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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오세훈도경수] 시퍼런 봄 1 | 인스티즈


시퍼런  


「1. 우리의 청춘은 유독 아팠다





“여보세요.”

[야, 난데.]



낯익은 목소리다. 보나마나 뻔하지, 뭐. 이틀 전 집을 뛰쳐나간 오세훈의 목소리였다. 



“근데.”

[나 돈 좀 빌려줘.]

“나 돈 없어.”

[아빠가 용돈 안 줬냐?]

“어.”



안주긴 개뿔. 너 집 나갔다고 네 몫까지 왕창 줬어. 그러게 집을 왜 나가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오세훈은 욱 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그 날도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간 거고. 수화기 너머로 오세훈의 긴 한숨이 들려온다. 



“그만 배기고 집 들어와.”

[너는 그 집에서 살고싶냐?]

“못 살건 없지.”

[도경수인가, 걔가 너 안 괴롭히지?]

“너만 할까.”

[야 너 자꾸 그 따위로 답할래!!!!]

“나 바빠. 끊는다.”

[아, 잠깐만!!! 그럼 나 부탁 하나만 들어……]



전화를 끊었다. 뒷말은 안 들어도 뻔하다. 제 방 첫번째 서랍 안에 있는 비상지갑을 가져다 달라거나, 아니면 저금통을 가져다 달라는, 그건 오세훈이 집을 나갈 때마다 해왔던 관례였다. 중학교 2학년때도 녀석은 이와 같은 행동을 똑같이 했다. 그땐 한 4일 배겼나? 



“아직도 애같아.”


***


8월 13일.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2주가 지난 날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방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수학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나 배고파.”



오세훈이었다. 늘 있었던 일이었기에 나는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공부에 몰두했다. 그런 나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인지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 듣기 싫은 목소리가 내 방에 울려 퍼졌고, 



그때 2주 만에 아빠가 모습을 드러냈다. 


옆엔 낯선 여자와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또래 남자애와 함께. 


그리고 그 날, 오세훈은 집을 나갔다. 또라이라는 별명에 알맞게 녀석은 미친사람처럼 발광을 했다. 펄펄 날뛰며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씨발. 뭐야 이거?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도 되나?”

“오세훈.”

“아, 진짜 좆같네!!!!!”

“오세훈!!!!!”



제 성에 못 이겨 오세훈은 그대로 집을 뛰쳐나갔고, 남아있던 아빠와 나, 아줌마와 남자애는 부엌으로 가 기다란 식탁에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도우미 아줌마가 먼저 차려놓고 간 저녁 밥을 먹으며 오세훈의 밥으로 추정되는 고봉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보은이 네가 경수 좀 잘 챙겨줘. 알았니?”

“네.”

“어머, 안 그러셔도 되는데……당신도 참.”

“이제 경수도 우리 식구야. 당신도 마찬가지고. 경수 너도 보은이랑 잘 지내라. 알았니?”

“…….”



경수. 남자애의 이름은 경수였다. 



“어머, 얘가 왜 대답을 안 해. 경수야, 알았다고 대답 해야지.”

“…….”

“얘가 진짜 왜 이런대? 도경수. 버릇없이 지금 뭐 하는……”

“하루 아침에 아빠가 생겼는데 녀석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경수야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



도경수는 끝까지 답을 안 했다. 그리고 여전히, 도경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온 2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학원에 다녀와 집안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향기가 났다. 힐끗 신발장을 보니 오세훈의 신발이 보였다. 결국 2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녀석의 신발 구석구석 진흙이 묻어져 있다. 



“어, 왔냐?”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익숙한 폼으로, 한 쪽 손엔 수건을 든 채 머리를 탈탈 털고 있는 오세훈이 말을 걸었다. 가뿐히 그 말을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내 방 옆에 자리잡은 도경수의 방 문이 벌컥 열렸다. 


도경수, 오세훈, 그리고 나. 이틀 전 오세훈이 집을 나간 이후로 셋이 마주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알 수 없는 적막감이 흘렀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오세훈은 도경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학교 가면 큰일나겠네. 도경수 왕따 예약인가. 



“뭘 봐.”

“…….”



오세훈이 말했다. 저 욱한 성질 또 나왔다. 저걸 말려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됐다. 그냥 

방으로 들어갈까. 사실 놈들의 싸움에 내가 끼어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나는 방 안으로 태연스럽게 모습을 감추었다.



숙제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을 땐, 오세훈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도경수는 방 안으로 들어간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컵에 물 한잔을 따르고 천천히 들이켰다. 시원한 촉감이 목을 타고 내려온다. 막혔던 게 뻥 뚫리는 기분이다.



