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어떤 말로도
내 인생에 오빠가 처음 들어온 날이 아직도 어제일 마냥 생생하다.
벚꽃이 막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할때 마치 내 하루도 분홍빛으로 물들이듯, 봄날을 친구삼아 오빠가 작은 발걸음으로 내게 걸어왔다. 부엌에서 그릇에 과자를 담고있던 엄마에게 머리가 땅에 닿을만큼 허리를 굽혀 인사한 오빠는, 이내 엄마의 옷자락을 붙들고 뒤에 숨어있는 내게 쪼르르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선 웃어보였다. 자신이 친절하게 웃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없이 바닥만 보고있는 내가 신경쓰였는지, 오빠는 붉어진 얼굴로 "나 석민이 친군데에..."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내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오빠는 제 작은 손으로 내 새끼손가락을 쥐며 말했다.
"나랑 놀자!"
오빠의 그 작은 손을 쥐었을 때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은, 아직까지도 날 벅차게 만들곤 한다. 마치 오빠와 나의 어린 날로 돌아간 것 마냥, 그렇게.
회장님이 보고계셔!
be mine!
01.
그 후로부터 난 매일같이 이석민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예쁜 오빠 안와? 하고. 그때마다 석민은 자지러지게 웃었고, 난 왜 이석민이 웃는지도 모른 채 그저 지수오빠가 안온다는 사실에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현관문을 통해 들려오는 재잘대는 소리에 부리나케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도도도, 달려나가면, 그곳엔 샛노란 유치원 원복을 입은 지수오빠가 이석민의 옆에 아이스크림을 입에 앙 문채 서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지만, 막상 오빠를 마주하니 수줍은 마음에 다시 땅만 보며 아무말도 않으면, 내게 여주!!! 하며 한달음에 달려온 오빠는 주먹쥔 내 손을 꼭꼭 펴고선 줄곧 제 오른손에 쥐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 여주 주려고 이거 사왔다!" 제 아이스크림이 녹아 뚝뚝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는 채로 연신 웃어보이는 지수오빠의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헤헤, 웃으며 지수오빠를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제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건지, 볼멘소리로 내게 "여주 아스크림 안먹으면 나 줘." 하고 말하는 이석민을 째려보며, 지수오빠는 내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뺏어들어 얼른 껍질을 깐 뒤, 내게 "여주 아, 해봐 아~" 하곤 이내 아, 하며 입을 벌리는 내 입안에 아이스크림을 앙, 물려줬다.
그 때 먹은 아이스크림이 무슨 맛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엄청 달았던 것만은 생생히 기억난다.
달이 거듭하며 난 항상 지수오빠와 이석민이 있는 유치원에 가는날만을 고대했지만, 지수오빠는 생각이 다른 듯, 우리집에 놀러올때마다 내 옆에서 인형머리를 빗어주다 말고 물었다. "여주... 유치원 언제 와?" 시무룩한 듯한 그 말투에 의아해 하며, 그때마다 모르겠다 대답하곤 했다.
그날도 오빠는 내 옆에 끙차, 하고 앉아 익숙하게 인형집에서 인형 하나를 꺼내선 머리를 고무줄로 묶고있었다. 그렇게 인형머리를 땋는데만 집중하다말고, 갑자기 고개를 든 지수오빠가 내게 물었다. "여주 나 좋아?" 매일 하던 질문 대신 갑자기 던져진 그 물음에 당황해 고개를 크게 두어번 끄덕이면, 오빠는 으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인형을 척, 내려놓고선 턱을 괸 채 눈을 크게 떠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빠가 왜 좋은데?"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지, 하며 눈만 도르르 굴리고 있으면, 오빠는 점점 더 기대된다는 표정을 해보였다. 그리고 그에, 난 참 황당한 대답을 내놓았었다. "예쁘잖아." 그치만 그 때 내게 오빠는 정말 '예쁜 사람' 그 자체였다. 웃는게 너무 예뻤고, 그 웃음에 따라 연신 접히는 눈매도 예뻤고, 또 내게 하는 말도 모조리 다 예뻤고. 내 대답에 경악한 듯, 입을 떡 벌린 채로 아무 말도 못하던 지수오빠는 이내 아니야.. 하며 말을 늘어트리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쁜건 여주야. 여주가 제일 예뻐." 오빠의 그 말에 볼이 잔뜩 붉어진 채로 오빠에게 물었다. 그러면 오빠는? 내 물음에 지수오빠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윽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빠느은, 음... 잘생긴거야."
