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02:첫만남下
w.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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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반드시 주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그 아가들이 넘쳐나는 2층으로 내려가 오른쪽 코너를 돌아 6반 유리창을 힐끔 보았다. 다들 친구들 사귀느라 무리를 만들어 수다를 떨거나 남자애들은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에 가지런한 뒤통수 하나가 엎드려있었다. 안 봐도 정국이구나 싶어 열려있는 뒷문으로 다가갔다. 근데 여기서 더이상 어떻게 가지..? 내가 1학년도 아니니 당당히 이 반을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국이 좀 불러달라고 부탁할 친한 안면 있는 후배도 없고 얼마나 내 인생을 막살았나에 대해 되돌아봤다.
"저..저기"
"네?"
소심하게 뒷자리에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자 그 친구가 더 화들짝 놀라서 토끼눈이 돼 날 쳐다봤다. 죄인이 된 기분이군.
"저기 엎드려있는 친구 좀 불러줄 수 있을까?"
내 말에 그 친구는 스프링처럼 튀어나듯이 일어나 정국이한테 다가가 조심스럽게 팔을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정국이가 눈도 못 뜨면서 고개를 들고서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서는 뒷문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놀라서 교과서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눈으로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정국이가 아하, 하고 다가왔다.
"진짜 왔네요"
"여기!여기!"
교과서를 건네자마자 너무 시선이 주목돼서 정국이의 끝말을 듣지도 않은 채 쌩하고 내 교실로 돌아왔다. 작년 축구부와의 추격전 이후로 이렇게 많은 시선을 받는 게 오랜만이라서 얼굴이 달아올라 죽는 줄 알았다. 넋이 나간 채로 시간을 보내니 또 점심시간 순찰시간이 돌아왔다. 여느 날처럼 교문에 서있었고 정국이가 노란 종이를 팔랑거리며 내려왔는데. 문제는 정국이의 옆구리에 있는 그 수1,수 2이였다.
"하..하..안녕"
외출증을 받으려고 가볍게 건넨 손에는 묵직한 게 잡혀 보니깐 그 옆구리에 끼여있던 수1, 수2가 손에 쥐여줘 있었다.
분명 돌려준지 3시간도 안 지났는데 넌 왜 다시 내 손에 돌아와있니...?
"내일 돌려주세요."
외출증도 확 내일 줘 버릴까봐, 내가 그곳을 어떻게 다시 내 발로 걸어가!!
"진짜 괜찮아! 나 다리 안 아파!"
진짜...이제는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은지 정국이는 그냥 교문을 확 나가버렸다. 내 손에 잡힌 두 교과서를 내려다보니 교과서에는 이리저리 흠집도 나고 돌도 박혀있었다. 이 정도쯤 되니 원래 이 교과서의 주인이 내가 아닌가 싶어졌다. 근데, 나도 답이 없는 게 그렇게 정국이가 홀라당 주고 나면 못 이기는 척하면서 교과서를 펼치고 그 위에 앉아있는 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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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국이의 교과서는 도대체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내 엉덩이에 매일 깔렸다. 2교시 쉬는시간 후에 내려가면 이제는 반납할 줄 알고 정국이는 뒷문에 서있었고 나는 그걸 또 점심시간에 받아 방석으로 사용했다. 근데 문제는 금요일이었다. 다시 돌려줄 다음 날이 없어 결국은 가방에 넣어 들고 와 월요일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가?"
"교무실"
쉬는시간에 반에 붙어있지 않고 나가려고 하는 내게 친구가 물어왔다. 차마 정국이를 보러 간다는 말은 못하겠고 대충 얼버무렸다. 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친구에게 윙크를 한번 해주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월요일, 2교시 쉬는 시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계단을 내려가 6반을 향하자 보여야 할 정국이가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이제는 이렇게라도 받지 않겠다는 건가. 뭔가 싶어 교실 안을 둘러보자 정국이의 자리에는 정국이도 없고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이곳에 오래 머물 정도로 얼굴에 철면을 깔지 못해서 무슨 일이지 하며 속으로 궁금해왔지만 다시 내 교실로 냉큼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점심시간에도 저 멀리서 노란 종이를 팔랑팔랑 들고오는 정국이를 마주칠 수 없었다. 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일주일 만에 전학을 간 것일까, 아니면 내가 교과서를 가져가는 민폐를 끼치니 짜증 나서 학교를 나오지 않은 걸까. 만약 후자라면...나 핵민페잖아... 정국이를 보기 전날까지 난 교문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면서 아주 교과서는 잊지도 않고 잘도 깔아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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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정국이를 볼 수 없는 건가 싶어 터벅터벅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나 봤다고 허전한지.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괜히 안 보이니 허전해왔다.
익숙하게 교과서를 펄쳐앉아 허공을 보며 멍을 때렸다. 지루해라, 차라리 축구부 새끼들이 난장판이라도 쳐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딸랑-
"썅!"
그렇게 멍을 때리는 데 뭔가 눈앞에 확 떨어졌다. 너무 놀라서 본능적으로 험한 말이 입에 튀어나왔다.
뭔지 확인해야겠다는 본능에 고개를 돌리자, 그토록 기다렸던 정국이의 얼굴이 보였다. 진짜 반갑네...
