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음산한 기운 안으로 구두굽 소리가 들렸다. 앳된 외모와 목소리, 왜소한 체격이 여기와는 안 어울린다는 걸 말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 손에 들린 종이 몇 장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청산 교도소. 악질 중에 악질들만 간다는 교도소였다. 교도소 안에서도 사건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한참을 종이만 보고 가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 박지민 교수님. 반기는 듯 하지만 어딘가에 걱정이 서린 목소리로 앞에 있던 남자가 악수를 청했다.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본 지민이 한 번 웃고는 악수를 받았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런 일만 몇 년을 한 사람인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겠습니까? 아까부터 저 기다리시느라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조금 들어가서 쉬세요. 여긴 제가 맡아도 괜찮습니다."
"교수님의 실력을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위험해요, 교수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님 제가 곁에라도......"
"정말 괜찮아서 하는 말입니다. 원래 범죄자들은 둘이서만 있을 때 빈틈이 가장 쉽게 보이죠. 그래도 건장한 남자 두 명인데 뭔 일이라도 있겠습니까. 반장님은 들어가서 쉬세요. 벌써 밤이 깊습니다."
그래도...... 라며 말꼬리를 늘리는 것과 모순되게 발걸음은 이미 밖으로 나간 지 오래였다. 관자놀이를 꾹 누른 지민이 책상 위에 있던 종이 뭉치를 짚었다. 한 장을 넘기니 다른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한 줄만 적힌 채로 깔끔했다. 민윤기.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고 짚이는 것도 없음. 한참을 보던 지민이 한숨을 푹 내쉬곤 안으로 들어가니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창백한 피부에 자기와 비슷한 키, 작은 체격. 아무리 봐도 살인을 저지를 것처럼 보이진 않는 남자였다. 지민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건지 지민을 한 번 쳐다본 윤기가 픽 웃었다. 내 스타일이 들어왔네.
"죄수번호 3633 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현재 심리나......"
"내 이름 3633 아닌데."
"예?"
"민윤기."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에 지민이 되려 당황했다. 그걸 눈치 챈 윤기가 취조실이 떠나가라 웃자 지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이런 상황에선 뭐 어떻게...... 비록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되고 범죄자들을 상대로 하는 일을 많이 했다지만 이렇게 나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끅끅거리며 웃던 윤기가 자기 손에 채워진 수갑이 안타깝다는 듯 손을 움직였다. 그 행동을 본 지민은 순간 오한이 서렸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다시 질문했다.
"장난하지 마십쇼, 3633 번. 현재 심리나 어떤 기분이 드는지."
"청주 서원구에서 발견된 20 살에 젊은 여성 아랫배에 15 번 허벅지 5 번 둔기로 찔린 채 발견되다...... 근데 그거 아닌 거 알아? 정확하게 말하면 목에 2 번 아랫배에 18 번 허벅지에 7 번이었을 건데. 우리나라 경찰들 수사 실력이 말이 아니더라고. 몇 명 죽이다 보니까 재미없어서 좀 잡혀줬더니 뉴스나 언론이나 내 이야기로 난리도 아니더라. 그거 보는데 좀 웃겼어. 여기서는 밥도 주고 잘 곳도 제공해 주니까 뭐 사람 좀 죽이고 여기 들어와 있는 것도 재밌네. 너처럼 예쁜 년도 좀 보고."
웃는 낯으로 줄줄 내뱉는 윤기 덕에 지민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래서, 이래서 위험하다 했던 것이었구나.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 떨리는 몸을 애써 감추고 일어섰다. 나갈려고 손잡이를 잡자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에 우리 둘밖에 없는 거 알지. 그 말에 뒤로 몸을 돌린 지민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로 지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서 정신 잃으면 좆된다. 지민이 윤기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짜피 수갑에 묶여있는 주제에 씨발...... 그 말을 들은 윤기가 지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한 번 웃었다.
"어? 풀렸네?"
자신의 앞에서 열쇠를 흔들고 있는 윤기에 지민의 눈이 커졌다. 연기 좀 해 봤는데 나 어땠어, 예쁜아? 결국 지민의 입에서 울음 섞인 신음이 터졌다. 뒤로 슬금슬금 기어가는 지민이 귀여운지 윤기가 다리를 꼬았다. 그제서야 지민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났다. 교수님, 그 새끼 몇 번 탈출 경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해요. 아, 열쇠 담당하는 새끼 어디 갔어. 교수님 그럼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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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님들 오랜만입니다.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왔는데 망해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이런 느낌 한 번 써 보고 싶었거든요. 윤기가 존나 천재적인 싸이코라 갖고 노는... 이 뒤에 어떻게 됐을까요? ㅎㅎ 열린 상상 ㅎㅎㅎㅎ 앞으로 자주 올 생각이에요. 비록 불마크가 없다지만 분위기 만으로 제가 한 번 독자님들 발리게 해 보겠습니다......! 그럼 언제나 좋은 하루 되시구요. 전 이만 자러 가겠습니당. 독자님들 안녕 뿅! 아, 암호닉 신청해 주셔도 괜찮으니 편하게 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