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04 : 널 향해 직진 중
w.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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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좀 긴가민가해서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랬죠"
"맞아요, 여자마음 알기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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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찾아오면서 점심시간 순찰은 다음 조로 넘어갔다. 덕분에 좀 한가한 점심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는 무슨, 정국이 얼굴 한 번 볼까 싶어 점심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흡입을 한 뒤 농구장에 서성거리면서 외출증을 팔랑팔랑 흔들며 내려올 것을 기다렸는데 진짜 정국이 말처럼 주말까지만 훈련을 살살하는 게 사실인지 또 일주일간 정국이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학교가 아닌 이상 정국이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 4일째, 정국이를 못 봤을 때는 확 빙상장에 가볼까 생각도 했다가 그건 너무 도 넘는 행동인 것 같아 다시 침대에 풀썩 앉긴 했지만 머릿속에 떠다니는 전정국 이름 석자는 지울 수가 없었다.
난 무섭게 내게 다가오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국이는 아마 정국이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 수시로 무조건 대학을 갈 거라는 의지로 한 몇 주 정도는 정국이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이내, 해야 할 일을 다하고나니 생각나는 건 아직도 정국이는 강도 높은 훈련을 잘하고 있을까였다. 교무실에서 주워들은 소리인데 정국이는 당분간 학교를 나오지 않을 거라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좋은 소식도 아닌데 그냥 너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라서 몸이 놀랐나 보다.
빙상장에서 우연을 가장한 척 얼굴이라도 한 번 보러 갈까 생각하다 이건 너무 뻔뻔한 방법인 것 같아 쓰레기통에 넣어뒀었는데 이것저것 알아보니 이번주 주말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2차 대회가 열린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소도 가깝고 일반인도 출입 가능한데다가 만약에 진짜 만약에 정국이를 마주치게 돼도 그냥 시합 구경하러 왔다고 하면서 핑계도 대기 좋으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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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왔다…”
항상 작심삼초를 외치던 몸은 당일날아침에는 어찌나 눈이 잘 떠지던지 생각보다 일찍 빙상장에 도착해버렸다. 주변을 보니 선수 가족들과 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너무 호들갑 떨었나 싶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저기 멀리서 선수들 팬으로 보이는 여고생 무리들을 보고 힘입어 걸어들어갔다.
나름 전광판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의 수에 비해 되게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다. 원래 경기가 이렇게 조용한건가, 응원 따위는 하면 안 되는건가. 여기저기 둘러보는 내 시선들은 나 오늘 처음으로 쇼트트랙 관람해요를 어필하는 중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출발신호 울리면 출발하고 빨리 들어온 사람이 1등이지.
“어딨을라나…”
가지각색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경기 준비를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게 보여 혹시나 정국이가 있나 싶어 그때 외워둔 번호를 중얼거리며 열심히 눈을 굴렸다. 찾았다. 우리 학교 이름이 박혀있는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있는 정국이는 다른 선수 한 명과 함께 말을 나누며 몸을 풀고 있었다. 저번에는 혼자 있더니 오늘은 다른 선수랑 어울리는 걸 보니 보기 좋아져 또 혼자 엄마 미소를 지었다. 코치님도 알고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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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m 준결승 1조]
전광판에 뜨길래 링크장을 보니 정국이가 1번 헬멧을 쓰고 있는 게 보였다. 핸드폰으로 룰이나 찾아보다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출발신호와 함께 선수들은 1500m이니 13바퀴 정도를 돌아야 해서인지 체력 비축을 위해 쉬엄쉬엄 링크장을 돌기 시작했다. 정국이는 가장 마지막 자리에서 간격은 넓히지 않은 채 한바퀴씩 돌아가고 있었다. 경기는 정국이가 하는데 내가 더 심장이 쫄려서 주먹을 꽉 쥐고 보는데 이제 반정도는 채웠는지 하나 둘씩 코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간간이 욕도 들려오고 이제는 서로서로 고함을 지르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 들을 수도 없어졌다. 그 사이에 정국이는 아웃코스로 3번째까지 치고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바퀴 때 한 번 더 추월하기 위해 정국이가 아웃코스로 추월하려는데 2등을 유지하던 3번 새끼가 정국이를 밀쳐냈다. 2층에 이렇게 앉아있는 나도 훤히 보이는 반칙이었다. 저 속 좁은 새끼. 다행히도 크게 중심을 잃지 않은 정국이는 3번째로 들어왔다.