“물 한잔도 존나 감정이입해서 드십니다요.”



언제 온 것인지 내 옆에서 물 한잔을 따라 마시는 오세훈이다. 



“시비 걸 거면 가.”

“야, 오늘 밖에서 밥 먹자.”

“나 돈 없…”

“내가 사줄게.”

“아, 내일 숙제 있는 거 깜박했네. 너 혼자 먹어야겠다. 미안.”

“존나 팅긴다 또? 너 숙제 없는 거 다 알거든. 내일 학원 안 가잖아.”


스토커냐?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야 오늘 아빠 안 온대. 도우미 아줌마도 휴가 갔는데 너 집에서 쫄쫄 굶을거냐?”

“라면 끓여 먹으면 되지.”

“됐다, 됐어. 나도 너 말고 친구 존나 많어!”

“그럼 걔네랑 먹으면 되겠네.”


쿵쾅쿵쾅. 성난 오세훈의 발걸음이 집 안을 울린다. 굳이 녀석과 밥을 함께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분명 비싼곳만 들어가겠지. 그리고 또 지랄을 해댈게 뻔하다. 가령, 스테이크를 썰며 ‘씨발 존나 안 썰어져!!!!’ 라고 소리를 친다거나.


거실로 나가니 집 안은 고요했다. 오세훈은 집을 나간 듯 했고 보란듯이 TV는 켜 있었다. 나보고 끄란 소리지 지금. 하여튼 유치하다. TV를 끄고 방 문 고리를 잡았을 때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흐느끼는 소리였다. 분명, 누군가 울고있는 울음소리였다. 도경수. 생각해보면 녀석은 나보다, 아니 오세훈보다 훨씬 불쌍한 놈일지도 모른다. 울고있는 그 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말없이 방 문 앞을 지켜주는 것뿐. 그냥,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


“세훈이는?”


아침 밥상 앞에서 오세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설마, 어제 안 들어온건 아니겠지. 내게 묻는 아빠의 눈빛이 낯설다. 퀭 한 눈. 오늘 새벽에서야 집에 들어오신 것 같다. 


“아직, 자니?”

“아,…아니요. 어제 친구네 집에서 숙제 한다고…”

“숙제? 허허. 그 놈이 드디어 철이 든 모양이구나.”


웬일인지 아빠가 그냥 넘어갔다. 하긴. 오세훈이 집에 없는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밥 한 숟갈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우물우물 씹었다. 삭막한 분위기에 먹은 것들이 다시 올라올 것만 같았다.


“아 참. 오늘부터 경수 학교 가기로 했어요.”


도경수의 엄마가 생각났다는 듯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전화 안 해도 되겠어?”

“네. 당신 이름 말하니까 금방 화색이던데요? 보은이랑 같은반으로 배정 해 주셨어요.”

“다행이네. 그나마 세훈이놈 보단 보은이가 나을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도경수의 엄마가 내 눈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 


***


도경수와 함께 등굣길에 올랐다. 이기사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 뒤 뒷좌석에 올라타자 차장 너머로 멍하니 서 있는 도경수의 얼굴이 왠지 슬퍼 보인다.


“경수학생, 안 타?”


보다못한 이기사 아저씨가 도경수를 불렀고 그러자 녀석은 물끄러미 차장 너머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한 썬팅으로 인해 밖에선 안이 안 보일 법도 한데, 어쩐지 도경수는 차 안에 타 있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녀석의 눈은 굉장히 슬퍼 보였다.


“경수학생! 학교 가야지!”


결국 이기사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도경수를 뒷좌석에 앉혔다. 졸린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알 수 없는 표정에 괜히 내가 더 눈치를 보게 된다.


Mp3을 꺼내 이어폰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자연스레 영어듣기를 들었다. 영어듣기 1회분이 끝날무렵, 이기사 아저씨께서 운전한 차는 찬샘고 앞에 도착했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책상에 앉아 수학책을 폈다. 그리고 어제 미처 풀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 복습했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나를 따라 말없이 2학년 4반 교실로 들어선 도경수는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야 근데 쟤도 오보은이랑 같은 차에서 내리던데?”

“헐 그럼 쟤도 고아야?”

“낄낄. 야, 너 고아냐?”


더러움으로 뒤 덮인 놈들의 물음이 계속 되었다. 온 신경을 수학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머리맡으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쓰레기통.”

“…….”

“어딨어.”


그림자의 물음에 나는 손가락으로 교실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쓰레기통을 가리켰고 그러면 그림자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기뻐서 짓는 미소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미소. 줄곧 녀석이 그래왔던 것처럼 처음으로 보는 녀석의 미소는 그랬다. 그리고 목소리마저.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도경수는 표정없는 그 모습 그대로 방금 전까지 자신을 둘러쌓은 무리들에게 다가갔다. 그 중 내게 고아라고 말한 우찬수의 앞에 우뚝 섰다.


