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07 : 2%의 의미
w.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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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내내 리모콘을 붙잡고 봤던 토크쇼가 끝났다. 우리가 저랬었나. 그때 당시에는 하루하루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탓에 변덕이 심한 심장을 붙잡고 다니느라 설레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진짜 그때 토크쇼에서 보던 연예인들의 말처럼 이렇게 돌이켜보니 꽤 예쁜 추억이었던거 같았다. 물론 일방통행이 쌍방통행이 되니깐 지금 이 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중간중간 많은 이의 아유를 사던 낮간지러운 말도 덤덤히 말하는 모습에 마음이 간지러웠다. 낮까지만 해도 원래 공항에 몰래 마중이라도 나가볼려했던 내 계획을 망쳐버린 정국이의 문자 하나에 기분이 매우 우중충했었는데 또 금새 입꼬리를 올려 실실 웃고 있었다. 그냥 빨리 왔으면 좋겠다.
역시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정국이에게 전화가 왔다.
“ㅋㅋㅋㅋㅋㅋ 정국아”
-아, 웃는 거봐ㅋㅋㅋㅋㅋㅋ 방송 봤어?
“응! 무릎 꿇으면서 봤지~
-무릎은 왜 꿇었어, 다리 안 저려?
예나 지금이나 정국이는 내 걱정이 먼저였다. 중간중간 훈련도 가고 대회때문에 해외로 나가곤 해 짧게는 몇일 길게는 몇 주정도는 못보는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내가 꽤 불안했는지 항상 모든 정국이의 말은 걱정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끝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도 있었지만…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여서 떠올리는 것을 멈췄다. 첫 만남 이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까 토크쇼에서 본 것처럼 내게 정국이는 변함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존댓말과 누나 소리는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정국이의 전화를 받으며 방으로 들어갈려 몸을 일으키자 언제 부엌에 들어간지도 모를 동생이 컵 하나를 들고서는 이제는 쇼트트랙 덕질도 하냐며 한심하게 쳐다보고서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더억지일? 미개한 동생아, 누나는 덕질보다는 더 대단한 연애사업중이란다. 아마도 내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방금 전 티비에 나오는 사람인 것을 알면 까무러칠텐데. 침대에 뒹굴며 전화를 하다가 갑자기 베개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흰 토끼인형과 눈이 딱 마주쳤다. 오늘따라 뽀송해보이는 흰 토끼 인형의 배를 꾹 눌렀다.
“내 눈 앞에 지금 흰토끼인형있다.”
- 작년에 뽑은 거?
“응~ 너 엄청 난리친 날”
본인도 기억이 났는지 실실 웃더니 딱히 부정은 하지 않았다. 내가 그 날 얼마나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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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를 남자친구로서 한 단어로 정의를 내리자면 2% 부족한 솔직함의 끝판왕이었다. 좋으면 좋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 항상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으로부터의 느낌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그런 정국이에 비해 난 표현하는 것에 되게 서툴었다. 좋아해 라는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둥그스름한 나도 라는 대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대답을 많이 했다는 거 자체가 항상 정국이가 먼저 표현해준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 날도 정국이를 교문에 두고 교실에서 느릿느릿 빠져나왔다. 실내화를 갈아신고 걸어내려가는 데 정국이의 뒷모습을 보자 한 번 몰래 달려가 안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도, 손깍지도, 포옹도 다 내가 먼저 한 게 아니라 내심 첫 애정표현이라서 할까말까라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차왔다. 어느정도 거리에서 멈춰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뒷모습을 뚫어져라보는 데 어디선가 모를 자신감이 솟구쳐올랐다. 나름 정국이보다 1년이나 이 세상을 먼저 살았는데 한번쯤은 리드를 해줘야겠다는 사명감에 가득차 살금살금 걸어가 정국이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누나?"
