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NCH SHOOT !
- EP. 01
니네가 사랑이 아니면 뭐냐.
수없이 들어온 말이었다. 그때마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을 정도로 억울함이 밀려왔지만 문득 드는 그런가? 하는 시인의 생각에 잔만 비웠다.
" 너는 고사하고 전원우가 너 좋아하는거는, "
" 아, 선배! "
" 예민하기는. "
-
오늘 회식의 토픽은 전원우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전원우.
손톱만 물어뜯으면서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면서 이미 눈치본다는 것을 충분히 티내고 있었는데 그걸 굳이 또 걸고 넘어진다.
" 저거저거, 지 남친 얘기나온다고 또. "
" ..먼저 갑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중심을 잃고 의자에 다시 주저 앉았다. 쪽팔리게 진짜.
내 팔 한쪽을 잡고 괜찮냐며 부축해오는 이석민의 손을 가만 내려놓고 다시 일어섰다.
' 사거리야. 어딘지 알지? 방금 나갔어. '
식당의 문이 닫히는 찰나 귀에 꽂히는 소리에 머리를 헤집었다. 저것들이.
-
" 일어나. "
" 너는 선배가 부른다고 오냐. "
" 그럼. "
" 우리 엮을려고 부르는거 알잖아. "
" 알지. "
" ..말이 안 통해. "
네 손을 세차게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하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알겠어. 한 마디만 던지고 앞서 걸어간다.
언젠간 뒤돌아보겠지 하며 짝다리를 짚고 서있다가 끝까지 뒤는 커녕 옆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너를 보며, 일어날 수 있자고 했지 혼자 간다고는 안했다. 하는 일종의 합리화를 하며 너를 쫓았다.
" ..같이가자고. "
" 어, 어. "
빠른걸음으로 따라가 네 팔을 잡으면 저를 덥석 잡아오는 느낌에 너는 대답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벙한 표정을 짓는다.
냉한 듯한 니 표정에서 나오는 그 표정을 좋아한다. 아, 전원우를 좋아한다는게 아니라 그 '표정'을.
" 매일 술먹으면 안 질리냐. "
" 질리면 먹겠어? "
" 속도 안 좋은게 맨날. "
" 무슨 상관ㅡ. "
너는 내가 술을 진탕 들이킨 날이면 꼭 내 자취방까지 들어와서 잠 드는 순간까지 보고 떠났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오늘도.
" 진짜 씻고 잘게. "
" 저번주에도 그랬잖아. "
" 그건.. "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입을 꾹 닫고 방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나왔다.
너는 딱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매일 쇼파에 기대앉아 핸드폰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렸다. 연락 올 사람도 없는 주제에 있는척은.
세수를 하다가도 너무 귀찮은 마음에 콱 욕조에 누워서 잘까 생각도 했다.
빨리 나와라.
하는 말에 어금니 깨물고 마저 씻었지만.
나는 너를 절대 속으로도 욕하지 않았다. 하는 억지 웃음을 보이며 거실로 나온 내 성의를 보지도 못하고 너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숙여 졸고있었다.
" 일어나. "
" 조금만.. "
" 야, 여기 우리집이야. "
그 말에 너는 마른 세수를 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고서는 풀린 눈으로 나를 마주했다.
아까 화장실에서 나올 때 안경을 쓴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몸을 뒤로 움직였지만 팔을 뻗어 내 어깨를 세게 잡는 탓에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미쳤다. 진짜, 존나 잘생겼다.
" 오늘만 잘게. "
" ..어. "
무의식중에 내 입에서 나온 허락의 말에 후회하기도 전에 너는 입꼬리를 올려 웃고서는 바로 쇼파에 몸을 기댔다. 어깨 위에 올려져있던 네 손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덕에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서는 밤새 주책맞게 붉어진 얼굴을 식히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
" 아침이, "
9시가 넘어간 시침을 보고 놀라 거실로 나왔을 때 너는 내가 덮어두었던 담요를 개어놓은채로 사라져있었다.
뭐야.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담요를 방 안으로 들여놓고 출근 준비를 했다.
언제부터 신경썼다고.
토스트기에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뽑혀져 나온 식빵을 입에 물고 겉옷은 손에 든 채로 집안에서 용수철 나오듯 뛰쳐나왔다.
아. 오늘 아침회의. 미친다.
급하게 올라탄 택시에서 전화목록을 뒤적거리며 팀장님의 번호를 찾았다. 제발 받아주세요.
' ㅇㅇ씨? '
" ..죄송해요. 팀장님. "
' 아니야. 어제 아팠다면서. '
" 네? "
' 감기몸살이라며 오늘 나오는게 기적이라고 원우씨가 그러더라. '
" 아.. "
천천히 와.
팀장님의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핸드폰을 든 채로 이어지는 정적에 택시 기사님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 아가씨. 기분 좋은 일 있나봐요. "
" 저요? "
" 아까부터 웃길래. "
미친 그와중에 왜 웃는건데. 정색하려는 마음과는 다르게 내 몸은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빼기를 반복하면서 히죽거렸다.
이건 츤츤맞은 '친구'에게서 받은 오랜만의 관심 탓이라고 치부하며.
:) 사담
여러분! 제가 돌아왔어요. 너무 오랜만이죠ㅠㅠㅠㅠ
개요 잡아놓은 썰들은 많은데 막상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항상 오래걸리게 되네요.. 엉엉.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쓰고있어요! 이제부터는 분량이 짧더라도 빨리빨리 오도록할게요!
항상 기다려주시고 반겨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