“뭐, 고아새끼!!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우찬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나는 눈치 챌 수 있었다. 지금 우찬수는 도경수에게 쫄은 것이 분명하다. 우찬수의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문득 도경수의 눈은 살기가 가득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 아파 새꺄!! 놓고 말해!!”



도경수는 말없이 우찬수의 뒷덜미를 잡아 끌었다. 그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 있는 반 아이들. 그 누구도 도경수를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는 꽤 흥미진진한 장면에 어느새 손에 쥔 샤프를 놓고 도경수와 우찬수를 바라보았다.


“아악!!!!!!!!”


그리고, 도경수가 우찬수의 머리를 쓰레기통 안으로 집어넣은 것은 순간이었다.


“대박. 쟤 미친 거 아니야?”

“헐. 우찬수 어떡해.”

“오세훈도 모자라 쟤한테 또 당했어. 대박.”

“오거리는 건들면 안 된다니까.”


우찬수의 절규를 끝으로 상황은 막을 내렸다. 누가 봐도 도경수가 승자인 게임이었다.


***


“오~보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갤 돌리면 헤실 헤실 웃고 있는 오세훈이 서 있다. 자신을 향해 있는 시선들은 아랑곳하지 않다는 듯 실없이 웃고 있는 모습에 기가 찼다. 


“뭐하냐?”

“…….”

“야, 오보……왔네.”


교실은 숨죽였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앞문이 열리고 도경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 그리고 사자를 발견한 먹잇감. 슬쩍 옆을 보니 이미 오세훈은 내가 아닌 도경수에게 시선을 던진 후였다. 


“이제 오냐?”

“…….”

“힘 좀 쓰더라, 너.”

“…….”

“니가 봐도 우찬수는 좀 아니지?”

“…….”

“아, 여기 찌질이 우찬수네 반인가? 그럼 조용히 해야겠다.”


지금 도대체 무얼 하자는 건지. 오세훈은 도경수를 응시한 채 혼자 말을 뱉어냈다. 사자는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먹잇감은 반항 한번 하질 않는다. 여태 내가 보았던 먹잇감들은 눈을 부라리며 맞서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제 할 일을 하다 사자에게 먹히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도경수는 아무런 표정 없이 오세훈이 하는 말을 마냥 듣고만 있다. 


“왜 대답 안 하냐. 말하는 사람 짜증나게.”

“…….”

“야.”

“…….”


도경수는 말이 없었다. 오세훈의 표정은 흡사 내가 놈과 처음 대면했을 때의 그 표정이었다. 살기가 가득한 두 눈은 곧게 솟은 도경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장면은 꽤나 반전이었다. 


“오보은. 좀 있다 집 같이 가. 도경수 잡아놔.”

“…….”

“경수야 좀 있다 보자.”


툭툭. 도경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오세훈이 교실을 빠져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일순 교실이 술렁였다. 나는 앞면을 응시하며 서 있는 도경수를 올려다 보았다. 어쩌면 내 예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녀석은 나보다, 아니 오세훈보다 훨씬 불쌍한 놈일지도 모른다. 


***


수업이 모두 끝났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실을 빠져나가는 반 아이들을 한번, 책상에 엎어져 있는 도경수를 한번 바라보았다. 절로 한숨이 내쉬어진다. 


분명 오세훈은 화가 났다. 분명하다. 한번도 나는 오세훈이 먹잇감을 놓아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사자는 늘 그 자리에서 먹잇감을 바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나는 약간 예외였다. 그때의 오세훈은 어렸으니까. 


“많이 기다렸냐?”

“아니.”

“진짜 도경수 잡아놨네.”

“나 간다.”

“아, 왜. 같이 가.”

“학원.”

“데려다 줘?”

“싫어.”


뚝뚝 끊겨지는 대화에 오세훈이 살짝 웃음을 짓는다. 이제 나는 내 할 일을 했으니 교실만 빠져나가면 된다. 그러면 되는데……


“왜 안 나가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왜 그럴까. 도경수가 걱정돼서? 아니. 그건 아니다. 


“야, 오보은.”


다만 확실한 건 지금 도경수를 깨워 집에 같이 가야 한다는 것. 


“오보은?”

“같이 가. 나도.”

“뭐?”

“같이 가자고. 집.”

“허- 학원은 어쩌고.”

“몰라.”


여태껏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도경수의 등을 살짝 쳤다. 일어나라는 신호였다. 열댓 번을 두드려도 도경수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순한 오세훈이 살짝 농담조로 말했다.


