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영화 '건축 학개론' 中 '양 아 치 의 순정' 09고백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체육시간 이후로 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제 친구에 인영이 걱정 반, 농담 반 짖궃게 여주에게 물었다. "...어?" 툭 던진 제 말에도 화들짝 놀란체 뒤 돌아보는 행동이 미심쩍어 뭐라 한 마디 하려고 하는 순간 마냥 쿡쿡 깨물리던 여주의 입술이 어렵사리 열렸다. ...야, 있잖아. "...10년을 본 친구랑 한 달 조금 넘어 말 트기 시작한 친구가 있는데." "너가?" "아 그냥 좀 들어봐." 근데 귀는 왜 빨개지는데. 헛웃음과 함께 뱉어진 인영의 말에 여주는 누군가 뒤통수를 강하게 때린 기분이 들었다. 이런 망할. 잡은 제 귀가 정말 뜨듯한 온도를 하고 있자 여주는 허탈한 체 힘 빠진 두 팔을 책상 위에 떨궜다. "왜 누구 얘긴데." "...아니야." "야 뭐야, 존나 궁금하게 해놓고." 옆에서 팔을 잡은체 찡찡거리는 인영을 말 없이 바라보던 여주가 다짐한 듯 크게 침을 한 번 삼킨 뒤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근데 10년지기랑 싸웠어." "왜?" "한...달 된 친구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바람 빠지는 웃음을 따라 들려오는 인영의 말에 여주는 입만 벌린 체 인영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든다고? "당연한거 아냐?" 내게 중요한 건 10년을 걸어 온 김민규가 아니라 한 달을 본 너여서 때렸고, 참을 수 없는것도 10년 동안 옆에 있었던 김민규가 아니라 지금 옆에 있는 너여서 때린거야. 권순영은 당연하다는듯 얘기 했었다. "......" "......" [차현지]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힐끔 쳐다 본 여주가 다시 눈을 올려 말 없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차현지.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희미하게 기억나는 이름에 여주는 에라 모르겠다, 생각을 떨쳐 버렸다. "너 권순영 알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행여나 피해가 갈까봐. 입술만 꼼지락 대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헛웃음과 함께 긴 옆머리를 쓸어 넘긴 아이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걱정 마. 너보다 더 봤으면 더 봤지, 덜 보진 않았으니까." "......" "중학교때부터 봤으니까 뭐." 또다. 내가 모르는 권순영의 지난 날을 함께 걸어 온 인물이 또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왠지 모르게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는 나를 기죽이기에 충분했다. 아니 애초에 나 불량해요 하는 태세부터 나의 기를 죽였다. "내가 권순영을 좋아하거든? 근데 요즘 권순영 입에서 니 이름이 많이 나오더라 여주야." "......" "그래서 너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고, 애초에 상대가 안되는 싸움이였다. 10년을 함께 걸어 온 김민규를 내가 이겼다(?)쳐도, 또 이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어느샌가 부터 나는 녀석이 나를 이성으로 생각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 걔 차현지? 걔가 권순영 좋아해."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김민규의 입에서 옅은 입김이 나왔다. 이미 당사자를 통해 들은 얘기라 힘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권순영은. 문득 궁금해졌다. "권순영은." "뭐?" "권순영은 어떤데." "...그건 당사자 통해서 들어라." 아직도 화해 안해서 그래?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그런거 아니거든요- 김민규가 내 앞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그런거 함부로 말하고 그러는거 아니야." "......" "얼마 공 들인 마음인데." "......" "안 그러냐." 시무룩해진 체 고개만 설렁설렁 끄덕이는 나를 보곤 김민규가 웃음을 터뜨렸다. 순서가 있는 거야, 모든 일엔. "틀렸어." "뭐가.""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ㄱ,""너 조용히 해." 