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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고등학교 교문앞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수평선 아래로 해가 지고 있다. 찬열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집어삼킨 바다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저릿해온다. 얼마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수업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보니 5시30분, 곧 있으면 교문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올것이다.  

6시10분 찬열이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도 이 교문에서 나오지 않았다. 6시 48분, 찬열은 아직도 교문앞을 떠나지 못했다. 아까전에 야자 시작종이 울렸고, 혹시 야자를 하고 오는걸까? 분명 어제는 야자를 하지 않을거라고 했었는데.... 찬열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교문에서 나오지 않은 아이는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교문안을 힐끗 바라보던 찬열은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교문과 가까운 나무아래 벤치에 백현은 잠이 든채로 앉아있었다. 찬열은 잠이 든 백현을 엎고 교문을 나섰다. 잠이든 백현은 찬열의 등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해가 지고 어두운 길을 찬열은 백현을 엎은채로 걸었다. 걷고 또 걷고 백현의 집앞에 선 찬열은 살짝 흔들어 백현을 깨웠다. 다행히도 얕게 잠이들었는지 그리 힘들지 않게 백현은 잠에서 깨어났다.  


 


 

"현아, 집앞이다. 일어나라" 

"니..뭔데? 빨리 내려도" 

"잘 잤나?" 


 

"어" 


 

"드가라, 난 간다" 

"박찬열!" 


 


 

"이게 또 형님한테, 맞을라고" 

"형님은 무슨 형님! 박찬열 니 존나 싫다!!!" 


 


 


 


 


 


 


 

꽥!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백현은 있는 힘껏 대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찬열은 떠나지 않고, 2층 백현의 방에 불이 켜질때까지 기다렸다. 백현의 방에 불이 켜지고 나서야 찬열은 백현의 집앞을 떠날수 있었다. 

백현은 알고있다. 자신의 방의 불이 켜져야 찬열이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가끔 너무 그가 얄미워 방에 들어와서 불을 켜지 않을때도 있다. 그러면 그는 떠니자 않고 가만히 집앞에 서있는다. 돌아가는 찬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백현은 또 괜시리 짜증이 난다.  


 


 


 


 


 

"진짜 싫다, 박찬열" 


 


 


 


 


 


 


 


 


 


 


 


 


 

바닷가 멜로디 01 

w.와디 


 


 


 


 


 


 


 


 


 

아침 7시 20분, 다급하게 교복 넥타이를 메고 백현은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엄마는 백현에게 뛰자말라고 소리쳤지만, 늦어서 어쩔수가 없다. 오늘 당번이라 학교에 일찍 가야하는데, 또 잠에서 일어날수가 없었다. 아침 먹고 가라는 말을 뒤로한채 급하게 집을 나섰다. 

백현의 집앞에는 자전거를 탄채로 기다리는 찬열이 있었다. 그런 찬열을 봤지만 백현은 황급히 뛰었다. 찬열은 한숨을 쉬며 그저 백현의 속도에 맞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점점 백현의 뛰는 속도가 느려졌고, 찬열의 자전거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고마 뒤에 타지?" 

"누구세요?" 


 

"야, 니 오늘 당번 아니가? 고만하고 뒤에 타라" 

"..." 

"내말 안 들리나? 뒤에 타라니까? 야야" 


 


 


 


 


 

"아 씨발! 내가 야라고 하지말라캤제? 야라고 하지말라고!! 니랑 이렇게 싸울시간 없다!" 

"니 내가 욕하지 말라고 했제? 쪼꼬만한게 어디서 욕짓거리고? 혼날라고" 

"씨발! 씨발!!!" 


 

"야" 

"내가 야라고 하지말라캤잖아!!!!!" 

"..." 


 


 


 

"진짜 니 싫다" 


 


 


 


 


 


 


 


 

백현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찬열은 아무말 없이 그저 백현의 뒤를 따랐다. 교문안으로 들어가는 백현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왜 백현이 화가 났는지, 왜 그렇게 욕을 하고 싫다고 하는지 다 알기때문에 더더욱 찬열은 아무말 하지 못했다. 

그 아이의 마음을 거절하고 받아줄수 없기때문에... 찬열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물을 닦아줄수 없기때문에, 울리기 싫었는데 항상 자신때문에 우는 백현을 보면 마음이 안 좋은 찬열이다. 잘 갔다오라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교실로 들어온 백현은 멍하기만 하다. 늦었다고 뭐라고 하는 종대의 말 조차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모질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해야하는데... 19살 백현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빨갛게 부은  백현의 눈을 보고 아침부터 찬열과 한바탕 했냐고 나이가 몇살인데 싸우냐고 까불거리는 종대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교실청소를 시작했다. 왜 내맘을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거냐고 묻고싶지만, 어차피 돌아올 아픈 침묵이 싫기때문이다.  


