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만 하늘에 박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별들을, 그렇게 조용히 바라보았다.
바람결에 휘날릴 듯 약하고 아련한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아 있었다. 혼자서는 빛을 낼 수 없는 가련한 운명.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바뀔 수 있었겠지.
모든 것이.
그립다. 해사롭게 웃으며 내게 사랑을 알려 주었던…. 나의 간절했던 환애.
괜스레 눈물이 날 것 만 같아 택운은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밤하늘도, 별도, 달도……. 자신을 훔쳐보지 못 하게.
그렇게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꽁꽁 싸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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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운 도련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추운데."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고 따뜻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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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택운이 걱정되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오늘 그녀들에게 당한 수모가 얼마나 치욕스럽고 아팠을 지. 택운이 주저앉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그려진다.
이 감정은, 호위무사로서의 감정일까. 아니면.
그것이 아니라면…….
한참을 자리에서 뒤척이다, 결국 벌떡하고 일어섰다.
바깥은 꽤나 쌀쌀했다. 눈 앞에 꽃잎이 흩날리는 절경이 쏟아졌다.
탁, 탁 하는 발자욱 소리가 고요함을 깨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네 발짝.
천천히, 그 아이에게로.
기둥을 돌아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택운은 하얀 속곳만 입은 채로 쪼그려 앉아 밤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름다워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혼란스러웠다.
달빛에 비친 너의 손과 얼굴.
그 속곳 안을 펼쳐 보아도……. 너의 모든 것이 하이얄까.
밤에 마주하는 택운은, 훨씬 매혹적이고, 청량하고, 아름다웠다.
도리질치며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곧 감긴 눈이 천천히 뜨였다.
단하가 떠올랐다.
단하의 오른쪽 팔에 새겨진 깊은 흉자국.
그것만 보면 속이 찢기는 기분이었다. 상혁 자신 때문에 져 버린 그 흉이 너무 아파서. 너무 아파서.
단하를 뿌리 칠 수가 없는 자신의 마음이.
덜덜 떨리는 손을 꼭 눌러 쥐고 택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택운 도련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추운데."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휙 돌리는 택운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어두워서 그런 것 일 거라고. 별이 요술을 부려 나를 잠시 미치게 한 것 일 거라고.
"……놀랐잖아."
나를 향해 움직이는 당신의 그 붉은 입술도. 밤이라서 더 붉게 보이는 것 일 거라고.
상혁은 택운의 곁에 털썩 앉았다. 장난스레 휜 상혁의 눈꼬리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축 쳐져 보였다.
택운은 상혁을 빤히 쳐다보다, 상혁의 콧잔등을 손으로 훑었다.
말랑말랑한 것이 기분 좋았다.
상혁과 택운이 마주보았다.
"너는, 별 같아."
"별?"
"따스하고, 말랑거리고…. 별이 꼭 너 같을까."
상혁의 눈이 커졌다.
곧이어 푸스스- 하는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춥지 않습니까? 그만 들어가지요.
어딘지 모르게 착잡하고, 어색한 말투로.
도망.
택운의 손길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자신의 마음에.
도망이었다. 그것은.
어느새 별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