장난스레 내 입을 막아오는 김민규의 손을 떼어낸 체 소리내어 웃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온데도 마음은 요즘들어 따뜻했다. 순영아, 좋아해. 입김이 흘러 퍼졌다. "김여주." "왜."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뭘?" "그냥 모든지." "......" "넌 걍 계속 전속력으로 달려." 김민규가 송곳니를 들어내며 보기좋게 웃었다. 나 하루 하루 기적 속에서 살고 있어. 평생 말 한마디 안 할 것 같았던 너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안 좋아 질 줄만 알았던 니 친구랑 지금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얘기도 하고 있어. 나 그냥 앞만보고 달려가도 될까, ...순영아. 아무말도 못한체 공간을 빠져나가는 무거운 여주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순영은 입 안에서 혀를 굴리며 머리를 거세게 털었다. 왜 말 귀를 못 알아 쳐먹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듯 바닥에 침을 한 번 뱉은 순영이 슬리퍼로 바닥을 직직 끌었다. "어? 왜, 말 귀를 못 알아 듣냐고." 코너를 돌아 보이는 지현의 모습에 순영이 헛웃음을 뱉으며 한발 한발 다가갔다. "거듭되는 이유 너가 더 잘 알잖아.""......""내가 여주 좋아하는거 너가 더 잘 알잖아 현지야." ...이씨, 담배 피지 말랬는데. 언제 표정을 굳혔냐는듯 손을 오므린체 킁킁, 냄새를 맡던 순영이 태연하게 제 손을 뻗어 현지의 코 앞에 갖다 대었다. 야, 담배 냄새 나냐? 장난끼 가득한 제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는 현지에 이내 작은 미소를 지은 순영이 눈썹을 긁적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야, 현지야. "건들지 말라고 했다.""......""내가 봐주는 건 김여주 한 명이야."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영화 '건축 학개론' 中
'양
아
치
의
순
정'
09
고백
"너가?"
"아 그냥 좀 들어봐."
"...아니야."
"야 뭐야, 존나 궁금하게 해놓고."
옆에서 팔을 잡은체 찡찡거리는 인영을 말 없이 바라보던 여주가 다짐한 듯 크게 침을 한 번 삼킨 뒤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왜?"
"한...달 된 친구 때문에."
"......"
"중학교때부터 봤으니까 뭐."
"그래서 너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
"권순영은."
"뭐?"
"권순영은 어떤데."
"...그건 당사자 통해서 들어라."
"얼마 공 들인 마음인데."
"안 그러냐."
"틀렸어."
"뭐가."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ㄱ,"
"너 조용히 해."
"김여주."
"왜."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뭘?"
"그냥 모든지."
김민규가 송곳니를 들어내며 보기좋게 웃었다. 나 하루 하루 기적 속에서 살고 있어. 평생 말 한마디 안 할 것 같았던 너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안 좋아 질 줄만 알았던 니 친구랑 지금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얘기도 하고 있어. 나 그냥 앞만보고 달려가도 될까, ...순영아.
아무말도 못한체 공간을 빠져나가는 무거운 여주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순영은 입 안에서 혀를 굴리며 머리를 거세게 털었다. 왜 말 귀를 못 알아 쳐먹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듯 바닥에 침을 한 번 뱉은 순영이 슬리퍼로 바닥을 직직 끌었다.
"어? 왜, 말 귀를 못 알아 듣냐고."
코너를 돌아 보이는 지현의 모습에 순영이 헛웃음을 뱉으며 한발 한발 다가갔다.
"거듭되는 이유 너가 더 잘 알잖아."
"내가 여주 좋아하는거 너가 더 잘 알잖아 현지야."
...이씨, 담배 피지 말랬는데. 언제 표정을 굳혔냐는듯 손을 오므린체 킁킁, 냄새를 맡던 순영이 태연하게 제 손을 뻗어 현지의 코 앞에 갖다 대었다. 야, 담배 냄새 나냐? 장난끼 가득한 제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는 현지에 이내 작은 미소를 지은 순영이 눈썹을 긁적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야, 현지야.
"건들지 말라고 했다."
"내가 봐주는 건 김여주 한 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