정국이는 놀랬는지 뒤에 달라붙어있는 날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정국이의 목소리를 듣자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그제서야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충동감에 휩쓸려 저질러버린 행동에 내가 다 부끄러워져 자꾸만 몸을 돌릴려는 정국이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똑같이 뺑그르르 발걸음을 옮기며 제자리를 도는 중이었다.
"계속 붙어있을거에요?"
"야..이거...짱 부끄러워..."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를 알아차렸는지 드디어 고개를 돌리는 것을 포기한 정국이가 허공을 바라보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어왔다.
살짝씩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아 그냥 아까 전에 떨어질 것 그랬다. 뭔가... 지금이 더 창피해.
"이대로 걸어갈까요?"
"아...그건 아닌데"
정국이를 감쌌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듯이 정국이가 몸을 내게 돌려 사선으로 회피한 채 땅바닥을 향한 내 시선에 맞춰오며 또 보기 좋게 웃었다.
"나 지금 진짜 좋은데"
"그래? ...그럼 됐어"
좋다는 긍정의 대답을 듣고 안심이 돼서 고개를 들자 똑같이 정국이의 시선이 따라왔다. 근데 왜 계속 빤히 보는건데.
"그러면 한 번만 더 해줘요"
"어우... 못해! 못해!"
보통 당한 사람은 부끄러워해야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정국이는 내게 앵콜을 요청해왔다. 정국이만의 애정표현 방식은 첫번째는 너무 돌직구라서 두번째는 정말 생각도 못한 말이라서 날 당황시키도 하고 놀래키기도 했다. 근데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은연 중에 정국이를 닮아가고 있었다. 점차 부끄러움으로 꽁꽁 숨기고 있던 마음을 풀어해쳐갔다. 지나쳐 가는 이는 이런 모습을 보고서는 얼굴을 찡그리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정국이고 그 사람이 좋아하니 다 좋은 거다.
"왜요, 좋기만 한데"
또 한 번 정국이가 지나간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이미 물들어 있었다.
"그럼..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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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조금만..어…조금만, 조금만”
“…”
띠리링-
또 실패였다. 지치지도 않는지 정국이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입구에다가 보지도 않은 채 넣었다. 그리고서는 내 품 안에 안겨있는 흰 토끼인형을 째려보고서는 다시 스틱을 잡았다. 이제는 해탈한 채 인형뽑기 기계를 쳐다봤다. 내 입이 방정이었지. 왜 인형뽑기 하고 싶다고는 해서. 유리에 기대고 있어 빨개진 이마를 문지르며 정국이가 조종하는 집게를 따라 눈을 움직였다. 아, 불안하다...불안해
띠리링-
“정국아! 이제 그만!!”
“아아아, 나 느낌 왔어요!”
그놈의 느낌이 몇 번째 오고 계신지. 저지하고 나선 내 팔을 내린 채 또 동전을 넣었다. 그러니깐 이 일의 시발점은 내가 전정국도 못 뽑은 인형을 단 한번에 뽑아버린 사건이었다. 토끼인형을 안고 방방 뛰던 나를 보고서는 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6번째 시도 중이다. 참 애석하게도 그놈의 토끼인형은 입구만 가면 미끄러져 투입구로 들어가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정국이의 자존심도 생각해서 응원도 하며 조언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해탈해져 입 다물고 구경만 하고있다. 머리를 넘기며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홀라당 넘어갈 뻔했지만 지금은 말리는 게 우선이었다.
“아, 나 배고프다! 응?응?”
“배고파요? 아…딱 이것만!”
잊고있었는데 전정국은 쇼트트랙 선수이다. 곧 운동선수이고 운동선수의 승부욕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도대체 그 승부욕이 여자친구를 향한 것인지 계속해서 저 인형밭 사이에서 나오지 않은 토끼인형을 향한 것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왜 그런 승부욕을 이 쓸데없는 곳에서 발휘하고 난리야… 결국 또 동전을 꺼낼려는 정국이의 손을 잡아당겨 그곳을 빠져나왔다. 어쭈, 표정봐라.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인형뽑기기계를 쳐다보는데 미간이 찌푸려져있었다.
