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18
101. 인터뷰
에디터_ 조금 진지해져 볼까요? 아무래도 혼성그룹이라는 게 흔치는 않아요. 대중의 시선이 그렇게 고운 편도 아니고요. 특이나 남자 여자 비율이 맞지 않는 경우는 더더욱.
00_ 뭘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예상하다시피 남자 여럿과 활동하는 게 쉽진 않아요. 체력적인 부분이나 안무도 그렇고, 혼자 여자인 채로 생활하는 건 조금 불편한 점이 있죠.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에게는 선택권이 있었다는 것과 선택을 한 건 저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쉽게 힘들다 소리는 잘 안 하려고 해요. 이런 거 감안하고 선택한 거니까요.
에디터_ 음,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질문 하나를 더 드릴게요. 혹시 악플들 같은 걸 보긴 하시나요?
00_ 보긴 봐요. 제 자신이 나태해짐을 느꼈을 때. 물론 '그냥 얘는 별로야' 하는 악플들 말고, 저를 비판하는 댓글들이요. 물론 그런 것만 보자고 해서 그런 것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다른 것도 보죠. 보면서 그냥 '이 사람들은 나를 욕하면서 얼마나 재미있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윤기(슈가)가 식겁해서 저를 말린 적도 있었어요. 물론 정신줄을 놓게 되는 새벽에. 평소에는 안 보려고 해요. 상처받아서 좋을 것 없잖아요.
슈가_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의미 부여도 같이 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악플들을 보면 생각은 당연히 좋지 않게 흘러갈 거고, 의미 부여도 좋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말리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소중한 사람이 상처받는 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랩몬_ 지금 이 분위기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혼성그룹의 고충이라든지, 악플이라든지. 이런 거는 아무래도 누나 입장을 제일 많이 들어 봐야죠. 누나가 제일 힘들 것 같다고 생각되니까. 누나가 저희한테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모르는 게 또 있을 것 같고…….
에디터_ 그러고 보니 00 씨는 남들에게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죠.
00_ 제가 원하는 거나 불편한 것을 얘기해 봤자 당장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예요. 너무 배려하다 보면 팀워크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그냥 넘어가려는 편이죠. 자꾸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중에 터질 거라는 거, 모르는 거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제가 불편해 하는 것들을 멤버들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사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남녀의 차이인지, 성향의 차이인지, 아니면 생각의 차이인 건지요.
에디터_ ……조금 쉬었다 갈까요?
102. 뜻밖의 자리
"안녕하세요, 형들. 전정국 오랜만."
현오가 낯선 카메라에 흠칫 몸을 떨었지만 곧 자리에 편안히 착석했다. 어이쿠, 연예인들. 뭔가 연예인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현오는 그나마 제일 편한 정국의 맞은편을 택했다.
"키 더 큰 것 같다?"
"아직은 성장기죠."
"난 키 멈췄는데?"
"바쁠 때 먹는 인스턴트 음식만 아니었어도 넌 더 컸을걸."
현오의 말에 정국이 입술을 죽 내밀었다. 역시 그런가. 태형은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누나랑 연락은 해? 현오는 제 가족과의 연락을 가족이 아닌 다른 이가 챙겨 준다는 것에 대한 미묘함을 느끼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욕두문자도 연락은 연락이니까, 뭐…….
사실 멤버들과 현오는 그다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정국을 제외하면. 당연한 거잖아. 멤버의 가족이랑 친할 일이 뭐가 있겠어. 그래도 멤버들의 가족 중 제일 편한 사람이 현오였다. 일단 정국과 동갑이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에 비해 얼굴도 많이 본 편이고.
안부 인사가 끝날 때쯤, 현오는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나저나, 이게 뭐예요? 웬 카메라.
"그, 우리가 영상을 하나 찍을 건데……."
"무슨 영상이요?"
"……음."
"곧 데뷔일이라서 그런 건가?"
"그게……."
"그냥 000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 말해요."
예상 못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현오가 웃었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웃는 것도 제 누나랑 꼭 닮아선.
……그래. 맞아. 남준의 대답에 현오가 옆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103. 가족은 확실히 달라
"사실 나도 누나에 대해선 잘 몰라요."
아. 지민이 작게 탄식했다.
