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예쁘니까.
08
"어, 승철아. 잘 왔다."
과사에 들어가자마자 저를 부르는 조교에 승철은 들고 있던 유인물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아오…. 뭐가 잘 안 맞는지 조교는 타자만 연신 두들겨보지만, 결국에는 앓는 소리를 내며 책상에 털썩 쓰러졌고 그런 모습을 보던 승철은 무슨 일일까… 하고 슬쩍 모니터를 쳐다보는데, 엠티에 들어갈 적정한 예산을 맞추느라 꽤나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여간 힘든 게 아닌지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겨우 한 팔만 들어 올리던 조교는 승철에게 어떤 종이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거 내가 어젯밤에 대충 짠 거긴 한데, 네가 보고 바꿀 부분 있으면 좀 바꿀래…?"
수업 몇 번 들어봤으니까 대충 누가 누구랑 친한지는 알 거 아니야. 뭐, 1학년 애들까지는 무리더라도. 받으라며 종이를 팔랑이는 조교에 승철은 그것을 집어 들고는 소파에 앉아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는 조 밑으로 우리 과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아하니 이것은 분명 이번 엠티 조였으리라. 1조, 2조, 3조, 4조… 무난하게 짜인 조에 승철은 그것을 막힘없이 술술 읽어내려가는데, 5조에서 제 시선을 멈추게 한 어떤 이름.
"……."
그 이름을 한동안 보던 승철은 괜히 그 조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뭐, 딱히 튀는 애들은 없어 보이는데… 흐음, 괜찮으려나.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은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6조 명단을 보는데, 보기만 해도 거슬리는 이름 석 자. 그것을 보자마자 승철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얘 6조야? 왜 이렇게 붙어 있어, 바로 옆이잖아. 으음… 가뜩이나 찝찝한 게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안되겠네.
"쌤."
"어?"
"이거 제가 수정해도 된다고 했죠?"
"어, 어. 그래. 네 맘대로 해."
에구구. 제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던 조교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런지 저를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같았다. 모니터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조교를 보면서 승철은 펜과 수정테이프를 들고는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그 아이가 1박 2일 동안 무난하게 잘 지낼, 그런 조를 만들 수 있을까…. 손가락으로 펜을 돌리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승철은 최상은 아니더라도,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구도가 어느 정도 짜여지자 거침없이 슥슥 조를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얘는 여기로 보내고, 쟤는 저기로. 얘는… 끝으로 보내고.
"쌤. 여기요."
"어, 그래. 여기 올려놓고 가."
조교 옆에 종이를 올려두고, 제 할 일은 다 끝났기에 승철은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승철아."
"네?"
"얘네는 왜 이렇게 떨어뜨려 놓은 거야?"
일부러 얘네는 내가 바로 옆 조에 붙여놓은 건데. 얘네 사이 안 좋기로 유명하다며. 그래서 저번에 얘네 같은 조 시킨 거였고. 조교는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조교의 반응을 보면서 승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교쌤도 알만큼이면… 대체 얼마나 티를 내고 다닌 거야. 뭐, 걔가 티를 내봤자 얼마나 냈겠어. 티는 그놈이 다 내고 다녔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굳이 그렇게 붙여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떨어뜨려 놓은 거예요."
"으음… 그래? 요즘 잘 지내기라도 하니?"
"뭐…."
…딱히 그건 아니지만. 오히려 나빠졌다면 더 나빠졌다는 게 맞을 수도. 승철은 그저 웃으면서 말끝을 흐렸다. 괜히 이런 걸 다 말할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뭔가 의심쩍은 승철의 반응을 보면서 조교는 몇 번이나 그 종이를 쳐다보았고, 승철은 조교가 다시 수정한다고 말할까 봐 조금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조교는 이내 그 종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래- 뭐. 네가 이렇게 조를 짠 이유는 다 있겠지."
"그럼요."
"그래. 수고했고, 너만 믿는다."
"네."