딱봐도 장난감코너에서 엄마한테 억지로 끌려나온 남자아이였다.
“파산 날 일 있어?”
“…누나도 뽑았잖아요. 그래서 나ㄷ..”
그래, 다 내 잘못이었다. 인형뽑기에 관심 갖은 것도 전정국보다 인형을 먼저 뽑아버린것도.
아니, 근데 하나밖에 여자친구한테 승부욕을 느끼는 게 뭔가 싶어져 얼굴을 찡그렸다. 적어도 난 그 못된토끼인형 때문인줄 알았는데.
“너 나한테 승부욕 느낀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거짓말을 못하는 정국이의 늦은 부정에 눈을 부릅뜨고 째려보고 뒤로 돌아섰다. 내 뒷모습을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을 알아차렸는지 급하게 내 앞으로 걸어와 자신의 머리를 헤집으며 얼마나 당황했는지 문장에 주어, 동사, 목적어들의 위치는 어디다가 팔아먹고서는 버벅거리며 변명했다.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눈까지.
“그러니깐, 내..내말은 토끼인형이..! 그래서.. 어... 승부욕이 생긴게 아니라, ”
"..."
"어...으..."
“정리해서 말해줘”
“…미안해요”
또 그 말 한마디에 서운함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서운함도 화남도 사르르 녹아내렸다. 요즘 사람은 더워서 녹아내릴 것 같다는 데 난 전정국 한마디 한마디에 녹아내린다. 가끔 시도때도 없이 사람 설레게 하는 말에 여자 마음을 참 잘 아는 구나 하다가도 이렇게 2% 부족한 모습에 그동안 들어온 말들은 꾸며진 게 아니었다는 말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시선을 올리니 내려보는 시선과 마주쳤다.
" 그냥... 뽑아주고 싶었는데"
"너무 안 나와서 그랬나봐요"
이미 화는 풀린지 오래였다. 그냥 눈 앞에 우물쭈물 하는 게 귀여워 계속 말을 잇도록 내버려 뒀는데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이 났었다.
바로 뒤에 있던 보도 턱에 올라가 정국이를 마주하니 표정이 더 자세히 보이는 데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그러려고 한게 아...닌...?"
참다못해 화해의 의미로 정국이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볍게 꿍 치자 고개를 들었다. 어리둥절하더니 곧 이내 화가 풀린 것을 알아차린 정국이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런 건 빨리 알아차리지. 안 그럴게요, 조심할게. 정국이가 먼저 손을 잡아 이끌어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정국이는 흰 토끼인형을 내게 뿌듯하게 내밀었다. 그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뽑고싶었구나 싶어 다시 품에 안겨주자 그때처럼 주고싶어서 뽑았다며 내게 돌려주고서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렇게 침대에는 흰 토끼인형이 외롭지 않게 친구 흰 토끼인형과 기댈 수 있었고 난 자기 전에 사이좋은 한 쌍의 토끼인형을 보며 이걸 뽑으려고 거기서 전전긍긍했을 정국이가 생각나 꼭 한번씩 웃고 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말했던 2%의 부족함도 날 행복하게 해주는 정국이의 한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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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시즌을 제외하고서는 항상 학교를 마치고 빙상장을 가야하는 정국이 덕분에 우리에게 데이트다운 데이트는 사치였다. 소소하게 같이 길을 걷는 것에도 큰 행복을 느꼈으며 같이 있는 게 중요하지 무엇을 하는 건 중요치 않았다. 우리집과 빙상장을 가는 버스가 있음에도 우리는 뭉그적거리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러다, 버스를 놓친 것을 보면 안타까워 하며 손을 잡고 하굣길을 걸어갔다. 아, 우리 중에 나는 고의적으로 늦게 걸어나오는 역할이었고 정국이는 날 기다리다가 늦게 교문을 빠져나오는 역할이었다.