"아무리 가족이래도 누나도 나한테 타인이잖아요. 그리고 누나는 워낙 자신을 숨기는 데에 능한 사람이라. 형들이랑 정국이도 느꼈을 거 아니에요. 000 쟤가 뭐 하나 제대로 말한 적 없는 거."
들쑥날쑥한 호칭. 이미 몇 번 겪어 봤던 일이라서 멤버들은 가만히 현오의 말을 경청했다. 그랬지. 00은 늘 그랬다. 무엇 하나 먼저 말을 꺼내는 법이 없었다. 제 감정을 언제나 숨기려 하는 모습과 다른 사람의 감정 파악을 하려는 노력. 대부분은 몰랐겠지만, 몇몇의 눈에는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윤기의 눈에는. 그걸 외면한 건 누구였지? 외면이라기보다는 나중에 말하겠지, 하고 방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네. 민윤기 너였네. 그랬네.
"너무 그러진 마요. 물론 가족으로서 형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누나는 형의 생각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 거였으니까요. 또 어느 정도 그럴 거라는 반응은 누나는 알고 있었고."
"……."
"알다시피, 그렇다고 괜찮은 건 아니죠. 확실히 서운했을 거예요. 누나는 그걸 참았고, 형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
"이제 000 말 이해되려나."
현오가 말하고 있는 대상은 윤기뿐만이 아니었다. 그저 윤기에게 말하듯이 했던 건, 항상 00의 옆에는 윤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멤버들 중 가장 많이 붙어 있다고 말했으니까……. 사실 현오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저 00이 평소에 말했던 걸 떠올렸을 뿐. 윤기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진짜 가족은 다른가. 뭔가 머쓱한 느낌에 멤버들은 멍청하게 테이블만 응시했다. 몇 년을 같이 활동했어도 모르는 건 분명히 있었다. 당연한 것인데도 섭섭함을 느꼈다. 아, 물론 더 큰 섭섭함을 느낀 건 00이겠지만. 그동안 우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니까. 지민이 울컥했다. 말로만 소중한 사람, 가족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어. 00이 뭘 참는지, 뭘 힘들어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민이 테이블 위에 이마를 꽝 박았다.
"사실 000에 대해서 내가 말할 권리는 없어요."
"……."
"그냥 대충 애 상태 보니까 답 나와서."
"……."
"그런데 영상은 무슨 영상. 카메라 가짜인 거 알아채기 너무 쉬워요. 그냥 누나에 대해서 알려 달라고 하면 될 것을."
현오가 카메라를 툭 건드렸다. 이게 뭐야. 그냥 00의 상태가 궁금해서 부른 거다, 00에 대해 알려 달라, 라고 하는 게 뭐가 이렇게 어렵다고.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밥부터 먹어요."
"……."
"000이 밥 얻어먹고 오라고 했단 말예요."
104. 어떻게 했길래 그래?
"그런데요.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런 거예요?"
"……뭐가?"
"누나가 집으로 피신 온 거요.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대충 쟤가 힘들었고 또 형들이랑 정국이 행동 보면 답 나오긴 나오는데, 무슨 결정적인 것 때문에 저러는 거잖아요."
"……."
"형들이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던 현오가 그 젓가락을 들어 지민과 태형을 콕 집어 가리켰다. 히익. 순간 경직이 되어 버린 둘이 허리를 빳빳히 세우며 눈을 크게 떴다. 아, 이럴 때 000이 옆에 있었으면 예의가 아니라면서 허벅지를 때렸을 텐데. 현오가 밥을 대충 씹어 꿀꺽 삼키며 지민과 태형을 가리키던 손을 슬쩍 거두었다. 그제서야 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 방금 멱살 잡힌 기분이었어. 마치 압정이 옷들에 고정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을 것 같았던 기분. 물론 속으로만 한 생각이었다.
"내가 화내야 할 상황 맞는 것 같은데."
"……미안."
"사과할 상대는 내가 아니라 누나가 아닐까요."
아, 딱히 저격하는 말은 아니었어요. 자리 불편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00과는 조금 다른 무심한 표정을 지은 현오가 딱 한 숟가락 뜬 밥을 그대로 뒀다. 밥을 먹을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듯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밥 얘기 괜히 꺼냈나. 밥은 무슨 밥이야.
"……그래서, 대답은 해 주셔야죠."