과사 문을 닫고 나온 승철은 왠지 모르게 찌뿌둥한 어깨에 기지개를 쭉 펴보았다. 내가 학회장만 아니었더라면 같은 조에 들어가서 같이 있어주겠는데…, 아. 아니지, 학회장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조를 짜지도 못했겠구나. 음…. 제가 가진 학회장이라는 지위에 대해서 승철은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괜찮았으면 좋겠네."
제가 이렇게 손을 봐줌으로써 그 아이가 전보다는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만큼은 참 좋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는걸, 그땐 알지 못했지.
*
"에휴…."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 그래요, 누나."
빨대로 음료수를 쪼로록 마시면서 편의점을 돌아다니던 민규가 물었다. 내가 왜 이렇게 한숨을 쉬냐고? 왜냐하면, 내일이 바로 엠티 예비 모임이니까!!! 내일 학교에 가면 조가 다 편성되어 있을 거고, 또 그 어색한 자리에서 나는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겠지. 대체 언제 끝날까 시간만 확인하면서…. 아, 진짜 어떡하냐. 뭘 했다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른 걸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는 것뿐이었다.
"뭘 그렇게 걱정을 해요, 어차피 나랑 같은 조 될 텐데!"
"…그래. 네 말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지만, 벌써부터 느낌이 딱 왔다고!"
"어떤 느낌이요?"
"완전 망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
으어…. 민규랑 되면 정말 다행이긴 한데… 뭔가 쟤랑은 안 붙을 것 같단 말이야. 아, 민규처럼 이렇게 편한 사람이 없는데. 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정말 그나마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
음… 당장 떠오르는 게 권순영이기는 한데 걔는 부학회장이라서 이번에 조 안 들어간다고 했고…. 전원우? 그래. 정말 넓게 생각해서 일단 전원우도 있다 치고, 승관이도 있다 치자. 그리고 또….
"한솔이…."
"네?"
"어? 아냐! 아무것도."
…한솔이랑은 절대 안 되겠지. 민규보다도 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한솔이다. 왜냐고? 음…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잘 안 붙지 않나? …나만 그런 거면 할 말이 없고. 만약 한솔이랑 같은 조가 된다면, 진짜 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1박 2일이 될 것 같긴 한데… 아니야. 그 전에 심장이 터져서 죽어버릴 지도 몰라. 아, 그냥 한솔이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다 필요 없고 그냥 김승민이랑만 안 붙었으면 좋겠다. 걔만 생각하면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후우…."
카운터에 엎드려 한숨만 푹푹 내쉬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 내 쪽으로 걸어오던 민규는 카운터 앞에 쪼그려 앉더니,
"으이구."
"……!"
나와 눈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바로 코앞에 있는 민규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들던지, 아니면 눈을 피하던지 뭐라도 해야 할 텐데 너무 놀라서 그런지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얼빵한 내 표정이 꽤나 웃길 법도 한데 민규는 그런 나를 보고 웃기보다는 이내 제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어, 어?"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구요.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은 안 오니까."
"……."
"뭐. 만약 엄-청 망했다 하더라도 내가 누나한테 자주 갈 거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내게는 너무나 따뜻하기만 한 민규의 행동에 잠시 정신이 멍해진 나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어떤 할머니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던 나를 따라 그 자리에서 일어나던 민규는 나를 보고 피식 웃더니 내 머리를 헝클이고는 말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나 끝나려면 아직 남았는데? 그냥 집에 가!"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그냥 집에 가래도…! 하지만 민규는 그런 내 말을 싸그리 무시했고, 편의점을 나서더니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날도 아직 쌀쌀한데…. 걱정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밖을 쳐다보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때, 정신이 얼마나 그쪽으로 쏠려있었으면 앞에 할머니가 물건을 가져온 지도 몰랐었다.
"죄송합니다…!"
아차 싶은 마음에 가져오신 물건들을 빠르게 찍으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인자한 웃음을 보이시면서 천천히 하라며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셨다. 으… 진짜 이게 뭐 하는 거야. 김민규도 그냥 갔으면 좋았잖아, 괜히 신경 쓰이게….
"밖에는 남자 친군가?"
"…네?!!"