이런 행복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난 뒤에서 정말 부단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일부러 학교에 뭘 놓고 왔다며 정국이를 기다리게 하며 아무도 없는 빈교실을 뛰어올라갔다. 교실 창문으로 버스가 떠난 것을 확인하면 미안한 표정을 뻔뻔하게 짓고서는 정국이에게 갔다. 그러면 정국이는 쓴소리를 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덕분에 정국이는 내게 칠칠이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근데 한 날은 정말 반 청소를 하다 느릿느릿 학교를 빠져나왔는데도 버스정류장에 그 버스가 서 있었다. 드디어, 고의성 없이 정말 자연스럽게 이 행복한 상황을 연출하나 싶었는데 옛날부터 느끼지만 하늘은 내가 행복한 꼴을 못 보는 게 분명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 진짜 눈치가… 어떻게 또 상황을 모면해야 하나 싶어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이번에는 뭘 놓고 왔다 해야 하나.
“어..정국아! 나 우산 놓고 온 거 같다!”
“우산? 어차피 비 안 오는데 그냥 가요”
너도 버스 기사 아저씨랑 한 패니.
누구는 조금이라도 같이 시간 보내려고 이렇게 안달인데. 되려 정국이는 내 손을 잡아당기면 교문으로 걸어갔다. 아, 이놈의 2%를 진짜...
“내일 비 올 수도 있잖아!”
“비 오면 데리러 갈게요.”
“…”
“됐죠? 가요. 버스 놓치겠어요.”
아씨… 순간 또 훅 들어온 정국이의 말에 바보같이 그자리에서 설레와 아무 말도 못하다가 결국은 버스에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았다.
어쩜 오늘은 버스를 타는 날이었는지 비어있는 2인석에 힘없이 걸어가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게 얼마 만에 타는 버스에요, 칠칠아”
날 칠칠이라고 부르는 정국이를 한번 째려봤다. 이런 여자친구의 부단한 노력을 칠칠이로 둔갑시켜버리다니. 아무런 대답없이 버스 밖 풍경을 바라봤다.
날이 점점 따듯해지면서 초록색 잎들도 보이고 간간이 핀 들꽃들도 보였다. 아… 아까워라, 버스만 놓치면 지금 지나가는 이 거리를 같이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삐졌어요?”
“응"
정국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당당히 질문에 삐졌으니 삐졌다고 대답했다. 이것도 정국이를 닮아가서 그런거다. 그보다 이렇게 대답하면 부족한 2%를 알아서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예 몸을 돌려 창문에 머리를 박았다. 덜컹거릴 때마다 머리가 쿵쿵 부딪혀 머리를 떼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국이와 눈이 마주쳐 민망해질까봐 고집스럽게 유리창에 붙어있었다.
“안 아파요?”
갑자기 머리의 부딪힘이 느껴지지 않아 뭔가 싶어 눈을 흘깃해서 보니 어느새 정국이의 손이 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토라져있는 내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정국이를 보기가 민망해 그대로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얼마 안가 계속해서 유리창에 부딪히는 정국이의 손이 걱정돼 머리를 뗐다.
“뇌세포 한 100마리는 죽었겠다.”
손으로 내 머리를 기분좋게 쓰다듬어줬다. 느낌이 좋아 가만히 있자 정국이는 혹은 안 생겼다고 말하고서는 손을 뗐다.
온기가 떠나자 나도 모르게 쫓아 정국이를 쳐다봤다. 아 심장아...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보고 있었나. 유리창에 머리를 안 박고 있었으면 더 큰일이 날 뻔했다.
“그정도로 혹 안 생겨”
“그래요? 난 손 아픈데”
내게 정국이가 왼손을 쫙 펄쳐보였다. 그 옆에는 내 오른손을 쫙 펼쳐봤다.