“내가 때릴까 봐 쫄았나?”


엎드려있는 도경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데, 왜 녀석은 일어날 생각을 않는 걸까. 


“아, 이 새끼 쫄은 거 아냐?”

“사태파악 좀 해.”

“사태가 뭐 어떤데.”

“내 생각엔 도경수 아픈 것 같아.”

“그래서.”

“병원 데려가야지.”

“우리가? 지금?”

“그럼 그냥 놓고가?”

“얘네 엄마한테 전화 해. 귀하신 아들 데려가라고.”

“넌 말을 해도 꼭.”

“벌써 정 들었냐?”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정이 든 게 아니었다. 


“아빠한테 전화 하지마. 괜히 걱정하시니까.”

“왜? 잘생겨서?”

“자꾸 이상한 말 할거면 도경수 가방이나 챙겨. 내가 데려갈거니까.”

“아, 미친. 그 몸뚱이로 저걸 어떻게 들고 가!!!”

“그럼 잔말 말고 도와.”

“아, 진짜. 오보은 존나 싫어.”


도경수의 심정을 잘 아니까. 아픈데, 정말 너무 아픈데 아무도 걱정해주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해둬서 나중엔 아픈 곳이 곪게되는. 그 심정을 잘 아니까. 


***


“이 새끼 100키로 넘는 거 아냐? 존나 무거워.”

“말 하면 더 힘들어. 어,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야 돼.”

“하여튼 존나 맘에 안 들어.”


‘24시간 야간진료’ 라고 써있는 간판이 네온사인으로 인해 선명하게 빛났다. 어두운 밤거리에 우리 셋을 달빛이 아닌 네온사인이 비추었다. 앞서 걸어가는 오세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걸음을 빨리 했다. 걸음을 빨리 하지 않으면 자칫 앞서가는 오세훈을 놓칠 것 같았다.


“빨리 안 오냐?”

“가!!!”

“아, 그런다고 또 뛰어서 넘어지고 난리야. 진짜, 오보은.”


빨리 간다는 게 그만 걸음이 꼬여버렸다. 병원을 코앞에 두고 넘어진 내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난다. 이유는 모르겠다. 오세훈이 뛰어오는 발걸음이 들리고, 그 발걸음이 내 앞에 섰을 때 고개를 들면 치켜 올라간 눈썹만 귀여운 오세훈이 나를 내려다본다.


“미쳤냐?”

“손 줘봐.”

“왜이래 갑자기.”

“일어나게.”


오세훈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손, 참 차갑다.


***


“집에 어떻게 가냐? 이기사 아저씨 불러?”

“너무 늦었어.”


병원에서 내린 도경수의 병명은 스트레스성 복통이었다. 병원에서 놔 준 링거를 맞고 나오니 네온사인이 반짝이던 밤 거리는 어느새 어둠으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 버스는 끊긴지 오래된 후였다. 


낮게 욕설을 읊조리는 오세훈의 뒤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수의 얼굴이 보인다. 오세훈 옆에 있으면 괜히 신경질 부릴 텐데. 


“도경수.”

“쟨 또 왜 불러.”

“도경수!”


봤다. 


도경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천천히 도경수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경수.”

“…….”

“대답해봐.”

“…….”

“아픈 건 괜찮아?”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왜 도경수만 보면 사람이 변하는지. 앙칼진 목소리가 놈에게 해가 될까 두렵다. 언제부터였을까. 오늘 아침, 차창 밖으로 본 도경수의 얼굴에서부터?


“응?”

“…….”

“오보은 뭐 하냐? 아빠한테 전화한다.”

“아, 넌 가만히 있어.”

“어쭈.”

“지난달에 나한테 빌린 50만원.”

“아, 알았어. 존나 쪼잔하게 구네.”


시선을 다시 도경수에게 돌리면, 


어……?


줄곧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에 어찌된 영문인지 옅은 미소가 드리워져있다. 


“……고마…”

“…….”

“워……”


그리고 도경수가 내게 한 말은,


“오보은!!!”

“…….”

“빨리 닦아 멍충아!!!”

“…….”

“진짜 짜증나 오보은.”

“…….”

“쟤네 뭔데 너한테 이래? 아빠한테 이를까? 아, 뭘봐 니네!! 꺼져!!”

“…….”

“빨리 닦고 집 가자.”

“……고마…”

“오늘 아줌마가 고기 해준댔어.”

“워…….”


내가 처음으로 오세훈에게 건넨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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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헐헐 내가 일빠라니!!!!
어ㅏㄴ전 이런분위기 글 넘 좋아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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