할머니는 돈을 주시면서 뜬금없이 이상한,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런 말을 내뱉으셨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아니, 할머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 들리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민규가 들었을까 하는 마음에 얼른 밖을 쳐다보는데 민규는 아까 그 자세로 계속 핸드폰만 하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아니여?"
"그럼요…!! 그냥 학교 후배예요."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할머니. 저만 욕먹는다구요…!
"저 아는 아가씨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던데…."
…에? 바보같이 대답을 하던 내게 할머니는 안 담아주냐며 웃으시며 물었고, 그제야 나는 얼른 그것들을 봉지에 담아 할머니께 건네드렸다. …방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수고하라며 나가시는 할머니를 보다가, 자연스레 밖에 앉아있는 민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를 보고 있으니 떠오르는 방금 전의 일들. 아까 내 머리를 쓰다듬었던 민규의 손길을 기억하며 나는 그가 지나갔던 자리에 내 손을 다시 대보았다. 그를 떠올리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한… 그런 느낌.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구요.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은 안 오니까.'
'뭐. 만약 엄-청 망했다 하더라도 내가 누나한테 자주 갈 거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저 아는 아가씨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던데….'
"…에이. 말도 안 돼."
그냥 친해 보이니까 할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겠지. 잠깐뿐이었지만 어이없는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웃겨 나는 피식 웃었다.
저렇게 키 크고 잘생긴 애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
아, 망했어.
오늘 하루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르겠다. 모든 수업이 끝난 뒤, 6시에 전공 강의실에 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얼마나 심장이 떨리던지. 이렇게 쫄보여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래, 김여주. 전공 강의실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복도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실감할 수 있었다. 내일이면 정말로 엠티를 가는구나. 이 안에는 우리 과 사람들 대부분이 와 있겠지?
딱 작년 이맘때 즈음이 생각난다. 이때쯤에도 마음을 졸이며 예비 모임을 하러 왔던 나는 아주 선명하게 적혀있던, 한 조에 김승민과 내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던… 스크린을 가득 채운 피피티를 보고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김승민은 그때부터 잘 부탁한다며 기분 나쁘게 실실 웃어왔고, 그다음부터는 뭐… 말 안 해도 다들 잘 알겠지. 엠티는 개뿔. 일이란 일은 혼자 다 했던,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던 1박 2일간의 노동이 시작됐었으니까. 만약 그게 알바였다면 한 20만원은 거뜬히 받았을 텐데. 20만원도 너무 적나. 그만큼 나는 엄청 힘들었다는 거다.
"으어…."
복잡한 마음에 눈을 감고 벽에다가 머리를 쿵, 쿵 박으며 별의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그냥 지금이라도 빠진다고 말할까? 솔직히 나 하나 빠진다고 뭐 크게 지장 받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내가 빠진 줄도 모를 거라고. 음, 그래도 말은 안 하고 빠질 수는 없는 거니까… 뭐라고 말은 해야 되는데 이제 와서 무슨 변명을 해야 되지? 마땅히 둘러댈 것도 없고, 웬만해서는 믿지도 않을 텐데. 아… 다리라도 부러뜨려야 되나.
…아니지. 이게 뭐라고 내가 내 몸을 혹사시켜야 돼…? 지금 이렇게 나 혼자 죽어라 생각해봤자 어차피 나는 내일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고 있을 텐데. 안 봐도 그려지는 내일의 내 모습에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 나는 또 왜 부과대인 거야, 그럼 빠지기가 더 힘들잖아!!! 으아아… 심란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쿵, 쿵 하염없이 벽에 머리를 박고 있을 때,
"……?"
어느 순간 그 틈으로 들어온 따뜻하고 포근한 무언가.
"……?!"
"뭐 하는 거야."
"다치면 어쩌려고."
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와 머리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무언가에 나는 번쩍 눈을 떴다. 허억!!!! 눈을 뜨자마자 보이던 권순영의 손은 내가 발작을 일으키기에 아주 충분했고, 너무 놀란 나머지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나는 재빨리 그에게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권순영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지만…. 잠깐만, 얘가 여기에 있다는 건 내가 방금까지 하고 있던 짓을 다 봤다는 말이잖아…!