"오랜만이에요"
"뭐야? 전학간거 아니었어?"
그동안 내가 본 게 귀신인 줄 알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듯이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채 밝아 보이는 정국이가 눈앞에 나타나 손을 흔들고서는 옆에 풀썩 앉았다. 그때처럼 외출증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자 손에는 외출증 대신 금..!! 아니 이건... 금메달..? 놀라서 정국이를 쳐다보자 애처럼 웃고 있었다. 웃을 줄도 아는구나. 아니, 일단 금메달이라니! 인생에서 볼 일 없는 금메달이 코 앞에 있자 신기해 이리저리 만지고 들어서 햇빛에도 비춰보고 깨물어 보려는데 정국이랑 눈이 마주쳐 차마 거기까지는 하지 못했다.
"이거 너꺼야?!"
정국이는 말 대신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쇼트트랙 선수인가 보다. 그때 딱 처음으로 정말 학생 정국이가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 일단 축하부터 해야 하지. 내가 너무 속물 티를 냈나, 금메달만 보고 홀려가지고 정국이에게 축하해줄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완전 축하해! 야..너 진짜 잘하는구나? 맨날 소문으로 들어서 몰랐는데 너 대단하다..!"
"이거 무슨 대회인 줄 알아요?"
"...뭐....대회가 뭐 중요해! 금메달인데! 완전 잘했어!!"
내 말에 또 정국이가 웃었다. 비웃는 거 아니지...?
축구부 놈들 때문에 축구 관련 대회는 빠삭한데 동계는 너가 처음이라서 그래 정국아... 이해해줘...
한참을 금메달을 봤다가 정국이를 칭찬했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와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봐서 알았는데 정국이가 메달을 딴 곳은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였다. 난 뭐 전국체전인 줄 알았는데, 세계라니...세계라니... 갑자기 정국이가 멀게 보였다가 돌려주는 것을 깜빡해 내 책상 위에 있는 좀 너덜해진 정국이의 수 1, 수 2를 보고는 다시 피식 웃었다. 그래봤자 아직 내 눈에는 그저 외출증을 건네는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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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정국이의 얼굴을 밥 먹듯이 볼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난 후에도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해 한 일주일 동안 외출증을 안 내밀더니 다시 처음처럼 노란 종이를 내밀었다. 눈에서 정국이의 금메달을 본 이후로 뭔가 외출증을 확인 할 때마다 알게모르게 뿌듯하기도 한 게 정국이 엄마에 빙의해 있었다. 아, 그리고 이제 정국이는 수1,수2가 아니라 한국사와 과학 교과서를 내밀었다. 처음에는 응?하고 보니 정국이는 이게 더 두껍다고 내게 내밀고서는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칙칙한 내 고 2 3월은 정국이 덕분에 알록달록 따듯하게 잘 채워나가는 중이었다.
"누나"
그 사이에 우리의 호칭도 발전했다. 정국이는 날 누나라고 불렀으며 난 편하게 전정국 혹은 정국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아 가끔 점심시간에 정국이가 나가서 횡단보도 맞은편 마트에서 딸기우유 하나를 사와 주기도 했는데 오늘은 특별히 날인지 딸기우유에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와 건넸다.
"올~ 과자는 뭐야~"
"누나"
"응"
"이번주 토요일날 시간 비어요?"
하마터면 마시고 있는 딸기우유를 정국이 얼굴에 정면에 뱉을 뻔했다. 아니.. 너 왜 그 말하면서 쑥스러워해...
눈도 못 마주치며 처음 만났던 날처럼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었다.
"아마도?"
"아... 안돼요?"
진짜 정국이의 눈을 보면 뭘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전정국 눈을 달고 살았으면 이리저리 빌붙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다,아니다. 된다,돼"
"그럼 훈련하는 거 보러 올래요?
두 번째로 정국이 얼굴에 딸기우유를 뿜을 뻔했다.
된다는 말과 함께 한시름 놨는지 정국이가 뒤통수에 있던 손을 내리며 자신의 훈련장에 나를 초대했다.
아니 거길 내가 왜...? 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해맑게 물어보는 바람에 입 밖으로 물어 볼 새도 없이 내 고개는 긍정의 의미로 열심히 끄덕이고 있었다.
아, 지금 보니 아마 이때부터 내가 정국이에게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왜 그런 말 있지 않나,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쿨럭... 맞다, 난 텍스트로 썸이라는 것을 배운 사람!
그래도 확실한 건, 이때부터 관계의 변화가 언뜻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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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국씨 되게 낯가리시는 거 같은데 되게 의외인데요? 저는 여자분이 먼저 다가가신 줄 알았어요"
"허... 전정국 작정했었네, 훈련을 보러 오라 하다니ㅋㅋㅋㅋㅋ"
"남자면 한 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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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빼꼼) 스노우베리에요!
일단은 말이죠... 제가 절부터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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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에 올라가는 일도 좋지만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계신 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어여!
또 댓글도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보면서 무진장 힘을 많이 얻어요!
암호닉은 최근화에 달아주시면 잽싸게 가져갑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시러 들려주신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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