그제야 몸에 들어갔던 힘을 풀고 편히 앉아서 유유히 링크장 돌고 있는 노란색 쫄쫄이를 입은 3번 새끼를 쳐다보며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라는 의미로 좋은 말 좀 씹어줬다. 스포츠 마인드가 저렇게 썩어서 국가대표가 되겠냐, 이놈아. 아까 말한 것처럼 너무 대놓고 반칙을 쓴 3번 새끼는 실격 처리로 정국이가 2위로 오르면서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실격처리는 당연하지만 그래도 전광판에 PEN이라는 글자를 보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정국이를 보니 이미 예상했는지 그저 담담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내 속에서는 아직 열불이 나는 중이었다.
"더럽게 플레이하네! 진짜!"
"그러니깐요! 우리오빠가 저런놈이랑 경기했다가 넘어졌을거 생각하니깐 빡치네!!!"
??
속으로만 중얼거려도 분이 안 풀려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어디선가 대답이 들려왔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아까 그 여고생의 무리들 중 한명으로 보이는 아이가 옆옆에 앉아서 나와 같이 분노를 뿜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는 것을 느끼자 그 여고생도 고개를 돌려 날 보고서는 당황하지도 않은 채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런 애들은 국가대표 선발돼면 안돼요! 저런 스포츠맨쉽으로 우리나라 똥칠할 게 뻔하지 않아요?"
"그렇죠..나라망신이죠"
나도 모르게 어디 홀리듯이 대답을 했다. 여고생은 입을 열려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경기를 위해 아이스링크장을 나왔는지 잠시만요 하고서는 아이스링크장에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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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m 결승전]
전광판에는 결승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의 리스트가 올라왔다. 당연히 그중에 정국이도 포함되어있었다. 이번에는 4번호의 헬멧을 쓰고 출발선에 서있었다. 그 여고생을 한번 쓱 보자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도 결승전에 출전하는 듯 싶었다. 경기방식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1등 하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 자리에 앉아 이번에는 육성으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뭐 저기 코치들 덕분에 내 응원이 1도 들리지 않을 테니 맘 놓고 아마 정국이 이름만 100번은 부른 것 같다. 그리고 옆에서 끙끙 앓으면서 응원하는 여고생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며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쩐!!!! 정국!!!!!!!"
"아아...지민아....끄아으"
이번에는 정국이가 초반부터 선두를 잡았다. 아무래도 결승이다 보니 하나둘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바로 전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었다. 아까 준결승에서 정국이가 그랬듯이 뒤에서 여유롭게 한 바퀴씩 스케이트를 타는 게 확실히 다르긴 했다. 슬슬 경기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선수들이 선두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내 속은 타기 시작했고 주먹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래도 나름 아직도 선두를 잘 지키고 있는 게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정국이 뒤를 따라붙어 오던 선수가 반 바퀴를 남겨두고 안으로 파고들어 그분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버렸다. 그래도 2위가 어디냐! 짱이다!
"우리 오빠 1등했어!!!! 오빠가 짱이야ㅠㅠ"
코치님도 나랑 같은 마음인지 링크장을 빠져나오는 정국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맘 같아서 나도 내려가서 등 한번 두들겨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직도 옆에서 경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열광하고 있는 여고생을 바라봤다. 아까 정국이를 추월한 선수가 이 친구가 응원하는 사람인 듯싶었다. 뭔가 괘씸한데 괜히 옆에 앉은 여고생이 응원하는 선수라 마음이 가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그보다 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여고생처럼 응원했을 거라 생각하니 정국이가 봤으면 아주 큰일 날 광경이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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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정국이가 나오지 않은 시합이면 그 여고생에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정국이가 나오면 이제는 신경도 안쓰고 여고생과 함께 목이 나가라 전정국 이 이름 석자를 미친듯이 외쳐댔다. 또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는 정국이 덕분에 탄력을 받아 지치지도 않고 응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500m 3위, 1000m 1위 그리고 마지막 3000m 남겨두고 있었다. 이걸 슈퍼파이널이라 부른다는데, 아까 1500m에 딱 2배이니 내 다리가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하도 경기가 길다 보니 앉아서 넋 놓고 보다가 선수들이 자리선정을 위해 조금씩 가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보자… 정국이가 어디 있나. 너무 뒤도 아닌 4번째 자리에서 경기를 플레이하는 중이었다. 추월하자, 정국아! 정국이가 내 말을 들었는지 인코스로 추월을 시도했다. 근데 선두부터 정국이 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들이 만만한 상대가 아닌지 쉽게 파고들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는 변동이 없었다. 뒤에 선수가 가속도를 내면 선두가 같이 가속도를 내 어느 선수도 쉽사리 추월하지 못했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아 보였다. 이제는 선수들도 체력이 떨어졌는지 더 이상 속도가 빨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정국이가 인코스는 포기했는지 아웃코스로 추월해버렸다. 대미친! 아까 여고생이 내게 인코스보다 아웃코스가 체력이 많이 든다고 설명해줬는데 정국이는 너무 안정적으로 선두 뒤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판을 한번 뒤흔든 정국이 덕분에 코치들은 더욱더 피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정국이가 아예 아웃코스로 나와버려 속도를 내더니 결승선을 통과해버렸다.
