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당신의 잠든 연애세포 Spin Off! - 02
; MERRY MARRY
Michael Buble - Quando Quando Quando
크리스마스였다.평소에 그렇게 중요시 여기지는 않았지만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니까.
그리고 유독 권태로운 날이었다.
최한솔과 내 사이가 그렇다는건 아니고, 그냥 날 자체가 권태롭고 나른했다.
" 부르마블 할래? "" 어제도 했잖아. "
" 눈싸움하러 나갈까? "
" 눈 다 녹았을걸. "
어떻게든 지루함을 벗어나려고 한 외출제안에도 너는 심드렁 침대에 누운 채 눈만 감고있었다.
이따 저녁에 나가자.
왜 저녁인데? 난 지금 심심한데.
혹시 악마의 아들이니? 맨날 저녁에 나가자는건 또 뭔.
침대 옆 작은 쿠션의자에 다리를 올려 쪼그려 앉았다. 핸드폰을 켜자 평소와 같은 배경에 아무것도 뜨지 않은 알림창까지.
" 으, 진짜 몸에 쥐날 정도로 지루해. "" 나랑 있는게 지루해? "
" 니가 아무것도 안하잖아. "
탁자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네가 세게 내 팔을 끌어당겼다.
덕분에 네 위로 그대로 엎어져버렸다. 아, 얼굴을 마주한건 아니고.
이불에 파묻힌 얼굴을 들어 너를 돌아보자 내 팔을 인형 안 듯 안고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안 무거워? "
" 엄-청 무거워. "
" ..살 빼야되는데.. 나가서 운동하자. "
" 이따 저녁 먹으러 나갈때 가자. "
진짜 그놈의 저녁.
네 위에서 내려와 옆에 엎드려 누워 고개를 베개에 쳐박자 네가 팔을 넣어 나를 꽉 안아왔다.
왜그래.
안아옴과 동시에 파고드는 그 향은 아직 어린아이같은 네 겉모습과 다르게 무겁고 뭔가.. 그래, 남자같았다.
" 씨.. "
남자. 라는 그 단어 하나에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고개를 베개에 박지 않았으면 오랫동안 놀림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
" 야. 호사스럽게. "
" 가끔 이런데도 와야지. "
흰 폴라티에 검은 코트를 걸친 네가 카운터에 영어를 내뱉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진짜 좀 외국사람 같았다.원래 외국인이긴 하지만 내말은 멋있었다는 말이다.
금발의 웨이터를 쫓아 자리잡은 곳은 꽤나 구석진 곳이었다. 너도 나도 테이블 위에 작은 촛불에 시선이 고정된 채 둘다 말이 없었다.
" 촛불 예쁘지, "
" ... "
" 나 누구랑 얘기하니? "
" 예쁘지. "
쟤가 왜저래.
계주를 앞둔 어린아이처럼 너는 어딘지 모르게 긴장되고 뭔가 초조해보였다.
어디 아픈가.
" 오늘 눈온대. "
" 응. 아침에 봤어. "
" 쌓이지는 않겠다. 그치? "
너는 창 밖에 녹은 눈으로 인해 축축하게 젖은 도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네. 눈 쌓인거 예쁜데.테이블 위의 에펠탑 모형을 만지작 거리며 말을 덧붙혔다.
" 나 프랑스 가고 싶어. "
" 프랑스? "
" 응. 프랑스. "
" 고등학교 때 부터 소원이었잖아. "
그 얘기하니까 생각나네.
최한솔을 처음 봤을때 나는 한참 프랑스풍의 영화에 젖어 모든게 프랑스로 보였을 때였다.
" 너 프랑스 사람이야? "
라고 질문을 던진 것도 그 때문이었고.
사실 서양사람들 얼굴은 구별 못하겠고. 그래, 금발에 누가봐도 외국인인데 그게 미국인인지 프랑스인인지 어떻게 아냐고.
" 아니. "
" ..미안. "
그렇게 정색하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몇주동안이나 찌질거리며 너를 피해다녔는데.
3월이 지나고 4월 마지막 즈음에 너는 너를 피해 교문 담장에 숨어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 뭐해. "
" 뭐해. "
턱을 괴고 과거회상을 하다가 예전과 겹쳐들리는 네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어 너와 눈을 마주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그때와 내 대답 또한 똑같았다.
-
" 아, 눈온다. 한솔아. "
" 그러네. "
" 엄청 펑펑온다. "
고개를 들어 양 팔을 뻗고서는 눈을 꾹 감았다.
얼굴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이 녹아 느껴지는 감촉들이 기분 좋아서.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감는데 네가, 그러니까 평소에 손도 자주 안잡던 네가 손을 덥석 잡았다.
" 왜그래? "
" 그냥. "
진짜 왜이래 오늘.
얼떨결에 잡힌 손을 어찌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들고있었다.
" 아까 너랑 누워있으면서 그 생각했어. "
"무슨 생각? "
" 계속 같이 있고싶다고. "
" 나랑? "
" 그래 너랑. "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느라 정적이 찾아온줄도 모르고 한참을 있었다.
힐끔거리며 내 눈치를 보던 너는 모른채로 말이다.
" 이미 같이 있잖아. "
" 더 같이있고싶어. "
" ..? "
" 친구들 만나러갈때 그 잠깐 떨어져 있을때도. "
" 이거, 아주 친구들 서운하겠네. "
진지해지는 분위기는 못참는지라 네 옆구리를 툭 치며 장난스레 말을 건네자 너는 입꼬리만 올려 웃은 채로 손에 힘을 주어 꼭 잡았다.
" 내 옆에 계속 있어줘. "
" 당연하지. 어디 안가. "
" 그러니까. "
" 응? "
" 결혼하자. "
:) 사담
여러분 제가 너무 오랜만에 온거죠 그쵸ㅠㅠㅠㅠㅠ
제가 현생 논술의 늪에 치여서 이제야 와버렸어요.. 대신 오늘은 글 두개 더 올리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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