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예쁘니까.
12
살얼음판과 같이 아슬아슬했던 경기가 끝났을 때, 승철의 시선은 오직 여주에게로 쏠려 있었다. …어떡하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데. 다가가서 위로를 해주든 뭐든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자신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러한 현실이 답답할 뿐이었다.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다. 1조와 10조, 맨 끝으로 서로를 떨어뜨려놓았으니 둘이 마주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이렇게 그 아이가 다시 상처받을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마저 다음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지금만큼이나 학회장이라는 지위가 이렇게 화가 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다 자신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만 같아 이제는 죄책감까지 생길 노릇이었다. 다음 팀들의 경기 진행을 위해 일단 삐익- 하고 호루라기를 불긴하는데,
"…어."
그 아이가 갑자기 어디론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쪽으로 옮겨지던 시선. 어딜 가는 걸까, 혼자 숨어서 울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박한 것 하나만 바랐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꼬이는 건지. 복잡한 마음에 승철은 제 머리만 박박 긁었다.
"…선배, 잠시만요."
그때 옆에 있던 순영이 그 말을 하고는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쳐다보니 역시 권순영도 그 아이를 보고 있었나 보다. 그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순영을 보며 승철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래, 지금은 너라도 그 아이한테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별로 석연치는 않지만.
다른 조들의 경기를 의미 없이 보는데, 다시금 6조와 10조 팀의 순서가 다가왔다. 진영 안으로 들어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는 승민의 얼굴을 보는데 왜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던지. 저 새끼는 뭔데 그 아이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정말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울컥 화가 솟아올라서 승철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꽈악 쥐었다.
"어? 선배님. 순영 선배 어디 갔어요?"
승민을 아니꼽게 쳐다보고 있던 그때, 혜지가 제게 다가왔다. 1학년은 잘 알지 못하지만 승관과 혜지는 각각 과대와 부과대를 맡고 있었기에 이 아이의 이름과 얼굴은 확실하게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권순영? 걔는 왜? 제가 묻자 혜지는 그냥 뭐 물어볼 게 있단다. 권순영은 지금… 김여주한테 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을 말해줄 수가 없어 승철은 그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갑자기 주변을 휙휙 둘러보던 그 아이.
"…도 없네."
"어?"
"아니에요."
…? 앞말은 제대로 못 들어 뭐가 없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제게 인사를 꾸벅하고 가는 혜지를 승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의미 없는 시합을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승민이가 아까랑은 다르게 문제없이 잘 하네."
"…네?"
"…굳이 붙여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떨어뜨려 놓았다고."
…아. 옆에서 조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승철은 아차, 싶었다. 제가 조를 수정했을 때 의문을 가졌던 조교였다. 김여주와 김승민은 분명 사이가 안 좋기로 소문이 났는데 이렇게 떨어뜨린 이유가 뭐냐면서. 그때는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넘어갔지만 아까의 일로 조교는 확실하게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일부러, 그렇게 손을 본 것이라는 것을. 그것을 들키고 나니 승철은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하다는 말 빼고는.
"…죄송합니다."
"아니야."
"네?"
"내가 여태까지 생각이 짧았었네."
그게 무슨…. 이해가 잘 안 간다는 표정을 쳐다보니 조교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적어도 스무 살들은 먹은 성인들인데. 내가 너무 쉽게만 생각했어."
"……?"
"같이 붙어있으면 친해질 줄 알았어. 아무래도 마주치는 시간이 많으니까."
"……."
"그런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나 봐."
바보같이. 승철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피식 웃는 그 웃음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
"……."
