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연하남과 연애중
22 : 연하남의 조건 下
w. 스노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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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네. 그래, 그럼 이렇게 두 손으로 가리고 보지말까?"
"뭐야, 그게"
"아- 안 보인다-"
보지 말라는 정국이의 말에 장난스럽게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정국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 너도 안 보인다.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분명 날 어이 없다는 눈빛으로 내려보고 있을 게 뻔했다.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 밖을 봤다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정국이와 눈이 마주쳐 재빠르게 다시 손가락을 오므렸다. 뭔데 그렇게 흐뭇하게 웃고 있냐.
"완전 애라니깐"
자기소개하는 중? 원래 애 같은 투정에는 애 같은 행동으로 받아줘야지 안 그랬다가는 안 그래도 추운 빙상장에서 반갑지 않은 냉기만 더 더할 게 눈에 선했다. 이내 정국이가 내 손을 내려주더니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 한명 한명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국이의 설명에 의하면 노란색 유니폼은 작년 시즌 때 팀에서 제일 맏형이었고 그 옆에는 부상 때문에 저번 시즌 때문에 잠시 쉬었던 선수였다.
"다 친한가 봐?"
"응. 저번 시즌에는 다 친했어"
매번 시즌 때마다 선수들이 다시 선발되는데 그 와중에 줄곧 선발되는 선수들도 있고 또 아까처럼 부상으로 잠시 쉬는 선수도 그런 빈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선수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낮가리는 정국이가 과연 이번 시즌에 들어온 새로운 선수들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친해질 수 있을까가 시즌 시작마다 내가 하는 걱정이었다. 아무리 팀경기가 아니라도 같이 생활하는 데 불편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신경 쓰일 테니. 근데 저번에는 다 좋은 사람들 뿐이었는지 들뜬 목소리로 설명하는 게 나도 모르게 속으로 열심히 그 선수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너가 막내지?"
"응, 근데 이번에는 바뀔지도 몰라"
"왜?"
시즌 때마다 정국이는 막내자리를 꿰찼었는데 그도 그럴만한 게 사실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의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잘하는 선수들도 많았고 연차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경기를 잘하는지 젊은 대학 선수들이 매번 아쉽게 떨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저번에 잡지 읽을 때도 정국이도 그런 생각을 한 거 보면 얼마나 힘든지 이해도 가고. 근데 바뀔지도 모른다는 말에 정국이를 바라보자 또 한 번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학생을 가리켰다.
"어! 너도 검은색이었잖아"
"우리 학교 다닌데. 잘한다고 유명하더라"
"와... 너 같은 애가 또 존재한다니"
몇 년 전에 여기에 앉아서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정국이가 첫 선발전을 치르는 걸 봤었지. 시간 참 빠르네. 그 사이에 수많은 대회를 나가서 메달도 쓸어오고 나라에서는 거의 영웅급으로 추대 받고...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하나, 하나 떠올려 보는데 웃음이 났다. 진짜 잘 컸어. 괜스레 뿌듯한 마음에 정국이의 머리를 헝클여놨다. 그러자 정국이는 미간을 찌푸리면 왜 그러냐는 물어왔다.
"그냥, 저 애 보니깐 너 생각나서"
"나랑 닮았어?"
"아니, 그런 거 말고. 엄청 어린데 선발전하는 게 비슷해서"
"선발이나 돼야지, 비슷한 거지"
팔짱을 낀 채로 느긋하게 말하는 데 누가 보면 벌써 은퇴한 엄청난 대선배 줄 알겠네. 선발됐으면 좋겠다. 몸을 풀기 시작한 학생을 보면서 조용히 혼잣말을 뱉었다. 점점 시간이 다가오면서 선발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워, 1차여서 그런가 사람 진짜 많네.
"누나"
"응?"
"아까처럼 다시 눈 가리면 안돼?"
"갑자기 왜?"
"가려 가려"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는 뜬금없이 아까처럼 눈을 가리란다.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표정을 일그리자 거울처럼 본인이 더 표정을 일그려트렸다.
"지금 운동하는 남자들 너무 많잖아"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라는 거야.
"특히 쇼트트랙"
여기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인데 당연한 거지.
"지금 여기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천지야"
뭐, 여기 전정국 100명 있니? 근데 왜 내 눈에는 너 하나밖에 안 보일까.
