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
벌써 네 번째 글이네요! 허허!! 독자 여러분은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제사 음식 만드는 거 돕느라 너무 바빴어요ㅠ.ㅠ 추석음식이 칼로리가 장난 아니게 높더라구요.. 조심해서 먹어야겠어요ㅠ 브금은 집중 안 되신다면 꺼 주세용! ps. 개인적으로 전 이번 편 좀 오글거렸어요!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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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눈물을 흘릴 때는 딱 세 번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태어났을 때, 두 번째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조국을 잃었을 때. 준면은 왠만한 융통적인 사고가 될 때부터 이 말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해 왔다. 아니, 부모님 자체가 두 분이고 하늘이 점지해 준 엄청난 운명이 아닌 이상 두 분이 한날 한시에 동시에 돌아 가시는 건 말이 안 되는건데. 그리고 어떻게 남자여도 남자기 전에 사람인데 살면서 세 번밖에 안 울어? 준면은 옛말에 틀린 말은 없다고 한다지만 이 말만은 틀린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준면은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펑펑 잘 울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도 울었고, 중학교 졸업식 때도 울었고,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울었고, 심지어 대학교 졸업식 때도 울었다. 준면은 남들이 생각하는 별 거 아닌 일에도 감수성이 풍부해서인 지, 아님 그냥 찌질해서인 지 잘 울었다. 음, 좋게 말해서 눈물샘이 좀 심하게 활발했다.
그리고 준면은 지금 당장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어제 자신의 부임 축하 회식으로 회식을 가졌었다. 자신의 기억 필름 속에는 절대로 술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했을 때까지의 기억밖에 안 난다, 그리고 필름이 끊겼다. 술을 마신 것이다. 따뜻한 아침 햇살에 눈을 뜬 준면은 자신이 누워 있는 낯선 침대, 자신이 있는 낯선 방을 보고 여기가 어디지 하고 잠시 뇌를 돌렸다, 빙빙빙빙. 아무리 생각해도 술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했을 때까지의 기억밖에 안 난다. 낯선 공간 안에서 혼란스러운 준면은 머리를 헤집으면서 이리저리 방 안을 둘러 보았다. 자신의 방과는 다른 깔끔한 방 안, 회색과 검은색, 그리고 하얀색이 적절히 조화 된 포인트 벽지. 아무리 봐도 자신의 방은 아니다. 방 사이즈부터가 다르다. 어헝, 여기가 어디야. 설마 나 인신매매 당한건가? 지금 준면의 머리 속에선 온갖 안 좋은 생각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인신매매, 장기적출, 감금, 납치. 역시 문학선생이여서인 지 상상력 하나는 뛰어 난 준면이였다. 최근 봤던 뉴스 속보 중 술취한 한국인을 동행인인 척 데리고 가 장기적출을 한다던 조선족이 있다는 속보가 생각 나 준면의 머리 속은 더 어지러워졌다.
"안 일어납니ㄲ…, "
"악!! 엄마!!!! 아빠!!!!!"
준면이 한참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준면은 순간적으로 집고 있던 베개를 열린 방문에다 냅다 던져댔다. 뉴스 속보, 조선족, 장기적출. 이미 준면의 머리 속에는 이상한 단어들이 뱅뱅 돌고 있었다. 집히는 건 모두 다 던진 준면은 이내 더 이상 던질 것이 없자 숨을 씩씩 고르며 이불을 덮히고 마구 때릴 생각으로 이불을 들고 침대 밖으로 일어섰다.
"너네들 한국 경찰이 얼마나 무서운 지 몰라?! 악!! 엄마!!!"
"저기요, 저, 저기요! 김준면 선생님!!"
"……에?"
있는 소리 없는 소리는 다 질르면서 폭언을 퍼붓고 있던 준면은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말 하던 것을 뚝, 멈추고 숨을 멈췄다. 서, 설마. 불안한 마음에 보지도 않고 집히는 거는 다 던졌던 준면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이내 보이는 건 베개와 알람시계를 들고 뻐근한 어깨를 통통 주무르고 있는 세훈이였다. 어두운 얼굴의 세훈을 보자마자 도로록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고개를 돌린 준면은 입을 뻐끔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불을 침대 제자리에 곱게 피고는 아까까지 자신이 누워 있던 자리에 다시 곱게 누웠다. 베개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불을 덮고는 다시 자는 척을 하는 준면에 세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또 다시 허, 하고 낮게 웃었다. 낮게 울리는 세훈의 웃음 소리에 모로 누웠던 준면은 너무나도 쪽팔린다는 듯 얼굴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아오, 쪽팔려 김준면!