"그, 그게…."
아까는 전혀 자각하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내 이상한 행동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확 드는 생각.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었을까? 전공 강의실 앞이면 그 누구라도 볼 게 당연한 건데…! 아, 진짜 미쳤나 봐.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 나는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바보 같은 나 자신을 한없이 자책하며 땅만 쳐다보고 있을 때, 내 시야로 들어오던 그의 하얀 운동화. 그리고 그의 손에 의해 들려 올려지던 얼굴.
"……!"
"이것 봐, 빨개졌잖아."
내 앞으로 다가온 권순영은 살짝 내 이마를 까더니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그의 행동이 적응되지 않았던 나는 손을 뿌리치며 괜찮다고 그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 약간 민망한 듯 갈 곳을 잃은 권순영의 손이 어색하게 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괜히 내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냥 걱정해준 건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
"……."
그 뒤로 우리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고, 그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얼른 들어가자며 죽을 만큼 열기 싫었던 강의실 문을 힘차게 열었다. 와, 권순영 덕분에 드디어 들어가네. 방금 내가 한 행동이 신경 쓰여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는데 다행히도 권순영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래, 뭐 이런 걸로 화를 내거나하겠어? 따지고 보면 내가 그런 행동을 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도 권순영인데. 암, 그럼.
"누…!"
으악, 안돼! 문을 열자 우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도 앉은키가 커 가뜩이나 잘 보이던 민규가 내게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하려고 하기에 나는 잽싸게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서 나 아는 척 하면 안돼, 민규야…! 그런 나를 보며 잠시 멈칫하던 그 아이는, 고맙게도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들었던 손을 슬쩍 내렸고, 인사 대신에 그저 나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휴… 다행이다. 괜히 여기서 민규가 나를 아는 척했다가 나는 또 한 소리를 들었겠지.
"……쟤랑 많이 친한가 봐?"
"어?"
그냥 아는 사이인 줄 알았더니. 그 말을 끝으로 내 앞을 쌩- 하니 지나가는 권순영. …? 뭐지, 저 반응은. 내가 민규랑 친하게 지내면 안 될 거라도 있나? 오늘따라 이상한 권순영에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나는 아무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앞을 바라보는데,
'일로 와요!'
앞에서 내게 제 옆자리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얼른 오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는 민규. ……음.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가 거길 어떻게 가니. 네가 나한테 인사를 하는 것마저도 지금 이렇게 마음을 졸이고 있는 난데. 단호한 내 태도에 민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런 민규를 보다가 그의 옆에 앉아 있던 한솔이가 눈에 들어오자 괜히 혼자 움찔했다. 저기 있었구나, 한솔이. 와… 여전히 잘생겼네. 둘이 같이 앉은 거 보니까 친하긴 한가보다. 턱을 괴고 오늘도 열일하는 그의 얼굴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
옆에 앉은 민규와 몇 마디를 나누다가 갑자기 뒤를 돌던 한솔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이내 내 쪽을 쳐다보았고,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던 나는 한솔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너무 놀라서 정말 티가 날 정도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으아아아, 뭐야! 왜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그래…! 내가 쳐다보고 있던 거 알았겠지…? 쪽팔림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혼자 속으로 초를 세다가 이제 한솔이가 고개를 돌렸겠지… 하는 마음에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돌렸을 때였다.
"……!!!"
'선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나를 쳐다보고 있던 한솔이는 입모양으로 나를 부르더니,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나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그것도 아주 해사하게. 그 미소가 얼마나 예뻤는지 나는 그 미소를 한동안 잊지 못했다는 건… 안 비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그 아이에게 나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미칠 듯이 쿵쾅대는 내 마음은 애써 감추면서.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를 쫓던 시선 하나, 둘이 이내 나한테 쏠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 시선들을 피하기 위해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으으. 이렇게 한솔이랑 같이 있어서 좋긴 한데 빨리하고 끝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언제나 숨이 턱턱 막힌다고.