"아침에 오래달리기했잖아요"
아, 맞다. 아침부터 체력장을 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열심히 달리던데"
"너 어떻게 알아?"
아침부터 무슨 체력장이나 싶어 처음에는 정도껏 달리다가 그만둘려했는데 내 앞에 있는 애가 계속 달리길래 아 얘보다는 더 달려야겠다는 쓸데없는 승부욕에 생각없이 달리다가 쓰러져 죽을 뻔했다. 그 후에 운동장 벤치에 꿈쩍도 안 하고 누워있었는데 지금까지 떠올린 오늘 아침의 기억에는 정국이가 분명 없었다. 글쎄요라는 애매한 대답에 머리를 쥐어짰지만 그래도 없었다. 아, 나 완전 대짜로 뻗어있었는데.
"그러니깐 오늘만 편하게 버스 타고"
"앞으로는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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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자습이 끝나고 잠시 화장실을 갈려고 나왔던 복도에 누나 반에서 종종 보던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은 채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누나도 내려오려나 해서 마지막 학생까지 내려올 때까지 계단을 지켜봤으나 이미 내려간 듯 보이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와 창문으로 운동장이 보이나 확인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보는 건 포기하고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데 달리기라도 하는지 휘슬 소리가 교실 안으로 들려왔다.
뛰고 있으려나.
한 번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께 화장실을 가도 되냐고 묻자 턱짓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유유히 뒷문을 빠져나가 복도 중간에 뚫린 공간의 창문으로 밖을 보자 운동장이 보였다. 어딨으려나. 운동장을 돌고 있는 학생들의 신발을 관찰하니 저기 코너를 돌며 달리고 있었다. 오래달리기를 하는 중이었는지 학생들이 한 명씩 포기해 걷기 시작하면 체육선생님은 기록을 적느라 바쁘셨다. 금방 그만 둘 줄 알고 언제까지 달리나 보기 위해 지켜보는데 누나를 포함해 4명이 남아있을 때까지 달리다가 힘들었는지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잘했네, 잘했어"
"근육 뭉쳤겠다."
보이지는 않겠지만 수고했다는 의미로 작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쫓으니 운동장 벤치로 걸어들어갔다. 아쉽게 그 벤치에서 뭘 하는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지쳐 쓰러져 있을 거 같았다. 매일 안간 힘을 써 느릿느릿 학교를 빠져 나오는 게 그냥 같이 걸어가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 데 쑥스러움이 많은 누나는 먼저 말도 안 꺼내고 그 어색한 연기를 항상 선보였다. 그러면 항상 속아주곤 했는데.
오늘은 버스 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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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리입니댜..댜...
너무 늦게왔죠 미안해요( ⚈̥̥̥̥̥́⌢⚈̥̥̥̥̥̀) 평일에 임뽈턴트 비지니스가...
(홉이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고멘..고멘)
매일 오늘은 반드시 올린다! 하다가 피곤해져 임시저장만 누르다 기어코 토요일 아니..! 일요일까지 와버렸네요...
그래도 6화 댓글은 꼼꼼히 다 읽었어요! 답글도 해야하는데..! 암호닉도 정리해야하는데..!
근데 그러다가 다음주에 글을 올릴 제 미래가 그려줘서 이렇게 늦은 시각에 찾아왔어요!
근데 연애 중이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으.ㄴ... 국이는 항상 설레니깐요...그래서 그런거예요..♥
만약 이 글은 잠 자기 전에 읽으신다면 좋은 밤 되세요-๑❛ڡ❛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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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리스트는 따로 공지로 올릴 예정이에요!
그러니 공지가 올라오기 전까지 암호닉은 받도록 할게여!
그리고 이미 신청하신 분들은 재신청 안해주셔서 괜찮아요!
암호닉 리스트를 드디어 공지로 올렸어요!
암호닉은 더이상 받지 않아요!
이렇게 주신 사랑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여...하트. |
٩(๑'ㅅ'๑)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