왠지 불안한 마음에 너를 따라갔을 때에는, 역시 너는 울고 있었다. 안쓰럽게 눈물을 뚝, 뚝 흘리고 있는 너를 보는데 순간 망설여졌다. 내가 지금 네게 다가가도 되는 걸까? 혼자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는데, 내가 괜히 눈치 없이 끼어드는 건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못나게도 내 발걸음은 너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막을 수가 없었다. 이기적이라 말할지는 몰라도, 나는 지금… 네 옆을 지켜야만 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네 등을 토닥였다. 그걸 시점으로 너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서럽게도 우는 네 모습을 보며 나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한참을 울던 너는 이내 진정이 됐는지 소매로 눈물을 꾹꾹 닦아냈다. 그리고 찾아오던 고요한 침묵. 나와 함께 있는 게 어색하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민망하기라도 한 건지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네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니, 너는 거의 발작을 일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ㅇ, 어?!"
"뭘 그렇게 긴장을 하고 그래."
내 말에 너는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아무래도 나랑 같이 있는 이 자리가 마냥 편하지는 않나 보다. 너와 나 사이에 느껴지던 커다란 벽에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셔왔다. 그 통증에 괜히 가슴팍을 몇 번 내리쳐보는데, 그런 나를 힐끔대며 눈치만 보고 있는 너를 보면서 나는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불편한가 보네.
"여주야. 할 말이 있어."
"…어? 뭔데?"
항상 너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마음속 깊이 꾹꾹 눌러놓았던 질문. 긴장감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려왔다.
"…그게."
'아, 좀만 버티면 우리가 우승할 수도 있었는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너에게 말을 하려던 그 찰나에, 피구가 끝나기라도 한 건지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벌써 끝났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간이 꽤 흘렀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 있는데, 너는 이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던 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
"미안. 나중에 얘기하자."
"어?"
"미안, 진짜 미안!"
그 말을 끝으로 너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에 자신이 있었다는 걸 숨기기 위한 것처럼. 너의 뜀박질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져서 나는 차마 너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아… 복잡해지는 마음에 마른 세수만 반복했다.
"? 권순영. 너 여기서 뭐 해?"
"…아무것도."
이쪽으로 걸어오던 주인공은 여자 동기 두 명이었다. 아… 진짜 타이밍하고는. 그 둘을 보자 허탈한 마음에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어가는 도중에 괜히 애꿎은 땅만 세게 걷어찼다.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던 것이었다.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너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나는 끊임없이 네게 다가갔지만, 끊임없이 네 주변을 머물렀지만 너는 나에게만 선을 긋듯, 일정한 경계선을 지키고 있었다. 안 지 얼마 안 된 1학년 후배한테는, 이번 연도에 말을 처음 터 본 전원우한테는 의지하던 게 눈에 보이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건데, 왜 나는… 이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건데. 너는 언제쯤이면 내게 마음을 열어줄까.
"……하."
처음에 네게 다가갔던 건 내 죄책감 때문이었다는, 그런 불순한 의도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지금 난, 벌을 받는 걸까.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는다.
*
누군가에게 권순영이랑 같이 있는 걸 들켰다간 뒤에선 또 무슨 소리가 나올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헐레벌떡 뛸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뒷말은 듣기 싫었다. 누구랑 있어도 나는 언제나 수군거림의 대상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이렇게 뛰쳐나온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긴 있었고…. 사실 어색해 죽을 뻔했거든, 아까.
작년부터 유일하게 나를 챙겨주었던 권순영이다. 모두가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을 때 권순영만이 나를 사람 취급을 해주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저 나와 권순영은 단순한 동기 사이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 말이다. 그냥 인사를 하거나 학과에 관련된 그런 이야기들만 나눠봤지, 내가 권순영이랑 진지하게 뭘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그런데 나는 권순영 앞에서 펑펑 울었고, 굉장히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그 순간에 누군가가 이곳으로 온 건 어쩌면 딱 적절한 타이밍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권순영이 내게 하려던 말은 듣지 못했지만, 뭐 그렇게 중요한 거겠어…? 나중에라도 들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나는 그저 도망치는 것에만 신경을 쏟을 뿐이었다.
우리 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시합이 다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멀리서 환호성이 들리길래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아무래도 피구를 우승한 조들이 모여서 기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조인가 싶어서 그곳을 쳐다보고 있는데,
"선배님."
"어?"
"어디 갔다 오셨어요?"