쟤 진짜 인간 아닌 거 같아...
언뜻 보기에 마지막에 선두를 지키던 선수와 비슷하게 들어왔는데 도대체 누가 먼저 들어온지 분간이 되지 않아 모두가 전광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제발. 그 순간 전광판에 순위가 쫙 나열되었다. 그리고 난 굳이 고개를 내릴 수고는 필요 없었다.
왜냐면 전정국이 제일 먼저 읽혔기 때문이다.
"어아으...정국이가 1등했어요!!!!"
"캬아, 축하드려요~ 언니!"
너무 놀라 소리도 못 지르고 입을 틀어막고서는 그 자리에 일어나 가만히 서 있었다가 옆에 있던 여고생을 붙잡고 자랑을 했다. 국가대표들도 제치고 대학생들도 제치고서 당당히 먼저 들어왔다니. 세상 사람들 제발 여길 주목해주세요!!!! 당장이라도 빙상장을 뛰쳐나가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경기장을 보니 정국이도 기분이 좋았는지 코치님과 포옹을 하고서는 미소를 띠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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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거둔 큰 성적 덕분에 정국이는 종합적으로 점수를 계산해서 1위로 안전하게 국가대표 선발전 3차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경기가 마무리되고 여고생은 자기오빠 얼굴 보러가기 위해 선수휴게실로 마중 나가야한다면서 내게 인사를 하고서는 사라져버렸다. 나도 가볼까. 결국, 경기를 구경하러 왔다는 핑계도 다 잊은 채 축하해주고 싶은 맘에 얼굴 한번 가까이 보고 싶은 맘에 선수휴게실 앞에서 얼쩡거리며 서있었다. 기다리는 정국이는 안 나오고 다른 선수들이 나오면 뻘쭘하게 시선을 돌리느라 바빴다. 예나 지금이나 진짜 전정국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
“뭐야~ 오늘 경기 보러왔었어?”
“시험도 다 끝나고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와봤어요”
“정국이 보러 온 건 아니고?”
코치님의 능글맞은 말에 손을 들어 조금이요, 한 뒤 웃으니 코치님도 따라 같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서는 코치님은 정국이를 불러줄 테니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코치님은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그 문을 보니깐 드디어 정신이 돌아왔다. 조금이요? 조금이요??!?! 내가 제대로 미쳤구나 싶어 머리를 쥐어뜯어버렸다. 아니 그것보다 정국이를 불러준다니 그러니깐 어떻게든 정국이를 마주치게 된다는 거네. 갑자기 도망가고 싶어졌다. 갈까, 지금이라도 안 늦었을 텐데.
아니, 이미 늦어버렸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유니폼이 답답했는지 상체만 벗어 흰 티가 눈에 보였다.
이건 또 무슨 새로운 눈호강이야...
“하하..안녕 정국아”
“진짜 누나네”
“그럼 나지 누구겠어…하하…어…야 너 짱이더라!”
고대했던 얼굴과 예상치 못한 정국이의 모습에 시선도 제대로 못 맞추겠고 머리는 안 돌아가고 입은 마음대로 씨불였다.
너도 이런 내가 당황스럽겠지. 근데 이거 너 때문이야.
“경기 봤어요?”
“처음부터 다 봤어!”
“아… 나 오늘 못했는데”
“야... 다른 선수들이 들으면 욕하겠다!”
“진짠데, 그래서 오늘 뒷풀이도 없어요”
정말로 별로 안 기뻐보이는 표정을 보니 진짠가 싶어졌다. 아닌데, 완전 잘했는데.
누가 정국이를 이렇게 기죽여놨는지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어졌다.
“이제 집가요?”
“집가야지, 여기서 노숙할 수는 없잖아”
“같이 가요”
“다른 선수들은?”
