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횡단보도
눈을 감았다 떠보아도, 보이는게 없었다. 마치 백야를 마주한 듯, 하얗게 빛나는 세상에 믿을 수 없어 다시금 눈을 깜빡거렸다. 어딜까, 여긴. 내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이, 손목에서 아릿하게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려다본 내 손목에는, 붉게 줄이 그어져 있었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과 함께 그제서야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독하게 권순영이 보고싶어 무작정 내버린 그 상처가, 더 아프게만 느껴졌다. 순영아, 어디있어. 분명 네가 보고싶어 여기까지 힘들게 온건데, 정작 너는 보이지 않았다. 그자리에 주저앉아 자꾸만 생각나는 순영의 이름을 불렀다. 순영아, 권순영. 그리고 거짓말처럼, 저 멀리에서 네가 보였다. 권순영, 네가 보였다. 온통 새하얀 옷차림을 하고 이쪽으로 걸어오는건, 몇번이고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순영이 맞았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순영에게 달려갔다. 순영에게 안기고 싶었다. 안겨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얼마나 보고싶어했는지 말할꺼야.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를 깨버리듯, 순영의 표정은 싸늘했다.
"김여주 너 왜 여기있어."
순영의 날이 선 물음에 대답을 못한 채, 말을 흐렸다. 아니, 난 네가 보고싶어서... 내 대답이 채 끝나기 전에 순영이 모질게 제쪽으로 뻗은 내 팔을 쳐냈다.
"오지마. 여기 너 있을 곳 아니야."
순영의 말에 거짓말처럼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 눈물젖은 통곡에 순영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그와 동시에 순영이 내 손목을 그러쥐었다. 순영의 손이 닿은 내 손목에, 거짓말처럼 피가 멎었다. 붉어진 손과 축축해진 눈망울로 순영이 조용히 말했다.
"여주야, 돌아가.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아줘."
"제발."
순영의 마지막 말이 더 애달프게 가슴 안으로 후벼들었다. 아득해지는 시야 사이로, 순영이 점점 희미해져가는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버리면 정말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에, 그에게로 발버둥치며 다가가려 했지만, 순영은 끝내 멀어져,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순영의 입술이 달싹였다. 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권순영의 입모양은 항상 말하고 있었다.
사랑해.
눈을 떴을 땐, 병실 침대 위였다.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링거액이 내가 현실에 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엔,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이나 슬픈 눈을 하고 내 손목의 상처를 바라보고있는 이지훈이 있었다. 권순영은 없었다. 이제 권순영은 없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 들어차자마자 울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대로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갈사람은 가는거야. 지훈이 일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떡해 순영아, 난 널 보낼 수가 없는데. 내 울음소리에 지훈은 조용히 내 어깨를 감쌌다.
"잘 보내주고 왔어?"
그의 따뜻한 물음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보내기 싫은데, 이제 진짜로 보내줘야 되나봐 순영아.
권순영은 항상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푸른 언덕 위에 묻혔다. 햇살이 순영의 사진 위로 내리쬐는게, 더 예뻐보여 괜히 자꾸만 울음이 나오려 했다. 울지말자. 마지막 순영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을, 우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순영의 사진 옆에 놓인 진부한 국화꽃들을 살짝 밀어내고 그 옆에 하얀 안개꽃을 놓아줬다. 권순영 이거봐라. 니가 맨날 나랑 닮았다고 하던 안개꽃이야. 내 말에 꼭 순영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줄 것만 같았다. 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려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네가 나보고 행복하게 살라고 했으니까, 꼭 행복하게 살께. 근데 나 사실 아직은 너 없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될지 모르겠어. 내 행복은 줄곧 너였나봐, 순영아. 권순영의 사진을 보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크게 울어버릴까봐, 눈에 힘을 주고 희게 널린 꽃을 바라봤다. 마침내 순영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게 고스란히 담긴 그 사진을 보며, 순영에게 조용히 말했다. 잘가, 순영아. 잘가. 그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울음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순영의 묘 앞에 있을 동안 멀리서 가만히 바라만 보던 지훈이 내게 다가와 어색하게 어깨를 끌어안았다. 짙게 젖어들어가는 지훈의 어깨 너머로, 권순영이 보였다. 내가 보는게 잘못된건가 싶어 다시 눈을 떠봐도, 그건 순영이었다. 너무 사랑했던 말끔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권순영의 모습으로 , 순영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그저 순영을 보며 울음만 토해내는 나에게 지훈이 조용히 속삭였다.
"잘 가라고 해줘, 여주야."
지훈의 말에 자꾸만 흘러내리려 하는 눈물을 닦아내며 순영에게 애써 웃어보였다. 내 웃는 모습을 본 순영은, 더 활짝 웃어보이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권순영이 내게서 멀어지려한다. 이젠 정말 보내줄 때가 됬나봐, 순영아. 속으로 생각하며 무겁게 떨리는 손으로 순영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환하게 웃으며.
잘가, 순영아.
잘가, 내 열여덟을 환하게 비춰주던 순영아.
너를 다시 보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아마 난, 기다렸다는 듯 팔을 활짝 벌린 너에게 달려가 안겨 그렇게 몇시간 동안이나 가만히 안겨있을 것 같다. 눈물은 흘리지 않을꺼야. 날 위해 울지 않고 기다려준 널 위해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너에게 하고 싶었던 그 모든 말들을 속삭일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그 예쁘게 휘어지는 웃음으로 넌 날 꽉 안아주겠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그렇게 날 안아줄꺼야. 그리고 난 너의 발에 네가 그렇게 갖고싶어하던 신발을 신겨주며 말할꺼야.
생일 축하해, 순영아.
너를 사랑한 시간과, 우리가 사랑한 시간 그 모두 난 너무 사랑해.
난 너를 너무 사랑해, 순영아.
꽃봉오리 |
겁이 나서 멈춰버린 너에게, 사랑해. |
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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