혜지가 내게 물어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굳은 얼굴로. 어디 갔다 왔냐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후배 앞에서 너무 힘들어 펑펑 울고 왔다고 어떻게 말을 하겠는가. 딱히 할 말이 없었기에 그냥 살짝 말을 얼버무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냥, 뭐."
"혹시 순영 선배랑 같이 있으셨어요?"
"어?!"
뭐야. 얘 아까 나랑 권순영이랑 같이 있는 거 본 건가? 진짜 너무 놀라서 눈도 커지고, 목소리도 커진 나는 누가 봐도 그와 같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었지만, 나는 손사래까지 치며 부정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것도 까먹고.
"아니야! 나 그냥 좀 쉬려고 뒤에 벤치에 앉아있었어."
"진짜요?"
"응!"
"…알겠어요, 선배님."
후…. 더 이상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제 친구한테 가는 혜지를 보며 나는 혼자 몰래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였다.
"선배님…."
그 한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옆에서 석민이가 울상을 지으며 다가왔다. 왜, 왜 이래…? 계속해서 일어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이건 뭔가 싶으면서도, 너무나도 울상을 짓고 있는 석민이었기에 일단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지훈 선배 진짜 저 싫어하나 봐요."
"응?"
"맨날 무시해요."
지금도 계속 원우 선배랑만 얘기하고…. 입을 삐죽이며 말하는 석민이를 보는데 나는 미안하게도 웃음이 풋, 새어 나왔다. 나랑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이 아이가 귀여워서.
아, 그런데 그전부터 궁금하던 게 있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이지훈을 알고 있는 거지? 뭐 어떻게 안다고는 하더라도, 이렇게 이지훈한테 목을 매는… 아, 좀 표현이 이상한가. 어쨌든 이지훈과 그렇게 친해지고 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너는 이지훈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아- 저 그때 선배 처음 봤어요. 1,2 대면식 때."
'1,2 대면식'. 그 말에 나는 아직도 바보같이 움찔하곤 한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는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날 지훈 선배가 제 앞에 앉아있었거든요. 저 그때 선배한테 완전 반했잖아요. 너무 멋있어서."
"이지훈한테?"
"네. 지훈 선배 보고 있으면 막 그런 거 느껴지지 않아요? 카리스마?"
"으음…."
"대면식 날에도 애들 취할까 봐 딱 절제하면서 술 마시는데… 와, 진짜 짱짱!"
그리고 공부도 잘한다면서요. 크으, 완전 멋져! 자기 혼자 감탄사를 남발하며 말하는 석민이를 보면서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카리스마라… 그래, 뭐. 있긴 하지. 그런데 대면식 날 술 마시는 걸 절제했다는 건, 절제한 게 아니라 이지훈이 술을 못 마셔서 일 거야…. 하지만 그 아이의 환상을 깨고 싶진 않아 나는 그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배는 제가 마음에 안 드나 봐요. 맨날 이름도 기억 못 하고…."
"아니야. 너 싫어하는 거 아니야."
"네?"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싫어하진 않을 거다. 싫어했으면 대꾸조차 해주지 않았을 테니까. 다만 이지훈의 ‘내 사람’이라는 영역 안에 들지 못한 것일 뿐. 처음부터 느꼈던 거지만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과의 벽이 좀 심하게 느껴지는 아이였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권순영과 전원우를 빼고는 동기들의 이름도 숱하게 까먹었던 아이였고. 어떻게 해야 이지훈의 영역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도 그의 영역 안에 들지 못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 아이에게 뭐라고 말을 해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이지훈이 이 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닐 거라는 거. 그거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었다.
"아- 이제야 막 마음이 놓이고 그러네요, 선배님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뭘… 별로 말한 것도 없는데."
"근데 뭔가 억울하네.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맨날 밀어낸데요?"
"그러게…."
"안 되겠다. 나는 이제 선배님이랑만 놀아야겠다."
