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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자라 전체글ll조회 425l 1










  편지가 왔다. 누구지. 편지 올 사람 없는데. 경수는 편지 봉투를 집어 들었다. 보내는 사람, 여름. 받는 사람, 도경수. 경수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명치께가 답답해졌다. 가슴을 쿵쿵 쳐 보아도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편지봉투를 뜯었다. 빛 바랜 편지봉투는 손길이 닿을 때 마다 버석거리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명치께는 여전히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안에 든 편지지를 꺼냈다. 한 번 젖었다가 마른 건지, 종이는 쭈글쭈글했다. 희미한 바다 냄새가 났다. 경수는 눈을 감고 떨리는 숨을 마시고 뱉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편지지에 눈을 고정했다. 경수는 결국,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편지지에 눈물이 한방울씩, 한방울씩 떨어졌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동글동글한 글씨는, 눈물에 의해 조금씩 번지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여름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





  여름이었다. 쨍쩅한 햇빛은 매 년 겪어도 익숙하지 않았다. 경수에게 여름은 항상 외로웠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가장 생기 넘치는 계절이지만. 경수는 그러지 못했다. 약을 달고 살았다. 매일 아프기만 했다. 콜록콜록. 경수는 기침을 하며 지친 발걸음을 죽죽 끌었다. 병원에 가야 할까. 아니면 할머니 댁에 가서 지낼까. 할머니 댁은 섬이니까, 공기도 여기보단 좋을 거고. 담배 냄새에 코를 찡그리지 않을 거고. 하지만 경수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집에 도착한 경수는 힘 없이 도어락을 해제했다. 털털거리는 낡은 선풍기를 틀었다. 약한 바람이 분다. 하지만 더위에 지친 몸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바람을 만끽했다. 얼마 못 가서 선풍기를 꺼야 했지만 말이다. 약해진 기관지는 작은 먼지에도 기침을 쏟아냈다. 콜록콜록. 눈물이 고였다. 경수는 자꾸만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푹 잠긴 목소리는, 생각보다 많이 별로였다.





 "...여보세요."



 - 경수야, 몸은 괜찮아?



 "응. 괜찮아, 엄마."



 - 목소리 잠긴 것 봐. 이번 여름은 할머니 댁에서 지내. 도저히 안 되겠어.





 경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쉽게 꺾일 분이 아니었다. 결국 경수는 짐을 쌌다. 최소한의 짐만 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이 약해진 체력은 경수를 조금이라도 무거운 것 마저도 쉽게 들지 못 하게 만들었다. 그 길로 항구까지 갔다. 조그마한 배를 탔다. 할머니 댁은 정기 노선이 없었다. 그만큼 외진 곳에 있다는 거 겠지. 멀미 덕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약해진 몸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왜. 죽은 꽃 처럼. 이렇게 시들시들 할까. 경수는 눈을 느릿하게 꿈뻑였다. 여름의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고, 눈이 부셨다. 경수는 땀 한 줄기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덥다. 작은 배에는 에어컨도 없었다. 경수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모터 소리가 귀를 찔렀다. 머리가 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멀미 약 먹고 오는 거였는데. 경수는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잠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멀미가 좀 덜 하지 않을까. 잠든 동안에는, 아픈 것도 잊고 다 괜찮지 않을까. 경수는 숨을 천천히 쉬었다. 잠들면, 좋겠다. 잠들면.




 경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저 멀리 작은 섬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경수는 기침을 겨우 삼켜냈다. 더워. 식은땀이 흘렀다. 배가 작은 항구에 도착하고 비틀거리며 내린 경수는 슬리퍼를 신고 뛰어오시는 할머니와 마주쳤다. 경수는 작게 웃으며 할머니에게 안겼다. 할머니. 아구,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네, 할머니. 기침을 또 삼켜냈다. 할머니께서 걱정하실 게 뻔하니까. 경수는 한사코 짐을 들어주겠다며 고집하시는 할머니에게 짐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허리도 안 좋으신데. 아픈 손주 짐을 들어주시겠다며 고집하시는 모습을 보며, 경수는 울적해졌다. 항상 남에게 짐이 되는 자신이 싫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경수는 묵묵히 할머니의 뒤를 따랐다. 공기는 생각보다 좋았다. 정말로. 할머니는 파란 대문을 열어젖히셨다. 마당에 묶여있는 백구. 한 쪽에 자란 커다란 감나무. 커다란 대야. 수도꼭지. 경수는 이 곳이 다 살아있음을 느꼈다. 푸르다. 경수는 할머니께 짐을 받아들고 방으로 향했다. 짐을 풀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시원하다. 그 때 였다. 





 "할매요! 집에 있어요?"


 "오야, 들어온나."


 "어무이가 반찬 갖다드리라캐서 왔어요. 어, 저 신발은 누구 껍니꺼?"


 "손주 왔다. 경수야! 나와봐라!"





 경수가 쭈뼛거리며 나왔을 때는, 제 또래의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생기가 도는구나. 경수는 새삼 부러워졌다. 여름 같다. 경수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여름이야, 저 애는. 반짝거리고 맑았다. 마치 강가에 흐르는 반짝이는 물 같았다. 이슬을 머금은 푸른 잎 같다. 활짝 핀 들꽃 같다. 여름 같은 그 아이는, 경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씩 올라가는 입매가 예뻤다. 경수도 손을 흔들었다. 안녕. 그 아이는 할머니께 반찬통을 건네드리곤 마루로 성큼성큼 걸어 왔다. 경수는 눈을 느리게 꿈뻑였다.