"내가 금사빠야?"
"예전에 나한테 말했잖아"
지금 내가 예전부터 금사빠였다고..? 내 어떤 모습이 도대체 금사빠처럼 보였는지 생각하려는 데 충격을 먹은 뇌는 생각하는 것을 멈췄는지 그저 정국이만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 정국이는 빤히 바라보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 건지 헛기침을 하고서는 '첫 선발전 전에-'라는 힌트를 뱉어냈다. 첫 선발전 전... 이라면 도대체 몇 년을 거슬러야... 아, 아!
그러니깐 처음으로 정국이의 훈련을 구경 간 다음날에 점심시간에 정국이는 노란 종이랑 과자 한 봉지를 내밀며 나한테 운동하는 사람이 좋냐고 물어봤었다. 그때 한참 짝사랑이 진행 중이기도 했고 또 훈련을 보고 다음날이어서 안 좋다고 하면 사기를 떨어뜨리는 거 말고 더 될까 싶어 좋다고 했고 힘내라고 특히 그 와중에 난 네가 좋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쇼트트랙하는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고 좋다고 한껏 과장을 대답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ㅋㅋㅋ 잠시만"
"그냥 나갈까? 아니다, 그냥 가자"
참으로 순수한 정국이는 정말로 내가 운동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알고 그중 쇼트트랙에 환장하는 줄 알았나 보다. 당연히 쇼트트랙하는 사람을 눈 앞에 두고 콕 집어서 쇼트트랙이라고 했으니깐 난 대충 알아먹은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정국이가 귀여워 보여서 웃느라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까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헛기침을 하는 줄 알았는데 민망해서 그런 거였구나. 그리고 지금도 민망한지 괜히 내 손을 잡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니, 누가 봐도 내가 딱 너 집어서 얘기한 거잖아"
"근데 그거 사귀기 전이잖아"
"내가 너 좋아했으니깐 그렇지"
"와..."
"진짜?"
아니? 그것도 몰랐던 거야? 아무런 인연도 없는 선발전 경기에 찾아간 것도 주말마다 빙상장에 찾아간 것은 누가 봐도 좋아해서 그런 걸로 보이는데. 정국이는 더 말해보라는 식으로 자꾸 질문을 묻는데 오늘 선발전 경기를 보는 건 글러먹은 듯싶었다. 대뜸 우리 학교 유니폼을 입은 어린 학생을 보고 시간여행을 시작하지를 않나. 경기가 시작해도 경기는 보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느라 바빴다.
"근데 누가 봐도 티 났는데"
"첫 선발전도 내가 찾아간 거잖아"
"그때 하도 학교 안 나와서 보고 싶어서 간 건데"
그때 갈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지. 뭐, 고민한 게 무색할 정도로 몸은 정국이를 본다고 들떠서 이미 빙상장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빙상장을 바라보며 스스럼없이 말을 꺼내고서 고개를 돌리자 입꼬리가 귀에 걸린 정국이가 보였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내가 누구한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싶어서 놀라 내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진짜 내 입아, 몇 년 동안 내가 어떻게 봉인시켰던 사실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또, 또"
"뭘 또야"
엄청 기대하는 얼굴로 내게 어서 내 흑역사를 풀어보라고 꼬시는 정국이의 시선을 무시하느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버렸다. 그러면서 속으로 내가 짝사랑하는 동안 어떤 흑역사를 만들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데 시간이 지나서 잊었을 줄 알았는데 되게 생생하게 잘 기억이 났다. 축구하는 모습을 몰래 본 것도 체육복을 뺏어가는 여학생에게 시기했던 것도 또 대놓고 짜증나라고 질투를 했던 것도... 매우 휘황찬란한 흑역사군.
"아니, 너는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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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크게 싸운 일이 없는 것도 감정이 크게 상하는 일도 없는 것도 아마 누나 덕분이지 아닐까 싶다. 굳이 누나를 비교하자면 항상 잔잔한 호수 같았다. 돌을 던져도 그에 맞춰 잔잔한 파동만 생길 뿐이고 다시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참 한결같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근데 사람은 말이다 이기적이라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고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되길 마련이다.
"아- 진짜 몰랐어... 이제 꼭 기억할게, 약속!"