"……아."
"얘기 들어 보고 화낼지 안 낼지 결정할게요."
현오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정국은 알 수 없는 아우라에 침을 꿀꺽 삼켰다.
105. 이상해
"누나, 어디 갔다 와요?"
"다른 대기실."
"어디 대기실인데요?"
"……MC 대기실. 민재 보고 왔어."
그 날따라 00의 표정은 상당히 안 좋았다. 호석이 몸이 안 좋냐 물었지만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그래,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멤버들 전부.
태형은 자꾸만 00을 옭아매려 했다. 그 커다란 손으로 00의 팔 부근을 꼭 잡고 있었고, 지민은 00의 곁에 붙어 떨어지려 하지를 않았다. 정국은 끊임없이 질문했으며, 심지어 평소에 가만히 있던 윤기와 호석, 남준마저 00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석진은 그나마 다른 멤버들보다는 덜했지만, 간간이 00의 행동을 주시하곤 했다.
대기실뿐만이 아니었다. 숙소에서도 그랬다.
"몇 시에 들어올 거야?"
"좀 늦게 들어올 것 같아요."
"일찍 들어오지. 밤에 어떻게 돌아다니려고."
"……알아서 잘 들어올게."
"누나, 무서우면 데리러 갈게요."
"……혼자 올 수 있어."
"그래도 밤길은 위험하……."
덜컥. 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관문이 닫혔다.
금세 숙소가 적막에 휩싸였다. 윤기가 손톱을 딱딱 물어뜯었다. 제법 고쳐진 버릇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일종의 불안 증세였다. 석진도 00이 나간 문만 빤히 쳐다봤다. 태형이 다리를 덜덜 떨었다. 지민은 굳은 표정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말이 끊긴 호석은 입술을 물어뜯었다. 남준과 정국은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그러고 보니 00이 누구를 만난다고 했었지? 평소 같았으면 먼저 '누구 만나러 갔다 올게!' 했을 말씨가 없었다. 불 꺼진 숙소에 혼자 들어오는 건 무섭다고 늘상 말하던 것도 없었다. 언제 들어올 거냐는 물음에도 연락 준다는 말 대신 늦게 들어올 것 같다는 어물쩡한 대답만.
문이 반쯤 열린 00의 방을 쳐다봤다. 항상 늘어져 있던 책들이 없었다. 책들이 정갈하게 꽂혀져 있는 책꽂이만이 눈에 가득 찼다. 석진이 홀린 듯 00의 방을 조심스레 열어젖혔다.
"……."
석진의 눈이 커졌다. 당황스러움으로 얼굴이 얼룩졌다. ……어째서. 어째서, 사라져 있는 거지. 한쪽 벽면을 차지하던 포스트잇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등의 포스트잇에 적힌 가사들이 전부 다 사라져 있었다. 하루 아침에. ……아니, 아니지.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게 맞나? 그저 그동안 몰랐던 건가. '갑자기' 사라진 게, 정녕 맞나. 당황스러워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석진이 스르르 주저앉았다. 멤버들이 전부 다 놀라 석진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모두가.
태형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표정으로 00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다리는 쉼 없이 떨리는 중이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태형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시, 또 다시, 계속. 그 많은 전화를, 00은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태형의 전화 소리가 숙소에 울렸다. 결국 윤기의 손톱 부근에서는 피가 송글송글 맺히고야 말았다.
참 모순이지. 무관심과 농도 짙은 애정이 공존한다는 게. 참으로, 웃기지.
"……."
그렇게 그 날, 00은 숙소에 들어오지 않았다.
106. 동생으로서
"……화내도 되죠?"
"……."
현오의 말에 멤버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허, 참. 현오는 턱을 괴고 헛웃음을 흘렸다. 알면서도 그랬단 말이야? 괘씸했다. 연락을 받지 않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멤버들을 회피한 00의 행동 때문에 사과 같은 걸 못 전했어도 현오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알았잖아. 행동이 잘못된다는 거 알았잖아. 무관심과 애정이 공존하는 상황에 처하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잖아. 그런데 그걸 지금……. 현오가 눈을 감았다.
계속 옭아매려 하고, 집착하고. 그러면서 당장 00의 상태는 뭐가 뭔지도 하나도 모르는. 00의 방에 뭐가 변했는지, 뭐가 없어졌는지도 모른 채 감싸돌기만 하는.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건데요."
