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쇼) 거기, 넥타이 없잖아. 몇학년 몇반. 어제 밤을 세워서라도 친구 녀석보다 랭크를 올리고 싶던 지원이 결국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일어나 알람을 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름 사고는 치더라도 지각은 하지 말자가 원칙이였던 자신에게 있어선 시계에 적혀 있는 숫자는 정말이지 믿고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가까운터라 뛰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에 급하게 교복을 끼워 입고서는 발에 불이 붙도록 뛴 지원에게 북적북적한 교문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늘 선생님들보다도 먼저 등교해 빈 교실에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눈을 떴을 때 친구들이 주변에서 떠드는 모양새를 보며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던 지원은 고등학교에 3년을 재학하는 동안 단 한번도 선도부를 보지 못했으니 이는 말을 다 한 것 일것이다. 그래서, 지금 지원이 심정은 어떻냐고? 글쎄. 복잡미묘한 것이다. "3학년 4반 김지원." 멀리서봤을때는 선배건 후배건 무덤덤한 표정과 손짓으로 꽤나 카리스마 있게 선도를 서는 바람에 키가 클 줄 알았는데 정작 가까이 와보니 저보다 작은 곳에 위치해있는 한빈에 1차적으로 기분이 묘해졌다. 순순히 다가가 학년과 반을 알려주니 망설임없이 명단표에 제 이름을 적어내리는 손길이 다른 남학생과 다르지 않게 투박한 것에 비해 볼펜을 쥔 손이 꽤 고아보여 2차적으로 기분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모든게 새로워지는 것이 기분탓인가 싶어 멀뚱히 한빈의 앞에 서 있던 지원이 시선을 내려 흘긋 자신의 앞에 선 한빈의 명찰을 보았다. 김한빈. 이 놈 참, 묘한게 이름까지도 예쁜 것 같다. 가만히 생각에 젖어 한빈의 명찰을 노려보듯 하는 지원에 명단표를 앞 뒤로 넘겨 대충 인원을 확인하던 한빈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슬쩍 들었다 지원과 눈이 마주치자 한쪽 인상을 살짝 일그러트린뒤 뒤로 조금 물러났다. "……안 들어가세요?" "……." 아까는 또 멀리 있어사 몰랐는데 가까이서 목소리를 들으니 톤이 높은 편인게 목소리도 귀여운 것 같다. 게다가 반말에서 제 학년을 알자마자 존대로 바꾸는 것이 잔망스럽기까지 하다. 두 입꼬리를 올려 눈을 휘어가면서 특유의 장난기어린 웃음을 지은 지원이 손을 뻗어 한빈의 정갈하게 입혀진 교복 마이와 마이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분리시켜 타이트하게 줄인 제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듯 집어넣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아까와는 다르게 당황한듯 입을 작게 벌리며 지원을 가만히 쳐다보던 한빈이 표정과는 다르게 강단있는 목소리로 지원에게 말했다. "김한빈. 너도 선도가 명찰이 없네? 학번 대." "장난치지마세요." "씁, 말 해. 안 그러면 안 줄거야." 한빈의 손에 들려있던 모나미 볼펜을 가져가 제 손에 쥐어 손가락 사이로 돌리며 한빈을 귀엽다는듯 쳐다보던 지원이 놀리듯 한빈에게 말하자 애꿎은 수첩을 꾹 쥔 한빈이 어쩔 수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 2학년 5반이요. 한빈의 말에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은 지원이 이제 명찰을 돌려달라는 듯 손바닥을 보인 채 한쪽 손을내밀고 있는 한빈의 손을 잡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친구야." "……네?" "수첩에 적힌 내 반으로 명찰 찾으러와." 그 말을 끝으로 악수를 끝낸 지원이 얼떨떨한 표정의 한빈의 마이 주머니에 볼펜을 꽂아준 뒤 실실 웃으며 손가락으로 수첩을 가리키는 손 짓을 해보였다. 아, 점심시간에 오면 더 좋고. 그럼 안녕? 손을 흔들어보이는 제스처를 하고는 바지 주머니에 제 두 손을 꽂은 지원이 얼굴을 일그러트린 한빈에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을 덧붙이고는 유유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은 한빈은 지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제 명찰이 붙어있어야 할 마이를 쳐다보다 이내 잘못 걸렸다, 하는 생각에 고개를 푹 떨구고 한숨을 쉬었다. _ 월요일이 시험인데 뭐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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