 


 


 


 


 


 


 


 


 

5시쯤 되면 찬열이 교문앞으로 온다. 백현은 마지막 보충수업 시간이 되면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교문이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찬열이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멍하니 바다만 보고있는 찬열의 모습을 백현은 바라본다.  

나는 죽어도 너라는데, 너는 왜 죽어도 내가 아닌걸까? 왜 내맘을 보면서 못 본척 하는걸까? 밉지만 정말로 좋다. 왜 나를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당기지도 않는걸까? 너는 정말 무슨생각으로 내옆에 있는건데...  


 


 


 


 


 

멍하니 찬열을 바라보고 있는데, 백현의 미간에 분필이 날아든다. 딱! 소리가 났다. 종대는 분필 맞은 백현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고 선생님은 수업에 집중하라며 윽박을 질렀다. 백현은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시 칠판을 바라봤다.  


 


 


 


 


 


 


 


 

어느샌가 머릿속에 다시 찬열이 밀려들어오는 백현이였다.  


 


 


 


 


 


 


 


 


 

5시 46분, 선생님의 말이 길어졌다.  


 

하필이면 8교시가 담임시간인걸까, 백현은 짜증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어서 가서 찬열에게 사과해야하는데, 욕해서 미안하다.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하는데 무슨 저리도 할말이 많은걸까? 종대는 이미 넋이 나가있었다.  

이상, 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현은 가방을 챙겨들었다. 넋이 나간 종대는 손만 휘적휘적 흔들었다. 백현은 종대의 어깨를 두드리며 내일 보자, 라고 말하고 교문까지 달렸다. 열걸음만 더 가면 교문밖이다. 그리고 찬열이 있다.  


 


 


 


 


 


 


 


 


 


 

하나, 둘, 셋... 여섯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여덞까지 세며 걸었다. 여덞..아,홉을 셀때 백현의 이마가 어딘가에 닿았다. 벽은 아니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폭신한곳이 닿았다. 고개를 드니, 찬열이 교문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백현의 이마는 찬열의 어깨에 닿아있었다.  


 


 


 


 


 


 


 


 

"오늘 수업은 잘 들었나?" 

"뭔데, 니 왜 교문안에 들어왔는데? 외부인 출입금진거 모르나?" 

"안다" 


 

"근데 왜 들어왔는데?" 

"와- 변백현 요새 까칠하디?" 


 


 


 

"이씨!! 내가 풀네임으로 부르지 말랬제?!" 

"진짜 까칠네, 야라고도 하지말라카고, 이름도 불지말라카고 그라믄 난 니를 뭐라 부르노?" 

"현이라고 부르라고 캤다이가! 니 돌대가리가?" 


 


 


 

"진짜 변백현, 말하는거 봐라, 니 진짜 내한테 혼난디?" 

"야!! 풀네임으로 부르지말라니까! 정떨어진다고!!!!" 


 


 


 


 

"후우..." 

"..." 

"현아" 

"...왜" 


 


 


 


 


 

"현아, 내가 미안하다" 

"..." 

"다 내가 미안티, 내가 무슨말 하는건지 알제?" 


 


 


 

"...그만해라" 


 


 


 


 


 

"다 니를 위한거라는것만 알아라, 니도 알면서 왜 계속 안 볼라카는데..." 

"그만하라캤다이가!!" 

"알겠다, 그만하께" 


 


 


 


 


 


 


 

"왜 항상 니만 어른인데... 왜 니만 어른이냐고, 왜 니만 말하는데... 왜..왜 나한테는 말할 기회를 안주는건데" 

"말해도 안되는거 니도 알잖아, 현아..." 

"그래도 말은 할수 있잖아?" 


 


 


 

"...현아 아닌건 아닌거다. 그만 가자, 오늘 아줌마 아저씨랑 밥 같이 먹기로 했다." 


 


 


 


 


 


 


 


 


 


 

어제와 반대로 찬열이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백현은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백현이 따라오지 않는다는걸 찬열은 알고 있었다. 찬열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어서 가자고, 부모님이 기다리신다고 백현에게 소리쳤다. 그제서야 백현은 고개를 들었다.  


 


 


 


 


 

"나도 니가 무슨말 하는건지 안다." 

"..." 

"나도 더이상 어린애 아니다, 근데 있다이가 내맘 안 받아줘도 된다.... 근데, 제발 도망가지만 마라... 제발 멀어지지만 말라고" 


 

"..." 

"내옆에만 이렇게 있어주기만 해라" 

"알겠다, 가자" 


 


 


 


 


 

"응" 


 


 


 


 


 


 


 


 


 


 


 


 

바닷가 멜로디 01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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