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트와이스 - 미쳤나봐
(그냥 제가 듣고싶어서..ㅎ)
04
"어, 진짜로 깼네."
번외 ㅡ 여주가 조는 동안 회의실에선 무슨 일이?
고요한 회의실 안, 오늘 목적을 가지고 각 회사의 사장들이 모인만큼 그 목적을 위해서 선진그룹 실장만이 스크린에 필요한 자료들을 띄워놓고 열심히 떠들고 있는 와중에 외워둔 대본대로 기계처럼 입만 움직이던 실장은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제 브리핑에도 피드백 한 마디없이 뚫어져라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는 건 그렇다쳐도 왜 다들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는 건지 알 턱이 없는 실장의 얼굴은 거의 울상에 가까웠다.
차라리 냉정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지적하는 게 비록 몸은 탈탈 털릴지라도 마음만은 편했다. 다른 분들은 안지도 얼마 안됐으니까 원래 자주 웃는 얼굴이라고 쳐도 저 지랄견 사장님은 평소같았으면 날카로운 눈초리로 하나하나 지적했을 거면서 대체 왜 좋아하는 사람 떠올리는 표정으로 내내 있는 건지 실장으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결국 실장의 브리핑이 다 끝나가도록 집중을 하지 못하는 다섯 사람때문에 결국 잠깐 쉬기로 했다.
쉬는 시간이 찾아오자 거의 도망치다시피 실장이 나가고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민석은 아까부터 제 머릿속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여주를 생각하며 나른하게 웃었다. 밖에서 저를 기다리며 뭘 하고 있을지 보고올까 하다가도 여주를 보면 또 회의가 시작될 때처럼 들어오기 싫어질 것 같아서 민석은 애써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휴대폰을 붙잡고는 계속 여주만 머릿속에 담았다. 그리고 민석처럼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휴대폰을 붙잡고 여주만 떠올리는 사람이 또 있었다.
세훈은 자신이 들어오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던 여주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따금씩 여자가 있기는 했어도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여자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여지껏 그 곳에서 있었던 여자들과는 달리 저를 모르는 것을 봐선 아마 재계 쪽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회사 직원도 아닌 것 같고, 김민석 사장 애인이라고 하기엔 김민석 사장 성격에 저런 어린 여자애를 사귈리는 없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저 어린 여자의 정체는 대체 뭔지 그답지 않게 궁금해하는 세훈이었다.
각자 여주의 생각에 잠긴 민석과 세훈과는 달리 백현은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지루하기만 했다. 하품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던 백현은 결국 안되겠어서 화장실에서 세수라도 오려고 회의실 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향하는데 문득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화장실에 가려던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오전부터 자기들만 보면 얼굴을 붉히는 데스크의 비서가 아닌 데스크 앞 손님쇼파에서 세상 모르고 자는 여자였다. 벽에 기대서 잘 자는가싶더니 어느 새 꾸벅꾸벅 졸던 고개가 무릎에 닿을 듯 떨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백현의 눈에는 이내 호기심이 서렸다. 비서 둘의 은근한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현은 고개가 떨어져라 자고 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얼굴이 보고 싶은데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 백현은 소심하게 여자의 손을 툭 건드려보았다. 이거가지곤 택도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백현은 계속 여자의 손을 툭툭 건드려보는데 백현의 손길에 낑낑대던 여자가 눈도 못 떠서 한쪽만 뜬 채로 고개를 들어 백현과 마주했다. 제 손길에 진짜로 여자가 깰 줄 몰랐던 백현은 여자의 모습이 마치 강아지같아서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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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
원래 이 회사는 잠들었다 깨면 눈 앞에 남신이 웃고 있고 막 그런 건가? 갑자기 나타난 남신과 덜 깬 잠 때문에 남신의 물음에도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 나를 보며 웃고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선 내 머리에 손을 한 번 얹더니 다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저 사람은 또 뭐지...ㅇㅅㅇ 바보같이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 새 내 옆으로 달려온 비서언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까처럼 질문을 마구 쏟아낸다. 물론 내가 저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ㅠㅠㅠㅠㅠㅠ 하고 외쳐댔지만 언니들과 내 의사소통은 쌍방이 아닌 관계로 씹혔다. 인생이란....^^
* * *
언니들의 일방적인 질문을 받다가 그새 친해져서 떠들다보니 어느 새 회의가 모두 끝나있었다. 문에서 인기척이 들리자마자 데스크로 뛰쳐가는 언니들의 몸놀림에 감탄하고 있자니 내가 자는 사이 온 건지 회의실 안에는 사람이 더 있었다. 그냥 앞만 보고 가면 될 것이지 다들 날 쳐다보는 바람에 자꾸 나랑 눈도 마주치고 언니들도 인사하길래 나도 눈치보다 인사했는데 왜 날 보고 다들 웃는 거져.....?? 아니 인사를 해도 난리.. 안해도 난리.... 크흡.. 불쌍한 내 인생.... 혼자 내 인생에 대해 한탄하고 있는 동안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가버리고, 민석 도련님은 이번엔 날 사장실로 질질 끌고 갔다. 도련님이 끌고가면 메이드는 끌려가야지 뭐...ㅋ 이젠 체념하고 쇼파에 앉혀주길래 에라 모르겠다하고 편하게 앉았는데 왜 자기도 앉아서 내 무릎에 머리베고 눕는 건지 아는 사람.....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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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받아요! 글이 짧고 재미가 없는 건.. 제가 한 번 날려먹어서 빡쳐가지고.... 다음엔 길게길게 재밌게 써올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