"……."
"000이 그렇게 확신을 안 줬어요? 믿음을 안 줬어? 관계에 신뢰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아니잖아요."
"……."
"걔는 줄 거 다 줬어요. 보여 줄 거 다 보여 줬고, 할 수 있는 것도 다 했어요. 그런데 뭐가 그렇게 불안하다고 사람을 방치하고 옭아매요?"
걔가 지친 이유 알잖아요. 형들이랑 전정국이 못 믿는 것 같으니까, 계속 불안해 하니까, 그런데도 외로우니까. 그래서 그런 거잖아요. 왜 사람을 힘들게 해요, 왜.
현오가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흥분했다. 죄송해요. 감정이 격해졌어요.
"……사람이 외로우면 사람들 속에 있고 싶어 한대요. 그래서 약속도 많이 잡는 거래요."
"……."
"웃긴 건 뭔 줄 알아요? 그런데도 외롭다는 거야. 그래도 사람들 속에 있으려고 한대요. 외로움이 해소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
"000 지금 외로워요. 몰랐던 거 아니잖아. 근데 얘는 혼자 있고 싶어 해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
외로운 사람은 사람들 속에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외로운 00은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이게 뭘 뜻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감정 표현도 안 해요, 000. 난 쟤가 소리 내서 우는 거 한 번도 못 봤거든요."
그러고 보면 00은 항상 그랬다. 콘서트 엔딩 때도 우는지 몰랐었다. 큰 전광판이 그렇게 화질이 좋은 게 아니라서, 00이 손으로 제 볼을 슥 슬지 않았다면 팬들은 00이 운다는 걸 모르고 집에 돌아갔을 거다. 그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00은 미동도 없이 말을 하던 그대로 눈물만 뚝뚝 흘렸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리지도 않았다. 목소리에는 떨림 하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숨을 가빠하지도, 고개를 떨구지도 않았다. 그저 하던 말을 그대로 이어나가고 계속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을 뿐이었다. 얼굴과 손이 반들반들해질 때까지. 전달해 준 휴지로 닦고 나서는 조금 그렁그렁해진 눈빛으로 팬서비스를 하고 콘서트의 마지막을 달린 것이 다였다. 멤버들이 콘서트의 여운을 느껴 대기실에서도 눈물을 떨굴 때, 00은 그런 멤버들을 토닥였다. 팬들도 그 콘서트의 00에게 많이 놀랐다고 동영상을 만들어 커뮤니티에 올리고 사이트에도 올리고 한동안 화제였었는데, 멤버들은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가곤 했었다. 상당히 그 모습이 충격이었음에도 스케줄에 찌들어 그냥 잊어버렸는데.
"그런 애가 지금 온몸으로 힘들다는 걸 표하고 있잖아요."
"……미안해."
"제발. 사과는 누나한테 하라고요."
가족으로서 믿고 맡겼으면, 걱정 좀 안 되게 해 주세요. 나는 가뜩이나 불안하다고요. 남자 일곱에 여자 하나. 처음에 연습생 들어갔을 때도 걱정이었어요. 여자 연습생은 000이 최초였으니까, 그 회사에. 눈치 보고 다니진 않을까, 기에 눌리진 않을까. 왕따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팀내에서 배척이라도 당하면? 또래 여자들이랑 같이 수다 떨면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을 애가 그 힘든 연예계에, 그것도 혼성그룹. 거기다가 홍일점이래.
"화 안 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전."
멤버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미안한데, 미안해 죽겠는데, 미안하단 말은 하지 못한다. 남준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현오는 무언가가 담긴 한숨을 쉬었다.
"000 지금 집에 있어요."
"……."
"숙소로 돌아갈 생각 없고요. 제가 안 보낼 거라."
"……."
"가 보겠습니다."
현오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멤버들의 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어떡하냐, 우리. ……정말, 어떡하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연재 공지 |
이제부터 느리게 만날 것 같아요, 우리... 기다리지 않던 시험 기간이 찾아왔어요. 이렇게 스토리가 찝찝한 상태로 남겨 두고 싶진 않아서 19화는 현재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에 올라갈지, 시험이 끝나고 나서 올라갈지 잘 모르겠어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여러분! 언제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