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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디오] 블랙 에뜨와르 | 인스티즈 

[카이/디오] 블랙 에뜨와르 | 인스티즈 

 

 

 

#0. 

 

시야가 잡혔다. 

파-란 새벽빛을, 채 지지 않은 은은한 별빛을 받으며 일찍이 눈을 떴다.  

창가에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지 싱그러워지고 따뜻해진 공기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는 후드집업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새벽의 고요함을 들이쉬었다. 

 

이상하게도 공연히 나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네가 다시 떠오른다.  

그래, 오늘 같은 아침이었다.  

너를 보았던 것은. 그리고 너를 보냈던 날의 빛은. 똑같다.  

내가 너에 사무쳐하는 지금 이 순간과. 

 

#1. 

 

그때는 17살 가을이었다. 시골에 있던 고등학교가 폐교되면서, 우리가족은 주위 도시로 이사했다. 시골에 살아서 뿐만은 아닐 텐데 나는 피부는 구릿빛이었다. 그것은 항상 나의 콤플렉스였고 하얀 피부는 나의 우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우상이었던, 그렇게 바랐던 하얀 피부를 가진 너를 만났다.  

 

학기 중에 어정쩡하게 전학을 가게 된 등교 첫 날, 나는 17살이라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푼 마음을 안고 새벽에 잠에서 깨버렸다. 집안에서 소리를 내면 식구들을 깨울까봐, 나는 외투를 걸쳐 입고, 골목을 나왔다. 새벽공기는 날카로웠고 싱그러웠다. 가을 특유의 시원함도 안고 있었다.  

그렇게 이른 새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삭막했다. 대담해진 나는 횡단보도가 있는 거리로 나왔다. 그리곤, 횡단보도에서 그냥 멍하니 서서 깜빡이고 바뀌는 신호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의 모든 공간은 파랬고 공기조차 무겁게 깔려서 그 색깔을 방해하지 않는 듯 했다. 이 고요를 즐기고 있었다. 내려다보이던 내 손가락 끝까지도 파란 그 색깔들로 동공을 채우고 있었을 그 순간, 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 때 그 순간이었다. 잊지 못 한다. 이 조용한 거리를 조용하고 무섭게 땀방울을 흘리며 달려오고 있던 너를. 너는 무엇에 쫓기듯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검정색으로 몸을 가리듯 덮어놓은 너의 옷은 축축해보였다. 

그렇게 멍하니 나의 앞으로 뛰어오는 너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피할 생각도 없이, 결국 난 너와 부딪혀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너는, 부딪히기가 무섭게 무너져 내렸다. 작은 머리통에 부딪힌 가슴께가 아릿했지만, 도자기 인형이 부서진 듯 거리에 무너져 내린 너에게 놀라 나는 얼른 너를 부축했다. 너는 고개를 까무룩 숙이고서 일어났다. 그리고선 매서운 손길로 내 부축을 뿌리쳤다. 뿌리쳤다-고 보기 보다는, 그때의 너의 ‘거부’는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는 가냘픈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띄었다. 자신의 몸짓조차 감당하지 못하며 무너져 내릴 듯 했다. 그리고 그 뒷모습에 의식도 없이 말을 던졌다. 

“ 괜찮아요? ”  

의식 없는 말에 나보다 놀란 그 뒷모습. 그에도 불구하고, 너는 아무 말 없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너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네가 놓쳐버린 가방을 서둘러 주워주려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금 너를 부르던 그 때에, 푸른빛을 머금은 까맣던 가방 속에서, 찰나의 빛을 보았다. 그 빛은 날카로워 칼의 형세를 띄어보였다. 그 형태의 빛을 동공이 더 깊게 박아 넣을 찰나에, 빠른 움직임이 가방을 채갔다. 그 움직임의 주인의 얼굴로 시선이 따라갔다. 

나의 부름에 힘없이 돌아볼 것이라 생각 했던 너의 얼굴을 보고 난 시선을 땔 수 없었다. 하얗게 질려 새벽의 하늘 같이 창백한 피부에. 사정없이 떨리던 눈동자. 그리고 그 눈 속을 가득채운 금방이라도 홍수를 이룰 것 같은 눈물들이 너무 가련해서. 그 눈물들이 왠지 붉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던 그 때에, 아주 작은, 정말 자그마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간 입술은 붉은 눈물이 적신 듯 피처럼 물들어, 작은 달싹임을 멎지 않으려 했다. 