"……어?!"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는 건데…? 굳이 내 얼굴을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충분히 어벙한 내 얼굴을. 석민이는 뭘 그렇게 놀라냐면서 피식 웃었다. 그래, 뭐 놀랄 일이 아니긴 한데…. 나는 사람이 다가오면 거부 반응부터 일으키는 그런 답 없는 애라 벌써부터 느껴져 오던 경계심에 그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떨어져 섰다. 나는 너를 잘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너는 나를 꽤 아는 모양이었다.
"애들한테서 선배님 얘기 많이 들었었어요."
"응? 누구한테?"
"뭐, 승관이나 한솔이나…."
"헐, 한솔이?"
"네?"
"ㅇ, 아니야."
한솔이라는 이름에 주책맞게도 반응하는 나. 아까 그렇게 망신을 당해놓고도 나는 그의 이름에 심장이 뛰곤 한다. 미련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 그리고 민규도. 민규가 선배님 얘기 진짜 많이 하는 거 알아요?"
"…뭐라고?"
"음…."
타인에게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왠지 모르게 떨리는 일이었다. 그것도 그 말을 한 상대가 민규라는 것에 더더욱. 한솔이가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나를 지나치게 잘 알고 있는 그 아이가, 석민이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었을까? 침을 꼴깍 삼키며 그를 바라보니 돌아오던 대답은,
"비밀이에요."
"뭐?"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비밀’. 그 대답을 끝으로 석민이는 크게 웃어 보였다. 아주 얄궂게도.
"아, 뭔데!"
"지금 안 말해줄 거예요-!"
허, 참…. 허무함과 어이없음에 저절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럴 거면 말이나 하질 말지…. 나에 대해서 대체 뭐라고 말했을까, 너는? 아, 궁금해 미치겠네. 애타는 내 맘도 모르고 석민이는 정말 지금 말해줄 생각이 없는지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언제 말해줄 건데?"
"생각해 보고요."
"허…."
"선배님. 그것보다 우리 할 일이 있어요."
"어?"
"우리 이제 그거 한 대요."
"…? 뭐?"
"보물 찾기요."
…이건 또 뭔 소리야.
*
앞으로 진짜 단톡을 잘 확인하던가 해야지. 피구가 끝인 줄 알았더니만 이젠 보물 찾기를 한단다. 조교쌤과 승철 선배, 권순영이 곳곳에 보물이 적힌 쪽지를 숨겨놓았다고 했다. 범위는 펜션 앞 마당부터 뒷산의 웅장한 소나무가 있던 곳까지. 숨겨둔 쪽지는 총 30개로, 그중에 9개는 저녁 요리에 필요한 것들이, 1개에는 상품권이 적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럼 나머지 20개는 다 꽝이라는 말인데…. 사실 저녁 요리에 필요한 것들도 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웬만하면 다들 챙겨왔을 테니까. 그냥 상품권을 위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석민이는 펜션 앞 마당부터 찾아보겠다며 내게 파이팅을 외치고는 후다닥 뛰어갔다. 찾으라니까 찾긴 하는데…. 어디서부터 찾아야 되지.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일단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지 않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산길을 따라 천천히 뒷산을 올라가며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열심히 찾아보지만 암만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 그런데 30개나 숨겨놨다는 건 분명 이쪽에도 몇 개를 숨겨놨을 거란 얘긴데…. 한 곳에 몰빵을 하지 않는 이상.
"……어?"
소나무가 있는 곳까지 갔을 때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다시 내려가면서 천천히 찾아봐야겠다는 심산으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내 눈이 의심될 정도로 한 나무 밑에 고이 접혀져 있던 종이. 헐, 이건가? 각 맞춰 두 번 접힌 쪽지를 보며 나는 확신했다. 이거구나! 불평을 하면서도 하나를 찾았다는 것에 기뻐 나는 얼른 그것을 펼쳐보았다.
"엥?"
이게 뭐야.
^ㅁ^ |
흐흐 공지를 보셨다시피 제가 오늘 쓰차가 풀린 날이라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ㅎㅎㅎ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만나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히 받았습니다!❤ 암호닉은 계속 받고 있으니 마구마구 신청해주세요!)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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