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를 이겨 낸 나비는 더욱 치명적인 자태로 태어나게 된다.
부드럽고, 요염하고, 매력적인.
택운은 상혁을 끌고 넓디 넓은 마당으로 나왔다.
상혁은 뒤에서 택운의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싱그러운 바람결에 택운과 상혁의 까만 머리칼이 날린다.
한참을 걸었을까, 택운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흘리듯 말을 건네었다.
"열 아홉… 이었던가…."
"……."
"나의 호위 무사라면, 내가 어디 있던지 간에 나를 따라야 하는 사람."
"예."
"……그냥 말 놔."
.
.
아.
'운아!'
'…예…?'
'예…? 가 뭐야! 그냥 말 놔!'
..
..
..
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너는 나를 벗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 연을 끊고 나를 잊으며 잘 살고 있겠지.
나는 아닌데. 나는… 너를 사모했는데. 그래서 쉽게 끊어 낼 수가 없는데.
이미 나의 모든 것에 이재환, 네가 박혀 있어서.
상혁은 택운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위 무사가 말을 놓을 수는."
"……상관 없어."
"……."
"무료하다."
상혁은 택운을 빤히 쳐다 보았다.
택운은 느껴지는 시선에 상혁을 바라 봤다. 무슨 할 말 있어?
"나는 대대로 이 댁의 호위 무사를 맡아 온 가문의 후계자야."
"……."
"그런 나를……. 너의 곁에 붙이신 것을 보면, 너는 대감님께 중요한 사람 일 거라고, 생각……."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하는 상혁의 모습에, 택운도 민망해져 덩달아 얼굴이 슬쩍 발갛게 물들었다.
뭐야. 밖에서 다 듣고 있었던 거였네.
"그 이야기를 하려고, 아까 부터 계속 눈치 보고 있었던 거였어?"
"응…."
지금까지 계속 얼굴을 굳히고 자세 잡던 그 한상혁. 맞나?
귀엽게 접히는 눈매에, 살짝 말려 올라간 입꼬리.
이제서야 열 아홉 살 한상혁 같았다.
그러나, 사실 상혁은 지금 매우 당황했다.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택운의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버렸다.
한상혁, 웃어? 웃어?
바보 멍청이 한상혁. 아직 수련이 덜 됐어……!
상혁은 택운이 보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머리를 콩, 하고 때렸다. 울먹이는 것도 잊지 않고.
그러다가, 어쩌다 둘이 눈이 마주치게 되면,
"푸흐…."
"풋."
하하하. 하고 마당을 조용히 울리는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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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편~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