"관심이 없어"
굳이 누나가 다 알아야 필요도 알지 않아도 괜찮다. 이번에는 내가 미리 말도 안 했으니 모를만도 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내게 관심이 많은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틱틱대는 건
"뭐? 뭐가 없어? 관심이 없다고?"
항상 잔잔하다가도 이런 부분에서 칼같이 그 모습을 버리고 발끈하는 누나의 모습이 좋아서다.
"대회는 왜 몰라..."
"그거 1등 하려고-"
"야간 훈련도 꼬박꼬박 하고"
"농땡이도 안 부리고"
곤란해 할 걸 뻔히 알면서도 칭얼거리는 이유는 곧 이내 날 사랑스럽게 봐줄 걸 알기 때문이었고. 아, 덤으로 입맞춤도 해 주기도 하고.
"오늘 경기 뭐부터 시작이야?"
"몰라"
"그걸 왜 몰라"
"관심 없어"
"난 완전 보고 싶은데"
"왜? 내가 하는 경기도 아니잖아. 안 봐도 돼"
날 어리게만 생각할까 두렵지만 밑도 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도
"허, 참네. 그래, 그럼 이렇게 두 손으로 가리고 보지 말까?"
"뭐야, 그게"
"아- 안 보인다-"
왜 그러냐고 날을 세우는 게 아니라 다 이해한다는 눈으로 날 보며 받아 줄 것을 알고 있어서다. 아, 그 이해한다는 눈을 볼 때면 내가 좋아하는 만큼 날 좋아하는 걸 확인 받는 기분이라 참 좋다.
"운동하는 남자들 너무 많잖아"
"특히 쇼트트랙"
"지금 여기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천지야"
옛 기억을 상기시켜 누가 들어도 나 질투 하고 있어요-같은 뻔히 드러나는 말을 흘리는 건
"아니, 누가 봐도 내가 딱 너 집어서 얘기한 거잖아"
"근데 그거 사귀기 전이잖아"
"내가 너 좋아했으니깐 그렇지"
당연하다는 표정을 하고서 내가 널 이만큼 좋아했어!라는 사랑스러운 말을 조잘 조잘할 때가 있어서다. 아, 물론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 봤을 때 날 말하는 거라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기분은 정말... 그래서 자꾸만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하며 누나를 꾀어냈다. 연기는 꽤 힘들지만 그 연기의 대가가 달기 때문에 딱히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아니, 너는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응"
정말 모르겠다. 사랑하냐 안 하냐를 모르겠다는 게 아니라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겠다.
내가 누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나는 날 얼마큼 사랑하는지.
그래서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누나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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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방가- 스노우베리 왔다여!
드디어! '연하남의 조건' 에피소드의 끝을 보네여!(안도의 한숨)
사실 분량 조절로 자르기도 했으니 그냥 쉽게 확인 버튼만 누르면 될 테니 빨리 독자님들한테 달려갈 수 있겠구나 하면서 희열을 느꼈는데
다시 읽어보니....호호호.... 아주 큰일 날 뻔했구나!!! 그래서 결국 대대적인 수정을!!!
항상 에피소드 형식으로 올리다가 상, 하로 나눠서 올리니깐 저번 상에서 저지른 일도 신경 써야하고 하에서 스토리도 신경 써야 하고...
역시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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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항상 정국이 시점에서 글을 쓸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뭔가 봉인 되어있던 감정을 토해내는 것 같단 말이죠.(표..표현이 너무 과격하나요..?)
그래서 그날의정국이도 가끔씩 넣어 왔던 거고요!
그래서 오늘 글 마무리는 아주 싱글벙글 웃으면서 끝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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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당분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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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즘 근래에 사실 이것저것 쌓아놓은 생각도 많았고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은 일에 꽤 속상한 일도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도 다녀왔고요! 그렇다고 절 힘들게 만들었던 일들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때만큼 다 잊고 마냥 행복하더라고요.
저 말고 이렇게 마음에 힘든 일 하나씩은 다들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학업이던, 직장이던, 인간관계이던, 덕질이던.(특히 덕질..ㅎ/방탄이들 싸라해...)
제게 여행이 그런 존재였던 것처럼 잠시나만이라도 제 글이 독자님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해요!
그래서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님들도 저처럼 싱글벙글 웃으셨길 바래요!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๑❛ڡ❛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