 "야, 니 눈 진짜 왕따시만하네."


 "어... 고마워."


 "가시나도 아니고 피부는 허얘가지고. 낯 가리나?"





 여름 같은 아이가 웃었다. 서울서 왔나 보네. 말투 신기하다. 할매요- 얘 어디서 왔심니꺼. 서울서 왔다. 아, 그래요? 아이가 대뜸 손을 내민다. 경수는 멍하게 그 손을 쳐다만 보았다. 뭐 하자는 걸까. 경수는 눈을 꿈뻑였다. 아이도 눈을 꿈뻑이다 씩 웃어보인다. 그리곤 반대쪽 손으로 경수의 손목을 잡아채 제가 내밀었던 손을 잡게 한다. 아. 따뜻하다. 경수는 여전히 눈을 꿈뻑이기만 했다. 아이는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경수 안녕. 경수는 그제서야 숨을 들이켰다. 여름 같은 아이. 경수는 저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다.




 "여름 같아."


 "뭐라했는데? 못 들었다."


 "여름 같다고."




 아이는 웃었다. 여름 같다니, 첨 들어본다. 할머니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어왔다. 경수는 눈이 부셨다. 제 앞의 아이가 너무 빛나서. 싱그러워서. 경수도 웃었다. 난 변백현이다. 아이가 경수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 같은 아이, 백현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할매요, 담에 또 오께요. 하고 성큼성큼 나가는 폼이 어울렸다. 그냥 그 자체로 여름같았다. 경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정말 눈이 부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밥상을 차리고 계셨다. 아직 배 안고픈데. 괜찮은데. 그래도 경수는 마지못해 수저를 들었다. 정성스레 차려주신 밥상인데. 말 그대로 건강식이었다. 된장국에. 김치에. 나물에. 생선구이. 경수는 군말 없이 밥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다. 할머니는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경수는 살짝 웃었다. 그러곤 물을 들이키며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한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마당을 본다.




 마당에는 온통, 살아있는 것들 뿐이다. 경수는 조금 울적해졌다. 나는 왜 이럴까. 왜 항상 아플까. 가져온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쓴 맛이 올라와 인상을 찌푸리며 물을 삼켰다. 할머니를 도와 밥상을 치웠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다. 그리곤 이불을 깔고 누웠다. 해가 지고 있었다. 시골의 밤은 금방이다. 약 때문에 슬슬 졸려온다. 할머니는 경수의 방에 선풍기를 가져다 주신다.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는, 시원함을 가져다 주었다. 경수는 눈을 감았다. 나는, 건강해질 수 있을까. 지금처럼 콜록거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을텐데. 약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괜찮을텐데. 그렇게 경수는 잠에 빠져들었다.




*




 눈을 뜬 건, 바깥의 소란 때문이었다. 아침이 왔는지 새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도. 할매요, 경수 깨워 주세요! 경수 아파서 잔다고 몇 번이나 말 허냐! 경수는 결국 몸을 일으켰다. 끄응. 방 안에 딸린 거울을 보고 대충 머리를 손으로 쓱쓱 빗었다. 그리곤 미닫이문을 열었다. 드르륵. 그 소리에 할머니와 백현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어, 경수야! 백현이 웃으며 경수에게 성큼성큼 걸어 온다. 익숙한 듯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마루로 올라온다. 제 앞에 선 백현은 정말, 정말 여름 같았다. 서글서글 웃는 모습. 경수는 잠긴 목소리로 어, 안녕. 하고 인사를 했다. 경수는 잠시만, 나 세수좀. 하며 마당으로 가 대야에 물을 받는다. 백현은 그런 경수를 멀뚱히 쳐다보다 다시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온다. 차가운 물이 경수의 얼굴을 적신다. 백현은 그런 경수를 기다린다. 경수가 세수를 끝내고 타월로 얼굴을 문질러 닦자마자, 백현은 경수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할매요! 경수 마을 구경 시켜주고 오께요!"


 "멀리 가지 마라이!"



 경수는 영문도 모르고 백현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숨이 차오른다. 경수는 힘을 줘 백현의 손을 쳐냈다. 백현이 순간 눈을 크게 뜬다. 뭐야. 왜.



 "자는 사람 깨워서 뭐 하는, 짓이야."



 콜록콜록. 경수가 기침을 뱉는다. 약해진 기관지는 이런 단순한 뜀박질에도 버텨주질 않는다. 경수는 갑자기 들어찬 공기에 한참을 콜록거린다. 백현은 그제서야 경수의 등을 두드려준다. 미안. 경수는 기침이 조금 멎자 주눅든 백현을 올려다본다. 그리곤 고개를 젓는다. 미안하긴. 됐어.



 "놀라서 그래. 미안해."


 "아이다, 내가 미안. 친해지고 싶어가지고. 놀랐제."



 몸 안좋은 거 같은데 들어가자. 내가 델따 주께. 백현이 앞장선다. 경수는 한숨을 쉬며 백현의 팔을 잡는다.



 "아니야. 구경시켜 줘."



 그제서야 백현이 웃는다. 여름 같다. 경수는 또 생각했다. 경수도 결국, 웃음을 짓고 말았다.












[EXO/백도] 여름의 편지 A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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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완전 좋아요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 편 기대하고 있을게요!
8년 전
백도자라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ㅜㅜ 진짜 재미있어요 신알신 하고갑니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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