6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나. 끼이익- 하며 앞문이 열리더니 조교쌤과 승철 선배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컴퓨터를 키고 준비해온 USB를 꽂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따라 권순영도 옆에서 돕기 시작했고, 나는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지만 제발 컴퓨터가 고장 나든지, 아니면 USB가 고장 나든지 뭐든 고장이 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열심히 준비했을 그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기는 한데… 나는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간절했던 나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건지 조교쌤은 살짝 뒤로 물러서 승철 선배에게 진행을 하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에 같이 고개를 끄덕이던 승철 선배는 교탁 앞으로 걸어 나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엠티 예비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예비 모임. 스크린에 나오는 피피티를 보며 승철 선배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옆에서 권순영은 선배의 말에 맞춰 슬라이드를 넘기고 있었다. 먼저 우리가 가는 가평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를 한 선배는 이어서 내일 일정들을 말해주는데… 솔직히 별 거 없었다. 내일 아침 아홉시에 본관 앞에서 모이면 한 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가 휴양림에 도착한 다음, 짐을 대충 풀고선 주변을 좀 둘러보다가 오후에는 조끼리 게임을 하고, 저녁에는 요리 대결을 한다는 뭐… 그런 거? 승철 선배의 말에 옆에서는 재밌겠다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었지만, 지금 재밌고 말고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 일정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한테는.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정신은 전혀 다른 곳으로 보내놓고 나는 그저 얼른 이러한 것들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은 이만하면 된 거 같고… 이제 여러분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조를 발표하려고 하는데."
"으아아아!!!!"
떨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조 발표'라는 말에 선배들이나 후배들이나 모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조교쌤과 학회장 선배 말고는 지금껏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던 엠티 조. 승철 선배는 우리 과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선 피식 웃더니 이내 권순영에게 슬라이드를 넘기라며 손짓했다.
유난히도 엔터 소리가 크게 들리던 그 순간,
"헐!!!! 야!!! 우리 붙었다!!!!!"
"아, 미쳤나 봐. 조 왜 저따구야?"
스크린에는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왔던, 조 명단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이 공개되고 난 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환호 또는 탄식. 정말 운이 좋게 친한 사람과 붙은 사람들은 그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이상하게 나온 사람들은 뭐… 짜증을 내고 있었고. 어찌 된 게 조 명단이 뜨자마자 내 이름보다도 한솔이 이름이 먼저 보이던, 한심하기 그지없던 내 자신이 어이없기는 했지만 6조에 속한 그의 이름을 보고선 혹시 내 이름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읽어내려가는데….
"……."
6조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내 이름에 솔직히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에 같은 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에이, 됐어! 오늘 한솔이한테 인사받았잖아. 그거면 충분해.
"후우…."
심호흡을 크게 한 나는, 이제 내 이름을 찾기 위해 1조부터 차례대로 이름을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14 김현석, 14 정희원, 14 최태형, 15….
……어?
"다들 확인하셨으면 조끼리 모여주세요."
선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어….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라니까 일어는 나는데…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조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다들 모이기 바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탓에 이리저리 뒤엉켜, 난잡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그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대박! 선배님, 여기서 또 만나네요?"
"미친. 너 왜 나랑 같은 조야?"
뒷쪽에서 들려오던 익숙한 목소리. 이번에 배정 받은 우리 조 사람들 중에서 내가 그나마 제일 많이 들어 봤던, 여전히 까칠하기만한 그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던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와-! 나 왜 그렇게 싫어해요! 상처 받게."
"너랑 같이 있으면 피곤해. 되도록이면 내 옆에 오지마."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젓고 있는 이지훈과 저번에 승관이의 프사에서 본 적 있는, 16학번의 또 다른 스타였던 그 남자 후배가 서 있었다.
*
"…선배."
"응?"
"저거 선배가 짠 거죠?"
조가 발표된 뒤, 순영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승철에게 물었다. 딱 봐도 알 수 있는, 최 모씨의 작품.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를지 몰라도 제 눈에는 보이는, 최 모씨의 본심이 가득한 이번 조 편성. 조교쌤이 했다면 절대 나오지 못할 그런 조 구성이었기에 순영은 그것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순영의 질문에 승철은 흠… 하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뭐… 내가 짰다라기보다는, 조금 수정만 한 정도?"