"아, 어깨야. 뭐 그렇게 던지는 힘이 셉니까?"
"아, 아뇨. 그게 아니라요. 제가 원래 좀 상상력도 뛰어나고 헛다리 짚는 것도 좀 심해서. 하하, 그래서 제가 문학 선생이잖아요!"
"됐고, 던진 거나 제 자리에 돌려 놔요."
"니예……."
칼같은 세훈의 말에 슬금슬금 일어 난 준면은 방문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기 시작했다. 베개, 알람시계, 액자, 심지어 꽃병이랑 그 안에 들어있는 꽃. 준면은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가 참 웃기긴 한 지 자신이 던진 물건들을 보고 작게 코웃음을 흘렸다.
"웃어요?"
"니예 니예, 정리할게요."
"물 묻은 곳까지 싹싹 닦아요, 베란다에 마른 걸레 있으니까."
"니예 니예……."
그나저나 이게 동료 관계인 사람들이 할 대화인가.
***
"여기가 침실이예요?"
"아니요, 1층 손님방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냥 손님방도 아니고, 1층 손님방이라니. 그럼 2층 손님방도 있다는 말인가. 역시 명품 컬렉션을 할 때부터 부자 냄새가 난다 했어…. 마른 걸레로 물 묻은 곳을 닦고 있던 준면은 세훈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걸레를 대충 베란다에다 널어 놨다. 안 빨아도 되요? 손님방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마음에 안 든다는 어투로 자신에게 물어보는 세훈을 보고 준면은 어차피 물인데요, 뭐. 괜찮다는 듯이 웃으면서 손님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
"…왜 그러십니까?"
겁나 넓찍한 집. 그냥 넓찍한 것도 아니고, 겁나. 가구도 화려하고 방도 많아 보인다. TV 드라마에서나 봤던 집에서 이 사람은 진짜 살고 있다. 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설마 공금 횡령이라도 하나? 의심스러운 눈을 한 준면이 세훈을 노려보자 세훈은 뭘 보냐는 표정으로 준면의 눈빛을 맞 받아쳤다. 세훈의 눈빛에 기가 눌린 준면은 이내 눈을 싹 깔고 어느새 자신의 앞에 먼저 걸어가고 있는 세훈을 따라 걸었다.
"그나저나 우리 출근 안 해요?"
"오늘 학교 안 가는 날입니다."
"그렇구나…."
머리를 긁적거리는 준면을 보고 소리 안 나게 웃은 세훈은 거실로 들어가더니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자신의 집답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세훈을 보고 뻘줌하게 뒤에서 서 있던 준면은 세훈이 자신의 옆자리 소파를 툭툭 건드리자 베시시 웃으며 세훈이 가르킨 자리에 쏙 앉았다. 아, 지금 아홉시구나. 턱을 괸 채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는 세훈을 보던 준면은 곧 자신이 방금 일어나 아주 꾀죄죄한 몰골임을 눈치채고 급하게 손으로 머리라도 쓸어 내렸다. 그래봤자 소용이 있을까, 어젯 밤 과음을 한 몸인데. 이내 자신이 입고 있는 와이셔츠를 보고 어제의 나쁜 기억이 다시금 떠 오른 준면은 입술을 삐죽이며 뉴스에만 집중하고 있는 세훈을 힐끗 흝어봤다.
"어, 어제 옷이랑 같은 옷이시네요."
"…아, 전 원래 마음에 들면 같은 옷 몇 벌씩 삽니다."
"니예 니예……."
갑부 납셨네. 세훈과 자신의 다른 클래스를 새삼 느낌 준면은 다시 한 번 입술을 삐죽이며 뉴스 화면을 쳐다 보았다. 그나저나 난 언제쯤에 나간다고 하면 되는거지, 타이밍 잡기 힘드네. 생물선생 집이라는 것만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지금 속이 영 안 좋아서 좀 더 앉아있고 싶다. 여전히 머리 속이 뒤숭숭한 준면이였다. 여러 속보가 흘러 나오고 준면이 점차 지루함을 느낄 때에도 세훈은 여전히 뉴스를 집중하고 보고 있었다. 참, 집중력 하나는 좋네.
"뉴스 좋아하시나 봐요."
"고등학교 문학선생이 고등학교 생물선생 집에 있는 가구 깨부셨다는 속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안 깨부셨어요!"
"제가 맞은 것만 해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어서요. 음…, 밥 먹고 싶다."
"…지금 저보고 밥 해 달라는 소리세요?"
"해석력 좋네요, 역시 문학선생."
"…쳇, 좀만 기달리세요."
1:0. 오세훈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