“…아니야, 아니야, 혀, 현수가…” 

그 끊임없는 달싹임을 순식간의 나의 청각을 모두 앗아갔다. 무섭게 잠식하는 그 잔잔한 목소리가, 무서워. 필사적으로 그 입술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입술을 움직였다. 

“…저기요-!” 

차가운 물을 온몸에 끼얹은 듯이, 내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너는, 채우지 못하던 동공을 나에게로 박았다.  

“…아니지.” 

그렇게- 마지막의 한마디. 침묵이 한참을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떨리는 손끝으로 가로챈 가방을 들고, 고개를 또다시 아래로 꺾어 가던 너는, 비틀거리며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 빨라지던 걸음을 이어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위태로운 모습이 사라진 후, 나는 네가 맴돌았던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또 하얀 횡단보도 위에 스치듯 네가 떨어뜨린 빨간 핏방울을 말없이 손바닥으로 닦았다. 파랑과 섞인 핏방울은 검은 빛을 지녀서 하얀 횡단보도에 낯선 자국을 남겼다. 왜, 핏방울이. 여기에. 검은 빛이었던 너의 옷가지마저도 핏방울 일까. 번진 핏자국을 보며 손을 쥐었다. 폈다. 또 그러쥐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네가 사라진 쪽을 멍하지 바라보았다. 네가 사라진 곳으로부터, 그 거리의 끝에서부터 동이 터오고 있었다. 

 

 

나는 퍽 진한 농도의 느낌을 남기고 사라진 너에게 정신이 팔려 전학수속을 밟고 새로운 반에 들어서기까지 정신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쥔 주먹 또한 펼 수도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네가 내 정신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사라진 것임은 분명했다. 

 

나를 바라보던 수십 개의 눈동자들에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렸고 더듬대며 나를 소개했다. 선생님이 지정해주신 자리에 앉고, 무상한 시간을 흘렸다. 호기심과 텃세 가득한 눈빛들이 성가셔 그 시선들을 피해 혼자만의 공간을 찾았다. 무작정 높은 곳으로 가고 싶었었던 난, 맨 위층으로 올라가 삐걱거리며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열려다 열리지 않아 그냥 옥상 문 앞, 맨 위층에 쭈그려 앉았다. 위층은 매우 황폐했다. 오랜 시간동안 방치되어 먼지가 쌓이고 마루 위 니스 칠은 벗겨지고. 그 누군가의 발자취도 없던 곳에- 나는 손바닥으로 먼지를 몇 번 쓸어 낸 후 주저앉았다. 주저앉아 천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난, 스며드는 뭉근한 하늘빛을 따라 새벽의 너에게로 마음을 풀었다. 강박적으로 달싹이던 핏빛 입술이 뇌까리던 그 이름의 주인은 누구이기에,  

그리고 그 애는. 

“너는. 누굴까.” 

라고 나도 너처럼 입술을 달싹여 너를 뇌까렸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맞이한 아침에는, 나는 아직도 네가 남긴 여운을 부러닦지 않았다. 너를 잊어버릴까. 너의 흔적이 나를 떠날까. 그에 무색하게도, 혹은 신의 장난 같이. 교실에 들어선 순간 나는 누구에게 얻어맞기라도 하듯 콱 박혀 얼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환한 태양 아래 은은히 빛나는 둥그런 뒤통수, 그리고 뒤돌아 보인, 웃는 네 모습에. 

 

하지만 교실 속의 너는 내가 기억하던 그 날의 네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산산조각날 것 같던- 도자기 인형이 아니었다. 차갑게 식어서 지워지지 않으려던 너의 핏자국을 지그시 눌렀다. 너의 미소로 굴곡진 보드라운 살결 밑에는 뜨거운 피가 흐를, 너는 혈색 좋은 소년이었다. 

 

나는 네가 궁금했지만, 차마 너에게 다가가 아노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 날처럼 자리에 앉아 느리게 너를 쳐다볼 뿐이었다. 나의 자리보다 조금 멀찍이 앉은 너는 친구와 매우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었던 듯 예쁜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음. 웃음. 웃음이라. 보드라운 피부에 비쳐 내려앉은 햇살이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새까만 너의 작은 머리통위의 해가 눈부셨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세히 바라본 너의 미소는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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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oursophie 입니다. 원래 하려했던 작가명이 sophie인데, 중복되서 your을 붙였답니다. 첫 작품이니만큼 떨리네요. 앞으로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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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0.103
너무 좋당..진짜 좋당.. 너무 좋네여..개쩌네여..쩐당! 계속 연제하세요! 힘내세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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