라며 신뢰성이 없는 말을 해왔다. 아, 네…. 뜨뜻미지근한 순영의 반응이 조금 걸리긴 했는지 승철은 큼큼 목을 가다듬고선 그에게 다시 물었다.
"…왜, 많이 티 나?"
"티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딱 봐도 보여서요."
김여주가 1조고, 김승민이 10조잖아요. 조교쌤이었다면 분명 그 둘 붙여놨을 텐데.
"예리하네."
"그나저나 조를 저렇게 짠 이유가 뭐예요?"
순영은 1조에 지훈의 이름이 왜 있냐는 것에 엄청난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김여주가 좋아할 것 같지도 않은 그런 구성원들. 선배가 특별히 김여주가 들어갈 조를 손볼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3학년과 딱히 접점이 없는 김여주와 아직 1학년을 잘 모르는 선배였기에, 선배가 아는 선에서 김여주가 그나마 마음을 붙일만한 애를 넣었을 텐데… 그래서 저는 당연히 전원우랑 같은 조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 선배가 봤을 때는 아무래도 김여주가 전원우랑 붙어있는 모습을 많이 봤을 테니까.
"원래 전원우랑 같은 조 시키려고 했는데."
……역시. 제 예상이 맞아떨어지자 순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조에 2학년 과대, 부과대가 다 있게 되더라고. 그러면 안 되지. 임원들은 어느 정도 흩어져야 되니까 둘이 같은 조를 시킬 수는 없었고… 그리고 너는 부학회장이라 어차피 못 들어가고."
"……."
"남는 게 쟤밖에 없더라고. 뭐, 너희가 친하기는 한데 너랑 전원우만 김여주한테 호의적인 걸 수도 있는 거니까, 걱정도 되긴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개총 때 그 아이 옆에 앉은 건 쟤였어.
……아. 어렴풋이 기억난다. 개강 총회 당시 아무도 김여주 옆에 앉지 않았을 때, 그의 옆자리를 채워준 게 바로 이지훈이었다는걸. 물론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앉은 거겠지만, 그래도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김여주에 대해 어떠한 편견이 없는 아이였다. …다만 그게 타인에 대한 크나큰 무관심으로 이어진 결과이기는 했지만.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내 선택이 잘못된 거라면 뭐라 할 말은 없겠는데… 그래도 2학년 중에서는 쟤가 제일 낫지 않겠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승철의 말에 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지훈이 제일 낫지. 김여주가 그나마 편하게 같이 지낼 수 있는 사람으로서는. 아무래도 둘이 부딪힐 일이 별로 없을 테니까. 지금 우리가 자기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이지훈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품만 찌익 하고 있었다. 너무 이지훈스러운 모습에 웃겨서 피식 웃는데, 순간 제 귀에 들려오는 승철의 목소리.
"그런데 만약 네가 부학회장이 아니어서 조에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절대 너랑 김여주를 같은 조에 안 넣었을 거야."
"…? 왜요?"
왜지? 어떻게 보면 이지훈보다도, 전원우보다도 김여주를 잘 챙기는 건 난데. 이해할 수 없는 승철의 말에 왜냐고 물으니 제게 돌아오는 건 아주 단순하고도, 또 어이없는 대답.
"그냥."
알면서 뭘 물어. 그 말을 끝으로 자기 조를 찾아 돌아다니는 김여주에게로 눈길을 돌리는 승철. 그 아이를 바라보는 승철의 눈빛은….
기분 나쁘게도, 너무 따스했다.
"……."