“오늘 못해서 분위기 별로 안 좋아요. 도망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씩 웃더니 기다리는 말과 함께 다시 휴게실 안으로 정국이는 들어가버렸다. 그제서 몸에 힘이 풀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짜 잘했는데, 아까 내가 좀 더 오버해서 축하해줄걸 그랬나 싶어졌다. 다시 나오면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너무 진지하면 정국이가 당황할 거고 너무 과하게 액션과 섞으면 부담스러워할 거 같고, 이리저리 생각을 하는 사이에 짐을 다 챙겼는지 크로스백을 맨 정국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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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이 경기를 하고도 체력이 남았는지 같이 발을 맞춰 걷고 있는 정국이가 신기했다. 나름 아까 스마트폰을 사용해 검색해본 얇은 지식으로 정국이에게 이리저리 말을 걸자 대화가 풀려갔다. 그런데 속상한 것은 내가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면 그 경기에서는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그리고 왜 그랬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그런 자책들만 줄줄 읊었다. 누가 보면 꼴등이라도 한 줄 알겠네. 듣는 나도 어느샌가 같이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뭔가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사람이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눈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정국이의 팔을 당겼다.
맹세코 지갑이 얇아서 옆에 보이는 음식점을 지나친 건 아니다. 끌려온 정국이의 등을 밀어 과자 코너 앞으로 보냈다.
“먹고 싶은 거로 하나 골라봐”
못 이기는 척 과자를 고르는 정국이를 뒤로 한채 옆으로 넘어가니, 이곳이 천국이지. 과자 하나 사주겠다고 들어왔는데 종류별로 나열되어있는 삼각김밥과 도시락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괜히, 시선이 가니 한번 쓱 쳐다만 보자 했는데 옆에 있는 조각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다! 힐끔 정국이를 보니 아직도 신중하게 과자를 고르고 있는 게 보였다. 몰래 조각케이크 하나를 들고 계산대를 가니 이건 정말 정국이를 위해 꼭 사라는 계시인지 숫자모양의 초들도 팔고 있었다. 근데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뭔 놈의 초가 비싸던지. 조각 케이크 각을 벗기고 숫자 1모양의 초를 꾹 눌렀다.
“정국아!”
그냥 새우깡과 매운맛 새우깡을 들고서 고민하는 정국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뭐에요?”
“케이크! 이거 숫자 1 보이지? 이거 오늘 1등했으니깐 1인거야.”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지만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속으로 혼자만 조용히 뿌듯해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초에 촛불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제일 만족스러운 거는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정국이의 터진 웃음이었다. 빨리 촛불 부는 척이라도 좀 해줘.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자 정국이는 또 착하게 부는 척을 해줬다.
“진짜ㅋㅋㅋㅋ"
"하...고마워요ㅋㅋㅋㅋ”
“그만 웃어!”
내가 그만 웃으라고 말해놓고서 웃는 얼굴을 보니 계속 웃음이 터져나왔다.
불러줄까? 라는 말에 정국이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속으로 내심 부르라고 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한시름 놨다. 그제야, 진짜 1등한 사람 얼굴처럼 보여 비록 내 지갑이 얇아지긴 했지만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상 받아오는 아들,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웃는 얼굴을 마주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져 아무 생각 없이 칭찬을 내뱉었다. 아까와 다르게 딱히 부정하지 않은 게 은근히 바랬구나.
“그거 케이크보다 비싼거야 꼭 보관해라”
“다음에도 이거 케이크에 꽂아주면 안 돼요?”
“나한테 케이크 맡겨놨어?”
“해줘요”
진짜 그 초롱초롱한 눈 정말 거절을 할래야 할 수가 없네!
“대신… 1등 할 때만 꽂아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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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여자마음 알기가 쉽지 않죠"
"근데 그게....
제가 제 마음에 확신이 생겨서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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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여! 스노우베리에여ʕʘ̅͜ʘ̅ʔ
조금씩 진전 중인데 보이시나요?ㅎㅎ
맞아요..훈련..저도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뭔가 거기서 뭘 더 하면 너무 급진행 같아서 짤랐어요..!(손에 쥔 돌은 사양할게요ㅎ)
그리고 줄간격을 넓혔어요! 눈이..눈이 아프지 않으신가요..?
오늘도 글이 독자님들 맘에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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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기에 쏙 들어가야 하는데 못 들어가신 독자님은 꼭 말씀해주세요!
흐헝...오늘도 독자님들의 무한한 사랑에 감동받은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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