어.."
"그럼 이거 한입에 먹으면 나 부자인건가?"
종대가 그렇게 말하며 한입에 다 처넣는데 순간 그게 또 웃기더라.
그래서 나도 한입에 다 처 넣었어. 참나..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군고구마를 다 먹은 우리에게 슬슬 완벽한 두려움이 엄습해왔어.
"어떻게하면 덜 혼날까.."
"우리가 수습할 순 없을까..?"
"...기다려봐."
종대가 어딘가로 전화하기에 난 백현이인줄 알았지..
"어, 형. 형 우리 사고쳤어. 거하게."
"야이 씨벌!!!!"
재빨리 종대 폰을 낚아채서 누구인가 확인해보니까 이형빠야..
"뭔 사고?!!!!!!"
이럴 형빠가 아닌데 답지않게 상당히 화가난 어투여서 우리는 굉장히 쫄았고,
이형빠가 이런데 일형빠면 우린.. 뒤지는 건 시간문제구나 싶었어..
"형빠..."
"...너.. 너도 같이 친거야? 말렸어야지.. 무슨 사고인데..? 보호자 모셔오래..?"
"...아직."
"아직? 또 쌈박질 한 거야..? 오빠가 말했잖아.. 제발 말버릇 좀 죽이라고.."
"그런거 아니야.."
"그래서 너네 지금 어디야? 갈게."
여기가 그러니까.. 장소를 말해주니 순간 움찔한 오빠야.
여기가 진짜 인적 드문 곳이거든.. 하..
전화를 끊고 우리는 손톱을 물어 뜯으며 자책했어.
그러다가 형빠오면 해결해줄거야, 라며 안심하다 또 뒤질거라며 자책했어.
"우리그냥 여기에서 혀깨물고 죽을래?"
"그게 곱게 죽는 방법같아."
"그치? 종인아 종대야.. 우리 그동안 싸우느라 수고 많았다.."
"그래.. 그동안 누나랑 형 괴롭혀서 미안해.."
"아니야.. 즐거웠어.."
"이런 상황에 미안한데, 나 진짜 눈물 날려그래.."
"해결하고 울라고..."
지도 울먹거리면서.. 결국 셋이서 끌어안고 대성통곡했어.
엄마랑 아빠가 우리 새우잡이 배에 팔아넘길지도 몰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군고구마시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시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불씨시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만물을 욕하며 울고 있으니 어둑해진 이 곳에 핸드폰 후레쉬 하나가 우리를 비췄어.
비닐하우스 주인이여도 우린 뒤진거고, 형빠여도 우린 뒤진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빛 때문에 누군지 보이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목소리 들어보니 이형빠, 김준면이었어.
"너희들이야?"
"형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은혀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형ㅠㅠㅠㅠㅠㅠㅠㅠ"
달려가서 안기니 우리를 잘 받친 오빠가 영문도 모르고 우리를 토닥였어.
울면서도 정신이 있어서 쪼그라든 비닐을 가리키면서 존나 우니까 오빠도 확인했나봐..
"너네, 여기 얼마인지 알지?"
"으유ㅠㅠㅠㅠㅠㅠㅠㅠ몇천마뉴ㅠㅠㅠㅠㅠㅠㅠㅜ
워뉴ㅠㅠㅠㅠㅠㅠㅠㅠ"
"혀유ㅠㅠㅠㅠㅠㅠ우리 새우잡이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팔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
"잘못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는 이딴 짓 안할게
ㅠㅠㅠㅠㅠㅠ찐고구마 먹을게ㅠㅠㅠㅠㅠㅠㅠ"
"찐고구마.. 는 또 뭔소리야. 하.. 진짜.. 내가 못살아..
니들 형한테 진짜 뒤졌다."
"흐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형빠가 살려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빠는 말없이 우리가 쳐 놓은 사고를 바라보았고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어.
난 뭐 이씽오빠인 줄 알았지.
"어, 큰형. 동생들 사고쳤네. 꽤 커. 잠시만. 했어."
스피커폰으로 하라고 시켰었나봐.
스피커폰으로 바꾼 이형빠와 동시에 일형빠의 육두문자들이 쏟아져 내렸어.
"야이 개 쓰레빠 같은 새끼들아!!!!!!!!!!!!뭔사고를 싸질러서!!!!!!!!!!!
김준면새끼가 꽤 크다는 표현을 사용하게 만들어!!!!!!!!!!!!!!"
"형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니도 있냐?!!!!!!!!!!!!!! 아오!!!!!!!!!!!!!!"
결국 그날 사건은 민석형빠가 수습했어.
다행히도 그쪽 아저씨랑 딜을 잘 해서.. 그렇게 몇천단위로 물어주진 않았어..
다만 우리집 반찬이 사바나의 초식동물들이 먹을 법한.. 굉장히 푸르른.. 식단으로 강제로 바뀌었지..
그리고.. 뒤지게 맞았어.. 후.. 그날 아마 가장 많이 맞은 날인듯..ㅠ
그 사건 후 우리는 고구마 쳐다도 안 봄.
진심.. 역겨워.. 토나와.. 그래도 그날 먹었던 몇천만원짜리 고구마는 환상적으로 맛있었어.
천국에 고구마가 자란다면 이런 맛일 것 같아..^0^
긍정도 병인데.. |
천국 고구마맛을 맛본 넷째는 만족하나봅니다..ㅎ
저 고등학생때 한국지리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 떠올라 쓰게된 에피소드입니다! 진짜로 몇천하려나.. 놀리신건가.. 모르겠네요..ㅎㅎㅎ 오늘은 설렘보다... 사고뭉치의 형제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제로 저러면 답없을 듯..
아! 저 내일은 놀러가서 못오고 아마 화요일 저녁 늦게? 화요일에서 수요일날 넘어가는 새벽? 그쯤에 올 것 같아요!!ㅎㅎ
암호닉이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매매/도비/까만원두/선크림/바람둥이/체리/코끼리/숑숑이맘/레경수/복숭아마카롱/양양/똥잠/빵/피큐PD 범블비/퐁퐁클린/네티큥/삼디다스/구금/세젤빛/텔라텔라/쌍수/안녕/우리니니/오호랏/아마도그건/뿅아리/콜덕 소녀/찌즈/비비빅/하트./정동이/민석아찬열해/선물/라임/암호닉/궁디퍽퍽/땅땅 1600/요맘때/사랑해/스젤졸/메리미/딘시/꼬락발냄새/시동/뭉이/민석쀼쀼/0324/만두짱 얄루/깨진계란/거뉴경/무민이/바닐라라떼/귬귬/이런사과/마지심슨/입꼬리/뚀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