……아, 진짜 정 안 가는 선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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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차차차입니다! 뭘 했다고 벌써 10월이랍니까... (절망)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 현생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있어요.....ㅠㅠㅠㅠㅠ 얼른 방학했으면 좋겠다ㅎㅎㅎ... 학교 다닌 지 한 달밖에 안됐는데....ㅋㅋㅋㅋㅋ 이게 글을 한 달 만에 쓰려니까 진짜 안 써지더라구요ㅠㅠㅠㅠ 쓰면서도 마음에 안 들어서 갈아엎고, 또 갈아엎고 몇 번을 수정했는지... 지금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음... 이게 제 한계인가봐요ㅠㅠㅠ 헝 그냥 다 속상하네요 얼른 진도 팍! 팍! 나가서 빨리 다음 이야기도 보여드리고 싶고, 또 아직 안 나온 아이들도 있는데ㅠㅠㅠㅠㅠ 얼른 그 아이들을 등장시켜야 되지 않을까.... 허허... 생각하는 만큼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서 참 속상할 뿐입니다.
저번에 '예쁜이들, 오랜만입니다.' 라는 공지를 올렸었는데, 예쁜이들....ㅋㅋㅋㅋㅋ 오글거리진 않으셨는지요..ㅎ... 사실 글잡 보다 보면 막 독자님들에게 애칭? 같은 걸 붙여서 부르시는 작가님들 많이 계시잖아요! 보면서 오오.... 조금 부럽기도 하고ㅋㅋㅋ 그래서 우리 독자님들도 뭐라 애칭을 지어드리고 싶은데 그때 딱 생각난 게 '예쁜이들' 이더라구요. 솔직히 우리 독자님들 다 예쁘시잖아요?!!!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쁘고!!!!ㅎㅎㅎ 그 당시에 딱 떠오른 게 그거였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잘 어울리는 거 같고... 그래서 이제 독자님들을 '예쁜이들'로 부르려고 합니다....!ㅎㅎㅎㅎ 오글거려도 어쩔 수 없어요! 내 맘이야!!!! (억지)
아, 아직 엠티 조가 다 나온 건 아니에요! 이번 편은 그냥 워밍업? 이라고 해야 될까요 일단 지훈이, 석민이와 같은 조가 된 여주, 6조에 배정받은 한솔이... 음... 아 10조에 있는 승민이까지ㅎ... ㅋㅋㅋㅋㅋㅋ 조는 다음에! 다 나올 거니까 기대해주세요.
글쓰기 전에 7화에 달린 댓글들을 다시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정말 말씀을 너무 예쁘게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보면서 제가 힐링을 받는 댓글들도 있었어요. 하나하나 댓글을 달아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빌어먹게도 현생에 쫓겨사는 저를... 이해해주세요ㅠㅠㅠㅠ... 댓글을 안 읽는 건 아니에요! 저는 힘들 때 우리 예쁜이들의 댓글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갑니다ㅎㅎ
오랜만이라 그런지 말이 정말 많았네요ㅋㅋㅋㅋ 그만큼 보고 싶었습니다ㅠㅠㅠㅠ 헝 날씨가 또 내일은 겁나 덥다고 하네요.. 참 10월인데 언제까지 더울런지. 우리 예쁜이들 항상 몸조심! 건강 조심! 하시고 다음 편에서 보도록 합시다ㅎㅎㅎ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해볼게요!ㅠㅠㅠㅠ
아, 그리고 번거로우시겠지만... 암호닉 한 번만 더 신청해주세요!ㅠㅠㅠ 오랜만에 돌아오기도 했고, 사실 암호닉 신청을 하고 나서 보이지 않은 분들이 조금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딱 받고 한동안 암호닉은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음에 언제 받을지는... 잘 모르겠네요ㅎㅎ 그러니까 신청해주실 분들은 얼른 신청해주세요!!!!! 없으면... 뭐.... 어쩔 수 없구요.....☆ 하지만 암호닉 분들에게는 혜택이 있을 거라는 거 미리 말씀드립니다 (소곤소곤)
10/4 ~ 10/11
신청하시고자 하시는 분들은 이 기간 안에 8화 댓글에다가 암호닉을 꼭 적어주세요!
그렇기에 오늘 암호닉은 쉽니다! 9편부터 우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달려봐요...! 조금 늦을지언정 연중을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우리 예쁜이들! 오늘도 감사합니다~~~♡ 예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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