시간은 흘러, 어느덧 지수오빠가 매일 묻던 내가 유치원에 가게 되는 날이 마침내 오고야 말았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이석민 옆에서 조잘대며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수오빠를 보고, 난 한달음에 달려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내일 유치원 간다!" 내 들뜬 목소리완 다르게, 지수오빠는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으응, 여주 유치원 가는구나..." 말끝을 흐리며 애꿎은 바닥을 발로 두드리는 그 모습에 의아해 가만히 지수오빠를 보고만 있으면, 오빠는 갑작스레 내 손을 맞잡더니 현관문 밖으로 데려나갔다. 바쁜 발걸음으로 오빠가 향한 곳은, 집 앞 슈퍼였다. "여주 잠깐만!" 그 말을 끝으로 허겁지겁 슈퍼 안으로 들어간 오빠는 정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세 밖으로 나와, 내 손을 꼭 잡고선 다시 바쁜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이번에 오빠가 향한 곳은, 단지 안에 위치한 놀이터였다. 미끄럼틀 위로 영차, 하며 날 올려준 오빠도 어느새 올라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미끄럼틀 위에 흩뿌려진 애꿎은 모래를 손으로 비비며, 오빠가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여주야아...., 유치원 가면 잘생긴 형아야들두 많구.... 멋쟁이 선샌님들두 많은데에..." 한참을 뜸들이던 오빠가 이내 제 뒤에 줄곧 숨기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분홍빛 비닐에 곱게 싸인 그건, 반지사탕이었다. 비닐을 얼른 까 사탕을 내 넷째 손가락에 끼워준 오빠는 귀까지 붉어진 채로 내게 말했다. "오빠랑 결혼하자!" 그리고 오빠가 끼워준 사탕을 손이 끈적거리는 것도 모른 채 먹고있던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에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띄운 오빠가 이내 제 새끼손가락을 내게 내밀었다. "약속해!" 그에 오빠의 조그마한 손가락에 더 작은 내 손을 걸자마자, 오빠는 날 꽉 안아버린 뒤 말했다.
"여주 지수꺼야!"
꽃봉오리 |
단편도 올리면서 올릴꺼에용! 지수가 보고있어! |
꽃님들♡ |
11지훈22/ 모시밍규/ 이지훈제오리/ 히아신스/ 마그마/ 감자오빠/ 박제된천재/ 디켄 전원우향우/ 반달/ 삐뿌삐뿌/ 일공공사/ 절쿨/ 이다/ 비타민/ 밍뿌/ 버승관과부논이 우지/ 태후/ 채꾸/ 0103/ 새우양/ 또렝/ 쫑/ 권호시/ 케니/ 레몬유자/ 최허그/ 0320/ 햇살 남양주꼬/ 새싹/ 투녕/ 단오박/ 키시/ 별림/ 사향장미/ 닭방/ 하롱하롱/ 애인/ 권수장/ 쪼꼬베리 샘봄/ 별/ 돌하르방/ 담요/ 목단/ 아글/ 닭키우는순영/ 꽃밭/ 만떼/ 호시주의보/ 눈누난나/ 오투 울보별/ 조끄뜨레/ 에네/ 핫초코/ 라별/ 뿌뿌뿌뿌뿌/ 뀨뀨/ 초록별/ 한라봉/ 여름비/ 새벽세시 세봉설♡/ 차니/ 둥이/ 호시기두마리치킨/ 조아/ 칠봉뀨/ 호시시해/ 비글/ 아이닌 봉1/ 솔솔/ 양셩/ 붐바스틱/ 복숭아덕후/ 흐헤헿헤/ 17라뷰/ 우리우지/ 뿌블리랑갑서예/ 지훈이넘나뤼귀엽 토깽이/ 수달/ 지하/ ♡ㅅ♡/ 지하/ 늘부/ 서영/ DS/뀨잉/ 1600/ 쏠라비타민/ 불낙지/ 귤멍멍/ 반짝별♡ 뿌꾸뿌꾸/ 자몽몽몽/ 밍블리/ @핏치@/ 천사가정한날/ 민구팔칠/ 숨/ 황금사자상/ 케챱/ 피치 자몽몽몽몽몽몽/ 눕정한/ 붉을적/ 호시 부인/ 명호엔젤/ 늘보하뚜/ 전주댁/ 찬아찬거먹지마/ 르래 짝들/ 한드루/ 호시홍시/ 마망고/ 꽃신/ 황금사자상/ 급식체/ 밍꾸/ 쀼뀨쀼/ 치자꽃길 민꾸꾸/ 최허그/ 요량이/ 느느나/ 흐갸흐갸/ 캐럿봉/ 우양/ 차니차니/ 여우비/ 형광운동화 11023/ 권햄찌/ 규애/ 제주소녀/ 문홀리/ 뿌듯/ 원더월/ 봉봉봉/ 순영일이삼/ 고리/ 부둥/ a.k.a혜미넴 팽이팽이/ 사빠딸/ 말미잘/ 찬둥둥이/ 찰캉/ 귀찌/ 설피치/ 너누야사랑해/ 삼다수/ 돌체비타/ 셉요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